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51)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51화(51/241)
코를 찌르는 악취와 술 냄새, 이상한 약품 냄새가 났지만 로브를 쓴 자는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허름한 집이 나왔다.
안으로 들어가자 한쪽 눈가에 흉터를 가진 사내가 그를 반겼다.
불법 약물 제조업자인 뮬타였다.
뮬타가 높이 쳐든 단검을 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깜짝이야. 누군가 했더니만 리비아잖아. 제발 노크 좀 하고 들어와.”
그의 말에 그녀가 로브를 벗었다. 오블리에의 붉은기 섞인 갈색 머리카락이 드러났다.
“전보다 많이. 더 강한 게 필요해.”
“인사도 없이 본론부터 이야기하는 거야?”
뮬타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기다려라, 리비아. 먼저 오신 손님 것부터 만들어야지. 새치기는 상도덕에 어긋나잖아.”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오블리에의 히스테릭한 목소리가 허름한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뮬타는 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런 신경질적인 모습은 오랜만인데.’
“설마 내성이라도 생겼나?”
정곡을 찔리자, 오블리에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니 작작 마시라고 했잖아. 내성이 생기면 나중엔 돌이킬 수 없게 될 거라고.”
“더 강한 약을 만들면 되잖아! 이런 일 한두 번이야?!”
“그게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줄 아나. 그래서 많이 줬잖아?”
뮬타가 귀찮음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이 없었다.
뮬타의 표정이 굳었다.
“설마 그 많은 걸 다 마셨어?”
그는 진심으로 혀를 내둘렀다.
그녀가 슈에츠인지 뭔지를 아주 오래전부터 사랑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러나 오블리에, 그러니까 리비아는 당당했다.
그때도, 지금도.
슈에츠 공작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 * *
포르겔가는 대대로 흑마법을 사용하는 집안이었다.
그러나 제국은 태양과 세계수가 축복을 내린 땅.
흑마법의 포르겔이 입지를 다질 수 있을 리 없었다.
두 발로 딛고 설 수 없다면, 차라리 그림자가 되자고 생각한 포르겔은 스스로 황제의 개가 되었다.
황제가 공개적으로 할 수 없는 더러운 일들을 도맡았다. 그림자다운 삶이었다.
리비아는 그런 포르겔가의 외동딸답게, 강한 흑마법을 쓸 줄 알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개로 살아온 자를 동등하게 봐줄 리 없었다.
리비아는 늘 혼자였다.
어느 날, 몰래 곰인형을 가지고 놀던 어린 리비아는 우연히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저주를 받아 광증을 앓고 있다지?”
“사람을 죽이지 않곤 못 버틴다던데.”
“그래도 진짜 잘 생겼다더라.”
‘세상에 그런 사람도 있구나.’
어쩐지 좀, 나랑 비슷한 것 같아.
‘……그리고 무척이나 잘생겼다고 했었지.’
어떤 사람일까.
어린 리비아의 마음에 얼굴도 모르는 에르하르트에 관한 관심이 쌓이기 시작한 때였다.
“잘 들어라, 리비아.”
어느 날, 포르겔 백작은 리비아를 앉혀놓고 이렇게 말했다.
“에르하르트 슈에츠를 사로잡거라.”
“제, 제가요?”
“그래, 네가 아니면 누가 하겠느냐. 계집으로 태어난 네 숙명이다. 네가 추후 슈에츠 공작부인이 되면 우리는 제국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긋지긋한 개 노릇은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
리비아는 한 번도 아버지의 말에 거역한 적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아버지. 반드시 해내 보일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피를 타고 이어지는 광증 탓에, 선대 슈에츠 공작은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접 보러 가면 되잖아.’
생각을 마친 리비아는 곧장 어둠을 불러내 슈에츠 영지로 이동했다.
눈으로 가득한 북부는 무척이나 추웠다. 그렇게 한참 동안 헤매고 헤매던 리비아는 우연히 마물을 맞닥뜨렸다.
입에 담기지도 않을 만큼 기다란 송곳니를 가진 마물이었다.
그녀가 다급히 어둠을 소환하려 할 때, 갑자기 마물이 큰 울음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리비아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저보다 한 뼘은 큰 키, 붉은 기 도는 검은 머리카락, 피처럼 붉은 눈동자.
무엇이든 죽여서 광증을 억누른다는, 악마의 피를 이어받은 가문.
‘에르하르트 슈에츠.’
리비아는 떨리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어린 에르하르트는 얼굴에 피를 묻히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곳엔 마물이 많아.”
여린 미성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조심해서 다녀. 죽고 싶지 않으면.”
에르하르트는 리비아를 향해 무심히 내뱉곤 어딘가로 사라졌다.
리비아는 떨리는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나를 걱정해 줬어.’
그리고 나를 구해줬어!
리비아의 지독한 사랑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그의 연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에르하르트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광증을 잇지 않고, 제 대에서 끝내겠다는 일종의 다짐이었다.
그러다 유리아가 나타났다.
유리아는 모든 걸 가져 갔다. 공작부인 자리도, 에르하르트의 사랑도.
리비아는 그녀를 용서할 수 없었다.
다행히 그녀가 손을 쓰기 전, 알아서 죽어주었다.
리비아에게 또다시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에르하르트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그래서 계획을 바꿨다.
‘클라이더 공작의 아들.’
공작이 된 에르하르트는 친우의 아들을 찾아 헤매는 중이었다.
제가 그 아들을 먼저 찾는다면. 그 아들과 결혼한다면.
‘좀 더 그의 곁에 머물 수 있어!’
한 번도 돌려받지 못한 애정에 반쯤 미쳐버린 리비아는, 자신의 흑마법을 모두 쏟아내 제 몸을 어려지게 만들었다.
그러곤 곧장 뒷골목에서 사는 불법 약물 제조업자를 찾아가 돈을 던지며 말했다.
“약을 만들면 대가로 이걸 주지.”
눈 색깔이 바뀌는 약.
머리카락이 바뀌는 약.
온갖 약을 마신 그녀는 사랑스럽고 순수한 ‘오블리에’로 다시 태어났다.
그 뒤, 그녀는 포르겔 백작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리비아, 네 꼴이 그게 무엇이냐?”
“아버지, 저를 신전에 보내주세요.”
“뭐?”
“신전에 들어가서, 사라진 클라이더의 아들을 찾아올게요. 신의 뜻을 알린다는 명분을 내세우면 제국 곳곳을 당당하게 돌아다닐 수 있어요.”
포르겔은 딸의 눈동자 속에 어려 있는 광기를 읽었다. 그의 입꼬리가 섬뜩하게 치켜 올라갔다.
“역시 내 딸이구나.”
* * *
“난 한순간도 내 선택을 후회한 적 없어.”
단 한 번도.
에르하르트의 곁에 머물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후회한다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야.”
뮬타를 바라보는 리비아의 눈이 광기에 절어 있었다.
“미친놈들 여럿 봤지만, 네가 최고인 것 같다.”
그가 소름이 돋은 팔을 쓸어내렸다.
“개소리 지껄일 시간에 입 다물고 약이나 만들어.”
“여전히 말투도 거칠고.”
“죽고 싶어?”
“나도 빨리 주고 싶지만, 만드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리거든.”
뮬타는 고개를 까딱였다.
커튼으로 가려진 뒤편에선 끔찍한 악취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리비아는 인상을 찡그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마나를 가지고 태어난다.
하지만 마나를 개방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였다.
하지만 그 마나를 뒤섞으면 아주 강한 약으로 다시 태어나곤 했다.
리비아의 아버지도 뮬타의 고객 중 하나였다.
뮬타가 정말 피곤하다는 듯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해 좀 해 줘, 요즘 워낙 바빠서.”
리비아는 뮬타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내가 하면 되겠네.”
“……뭐?”
뮬타가 우뚝 굳은 채 리비아를 바라보았다.
리비아는 그가 무어라 묻기도 전에 성큼성큼 뒤편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안엔 끔찍한 광경들로 가득했다.
지독한 피 냄새와 갖은 약품 냄새가 뒤섞여, 지독한 악취를 풍겼다.
그러나 리비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무감각한 눈으로 주위를 살필 때였다.
턱.
그때, 무언가 리비아의 발목을 붙잡았다.
“살려…… 살려주세요.”
한 남자가 절박한 얼굴로 그녀를 붙잡았다.
“제발, 제발 살려줘…….”
그의 눈동자는 흐릿한 조명 아래에서도 선명한 녹색이었다.
제가 가지지 못한 색.
리비아는 부드럽게 웃었다.
모든 신관들이 입을 모아 칭송했던 천사의 웃음이었다.
“그래.”
이 지옥에서, 너희를 구해줄게.
그녀가 그의 이마에 살며시 입맞췄다.
“태양과 세계수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모든 이들에게 내렸던 신의 찬사.
그녀는 환하고 아름답게 미소지었다.
* * *
팍!
날카로운 소리가 겨울 내음 가득한 하늘을 울렸다.
후우, 나는 떨리는 숨을 내쉬며 활을 내렸다.
화살은 정확히 과녁 안에 꽂혀있었다.
“훌륭하십니다, 엘리 님!”
“대단하셔요!”
그러자 민망한 말들과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내가 훈련하는 것을 지켜보겠다고 아침 일찍부터 모든 일을 끝마친 세 명의 하녀들과.
……어째서인지 그녀들과 함께 있는 라이너 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