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66)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66화(66/241)
그녀의 남은 한쪽 눈동자는 타오르는 노을 같았다.
‘이게 원래 모습이구나.’
이제야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리비아 포르겔.
슈에츠 공작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행을 저질렀던 악역.
‘원작에서는 아샤벨의 등장에 맞춰서 나타났지. 그때도 신관의 모습이었고.’
이렇게 빠르게 등장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어디서 또 정보가 새어 나간 게 분명했다.
“데미안의 이야기를 아는 자가 누구지? 어디까지 알고 있어?”
“오자마자 그걸 묻네. 보통은…… 쿨럭, 나에 대한 이야기를 묻기 마련인데.”
“당신이 리비아 포르겔이란건 이미 알고 있으니까.”
내 말에 그녀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너, 보통내기가 아니구나?”
그녀가 피 터진 입술을 끌어올리며 웃었다.
“황제는, 이 일에 대해 알고 있어?”
“그 멍청한 인간이 알 리가.”
“그럼 당신의 아버지도 이 일을 알고 있어?”
“우리 아버지도 아는 거야? 하하…… 대단한걸?”
만족스럽게 웃던 그녀가 바닥에 풀썩 늘어졌다.
“하지만……. 미안해서 어떡하지. 이미 기력이 다했는데…….”
리비아가 다시 바닥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젠 지쳤어. 더 말할 힘도 없다고.”
“말하지 않으면 죽을 텐데. 이렇게 말하면 힘이 좀 날까?”
“하하, 이젠 협박까지 하시네…… 역시 그 사람과 닮았어…….”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비릿하게 웃던 그녀가 말했다.
“황제는 이 일을 몰라. 이곳엔 독사가 사랑하는 파이프가 없잖아.”
‘독사? 파이프?’
나는 이번 일에 대해 더 물으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흐흐 웃으며 “그래도 이곳에서 죽을 수 있다니 기뻐” 하고 중얼거리는 모습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 같았다.
이런 사람에게 질문을 해봤자…….
‘더 말 섞을 필요도 없겠어.’
황제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아직은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신전이 얽혀 있으니 이야기가 새어 나가는 건 시간문제다. 그가 무슨 수를 쓰기전에 미리 대비를 해놔야 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예쁜아.”
그때 그녀가 다시 나를 불렀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씩 웃었다.
“아아…… 다시 봐도 예쁜 색이구나. 그가 두고두고 아쉬워할만해…….”
리비아는 무어라 중얼거리더니 힘없이 몸을 늘어뜨렸다.
바닥에 이마를 비비며 연신 킥킥거리던 그녀의 숨소리가 점차 사그라들었다.
나는 까맣게 물든 그녀의 몸을 바라보다가 감옥을 빠져나왔다.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왜 이렇게 늦었냐고 묻는 하녀들에게는 그냥 웃어 보였다.
공작과의 식사를 위해 머리를 단정히 빗고, 옷까지 깔끔하게 갈아입은 난 식당으로 향했다.
아니, 향하려고 했다.
‘어?’
문을 벌컥 열자마자 보인 것은 길쭉한 다리였다.
고개를 들자 공작이 인상을 찡그리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공작님?”
“내가 이렇게 일일이 데리러 와야겠느냐?”
그는 그렇게 말하곤 나를 번쩍 안아 들었다.
“저…… 다친 곳은 다리가 아니라 팔인데요.”
혼자 걸어갈 수 있어요. 그렇게 말해도 공작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여전히 가볍구나.”
오히려 말까지 돌렸다.
“하지만 다들 살쪘다고 했는걸요.”
“눈이 삐었나 보군. 이런 종잇장 같은 몸을 보고 살이 쪘다니.”
공작이 이죽거렸다. 그러다 무심결에 내 뺨을 콕 찌른 공작이 일순간 멈칫했다.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다시 한 번 내 뺨을 콕 찔렀다.
“……이 좋은 걸 여태까지 뺏기고 있었군.”
“…….”
“금지령을 내리든가 해야지.”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아만타 남작과 제리트가 보였다. 오늘 식사는 두 사람도 함께하는 듯했다.
“안녕하세요, 남작님.”
공작의 품에서 내려 함께 인사를 하려는데, 갑자기 아만타 남작과 제리트가 우리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나, 남작님? 제리트 경?”
“죄송합니다. 엘리 님. 제가 자식 교육을 잘못 시켰습니다.”
“죄송합니다, 엘리 님! 다시는 엘리 님의 몸에 해를 끼칠 일은 만들지 않겠습니다!”
‘아…… 그거 때문이구나.’
제리트와 함께 펠린 구로 나갔다가 오블리에를 만났고, 이 사달이 일어났다.
제리트는 공작의 가신이었으니, 나를 보호해야 옳았다. 그러지 못했으니 처벌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괜찮아요. 두 분 다 그만 일어나세요.”
제리트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은 건 나다.
‘제리트도 그런 일이 일어날지 몰랐을 거고. 게다가 오블리에도 원작보다 일찍 잡을 수 있었잖아.’
하지만 공작의 태도는 단호했다.
“엘리. 사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마라.”
공작은 싸늘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넌 이제부터 공작가의 일원이 될 아이고, 제리트는 너의 가신이다. 제리트는 너를 지키지 못했으니 처벌은 당연하다.”
“아…….”
맞는 말이었다.
공작가의 사람이 되려면 위치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내가 허술하게 굴면 공작가가 비웃음을 사게 된다.
‘그렇게 만들 순 없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론 그렇게 할게요.”
“대답은 잘하는구나.”
공작은 그렇게 말하며 내 뺨을 한 번 더 콕 찔렀다. 삐딱한 미소도 함께였다.
“아만타 남작.”
“……예, 공작님.”
“이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장 제리트의 목을 성 밖에 매달아…….”
‘아니, 그렇게까지?’
나는 다급히 공작의 옷자락을 그러쥐었다.
말을 멈춘 공작이 날 내려다보았다. 나는 눈을 부릅뜨곤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하고.
“한 번만 봐주세요. 제리트 님과 남작님이 아픈 건 싫어요.”
두 사람이 없으면 대장간이 돌아가지 않는단 말이야!
“네?”
나는 간절히 그를 올려다보며 얼굴을 가까이했다.
곧 통통한 뺨이 공작의 손가락에 짓이겨졌다.
“공작님…….”
“안 돼.”
그러나 그의 태도는 너무 강경했다.
“……그럼 밥 안 먹을래요.”
투정 부리듯 내뱉은 말에 공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내려주세요.”
“…….”
“내려갈래요.”
발까지 동동 구르자 공작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이번만 봐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공작님! 엘리 님!”
“감사합니다, 엘리 님.”
제리트 경이 지치지도 않는 듯 연신 고개를 숙였고, 남작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얼굴로 감사를 표했다.
공작이 ‘됐지?’ 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한번 더 고개를 저었다.
“하녀들도 풀어주세요.”
공작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얼굴이다.
‘처음엔 몰랐었지.’
하지만 제리트의 근신령을 듣자마자 자연스럽게 세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상냥한 사람들이에요. 함께 있고 싶어요.”
“엘리.”
공작이 단호하게 고개를 젓기 전, 나는 입술을 삐쭉였다.
“됐어요, 그럼 내릴래요.”
“…….”
“내려주세요.”
공작성에서 나를 다정히 대해 준건 세 명의 하녀들이었다. 그녀들이 없다고 생각하자 울컥했다.
‘첫 외출 때 사 온 선물도 못 줬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바로 줄걸.
이대로 못 볼 수도 있다 생각하니 서러운 마음이 들었다.
“알았다, 네 말대로 하마.”
그때, 공작이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기분 풀어.”
“정말요?”
“그래. 심통 부리니 볼이 더 빵빵해진다.”
공작이 내 머리를 헝클었다. 기껏 예쁘게 빗은 머리가 엉망이 되었지만 그제야 나는 헤헤 웃었다.
그때,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으악. 왜 하필 이럴 때……!’
민망함에 입을 딱 다물자 공작이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살은 쪘다면서, 배는 고픈가 보구나.”
“……아이는 많이 먹고 쑥쑥 커야 해요.”
“그래, 맞는 말이야.”
공작은 내 볼을 톡 두드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니까 나를 무릎에 앉힌 채로.
‘뭐야. 자리 왜 이래?’
눈만 끔뻑이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데미안이 안으로 들어왔다.
“데미안!”
이때다 싶은 마음에 나는 재빨리 공작의 무릎에서 내려왔다.
미리 마련된 자리에 앉아 옆자리를 가리키자 데미안이 쪼르르 내 옆에 착석했다.
“데미안, 오늘 일찍 일어났어? 안 보이던데.”
“아…… 응, 공작님과 함께 일이 좀 있었어.”
벌써 두 사람의 사이에 어떠한 진전이 있었던 모양이다.
잘했어, 잘했어. 나는 데미안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고, 데미안은 말없이 배시시 웃었다.
공작의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나는 모르는 척 외면했다.
이윽고 식사가 시작되었다. 나는 육즙이 잔뜩 흐르는 스테이크를 포크로 콕 찍었다.
식사가 이어지는 동안, 공작이 입을 열었다.
“엘리를 아만타 남작가로 입적시키고자 한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벌써? 너무 빠르지 않나?
게다가 이번엔 신전과 한차례 마찰을 빚었다. 남작이 쉬이 허락할까…….
하는 생각으로 남작과 제리트 경을 바라보았지만, 두 사람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엔 어떠한 강제성도 보이지 않았다.
“저희도 언제가 좋을지 의논을 드릴 예정이었습니다.”
“입적하신 후엔 곧장 결혼식을 치르실 예정이십니까?”
“그래야겠지.”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는 이미 흘러 들어갔다. 더러운 수작질을 하기 전에 미리 손을 써둬야 해.”
“말씀 받들겠습니다.”
정중히 대답한 남작이 나를 바라보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엘리 님.”
“잘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이 빙그레 웃었다.
남작이 웃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잘 부탁드려요.”
“미리 말하지만-”
그때, 공작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까지나 서류 상일 뿐이다.”
“……예?”
“결혼 후의 넌 슈에츠의 성을 갖게 된다. 즉, 실질적인 가족은 슈에츠라는 뜻이다.”
그렇게 말하는 공작의 얼굴은 무척이나 진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