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69)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69화(69/241)
데미안이 인상을 찡그렸다.
“많이 아픈가 본데. 주치의에게 데려가야 할 것 같아.”
“그래야겠어. 살로메 영애. 일어날 수 있겠죠?”
윈티아는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다리가 아파요.”
윈티아가 울먹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까 넘어지면서 발목에 살짝 무리가 간 모양이었다.
“도와주실 수 있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윈티아가 손을 뻗었다.
그런데 나보다 훨씬 작은 그녀의 체구 때문에 업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작은 소녀를 계속 업는 것은 무리였다.
“그럼 내가 할게.”
그때, 데미안이 윈티아 곁으로 다가왔다.
“팔, 이리 내.”
“아…… 감사합니다, 공자님.”
윈티아가 뺨을 붉히며 데미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데미안의 어깨에 팔을 두르자 그녀의 움직임도 한결 편해졌다.
“일단 나가서 앉을 곳을 찾자.”
“응.”
우리는 윈티아와 함께 온실에서 나왔다. 어디로 가면 좋을까 두리번거릴 때였다.
“윈티아 님!”
저 멀리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처음 보는 얼굴인 걸 보아, 윈티아 쪽 사용인인 듯했다.
“세상에, 무슨 일이세요! 괜찮으신 거예요?”
“유모…….”
윈티아가 울먹거리며 손을 뻗었다.
유모라 불린 여자가 다급히 아이를 안아 들었다.
“갑자기 사라지셔서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게다가 이렇게 엉망이 되어 돌아오시다니. 이 유모 가슴에 대못을 박으시려는 겁니까?”
“유모, 미안해. 나는 그냥…….”
“그리고 이분들은 또 누구십니까?”
유모의 시선이 우리에게 닿았다. 경계하는 눈빛에 순간 외부인이 된 느낌이었다.
손님은 정작 저쪽인데 말이다.
“아니야, 유모. 그러지 마. 두 분께선 나랑 지금까지 놀아주셨는걸.”
윈티아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다친 것도 내가 칠칠치 못해서 그런 거야. 저분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어.”
“정말…… 어쩜 이리도 마음이 여리신지.”
유모가 윈티아의 등을 토닥였다.
“그래도 이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놀이 시종 주제에 윈티아 님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그저 손 놓고 구경만 했다니요.”
유모가 우리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윈티아와 마찬가지로 우리를 놀이 시종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내 이 일은 슈에츠 공작님께 말씀드려, 책임을 묻도록-”
“누구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거지?”
그때였다.
시린 바람보다도 싸늘한 목소리에 유모와 윈티아가 흠칫 몸을 떨었다.
슈에츠 공작이 더없이 흉흉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 공작님…….”
“방금 내가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공작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저, 저는 그저…….”
유모가 윈티아를 안은 채 덜덜 떨었다. 공작의 기세가 무서웠는지 윈티아도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윈티아!”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누군가 이쪽으로 달려왔다.
윈티아처럼 갈색 머리에 벽안을 가진 남자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였다.
하나같이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다. 클라이더의 가신과 방계들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하나같이 상업 쪽으로 뛰어난 자들이란 말인데.’
그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면 슈에츠라고 해도 매몰차게 내치기 어려울 터였다.
‘이 중에 데미안에게 큰 도움이 될 사람이 섞여 있어.’
그 생각을 하자 나도 모르게 주먹이 쥐어졌다.
“이게 어찌 된…….”
남자는 윈티아에게 달려 가려다 공작을 발견하곤 얼굴을 굳혔다.
“공, 공작님.”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을 테지만 공작은 돌아보지 않았다.
유모를 바라보는 적안이 매서웠다.
“방금 무어라고 했지? 책임이라고 했나?”
“…….”
“내 성에서, 내 아이들에게 무슨 책임을 묻는다는 거지?”
공작의 위압감은 보는 사람마저 숨을 삼킬 정도였다.
덜덜 떨던 유모가 윈티아를 안은 채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공작님.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는 내 몫이 아니지.”
공작의 시선이 나와 데미안에게 닿았다.
의미를 알아차린 유모가 입술을 짓씹었다.
어린 우리에게 용서를 비는 것이 꽤 굴욕적인 모양이었다.
“부디……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그러나 선택지는 없었다. 유모가 우리의 곁으로 다가와 고개를 조아렸다.
분노를 애써 참는 듯한 얼굴이었다.
나는 고개 숙인 유모를 바라보다,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데미안은 생각보다 더 무감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남자가 다급히 “윈티아!”하고 외쳤다.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지 않느냐!”
“아, 아버지…….”
“이 무례를 어쩌면 좋아! 옷은 왜 또 이 모양이고?”
윈티아의 아버지, 살로메 자작의 말에 윈티아가 몸을 움츠리며 힘겹게 말했다.
“……온실에서 꽃을 구경하다 실수로 넘어졌어요.”
“꽃이라면 살로메 령에도 많이 있지 않느냐. 왜 안 하던 짓을 한 게야?”
“장, 장미가 공작님이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
“뭐?”
윈티아는 서러운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붉은 장미가 공작님과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그걸 드리고 싶어서 그랬는데…….”
그때 윈티아의 품속에서 장미 한 송이가 나타났다.
윈티아의 마법인 듯했다. 엉망으로 구겨진 장미가 슈에츠 공작에게 날아갔다.
“죄송해요…… 이것밖에 구하지 못했어요…….”
뒤따라온 가신들이 서럽게 우는 윈티아의 모습에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선물을 드리려다 저런 꼴이 되셨다니…….”
“참으로 고운 마음씨이지 않습니까.”
“듣기로, 돌아가신 공작부인께서 붉은 장미를 무척이나 좋아하셨다더군요.”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나.”
그들이 큼큼거리며 한두 마디씩 내뱉었다.
‘그래서 온실 관리가 그렇게 잘 되어 있었구나.’
왜 윈티아가 장미를 고집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윈티아처럼 귀여운 아이가 꽃을 주면, 누구라도 마음이 풀릴 것 같았다.
그러나 공작은 무감한 얼굴로 눈앞의 장미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러자 윈티아가 더 크게 훌쩍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다 제 잘못이에요. 함부로 돌아다녀서 죄송해요. 유모만이라도 용서해 주세요.”
“아아, 아가씨……!”
유모가 윈티아를 와락 끌어안았다. 가신과 방계가 안타깝다는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꼭 처형을 눈앞에 둔 가족 같았다.
‘그리고 집행관은 우리겠지.’
여기서 매몰차게 대했다간 오래도록 입방아에 오를 터였다.
‘어린애들이 어찌 이렇게 정이 없냐고 수군거릴 거야.’
안 그래도 데미안을 물어뜯을 타이밍만 보고 있는 그들에게 허점을 보일 순 없었다.
생각을 마친 나는 한 손을 가슴께에 댄 후, 슬픈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살로메 영애. 그만 울어요.”
“하지만…….”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답니다.”
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제 옷차림이 조금 단출하긴 했지요. 제가 대신해서 장미를 따드렸어야 했는데.”
“예……?”
“저를 놀이 시종으로 생각하셨잖아요. 그러니 제가 장미를 따드리는 게 맞지요.”
내 말에 유모와 윈티아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못 알아먹는 척이라도 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표정을 숨기는 건 능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저, 저는…….”
윈티아가 잔뜩 겁먹은 얼굴로 더듬었다.
“괜찮아요, 그저 오해였잖아요.”
나는 다정히 웃었다.
“우리 다음엔 높은 곳에 있는 장미를 따 보도록 해요. 햇빛을 잔뜩 받아, 더욱 탐스럽답니다. 영애의 마법으로는 더욱 수월히 딸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오늘처럼 넘어지는 일도 없을 테지요.”
“…….”
“함께해 주실 거죠?”
상냥한 나의 말에 윈티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살로메 자작도 내 의도를 알아차린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윈티아는 마법을 쓸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손으로 꽃을 따려고 했다.
그러다 이렇게 드레스가 더러워졌고.
엉망인 상태로 윈티아가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녀와 함께 있었다. 상황은 자연스럽게 나를 악역으로 만들 게 뻔했다.
하지만 내 말로 인해 자신의 암수가 모두 들통났다.
윈티아는 치욕스러운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가신들 앞에서는 섣불리 말할 수도 없을 테지.
“영, 영애께서 초대해 주신다면…… 기꺼이…….”
윈티아가 힘겹게 입술을 떼었다.
겨우 말 한마디 했을 뿐인데, 윈티아는 울음을 터뜨렸을 때보다 더 엉망인 얼굴을 했다.
“저어, 죄송하지만 아가씨께서 많이 놀라신 듯합니다.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녀의 유모는 눈치가 빨랐다.
유모가 인사와 함께 윈티아를 안고서 황급히 자리를 빠져나갔다.
“살로메 영애께서 큰 오해를 하셨군요.”
“서로 처음 뵈었으니까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아이들은 신분에 상관없이 서로를 친구라 느끼니까요.”
클라이더 쪽 가신이 애써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듯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보았다.
가신들의 얼굴에 살로메 자작을 향한 찰나의 비웃음이 지나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