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70)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70화(70/241)
* * *
그날 저녁, 살로메 저택.
어린아이의 서러운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가씨, 그만 우세요. 네?”
“으아앙!”
어린 시절부터 윈티아를 돌본 유모가 그녀를 달랬지만, 윈티아는 쉽게 눈물을 그치지 않았다.
그런 모욕은 난생처음이었다.
살로메는 제국 제일가는 상단의 주인인 클라이더가의 방계였다.
어딜 가든 존중받았다. 인사할 때를 제외하면 누구에게도 고개를 조아려 본 적이 없었다.
그랬는데……!
“저리 가! 저리 가란 말이야! 흐어엉!”
윈티아는 더욱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모든 게 완벽했다고 생각했다.
일부러 넘어져 엉망이 된 것도.
공작에게 장미를 주려고 했다는 말도. 전부 제 계획대로였다.
하지만…….
“저를 놀이 시종으로 생각하신 것도 당연하답니다.”
“괜찮아요, 그저 오해였잖아요.”
“영애의 마법으로는 더욱 수월히 딸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오늘처럼 넘어지는 일도 없을 테지요.”
아닌 척 돌려 말했지만, 모두 알아차렸을 것이다. 제가 어떤 짓을 꾸몄는지를.
그 계집 때문에!
“으아앙!”
윈티아는 손에 잡히는 대로 마구 내던졌다.
쨍그랑,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질수록 윈티아의 울음도 커졌다.
“아가씨, 제발 그만 우셔요.”
유모가 잔뜩 헝클어진 머리로 윈티아를 달랬다.
“저리 가라고 했잖아!”
퍽!
윈티아가 던진 물건이 유모의 머리에 맞았다. 유모가 순간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낄 때였다.
“뭘 잘했다고 울어!”
날카로운 고함과 함께 벌컥 문이 열렸다.
살로메 자작이 고성을 터뜨리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유모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 아비 얼굴에 먹칠을 해도 유분수지!”
“주인님, 진정하세요! 아가씨께서도 실수로…….”
“저리 꺼지지 못해?”
살로메 자작이 유모의 뺨을 내리쳤다. 유모의 몸이 힘없이 바닥으로 늘어졌다.
그제야 윈티아가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엉엉 울고만 있는 꼴이란!
‘내가 너무 오냐오냐 키웠지.’
입안에 갖은 폭언이 맴돌았다.
그러나 자작은 모든 인내를 끌어모았다.
“윈티아, 그만 울거라.”
퍽 다정해진 언행에 윈티아의 울음이 점점 줄어들었다.
“왜 이리 울고만 있는 것이냐.”
“……서러워서요.”
“무엇이?”
“…….”
“남에게 처음으로 고개를 조아린 것이?”
윈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로메 자작이 이해한다는 듯 딸의 어깨를 토닥였다.
“나도 그 심정을 잘 안다.”
클라이더 공작가의 방계로 한평생을 보내며, 항상 공작의 그림자에 가려져 살아왔다.
그래서 그가 죽었을 때, 어쩌면 제게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물론 그 빌어먹을 유언이 모든 걸 망쳤지만.
‘아직 기회가 있다.’
클라이더의 아들.
그와 제 딸을 결혼시킨다면 모든 걸 가질 수 있다.
그는 클라이더가의 방계다. 누구도 정당성에 트집을 잡지 못할 터.
비록 오늘 그런 불상사가 일어났지만…….
‘극복할 수 있어.’
상대는 아무것도 모르는 힘없는 어린 아이다. 눈앞에서 치워버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윈티아, 오늘 치욕을 잊지 말거라.”
살로메 자작이 윈티아의 양쪽 어깨를 붙잡았다.
“하찮은 고아 계집 주제에, 겁도 없이 네 자리를 탐했다.”
“…….”
“그러니 갚아주어야지.”
살로메 자작의 말에 울음으로 가득 찼던 윈티아의 눈이 깊어졌다.
“네가 성공한다면 폐하께서도 기뻐하실 거다. 살로메의 무궁한 영광 아니겠느냐.”
‘내 자리.’
검은 머리카락에, 저와 같은 푸른 눈을 가졌던 소년의 옆.
그곳이 바로 제자리다.
‘그 아이의 것이 아닌, 내 자리.’
“명심할게요, 아버지.”
전 할 수 있어요. 윈티아의 말에 살로메 자작이 웃었다.
* * *
며칠 후.
클라이더의 가신과 방계가 슈에츠 공작성에 모였다.
그들 중엔 살로메 자작도 함께였다.
데미안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자 클라이더 쪽 사람들이 가문의 정당성과 후계 문제를 이유삼아 이의를 제기했다.
슈에츠 공작에게 덤벼 들었다면 산 채로 땅속에 묻혔을 일이지만…….
가신들 중에선 다방면으로 뛰어난 인재들이 많았다.
선대 클라이더 공작이 신분을 구별하지 않고 다양하게 고용한 덕이었다.
때문에 클라이더를 향한 충성심은 절대적이었다.
문제는, 그것이 단순한 충심인지 검은 속내인지는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함부로 쳐내기엔 어린 데미안도 함께 얽혀 있었다.
그 아무리 슈에츠 공작이라도 쉬이 그들을 내칠 수 없었다.
몇몇 방계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살로메 자작도 그들 중 하나였다.
마차에서 내린 자작이 윈티아에게 말했다.
“알겠지, 윈티아? 다른 일은 아비가 알아서 할 테니 너는 네 할 일을 하거라.”
“네, 아버지. 명심할…….”
“헤론 님!”
그때, 또 다른 마차에서 누군가가 내렸다.
하얗게 센 머리와 태산 같은 덩치를 가진, 클라이더의 원로 헤론 후퍼였다.
선대 클라이더 공작을 직접 교육했던 스승인 만큼, 헤론의 입김은 누구보다도 컸다.
“경, 오셨습니까.”
“오셨습니까.”
모든 가신들이 헤론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헤론은 그들을 무감한 얼굴로 내려다보다, 말없이 성으로 들어갔다.
윈티아는 헤론의 뒤를 졸졸 쫓아가는 아버지를 바라보다, 성으로 들어갔다.
아이의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였다. 데미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성은 또 어찌나 넓은지.
이러다 길을 잃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 성이 곧 내 것이 된다는 거지.’
윈티아의 마음이 커다랗게 부풀어갈 때였다.
저 멀리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아이가 보였다.
데미안은 막 검술 훈련이 끝난 듯 다른 기사들과 함께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공자님!”
윈티아는 부푼 마음을 안고 그에게 달려갔다.
그런데…….
“공, 공자님?”
데미안은 보이지 않는다는 듯 윈티아를 스쳐 지나갔다.
‘마, 말도 안 돼. 사람들이 많아서 못 본 걸 거야.’
부정하던 윈티아가 재빨리 데미안의 손을 붙잡았다.
“공자님!”
그제야 데미안이 우뚝 멈췄다.
드디어 잡았다!
“아까부터 계속 불렀는데, 봐주지도 않으시다니요. 너무하십니다.”
윈티아가 헤헤 웃으며 데미안을 멈춰 세웠다.
“넌 누구지?”
“……예?”
그러나 윈티아를 내려다보는 소년의 얼굴은 시린 북풍보다도 싸늘했다.
윈티아가 멍하니 굳어있자 데미안이 미간을 좁혔다.
“귀가 들리지 않는 건가?”
그가 작게 중얼거렸다. 진심으로 윈티아가 누구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어, 어찌…… 저입니다. 윈티아 살로메예요.”
“윈티아?”
“어제 온실에서 뵈었는데…… 기억나지 않으시나요?”
“아.”
그제야 데미안이 알은체를 했다. 윈티아의 얼굴이 밝아졌다.
“어제의 무례를 사과하고 싶어서요. 그리고 공자님과도 더 친해지고 싶어서-”
“여긴 무슨 볼일이지?”
그러나 제가 누구인지 알아차리자, 데미안의 얼굴은 더욱 싸늘해졌다.
윈티아는 당황했다. 저번엔, 이 정도로 섬뜩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윈티아가 멍하니 서 있자, 데미안이 느릿하게 시선을 내렸다.
아직도 제 팔은 붙잡힌 상태였다.
“학습 능력이 떨어지나 보군.”
데미안이 거세게 팔을 뿌리쳤다. 윈티아의 몸이 휘청거렸다.
“함부로 잡지 마.”
그렇게 말하는 데미안의 눈빛은 하찮은 벌레를 보는 듯했다.
여기서 시간 낭비하고 있을 수 없었다.
데미안이 윈티아를 뒤로 한 채 지나가려 할 때였다.
“공자님.”
데미안의 담당 시종이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내밀었다.
작은 쪽지였다.
데미안은 시종이 내민 쪽지를 펼쳐보았다.
-오늘도 훈련 열심히 했어?
첫 문장은 늘 그렇듯 저를 신경 쓰는 말로 시작했다.
데미안은 입술을 뾰족이 만들고선 “맨날 애 취급이야”하고 중얼거렸다.
그러면서도 입꼬리가 살금살금 올라가는 건 눈치채지 못했다.
-열심히 했을 거라고 믿어. 데미안이니까. 난 잠깐 볼일이 있어서 혼자 외출할 거야. 미리 말 못 하고 가서 미안해.
금방 올게. 이따 보자.
누가 썼는지 이름도 적혀 있지 않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따 보자.
글자를 다시 눈에 담자, 소년의 뺨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다음을 말하는 말은 언제 들어도 기분 좋았다.
가슴 안쪽이 보글보글 끓는 느낌이었다.
작은 편지 하나에 소년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했다.
“공자님?”
그때 윈티아의 부름에 데미안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엘리가 열심히 하라고 했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그래야 키도 더 커진다. 아직 한참 부족했다.
“다시 훈련장으로 돌아간다.”
“예? 하, 하지만 오늘 아침부터 쉬지 않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공, 공자님?”
기사들이 애타게 불렀으나 데미안은 번복하지 않았다.
‘여기서 뭘 더 하려고……!’
기사들은 울고 싶었다.
그러나 선택권은 없었다. 그들은 욱신거리는 팔을 붙잡고서 소년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윈티아는 또다시 홀로 남겨졌다.
꼭 쥔 작은 주먹이 바들바들 떨렸다.
* * *
데미안이 열심히 검술 훈련을 받고 있을 때, 나는 공작성 근처에 있는 외보르크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탈룸이 망치를 내리치다 말고 나에게 인사했다.
[오늘따라 볼이 더 통통하다.]“아이의 볼은 통통해야 해요. 그래야 건강한 거라고요.”
[오. 꽤나 그럴듯한 변명인데?]장난스럽게 웃는 그는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다.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역시 은인은 눈치가 빠르다.]탈룸이 씩 웃었다.
‘콩고물이다!’
본능적으로 감지한 나는 얼른 탈룸 곁으로 쪼르르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