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74)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74화(74/241)
“그 사람도 무척이나 좋아하겠군.”
공작이 데미안의 머리를 헝클이며 중얼거렸다.
‘그 사람?’
그때였다.
똑똑하고 노크 소리가 들렸다.
“제 이야기하는 줄은 또 어떻게 알고. 역시 눈치는 빠르군.”
공작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작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집사 프란츠였다.
“들어와.”
공작의 말에 프란츠는 누군가를 안내하듯 문을 활짝 열었다.
뒤따라 들어온 남자는 머리와 수염이 하얗게 센 노인이었다.
‘어? 저 남자는……?’
윈티아와 유모에게 사과를 받아냈을 때,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럼 클라이더 쪽 사람이라는 건데.’
클라이더의 사람들은 다 돌아간 후였다. 그런데 그는 왜 아직도 공작성에 남아 있는 것일까?
“다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가 우리에게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앞으로 곁에서 두 분을 모실 헤론 후퍼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헤론 후퍼?’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헤론 후퍼는 선대 클라이더 공작의 스승이자 원로 중 하나였다.
클라이더 공작의 사망 후에도 상단이 지금까지 잘 운영될 수 있었던 것도 헤론 후퍼 덕분이었다.
‘그만큼 클라이더 공작을 위하는 사람이었지만.’
그렇기에 그는 더더욱 데미안의 자질을 시험했다.
노예로 살아왔던 데미안이 클라이더의 이름을 잇기에 적당한지 아닌지, 확인해야만 했으니까.
헤론 입장에서는 신중에 신중을 더한 것이겠지만, 데미안에겐 큰 시련 중 하나였다.
헤론은 원로들 중에서도 제일 힘이 강했으니까.
‘그가 마음을 연 것도 데미안이 열다섯 살이 되고 나서야.’
정정당당히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데미안은 클라이더의 이름을 걸고 전쟁에 나간다.
어린 소년이 목숨을 걸었다. 그 기강을 마주한 헤론은 그제야 데미안을 인정한다.
‘즉, 지금 헤론의 등장은.’
나와 데미안의 결혼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프러포즈를 하자마자 바로 시련이라니!’
하지만 윈티아 때처럼 대응할 수도 없었다. 지금 당장 헤론이 없다면 클라이더도 무너진다.
그건 안 돼.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애써 웃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헤론 님. 엘리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먼저 일어나 인사하자, 데미안도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빙그레 웃던 헤론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맞잡은 나와 데미안의 손에 닿았다.
일순간 그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아주 찰나였지만, 느낄 수 있었다.
‘저 웃음은 가짜야.’
그는 나를 경계한다.
그것도, 아주, 깊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무수히 많았기에 우울하진 않았지만, 상대가 커도 너무 컸다. 데미안에게 도움이 될 사람이라 더더욱.
‘하지만 공작님이 나에게 해가 될 사람을 들였을 리 없어.’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보자.
현재 클라이더 상단의 운영은 혜론에게 달려 있다.
그만큼 클라이더를 향한 충성심은 뛰어났다.
바꿔 말하면 그의 눈에 들기만 한다면, 더없이 든든한 내 편을 얻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좋아. 생각을 마친 난 방긋 웃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헤론 님.”
* * *
햇볕이 따스한 오후
나는 응접실 한편에 혼자 앉아, 헤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 이곳으로 불렀을까.’
공작성에서 잘 쓰지 않는 방이었다.
사용인들의 발걸음조차 잘 닫지 않는 곳에, 나만 혼자 부른 이유는 무엇일까.
‘게다가 이것들은 또 뭐지…….’
내가 앉아 있는 소파엔 아기자기한 인형들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한쪽엔 톡, 하고 건드리면 마나석이 움직임을 인식해 알아서 회전하는 장난감과, 높은 곳에서 구슬을 떨어뜨리면 반동을 이용해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신기한 장난감도 함께 놓여있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구슬을 톡, 건드리다 옆을 향해 시선을 두었다.
장난감들 옆엔 맛있는 디저트들이 한가득 놓여 있었다.
생크림을 얹은 딸기, 초콜릿이 들어간 크레이프와 캐러멜 시럽이 흘러내리는 말캉한 푸딩, 살짝 저민 복숭아에 얼린 요구르트를 곁들인 셔벗까지.
그 외엔 이것들이 물리면 다른 걸 먹으라며, 다른 디저트들도 종류별로 잔뜩 준비되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교육이 이뤄질 방으론 보이지 않는다.
‘내가 정말 아이였다면 방방 뛰놀았을 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제일 외진 곳에 놓인 바구니에 손을 뻗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사탕 하나를 입에 쏙 집어넣은 난 고개를 들어 정면의 시계를 보았다.
수업 시간은 13시. 지금은 13시가 되기 1분 전이었다.
기둥 위에 놓인 시계의 작은 분침이 정확히 숫자 12에 닿았을 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헤론이 안으로 들어왔다.
“좋은 오후입니다.”
그가 빙긋 웃으며 나에게 인사했다. 인자한 미소였지만, 마냥 상냥하다고는 느낄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헤론 님.”
치맛단을 잡은 채 인사를 올리자 헤론이 빙긋 웃었다.
“혼자 기다리기 심심하지 않으셨습니까?”
“네. 사탕이 맛있어서 괜찮았어요.”
‘사탕만 먹길 잘했다.’
나는 스스로를 칭찬하며 안도의 한숨을 몰래 내쉬었다.
“하하. 사탕이 있어서 다행이었군요. 자, 자리에 앉으시지요.”
그는 인자하게 웃으며 소파를 가리켰고, 나는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맞은편에 앉은 헤론이 입을 열었다.
어떤 말을 할까. 나는 조금 긴장된 마음으로 그의 말을 기다렸다.
“제게도 사탕 하나만 주시지 않겠습니까?”
“……예?”
그런데 질문은 내 예상과는 너무나 빗겨 나 있었다.
안경 너머 보이는 눈동자는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없었다.
“네.”
나는 바구니를 헤론 쪽으로 쭉 밀었다.
‘아, 잠깐만.’
그러다 다시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손을 뻗던 헤론이 의아한 듯 물었다.
“다시 가져가시는 겁니까?”
“네. 생각해 보니 안 되겠어요.”
“……어째서 입니까?”
그가 묘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사탕은 딱딱해서 드실 때 불편하실 거예요.”
“…….”
“대신 이걸 드릴게요.”
나는 푸딩이 들어 있는 접시를 그에게 내밀었다.
“이건 말랑말랑해서 드시기 좋을 거예요. 캐러멜 시럽을 잔뜩 얹어서 사탕보다 맛있을 거예요. 치아에 무리도 가지 않을 거고요.”
그러자 헤론의 표정이 일순간 묘해졌다가, 다시 부드러운 웃음을 띠었다.
“제가 치아가 좋지 않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
너무 당연한 질문을 하자 도리어 할 말이 없었다.
헤론은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노인이다. 치아 상태가 좋을 리없다.
그런데 그가 굳이 내 앞에 있던 디저트 바구니를 지목했다.
단순히 달콤한 게 먹고 싶었다면, 주위의 다른 디저트들을 말했을 것이다.
그가 굳이 바구니를 가리킨 이유는 하나다.
‘내가 방금까지 품에 끌어안고 먹고 있으니까.’
나는 하루아침에 공작가에 입양된 고아였다.
천하디 천한 아이에서, 한순간에 모두가 부러워하는 자리에 올랐으니…….
‘거만해졌는지 아닌지를 간단히 시험해 본 거겠지.’
일부러 깍듯하게 나를 대한 것도 이 때문일 테고.
고개를 조아리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자만하게 되는 법이니까.
‘나만 혼자 이곳에 부른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구나.’
그렇다면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 방긋 웃어 보였다.
“그냥요.”
“……예?”
“네. 사실 이 사탕, 제가 엄청 좋아하는 거라서요. 헤헤. 제가 다 먹고 싶었어요.”
솔직하게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너무 많은 생각을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수상하다.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이 지금의 내 입장에서는 더 편했다.
“흐음…….”
그냥 허허 웃으며 넘어갈 줄 알았는데, 헤론은 미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내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듯했다.
그렇게 지긋한 시선이 이어진 것도 잠시.
헤론이 빙긋 웃었다.
“참으로 맛있어 보이는 푸딩이군요. 양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손에 들려 있던 스푼은 어느새 그의 손으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