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79)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79화(79/241)
* * *
패드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클라이더 상단이 자리한 동부부터 시범 판매를 한 후 시장 반응을 볼 생각이었는데, 벌써부터 반응이 뜨거웠다.
사람들이 흡수력도 좋고, 쉽게 붙였다 뗄 수 있는 패드의 편리성을 높게 산 듯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물건을 만든 것이냐며 놀라워했고, 제리트는 말없이 웃었다.
헤론과 함께 만들었다는 건 일부러 밝히지 않았다.
상단의 이름을 빌리면 구매율은 보장되겠지만, 약간의 하자도 고스란히 클라이더의 책임이 되니까.
‘그런 면에서 제리트는 뛰어난 적임자지.’
현재 상단의 주인은 슈에츠 공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공작의 가신인 제리트가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했다.
상업에 관심이 있는 자라면 무엇을 뜻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터였다.
‘물론 이 일에 헤론이 함께한다는 건 절대 모르겠지만.’
어찌 됐건 패드를 통해 헤론도, 상업성도 모두 사로잡았다.
순조롭구나. 만족스러운 마음에 내가 콧노래를 부를 때였다.
“오늘따라 디저트에는 손을 안 대는군.”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움찔 몸을 떨었다.
공작이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인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또 그 서류만 보고 있는 것이냐.”
“헤, 헤론 님이 숙제로 내주셔서요.”
그럴듯한 말로 웃어넘기는데, 공작이 손을 뻗어 작은 초콜릿을 내 입에 쏙 밀어 넣었다.
‘맛있어!’
달콤함을 한가득 느끼던 난, 뒤늦게 아차 하고 위를 올려다보았다.
“많이 먹으면 살찐댔어요. 안 그래도 다들 살쪘다고 그러는데…….”
내 말에 공작이 미간을 좁혔다.
“눈이 제대로 보이는지 확인해봐야겠군. 대체 어딜 봐서 살쪘다는 거야?”
‘이렇게 많이 먹으면 누구라도 살이 찐다고요…….’
난 그저 수업 보고를 하려고 했을 뿐인데.
나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나는 데미안과 헤론의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공작의 집무실에서 그동안 있었던 수업 내용을 보고 했다.
말이 좋아 보고였지, 그냥 공작에게 자랑하는 시간이라고 말해야 옳았다.
다행히 패드 사업이라든가, 제리트와 헤론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 터라 할 말은 많았다.
“저번에는요, 제리트 님이 맛있는 타르트를 선물로 주셨어요! 진짜 맛있었어요!”
마냥 사업 이야기만 할 수는 없어서 여러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랬더니 갑자기 테이블 위에 디저트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고, 지금 이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피죽도 못 얻어먹은 것 같군. 그렇게 많이 먹였는데 다 어디로 간 거지?”
그가 못마땅한 얼굴로 내 볼을 콕콕 찌르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볼살로 꾸욱 밀려 들어가는 것만 봐도, 먹은 게 어디로 갔는지 알 만하지 않나……? 그때, 문이 열리고 시종이 들어왔다.
“공작님. 제리트 님과 헤론 님께서 오셨습니다.”
제리트는 판매 내역을 보고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공작을 찾아왔는데, 수업이라는 명목 하에 나와 헤론이 그의 보고를 함께 들었다.
데미안은 아쉽게도 곧장 검술 훈련을 받으러 가야 해서 함께하지 못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공작님!”
제리트가 겁먹은 목소리로 그에게 인사했다.
원장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 앞에선 넉살 맞게 이야기를 잘하다가도, 슈에츠 공작 앞에선 여전히 긴장되는 모양이었다.
“제리트 님!”
나는 반가운 내색을 하며 옆자리를 두드렸고, 그는 내 부름이 구원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냉큼 자리에 앉았다.
“흐음…….”
맞은편에 앉았던 공작이 못마땅한 얼굴로 제리트를 바라보았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제리트가 아직은 못 미더운 걸까?
“그, 그, 그럼 저희 쪽 보고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제리트는 바들바들 떨며 판매 내역과 추이를 공작에게 보고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알아낸 사실은 상단 내의 구매율도 무척이나 높다는 것입니다.”
제리트는 말하면서 긴장이 풀리는 타입인지, 점점 목소리가 안정적으로 변했다.
“직원들에게 가격을 낮춰 판매한 것이 크게 작용한 듯합니다.”
“구매 성비는.”
“남성이 높긴 하지만 여성 구매비율도 높습니다.”
“그렇군.”
공작이 느릿한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의외입니다. 여성 직원들에겐 일정 수량을 지급하고 있는데, 구매율이 이렇게까지 높게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만큼 쓸 만한 물건이라는 뜻이겠지.”
공작의 대답에 말없이 차를 홀짝이던 헤론이 나를 힐끔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도 이렇게 판매율이 일정하게 오를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특히, 여성 직원들은 상단에서 무료로 패드를 나눠주기 때문에, 추가적인 구매로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
‘게다가 상단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은 훨씬 적지.’
하지만 비율로만 따지자면 여성 직원의 구매율이 월등하게 높았다.
‘역시 무료로 나눠주길 잘했어.’
아무리 편하다고 해도 직접 써보지 않으면 구매하기 힘든 물건이었으니까.
‘쓸모는 증명되었으니…….’
남은 건 더더욱 입소문이 나는 것뿐이었다.
“……저어, 이 일로 공작님께 따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때, 제리트가 새하얗게 질린 손을 말아 쥐며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제리트가 할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게, 그러니까…….”
그러나 제리트는 공작 앞에서 쉬이 의견을 내기 어려운 듯했다.
잠시 생각하던 난 초콜릿 하나를 그에게 내밀었다. 제리트의 얼굴에 물음표가 떴다.
“기운을 돋우는 초콜릿이에요.”
“……!”
“전 이거 먹으면 기운이 폴폴 솟아요! 그러니까 오라버니도 파이팅이에요!”
두 손을 높이 번쩍 들며 외치자 제리트가 “어흑.”하며 감동한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살벌한 공작의 눈빛에 겁을 먹고 손을 거뒀다.
또! 또 이런다!
나는 심통 난 얼굴로 공작을 올려다보았다.
“공작님은 초콜릿 많잖아요.”
“그래. 많지.”
“……? 그런데 왜 제리트 님 걸 뺏어 드시려고 하세요?”
“직접 떠 먹여주는 사람이 있어도 몰라봐 주는 게 서러워서.”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고개를 갸웃했고, 그사이 공작은 내 손에 들린 초콜릿을 냉큼 까서 제 입에 넣었다.
“……달군.”
말과 달리 인상이 사정없이 구겨지는 것으로 보아, 단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듯했다.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뺏어 먹는 게 심술이 아니면 뭐야.’
나는 입술을 삐쭉였다.
“그, 그럼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사이, 제리트는 힘겹게 목소리를 내었다.
“구매율을 높이려면 그만큼 유통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통이라. 구체적으로 어딜 말하는 거지?”
“……기부를 조금 더 늘려주셨으면 합니다.”
그러자 공작이 미약하게 미간을 좁혔다.
“고아원과 구빈원 외에 다른 곳인가?”
“예.”
제리트의 말에 나는 티 나지 않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공작이 물었다.
“그곳이 어디지?”
“아카데미입니다.”
‘그렇지!’
나는 튀어나오려는 환호를 간신히 삼켰다.
“아카데미에 다니는 학생들은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여학생들에게 패드를 보급한다면 좋을 듯합니다.”
“아카데미라. 구매율을 높이는 방법은 아닐 텐데. 어째서지?”
“아이들도 언젠가 어른이 되니까요.”
“…….”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다면, 성인이 된 아이들의 인식은 곧 구매율로 이어질 겁니다.”
제리트의 말에 공작이 말없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의 시선이 나에게 닿아 있었다. 나는 괜히 초콜릿 껍질을 만지작거리며 귀를 쫑긋 세웠다.
“하, 하여 아카데미를…… 말씀드린 겁니다.”
당당히 말해놓고 마지막엔 기죽는 게, 역시 제리트다웠다.
헤론은 말없이 잔을 들어 차를 마셨다. 동의한다는 의미였다.
이윽고 그가 다시 잔을 내려놨을 때.
“나쁘지 않군.”
공작에게서 긍정적인 답이 돌아왔다.
“정, 정말이십니까?”
“구매율로 돌아올 거라는 가설을 믿어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제리트의 얼굴이 세상을 가진 사람처럼 밝아졌다.
“단, 잘못된 판단이었을 경우엔 각오해야 할 거야.”
그러나 뒤이은 말에 곧 모든 절망을 짊어진 것처럼 어두워졌지만.
‘그래도 공작이 허락해 줘서 다행이야.’
순조로운 진행에 만족하던 나는 초콜릿 껍질을 까서 공작에게 내밀었다.
“……뭐지?”
“선물이요.”
방금 전, 달콤함에 한껏 일그러진 얼굴을 보긴 했지만.
‘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는걸.’
나는 장난 반, 심술 반으로 초콜릿이 든 손을 재차 흔들었다.
‘안 먹을 거야?’
하는 눈빛을 담아.
치우라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공작은 얌전히 초콜릿을 받아먹었다.
“……달아.”
그가 인상을 찡그려서 나는 해맑게 웃었다.
“역시 일부러 준 거군.”
내 웃음에 공작이 픽 웃으며 내 뺨을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
* * *
“공작님.”
그때, 한참 침묵을 지키던 조용했던 헤론이 입을 열었다.
엘리와 공작의 시선이 헤론에게 닿았다.
“이제 슬슬 공자님과 엘리 님의 혼인을 준비를 하심이 어떠십니까.”
혼인.
헤론의 말에 엘리의 눈이 토끼처럼 커졌다.
“슬슬 황제 쪽에도 소문이 흘러들어 갔을 겁니다. 두 분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서두르는 게 좋을 듯합니다.”
“흐음…….”
헤론의 말에 공작은 조금 못마땅한 얼굴이 되어 엘리를 내려다보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리트는 괜히 불안해졌다.
엘리 님은 어른도 무서워하는 슈에츠 공작님 앞에서도 당당히 웃어 보이는 당찬 분이시다.
게다가 영민함은 또 어떻고.
조바심에 제리트가 다급히 입술을 달싹일 때였다.
“엘리.”
그때 공작이 엘리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네 생각은 어떻지?”
“어떤 거요?”
“데미안과의 혼인 말이다.”
“너무 좋아요!”
엘리는 고민할 필요도 못 느끼는 듯, 곧장 대답했다.
“전 데미안이 좋아요. 그러니까 데미안이랑 결혼할래요!”
기운찬 대답에 제리트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러나 공작은 무엇이 마땅찮았는지, 미간을 꿈틀거렸다.
잠시 침묵하던 그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의 얼굴이 밝아졌다.
“저 그럼 데미안이랑 진짜 결혼하는 거예요?”
“그래.”
“우와!”
엘리는 뛸 듯이 기뻐했다.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게, 꼭 당근을 눈앞에 둔 토끼 같았다.
기쁨을 주체 못 한 엘리가 공작의 무릎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데미안에게 말하고 올게요!”
엘리는 붙잡을 틈도 없이 방을 빠져나갔다. 기특하게도 꾸벅, 인사를 올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쩜 저리도 귀여우실까.’
팔불출 미소를 짓던 제리트는 일순간 느껴지는 살기에 흠칫 몸을 떨었다.
“고, 공작님……?”
공작의 얼굴이 너무나 살벌했다.
설마 뒤늦게 엘리 님과 공자님의 혼인을 반대하시는 건가?
‘저리도 기뻐하시는데…….’
그렇게는 안 된다. 오라버니로서 엘리 님을 지켜드려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 제리트가 다시 용기를 내 입술을 달싹일 때였다.
“……소용없군.”
공작이 허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응? 제리트는 멍청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딸자식 키워봤자 소용없군. 저리도 냉정히 가버리니.”
“…….”
“그렇지 않나?”
묻는 공작의 말에 헤론은 익숙한 듯 “예.”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붕어처럼 뻐끔거리던 제리트는 “그, 그렇군요……” 대답하고선 입을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