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88)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88화(88/241)
“들어오시겠어요?”
드디어 순서가 되었다. 시종을 대동한 한 레이디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대개 살롱이라고 하면 ‘마담’이라 불리는 여자가 반겨주기 마련이었지만…….
“우선 이곳에 앉아보시겠어요?”
그녀를 반긴 건 웬 파란 머리 여자였다. 그것도 제 또래로 보이는 젊은 여자.
‘뭐지? 이 사람이 마담?’
그녀는 어리둥절하면서도 얌전히 거울 앞에 앉았다.
“실례하겠습니다.”
간단히 인사한 샬롯이 색색의 천을 한가득 가져왔다.
“그럼 진단 시작하겠습니다.”
그러곤 몸에 이리저리 대보며 비교하기 시작했다.
“이 색깔이 더 어울리시네요.”
“분위기랑 잘 어울려요.”
“이건 아가씨의 느낌을 살리지 못하는군요. 이 색깔은 어떠세요?”
“훨씬 나으시네요. 얼굴빛이 살아나요.”
샬롯이 진지하게 여러 말들을 늘어놓았다.
그녀는 재단사나 살롱의 입에 발린 말이라면 익숙했지만…….
‘어? 정말이네?’
샬롯의 말은 사실이었다.
색깔에 따라 얼굴빛이 달라 보였다. 아픈 얼굴은 한층 밝아 보였고, 차가운 분위기는 독보적인 서늘함으로 바뀌었다.
‘색깔마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구나.’
차이가 눈에 보이니 자연스레 흥미는 따라왔다.
“진단 끝났습니다.”
“어? 벌써?”
그녀는 깜짝 놀랐다.
얼굴색이 변하는 것에 정신이 팔려,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다.
‘아직 뭐가 뭔지 기억도 잘 안 나는데!’
그녀가 초조한 얼굴을 하자, 샬롯이 부드럽게 웃었다.
“무료 컬러 진단은 오늘까지지만…… 방금 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울리는 옷들을 추천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어머, 정말?”
그녀가 눈을 반짝였다.
“추천해 줘. 오랫동안, 꼼꼼하게!”
“그럼 부디 이쪽으로.”
샬롯이 그녀를 안내했다. 안쪽엔 플린트가 또 다른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척 사나운 인상을 가진 남자였으나, 샬롯의 손짓에 얌전히 상체를 숙였다.
“음. 알았다.”
기계처럼 대답한 그가 의상들을 한 아름 가지고 들어왔다.
자본주의적인 미소를 장착한 샬롯이 의상을 입혀주며 말했다.
“레이디께서는 이 옷이 훨씬 잘 어울리십니다. 노란색 중에서도 조금 맑은 색이요. 갈색빛이 섞인 건 되도록 피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머, 정말이네!”
“그리고 부가적으로 하얀색을 곁들이면 더 화사해 보이실 겁니다.”
샬롯의 말대로였다. 신기한 마음에 그녀는 눈을 빛내며 연신 박수를 쳤다.
이번에는 모든 말을 꼼꼼히 들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의상 추천도 끝나 있었다.
‘이번에도 무슨 말을 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나.’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였다.
“방금 보여줬던 의상, 전부 구매하고 싶은데.”
전부 사버리면 된다.
명쾌한 대답에 샬롯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하게 웃어 보였다.
“저희는 손님들의 모든 취향을 정리해 두니, 혹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그렇게 마차를 타고 기분 좋게 저택으로 돌아오는 길.
그녀는 무언가를 뒤늦게 깨닫고 아차 했다.
‘분명 머리도 만져준다고 했는데.’
의상에 신경 쓴 나머지 다른 걸 잊고 말았다.
‘안 되겠어. 다음에 또 가야지.’
혼자 방문해도 좋았지만, 다른 영애들도 함께 가면 더욱 좋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1층엔 커피하우스도 있었다.
1층에서 기다리다가, 살롱을 다녀온 영애를 붙잡고 ‘어때요? 여기 정말 괜찮은 곳이죠?’ 하고 이야기를 나누면 정말 재밌을 것 같았다.
그녀는 신나게 콧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새로 개업한 살롱에 대한 관심이 식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으나, 제뮈엘 살롱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 * *
며칠 후.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마음속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였다.
제뮈엘 살롱은 요즘 영애들의 인기 관심사 중 하나였다.
무료 컬러 진단 기간은 끝났지만 여전히 살롱은 사람들로 줄을 이뤘다.
그 줄이 어찌나 긴지, 커피하우스도 사람들로 꽉꽉 찰 정도였다.
제리트가 만든 아이롱도 무척이나 인기가 좋았다. 이건 어째서 판매하지 않는 거냐며 묻는 사람도 여럿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안 돼.’
조금 더 입소문이 퍼진 다음에 판매해야 효과가 좋았다. 시장에 나온다면 다른 상단들이 너도나도 따라 만들 테니까.
하지만 아이롱의 대박 원인은 샬롯이었다.
아무리 좋은 아이롱이라고 해도 똥손의 손에 들린다면 그냥 뜨거운 물건에 불과하니까.
‘그러니 샬롯의 실력이 조금 더 알려질 때까지 기다려야지.’
흐흥. 기분 좋게 다리를 허공에 흔들 때였다.
“엘리.”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공작이 삐딱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맞다, 공작이랑 같이 디저트를 먹고 있었지.’
떼돈을 벌었다는 사실에 정신이 팔려 그만 잊고 있었다.
“입.”
“…….”
사실 같이 먹는다기보다는, 강제로 입안에 욱여넣고 있다는 표현이 더 옳겠지만…….
‘맛있으니까 봐준다.’
나는 얌전히 입을 열었다. 생크림이 한가득 올라간 머핀은 한입에 넣기 어려웠다.
공작이 쯧, 작게 혀를 찼다.
“참새도 너보다는 깔끔히 먹겠구나.”
그러면서도 손수건으로 내 입을 꼼꼼히 닦아주었다.
“데미안.”
내 부름에 옆에 앉은 데미안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넌 왜 안 먹어?”
“응?”
“손 하나도 안 댔잖아.”
데미안 맞은편에 있는 디저트들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단 걸 좋아하는 애가 무슨 일이지?’
“너도 얼른 먹어. 자.”
나는 앞에 있는 마카롱을 내밀었다. 데미안이 조금 머뭇거렸다.
“흐음.”
그러자 공작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기울였다.
“내가 알기로, 데미안은 단걸 별로-”
“맛있겠다, 엘리.”
데미안은 공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카롱을 베어 물었다.
“어때? 맛있어?”
“응.”
데미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귀여워.’
나는 데미안의 말랑한 뺨을 조물거리며 웃었다.
“입맛이 바뀌었나 보군.”
공작이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공작님.”
그때, 프란츠가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공작님께 서신이 왔습니다.”
프란츠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보였다.
뭔가 일이 있음이 분명했다. 빠르게 눈치챈 나는 그의 손에 들린 서신을 훑었다.
한 서신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고, 남은 하나엔…….
황실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올 게 왔구나.’
나는 입안에 있는 것을 마저 꿀꺽 삼켰다. 그런데도 목 안이 꽉 막힌 느낌이었다.
공작은 프란츠의 손에 들린 서신을 한 번 힐끔거리다, 무심히 말했다.
“태워버려.”
그러곤 다시 내 입에 쿠키를 가져다주었다.
“고, 공작님!”
뒤편에 있던 안테가 깜짝 놀라며 손을 내저었다.
“그래도 열어는 봐야 하지 않을까요?”
“어차피 잔뜩 비꼬는 말만 적혀있을 텐데, 뭐 하러.”
공작의 목소리엔 짜증이 가득했다.
그렇다고 해서 황실의 서신을 태우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귀족가도 아니고 사이도 좋지 않은 황실에서 보낸 것이다. 이유 없이 보냈을 리 없다.
‘읽어라도 봐야 해.’
생각을 마친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얌전히 받아먹던 입이 닫히자 공작이 의아한 듯 물었다.
“배부른가?”
“…….”
나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입은 꾹 닫은 채로.
“그럼.”
내 시선이 프란츠의 손에 들린 서신에 닿았다. 공작이 미간을 좁혔다.
“봐봤자 좋을 게 없을 거다.”
그가 그만하고 얼른 이거나 먹으라는 뜻으로 손을 움직였지만, 나는 여전히 입을 꼭 닫았다.
“시위라도 하는 건가.”
“…….”
공작이 느릿한 숨을 내쉬었다.
“하는 수 없군.”
그가 손을 까딱이자 프란츠가 서신을 건넸다.
페이퍼 나이프도 필요 없다는 듯 손으로 무심히 쭉, 입구를 찢은 공작이 서신을 펼쳤다.
“……이게 무슨 수작일까.”
공작이 무표정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뭔데 뭔데.
나는 얼른 고개를 쭉 빼고 내용을 훑었다.
‘음…….’
나도 공작과 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황실의 인장이 찍혀있기는 했지만, 발신인은 황후였다.
그곳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혼인을 축하합니다. 이쪽에서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 황실에서 축하를 드리지 못한 게 무척이나 아쉽군요.못다 한 축하를 하고 싶으니 황실로 초대를 하고 싶습니다.
듣자 하니 아직 귀애들께서 정식적으로 데뷔탕트를 치르지 못하신 듯합니다.
태양이 가장 높게 뜨는 날, 황실에서 데뷔탕트가 열립니다.
다른 가문들의 귀애들도 함께 초대할 예정이니, 미리 만나 안면을 트는 것이 두 사람의 사교계 입성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