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91)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91화(91/241)
파비안이 처음으로 아샤벨에게 마음을 열 때, 어머니의 유품을 잃어버린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나도 기억하고 있었다.
파비안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을 목숨처럼 아꼈다.
인성 파탄자 마테오는 그를 골려주고 싶은 마음에 자주 황비의 유품을 훔쳤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나중에는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회중시계와 보석을 소각장에서 발견했는데…… 혹시 형님 것 아닙니까?”
뻔뻔스러운 거짓말이지만 마테오의 연기력은 출중했고, 황제는 넘어가고 말았다.
1 황자가 황비의 소생인 것을 창피하게 여긴다는 여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오해를 받은 파비안은 황제의 신임을 잃게 된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나는 드레스 밑에 감춰놨던 신성석 목걸이를 밖으로 꺼냈다.
붉고 투명한 신성석은 한 차례 세상에 공개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황가는 아직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단 말이야.’
알았다면 신성석부터 물었을 텐데, 지금껏 조용하잖아.
신전이 숨겼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 신성석 목걸이를 황실이 보게 된다면.’
나는 씩 웃으며 목걸이가 잘 보이도록 세팅까지 끝마쳤다.
마침 저기 배달원도 있었다.
작게 목을 큼큼 가다듬고 눈썹까지 축 늘어뜨린 나는.
“그, 그만해 주세요……!”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며 힘겹게 외쳤다.
* * *
“넌 또 뭐야?”
마테오가 인상을 찌푸리며 거칠게 몸을 돌렸다.
“……넌 처음 보는 얼굴인데?”
마테오가 엘리의 곁으로 다가왔다. 엘리는 얼굴이 보이지 않게끔 고개를 숙였다.
“엘리 슈에츠입니다. ……처음 인사드립니다.”
“슈에츠라면…….”
자신의 어머니인 카르티아 황후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미쳐버린 슈에츠가 황실의 허가도 없이 양자를 들여, 혼인까지 시켰다는 말을.
‘게다가 그 계집은 평민이라고 했었지.’
그게 이 계집이구나.
마테오가 피식 웃으며 엘리의 턱을 우악스럽게 붙잡았다.
주제도 모르고 기어 들어온 게 우스워, 비웃어주고 싶어 졌다.
“저, 전하……!”
반항을 무시하고 억지로 고개를 들어 올리자 엘리의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너…….”
마테오가 엘리의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맑은 녹안에 자신의 얼굴이 담겼다.
그 순간, 어머니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루멘치아 황가는 대대로 녹색 눈에 집착했지요.”
오래전, 어머니와 함께 역사공부를 하던 날이었다.
“그 이유가 뭔지 아나요, 2 황자?”
“마나의 근원인 세계수와 가까운 사람일수록 맑은 녹안을 가졌으니까요.”
“정답이에요. 하지만 세계수가 시든 지금, 무수한 전쟁과 이민자들 때문에 녹안은 보다 혼한 색깔이 되었죠.”
하지만 마테오는 알고 있었다.
마테오의 아버지이자 현 황제인 벤터스 루멘치아가 어느 날, 녹색 눈을 가진 여인을 데려와 탑에 가뒀다는 것을.
제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라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 사람이 ‘황제의 총애를 받는 정부’라고 불렸다는 것도.
그리고 야망이 큰 어머니는 그녀를 죽도록 싫어했다는 사실 또한.
‘하지만 아버지의 정부는 한둘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의문을 가진 마테오가 카르티아에게 물었다.
“폐하께서도 그 녹색 눈의 정부를 사랑하신 건가요?”
그 질문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 여자는 폐하께서 저지른 실수였어요.”
그때 어머니의 눈빛은, 뭐랄까…….
“녹안을 가진 여자들은 하나같이 악독하답니다. 폐하를 꼬여낸 것만 봐도 알 만하지 않나요?”
말 그대로, 미친 사람 같았다.
“그러니 2 황자도 폐하처럼 홀리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그녀가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한 얼굴로 돌아와 이렇게 덧붙였다.
“이 어미의 말을 명심해요. 이게 다 2 황자를 위해서 하는 말입니다.”
어머니의 말은 항상 옳았기에, 마테오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녹색 눈을 가진 여인에게 홀리지 않는다면.’
황제가 될 수 있다. 아버지보다 더 강한 황제가 될 수 있다.
어머니와 그가 결정한 미래였다.
하지만 이 눈을 마주한 순간, 아버지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이 아이에게 묘한 흥미가 돋았다. 그건 거의 불가항력이었다.
맑은 금안에 알 수 없는 광기가 아른거렸다.
그의 행동이 멈춘 틈을 타, 엘리가 그의 손목을 거칠게 뿌리쳤다.
찰싹!
그러자 상념에서 깨어난 마테오가 헛웃음을 흘리며 등 돌린 엘리를 바라보았다.
‘날 뿌리치다니.’
그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망나니 같은 2 황자가 슈에츠 공작가의 며느리에게 흥미를 느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그것이 지켜보는 이를 더욱 숨죽이게 했다.
마테오가 성큼성큼 엘리에게 다가가 어깨를 붙잡아, 거칠게 돌렸다.
“슈에츠가 멋대로 들인 고아 계집.”
“…….”
“그게 너였구나?”
엘리는 수치스러운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입술을 깨물었다.
그저, 우물거리며 가슴께에 있는 목걸이를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뭐지?’
마테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 몸짓을 따라갔다.
투명한 붉은 보석이 달린 목걸이였다.
‘이런 건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데.’
“흐음.”
입꼬리가 올라갔다.
궁지에 몰린 인간은 소중한 것을 가장 먼저 보호하는 법이다.
“예쁜 목걸이군.”
마테오가 고개를 숙여 낯을 가까이했다.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주제도 모르고 건방지게 군 대가로 가져가겠어.”
탁!
힘없이 줄이 끊어졌다. 엘리의 표정이 낭패로 물들었다.
“황자님, 이건……!”
엘리가 다급히 마테오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눈이 마주치자 흠칫 몸을 떨었다.
“……주인이 따로 있는 소중한 물건입니다. 돌려주세요.”
그러면서도 꿋꿋하게 할 말을 이어갔다.
마테오는 그 끈질긴 태도가 미치도록 마음에 들었다. 그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었다.
“대신 이걸 주지.”
그가 손에 들고 있던, 이미 빛을 잃은 보석을 엘리의 손에 들려주었다.
“바꾸고 싶다면 나중에 다시 찾아와.”
“……황자님.”
“그땐 사과를 꼭 해야 할 거야.”
마테오는 여유롭게 웃으며 엘리의 목걸이를 챙겼다.
다시 돌아가려던 순간, 아델란과 눈이 마주쳤다.
아델란이 움찔거리자 마테오가 지루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한심하군.”
짧게 감상을 마친 그가 망설임 없이 방을 나갔다. 함께 들어왔던 시동이 빠르게 그의 뒤를 따랐다.
문이 닫히고 숨 막히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2 황자가 망나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막무가내일 줄은 몰랐다.
그래도 짧게 끝났으니 다행일까. 영애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아델란은 여전히 치욕 속에 갇혀 있었다.
2 황자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떳떳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았으니까.
아델란의 고개가 아래로 떨구어질 때였다.
“아델란 님.”
그때, 엘리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아델란이 몸을 움츠렸다.
엘리 님은 목걸이까지 빼앗긴 데다가, 2 황자의 타깃이 되었다.
저 때문이었다.
위기에 빠진 저를 구해 주려다가 이런 상황에 처한 것이었다.
“죄송해요, 엘리 님. 저 때문에…….”
고작 자신의 사과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었다.
“그럼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래요?”
그러자 엘리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겁에 질려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아델란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어떤…… 부탁인가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건가요?”
그녀는 자신이 없었다.
자신의 도움을 받는 것보다 다른 영애들과 친해지는 게 더 좋을 텐데.
“역시 어려우신가요?”
엘리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그, 그게 아니라…… 정말 제가 도와드릴 수없을 것 같아서……. 오히려 폐만 될 거예요.”
“그렇지 않아요.”
엘리가 고개를 저었다.
“아델란 님께서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델란은 망설였다.
그러나 엘리는 그녀를 도우려다 2 황자에게 목걸이까지 빼앗겼다.
‘도울 수 있는 건 뭐라도 해야 돼.’
아델란이 결의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이거네.’
엘리가 소매에 감춘 2 황자의 회중시계를 만지작거리며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