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96)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96화(96/241)
* * *
깨진 유리 조각들이 정성껏 준비한 만찬들을 난도질한 가운데.
아수라장이 된 황후 궁 만찬장에서 카르티아가 분노로 떨리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15년 동안 완벽히 감춰놨던 가면이 조금씩 벗겨지려 하고 있었다.
마테오는 주먹을 꽉 쥐었다.
전부 다 그 빌어먹을 계집 때문이었다.
겁먹은 척, 온갖 불쌍한 척은 다 해놓고 뒤에서는 저를 물 먹이기 위해 이런 개수작을 부리다니!
까드득. 마테오가 이를 악물었다.
“저를 곤란에 빠뜨리기 위해 벌인 짓이 분명합니다. 황실을 능멸한 죄를 받아야 해요!”
마테오가 강하게 주장했으나, 카르티아는 어쩐지 묘한 얼굴이 되었다.
강한 기시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말도 안 돼요. 이건 제가 훔친 게 아니란 말입니다! 누가 제 방에 몰래 넣은 게 분명해요!”
그래, 그 일이었다.
결혼 전, 그녀가 라티오넬 백작저에 있을 때 작은 소란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누군가 신성석을 훔쳐간 것이었다.
모두 아연실색해 범인을 수색하려고 할 때, 한 하녀가 말했다.
“어? 저 ‘그분’이 방에서 나오는 걸 봤어요. 혹시 그분이 가져가신 건 아닐까요?”
백작저에서 ‘그분’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이복동생인 레일리였다.
아버지인 라티오넬 백작은 즉시 레일리를 붙잡아 추궁했으나, 그녀가 가진 물건이라곤 딱딱한 빵과 상한 치즈가 전부였다.
그럼 대체 신성석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아버지는 길길이 날뛰었고, 사용인들은 덜덜 떨었다.
“……호. 혹시 그 하얀 돌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때 레일리가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거라면 사라가 사용인 숙소로 가지고 들어가는 걸 봤어요…….”
사라는 레일리가 훔쳐가는 것을 봤다고 증언한 하녀였다.
평소라면 믿지 않았을 말이지만, 눈이 뒤집힌 아버지는 곧장 사라의 방을 뒤졌다.
그리고 그녀의 방에서 보란 듯이 신성석이 발견됐다.
사용인들이 주제를 모르고 주인의 물건을 탐내는 일은 종종 있었다.
아버지는 곧장 그 하녀를 처리했고, 레일리는 억울함을 풀 수 있었다.
하지만 카르티아는 알았다.
사라는 신성석을 훔치지 않았다.
사라를 시켜, 레일리의 방에 신성석을 넣어두라 지시한 건 바로 저였으니까.
그런데 그 쥐새끼 같은 계집이 눈치 빠르게 다시 옮겨놓았다.
그러나 이 계획을 아버지에게 말할 수는 없었고, 그녀는 훌륭한 수족을 잃게 되었다.
‘그런데 왜 지금 그 일이 생각나는 걸까.’
대체 왜.
카르티아의 시선이 그 붉은 목걸이에 닿았다.
“2 황자.”
그녀가 목걸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손을 까딱였다.
길길이 날뛰던 마테오는 갑작스레 차분해진 어머니의 태도에 의아함을 느꼈지만, 얌전히 목걸이를 건넸다.
맑고, 투명한 광물로 만들어진 목걸이는 보석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광물은 처음 보는 것인데.
‘설마.’
카르티아가 얼굴을 굳혔다.
그녀가 시선을 들었다. 한쪽 구석에 웅크려, 나가지도 못한 채 덜덜 떨고 있던 필립이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파드득 몸을 떨었다.
“황궁 마법사를 불러오너라.”
“예……? 아, 예!”
필립은 재빨리 빠져나가 마법사를 불러왔다.
“폐하. 어떤 일로 부르셨습니까?”
“이것에 마나를 넣어보게.”
“예……?”
갑작스레 불려 온 황궁 마법사는 아수라장인 만찬장을 보며 당황했지만, 착실히 명을 받들었다.
손톱만큼 작은 돌에 마나를 주입했다.
‘이 정도 크기라면 마나를 감당하지 못하고 부서질 텐데…….’
하지만 마나는 완벽히 스며들었다.
이토록 작은 돌이, 황궁 마법사의 마나를 온전히 받아들인 것이다.
마법사가 믿기지 않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카르티아는 가만히 그 광경을 바라보다, 시선을 들었다.
멍청히 지켜보던 필립과 눈이 마주쳤다.
화르륵-!
그 순간, 엄청난 화염이 필립의 몸을 감쌌다.
“……!”
고통에 허우적거릴 틈도 없었다. 필립이 있던 자리에 잿가루가 나풀거리며 내려앉았다.
“어, 어머니!”
“폐하, 어찌……!”
마테오와 궁정 마법사가 경악한 얼굴로 카르티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붉은 돌에 고정된 채였다.
‘빛이 사그라들지 않았어.’
이건 단순한 마나석이 아니다.
그녀가 항상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던 입술을 짓씹다, 조용히 말했다.
“……아쉽게도 1 황자의 대련은 잠시 미뤄야겠군요.”
고저 없는 음성엔 감추지 못한 분노가 섞여 있었다.
“폐하께 이 사실을 알려드려야겠어요.”
신전에 물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고.
* * *
해가 하늘을 붉게 물들일 무렵.
동부 신전의 문양이 새겨진 마차가 황궁에 도착했다.
늘 상냥하게 미소 짓던 신관들은 하나같이 불편한 얼굴이었다.
어떤 일로 불려 왔는지 예상하는 얼굴이었다.
황궁으로 들어가자, 황제 벤터스와 카르티아 황후가 그들을 반겼다.
“태양과 세계수의 축복에게 인사드립니다.”
신관들이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꽤 기막힌 일을 저질렀더군.”
겉치레인 황제의 인사 대신, 황후의 싸늘한 힐난이 들려왔다.
“감히 황실의 허락도 없이 귀족의 혼인을 허가하다니.”
“…….”
“그것도 그 미친 살인귀의 혼인을!”
카르티아가 분노하며 소리쳤다.
“황후의 말이 사실인가?”
벤터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카르티아와 마테오의 거짓말이 밝혀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녀의 말을 쉬이 믿을 순 없었지만.
‘그 돌이 어떠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이 돌을 가지고 온 사람은 슈에츠 공작가의 며느리다.
신전이 저 ‘돌’을 핑계로 공작가의 혼인을 허락한 거라면, 그로 인해 슈에츠와 신전이 손잡은 것이라면.
‘더 이상 신전을 믿을 수 없다.’
그의 미간이 더욱 좁혀졌다.
“신관. 사실이냐고 물었다.”
재차 이어진 물음에도 신관들은 침묵했다.
시인한다는 뜻이었다.
황실의 허락도 없이 혼인을 승인한 일은 명백히 신전의 잘못이었다.
하지만 억울한 것은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가짜 신관 행세를 한 리비아 포르겔이 슈에츠 공작가에 숨어들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정직하고 올곧은 신전의 이미지가 더럽혀졌다. 손해만 따지자면 그들도 만만치 않았다.
어디 그뿐인가. 슈에츠 공작에게 당했던 수모를 생각하면 아직도 등골이 서늘할 정도였다.
‘그런데 왜 모든 책임을 신전에게만 묻는단 말인가!’
원인은 포르겔이었으며, 그들의 주인은 황가였다.
개가 잘못을 저질렀으니, 주인이 책임을 지는 게 옳은 일이었다.
물론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신관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게 제국의 안위를 위해서였습니다. 슈에츠 공작이 어떤 인물인지는 폐하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저희는 그저 협박당한 것뿐입니다.”
“말 같지 않은 핑계군.”
카르티아가 비웃었다.
“늘 그런 말로 피해 간 것을 모를 줄 알았나?”
조소를 머금은 그녀가 무언가를 내 던졌다.
“하면 말해보게.”
툭. 붉은 돌이 달린 작은 목걸이가 신관들 앞에 떨어졌다.
쓸데없는 말싸움을 하려는 것인가.
피로감에 휩싸인 신관이 지루한 눈으로 목걸이를 바라보다, 헉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이, 이것은……!”
그를 시작으로 다른 신관들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폐하. 이것을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하.”
그 모습에 벤터스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대들은 한눈에 이것을 알아보는군. 그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이겠지.”
“…….”
“그 작은 돌은 신성석과 똑같은 힘을 가지고 있네. 황후가 그것을 증명했고, 그대들은 이것을 숨겼지. 이래도 제국의 안위를 신경 쓴다 할 수 있겠는가?”
신관들은 실로 아연해졌다.
신전은 슈에츠 공작가의 혼인을 승인하는 대신, 신성석을 수거해달라 요청했었다.
물론 그들이 정화를 핑계로 슈에츠에게 간섭한 전적이 있었기에, 요구 조건을 순순히 이행하리란 기대는 없었지만……! 곧장 황제에게 내보일 줄이야!
‘빌어먹을 살인귀 같으니!’
신관들은 이를 악물었다.
황제가 신전과 슈에츠의 결탁을 의심한 것처럼, 그들 또한 슈에츠가가 황가와 손잡았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두 세력의 오해가 점점 깊어져가고 있을 때, 벤터스가 말했다.
“이 일은 그라페스 대신전에 전달토록 하지.”
“폐, 폐하…….”
대신전에 이 일이 알려진다면 신관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이만 물러나게.”
하지만 이미 돌아선 황제의 마음은 되돌릴 수 없었다.
신관들은 허망하게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폐하. 모든 것이 오해라고요.”
카르티아가 눈을 내리깔며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는 저를 믿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벤터스는 침묵했다.
그녀 덕분에 신전을 견제할 수 있는 구실이 늘어나긴 했으나, 완전히 믿기는 힘들었다.
‘이 또한 신전의 수작인가.’
그녀의 친정, 라티오넬 백작가는 다이아몬드로 얻은 수익 중 일부를 신전에 기부하고 있었다.
제국의 두 기둥은 신전과 황실이었으니, 황후인 그녀가 신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새로운 다이아몬드 광산이 나타났다. 이로서 라티오넬의 오랜 독점은 위협을 받게 되었다.
자금줄이 줄어들면 신전과의 지금처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새로운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한 것이, 서부의 웰시 남작이라고 했던가.’
웰시 남작가의 영지는 햇빛이 심하고 기온이 높은 만큼 많은 수확물을 얻기 힘들었는데, 올해 들어 그 피해가 극심했다.
영지민들의 아우성이 날로 커져가는 가운데, 영주인 웰시 남작이 기적적으로 새로운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했다.
영지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거대한 자본의 흐름이 서부로 몰릴지도 몰랐다.
‘웰시 남작을 끌어들인다면, 신전과 황후도…….’
벤터스의 눈이 깊어졌다.
그는 깊은 생각에 빠져 있을 때마다 이런 얼굴을 하곤 했다.
‘걸려들었군.’
카르티아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2 황자가 거짓말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덕분에 신전의 암수를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
“그러니 이 신첩, 죽을 각오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그녀는 한참을 망설였다.
“이 이야기를…… 어찌 말씀드려야 할지…….”
“대체 무엇이길래. 어서 말해보시오.”
“그것이…… 슈에츠 공작가의 며느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카르티아는 혼란스러운 듯 머리를 감싸다, 천천히 입술을 달싹였다.
“슈에츠 공작가의 며느리, 그녀의 엄마가…… 그 아이라고 하더군요.”
“……설마.”
“예. 15년 전, 폐하의 보물을 홈쳐간 그 아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