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98)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98화(98/241)
“엘리 님?”
아델란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시 들어왔다. 내가 나오지 않아 걱정이 된 모양이었다.
“아, 지금 나가요!”
나는 후다닥 프라이빗 룸에서 나왔다.
커피하우스는 여전히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저어, 엘리 님은 의상실을 정하셨나요?”
사람들을 둘러보며 오늘 매출을 가늠하는데, 아델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음, 아직 못 정했어요. 아델란님은 정하셨어요?”
“저도 아직……. 재단사들이 다들 바쁘다고 해서요.”
아델란이 흐리게 웃었다.
대부분의 재단사들은 단골 귀족을 두고 있었으니, 그들의 험담을 자주 들었을 터였다.
그중엔 아델란의 험담도 들어있겠지. 망한 왕국이라고 해도 한때는 공주였으니까.
“빨리 정해야겠어요.”
아델란이 애써 웃었다. 미소 사이로 어두운 그림자가 보이는 듯했다.
나는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으시면 제가 아는 의상실을 소개해 드릴까요?”
“저, 정말요?”
“네. 그렇게 유명하진 않아서, 아델란 님의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는 괜찮아요! 엘리 님께서 소개해 주시는 곳이라면, 기꺼이…….”
아델란의 뺨이 붉어졌다.
“언제가 좋을까요? 엘리 님께서 괜찮은 시간대를 알려주시면, 제가 맞출게요.”
“음, 그럼 지금도 괜찮아요?”
“……네? 지금…… 지금요?”
“네. 물론 손님이 밀려 있어서, 조금은 기다려야겠지만.”
나는 방긋 웃었다.
“여기서 무척이나 가깝거든요.”
“어딘데요?”
“한 계단만 올라가면 돼요.”
검지 손가락으로 바로 위쪽을 가리키자 아델란이 멍하니 입을 뻐끔거렸다.
* * *
“어서 오세요, 엘리 님.”
아델란과 함께 들어가자 샬롯이 나를 반겼다.
늦은 시간까지 꽤 많은 손님을 받아 지칠 법도 하건만, 그녀의 얼굴은 잔뜩 들떠 있었다.
“늦게까지 죄송해요.”
“무슨 말씀이세요. 엘리 님 요청이라면 새벽에도 달려갈 수 있어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곤 찡긋, 윙크했다.
“무려 고용주님의 가족분이시잖아요.”
자본주의에 찌든 사회인, 그 자체였다. 나는 킥킥거리며 웃었다.
“친구분과 함께 오신 건가요?”
“네. 좋은 의상실을 추천해 달라길래, 바로 데려왔어요!”
“엘리 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셨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네요.”
샬롯이 부드럽게 웃자 아델란이 놀란 사실이라도 들은 것처럼 어비버거렸다.
“서, 설마설마했는데…… 그럼 이곳이, 엘리 님의…….”
“음, 제 것은 아니고…….”
나는 느릿하게 시선을 굴렸다.
나를 발견한 제리트가 “엘리님!”하며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저희 오라버니거예요.”
“아흑!”
제리트가 다가오다 말고 심장을 부여잡았다.
오라버니라는 말은 들어도 들어도 심쿵하는 듯했다.
“엘리 님. 와주셨군요.”
간신히 진정한 제리트가 반갑게 인사했다.
“오라버니. 아델란 영애가 데뷔탕트에 입고 갈 의상을 고르고 싶다는데, 혹시 도와주실 수 있나요?”
“아델란 영애라면…….”
곱씹던 제리트가 멈칫했다.
그러나 이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실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리트는 정중히 인사했다. 아델란은 조금 머뭇거렸고, 나는 괜찮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 잘 부탁드려요…….”
눈을 질끈 감은 채 인사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나는 멀리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샬롯과 플린트를 향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잘해주셔야 해요!”
지금은 이렇게 소심하지만, 나중엔 우리 살롱을 크게 띄워주실, 미래의 대배우니까!
* * *
나는 아델란이 드레스를 맞출 동안, 한쪽에서 코코아를 마시며 제리트와 이야기를 나눴다.
“엘리 님도 황궁의 데뷔탕트에 나가시는 거군요.”
“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어색하게 웃자 제리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별일 없어야 할 텐데요…….”
“공작님도 함께 가시니까 괜찮을 거예요.”
“그렇긴 합니다만…….”
제리트는 무어라 말을 이으려다, 다시 입을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하려던 걸까? 나는 고개를 기울였으나, 제리트는 흐릿하게 웃으며 차를 마실 뿐이었다.
“사실 클로라 웰시 영애도 저희 살롱에 찾아왔습니다. 데뷔탕트 때 입고 가실 옷을 맞추고 싶다면서요.”
나와 아델란이 기다리는 동안, 클로라가 다녀간 듯했다.
예상대로, 클로라가 일반적인 고객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무슨 일 있었어요?”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물었다.
“이 말씀을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리트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희 살롱을 인수하고 싶다더군요.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이런 가게는 팔아버리라면서…….”
제리트는 살롱의 오너가 자신이라는 것을 숨기고 있었다.
남자가 살롱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었다.
그래서 클로라는 오너가 자신과 같은 귀족임을 모르고 더욱 함부로 군 듯했다.
“아직 살롱이 입지를 다지지 못했기에, 좋게 거절을 말하긴 했습니다만…….”
“음…… 그분 성격상 쉽게 물러나진 않을 것 같아요.”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제리트는 울상을 지었다.
“게다가 바이올렛 다이아몬드라니……. 잘못 건드리기라도 했다간 저희가 전부 뒤집어쓸지도 모릅니다.”
상상만 해도 오금이 저린지, 제리트는 손을 덜덜 떨었다.
바이올렛 다이아몬드는 웰시 남작이 발견한 새로운 보석이었다.
어찌나 크게 자랑을 하는지, 공개 전부터 벌써부터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원하는 가격이 나오지 않았는지, 웰시 남작은 다이아몬드의 공개를 자꾸만 늦추고 있었다.
‘그야 당연하지.’
그 바이올렛 다이아몬드는 가짜였으니까.
서부에 위치한 웰시 영지는 영지민들의 수확이 날이 갈수록 줄고 있었다.
하지만 웰시 남작은 도박에 눈이 먼 난봉꾼이었고, 영지 일은 뒷전이었다.
영지가 파산할 위기에 몰리고 나서야, 뒤늦게 돈을 빌려 보지만 노름꾼에게 돈을 빌려줄 귀족들은 없었다.
그렇게 궁지에 몰렸을 때, 황후의 아버지인 라티오넬 백작이 나타난다.
웰시 남작을 도박판으로 빠지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라티오넬 백작은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내 그대를 위해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보았는데, 한번 들어보겠나?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라네.”
백작의 제안은 실로 놀라웠다.
‘가짜 다이아몬드 광산’을 만들어 파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딸인 카르티아가 황후인 데다가, 흑마술사인 포르겔이 황족의 개였으니 실현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제. 제가 감히 백작님과 황후폐하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는 말씀입니까?”
“황후께서 자네를 무척이나 아끼신다네.”
그 말에 홀랑 넘어간 웰시 남작은 포르겔의 힘을 빌려, 가짜 다이아몬드 광산을 만들고 세상에 공표했다.
진작에 황후의 입김을 받은 감정사들도 다이아몬드가 진짜라고 인정했다.
빚더미에 앉은 영지가 세상에 둘도 없는 다이아몬드의 발굴지가 된 것이다.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모두가 웰시 남작의 비위를 맞췄다.
그리고 제국에서 유일한 다이아몬드 광산을 가진 카르티아 황후도 남작에게 광산을 넘기지 않겠냐고 물었다.
바이올렛 다이아몬드 광산을 황후에게 넘기면 황후는 두 개의 광산을 가진 대부호가 될 수 있고, 남작은 자연스럽게 황후의 세력에 합류해 정계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모든 게 완벽한 연극인 듯했지만…….
“어? 이게 왜 부서지지?”
어느 날, 여주인공 아샤벨의 말에 모든 게 밝혀지고 만다.
흑마법으로 만들어 낸 다이아몬드가 아샤벨의 강한 신성력을 이기지 못해 사라지고 만 것이다.
제국이 발칵 뒤집혔다.
하지만 황후는 아무것도 몰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웰시 남작이 모든 걸 끌어안고 처형당한다.
어찌어찌 발은 뺐으나, 아샤벨이 없었더라면 들키지 않았을 일이었다.
분노한 황후는 아샤벨을 괴롭히게 되는데…….
‘그때 덩달아 데미안도 함께 개고생을 하지.’
황후가 사기를 치든 말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데미안도 함께 얽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내 새끼가 개고생을 하게 둘 수는 없지.’
게다가 클로라가 함부로 말을 하며 내 사람들을 무시했으니, 나도 똑같이 갚아줄 차례였다.
‘웰시 남작이 카르티아 황후에게 다이아몬드 광산을 바칠 때가, 바로 이 시기였지?’
웰시 남작 덕분에 클로라는 데뷔탕트의 화려한 주인공이 된다.
‘그렇다면…….’
이 상황, 잘 이용할 수 있겠는데?
생각을 마친 나는 표정을 정리하고 제리트를 쳐다봤다.
“다이아몬드는 단단하니까 옷에 달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분께서는 옷을 맞추시는 내내 엘리 님을 험담했습니다.”
제리트가 얼굴을 찌푸렸다.
“목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사무실까지 들릴 정도였습니다. 바로 달려가서 따져 묻고 싶었지만, 엘리 님께 해가 될까 봐 그냥 듣고만 있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불쾌한 듯, 제리트의 주먹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저는 제리트 님의 옷이 세상에서 제일 멋있었으면 하는걸요.”
“엘리 님…….”
“전 괜찮아요. 레이디 클로라와 바이올렛 다이아몬드라면 살롱도 큰 인기를 끌 거예요.”
“어찌 마음씨가 이렇게 고우신지…….”
나는 가만히 웃었다.
“제리트 님의 살롱이 잘된다면, 저는 너무 기쁠 것 같아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니, 어쩔 수 없군요.”
제리트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이아몬드라니…… 잘할 수 있을까…….”
다시금 소심함이 도졌는지, 중얼거리긴 했지만.
‘제리트가 살롱을 열어서 다행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이 좋은 기회를 놓쳤을 테니까.
나는 코코아가 든 잔을 기울이며 씩 웃었다.
* * *
그리고 데뷔탕트 당일.
황궁에서 열리는 무도회답게 연회장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오늘, 그, 슈에츠 공작님도 오신다지요?”
“클라이더 공작님의 아들을 양자로 들이셨다던데. 정말일까요?”
“소문으로는 평민 여자아이를 며느리로 들였다던데.”
황후가 직접 초대장을 보낸 무도회인만큼, 고위 귀족들도 자리하고 있었으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건 슈에츠 공작뿐이었다.
마차 안에서 등장 흐름을 계산하던 클로라가 입술을 짓씹었다.
‘왜 아직 오지도 않은 사람들만 찾는 거야?’
주인공은 나인데! 아버지도 분명 그리 말씀하셨는데!
씩씩거리던 클로라의 시야에 아름답게 재단된 드레스가 들어왔다.
옷 군데군데에 달려 있는 바이올렛 다이아몬드를 보자 마음이 한차례 가라앉았다.
‘어차피 이것도 잠깐이야.’
무려 제뮈엘 살롱에서 만든 드레스와 바이올렛 다이아몬드.
이렇게까지 꾸몄으니, 그 평민 계집은 아무것도 아닐 터였다.
‘그럼 그런 시건방진 눈빛도 더 이상 못 하겠지.’
어쩌면 데미안 공자님도 제게 관심을 가질지 몰랐다.
상상만 해도 짜릿했다. 클로라가 킥킥거리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