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a job as a fantasy Hero RAW novel - Chapter 120
120화
“우리 쪽에서는 준희를 보내도록 하지. 아직 10년은 구미호로서 있을 수 있으니 그때까지는 준희와 준영이를 팔미호로 삼으면 될 걸세.”
“어차피 준자 항렬은 저랑 준영이밖에 없어요. 그리고 칠미호는 저희 홍 씨 외의 성씨에서 받을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인재부족도 충분히 메꿀 수 있을 겁니다. TCS Korea에서 활동하는 인원도 그렇게 모집할 거구요,”
지훈이 계획에 대해서 알려주자 경명과 준희가 그렇게 말하며 동조했다.
지석이 더 관심을 가지고 듣는 것 같기도 했지만 어차피 해야 할 이야기였기에 앞으로의 일에 대한 대화를 계속 이어졌다.
“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죠. 11월 안에 인원을 모두 모으세요. 그리고 저한테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지석이야 정 목사님이 후견인이라고 할 수 있으니 목사님의 비서로 고용계약을 했지만 준희 씨는 그런 거 없습니다. 내년에 정식으로 발족하기 전까지는 무급이에요.”
“알겠습니다.”
“자, 그럼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홍 대방님과는 해야 할 다른 이야기가 있죠?”
지훈이 그렇게 말하며 자세를 고쳐앉았다.
지훈이 무엇을 물어볼지 대충 예상이 갔던 홍경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앞 테이블에 놓여져 있던 커피잔을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유성신의 탱화는 어떻게 구하신 건가요? 솔직히 그건 저희 회사에서도 제대로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도깨비를 통해 무언가 탱화 몇 점을 구했다는 건 확인했습니다만.”
“그거는 간단하네. 준석이 구한 건 유성신이 봉인되었던 그 탱화가 아니라 그 탱화와 한 짝인 다른 탱화하네.”
“다른 탱화요?”
“쌍둥이 탱화라고 부르지.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그 기능을 공유하고 있지. 그리고 애초에 청한대사가 그 탱화를 구한 곳이 바로 우리 쪽 사람이 운영하고 있는 곳이라네.”
“…….”
“그런 주술 쪽으로는 우리 매구일족을 따라올 존재가 없으니까. 강한 요괴를 봉인할 수 있는 탱화를 구한다길래 그에 맞는 것을 준 것이지.”
여우 요괴를 봉인하기 위한 탱화를 매구일족에게 구한다.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그 정도 수준의 기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이 매구일족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지훈은 그 점에서 다른 의문을 가졌다.
“혹시 일부러 그 탱화를 주신 건가요? 언젠가 써먹기 위해서 그런 탱화를 준 건 아닌가요?”
“솔직히 그런 마음이 아예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 청한대사가 그 탱화를 아예 다른 차원으로 보내버리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지. 누군가가 그 탱화를 악용할 수도 있었으니까.”
“선의였다는 말씀이군요?”
“글쎄. 완전한 선의였는지는 모르겠군. 어차피 결국엔 이렇게 악용되지 않았는가. 10년 전에 잠깐 흘려서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 준석이가 나름 영민했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홍경명의 말대로 그 의도가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 유성신의 봉인은 풀렸다.
물론 별다른 일을 벌이기 전에 보현선사와 은정이에 의해 퇴치되었지만.
“좋습니다. 뭐 그거야 좋게 끝났으니 뭐 이 정도로 해두죠.”
“하나 더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지훈이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려 하자 지석이 끼어들었다.
지석은 홍경명과 지훈은 번갈아 보더니 홍경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매구일족은 왜 맹약을 지키지 않은 건가요? 물론 저도 그 맹약이라는 것의 존재를 안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만.”
이것은 홍경명에게 물었지만 지훈에게 물어보는 것이기도 했다.
뱀파이어 일족은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맹약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흡혈을 포기하면서까지 인간들의 사회에 녹아들려고 한 것은 오로지 맹약을 위해서만은 아니었지만 그 영향이 없다고는 볼 수 없었다.
“왜 우리는 간을 먹는 것을 금지하지 않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냐는 질문이겠지? 나도 우리 선조들의 의도를 정확히는 모르지. 다만 유추할 뿐.”
“저도 나름 유추해보려고 했는데 합리적인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왜 맹약을 맺었는지는 모릅니다. 허나 맹약을 했다면 지키는 것이 맞았습니다.”
“…….”
“매구와 뱀파이어라면 꽤나 강력한 집단인데 그 집단들에게 맹약을 강요할 수 있는 존재들이라면 맹약을 어겼을 경우에 큰 후폭풍이 있었을 테니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네. 내가 알기로 두 일족이 맹약을 하며 약속받은 건 수백 년 후 이 땅에서 이 땅의 소속된 자로 살아갈 수 있는 권리였네. 나도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전혀 이해가지 않았지만 이젠 알 것 같네. 혼돈계는 그때부터 지금을 준비를 했던 거였네.”
혼돈계가 이 땅에 온 것 자체가 지금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기에 매구와 뱀파이어에게 그 맹약을 강요한 것이다.
그리고 만약 맹약을 거부했다면 매구와 뱀파이어는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용되었을 것이다.
“메탈레스의 경우를 생각해봤을 때 뱀파이어는 요괴들과 비슷한 취급을 당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애초에 그곳에서는 뱀파이어 퀸이 나타나 뱀파이어들을 자신의 수족으로 활용했었습니다.”
“…….”
“그래서 뱀파이어는 철저히 소멸시켜야 하는 대상이었습니다. 아마 매구일족도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군. 아무튼 우리의 선조들이 그 맹약을 지키지 않기로 한 이유는 아마 자긍심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네.”
“자긍심이요?”
“그래. 원래 뱀파이어들은 이곳이 고향이 아니지 않은가. 몽골의 포로에 섞여 머나먼 동양 땅에 도착한 그들 중 일부가 고려로 들어온 것이니까. 그때의 뱀파이어는 지금과는 다른 존재였기에 둘의 상황은 달랐을걸세.”
뱀파이어들이 이 땅에 들어온 것은 고려 말엽이고 정착한 것이 조선시대다.
다르게 본다면 그들은 맹약을 통해 정착에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렇군요. 저희의 기록은 지금으로부터 충렬왕이 즉위하면서 시작합니다. 저희의 시조 정도 되는 인물이 그때 몽골의 사신단에 섞여 이 땅에 들어왔거든요.”
그 뒤로 원나라에서 고려로 사신이 올 때마다 몇 명씩 들어온 이후 뱀파이어들은 고려 땅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여말선초를 거치며 혼돈계와 맹약을 맺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땅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것이다.
“저는 몽골의 사신단과 같이 왔다고 해서 어느 정도 권력이나 힘이 있는 이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겠군요.”
“회사의 기록을 보면 당시 뱀파이어들은 서경을 중심으로 한 적당한 규모의 상단을 운영했다고 나와 있어. 이때 당시가 공민왕 시기이니 100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꽤나 규모를 키웠다고 할 수 있지.”
“그 당시의 개경이라면 이미 우리들이 먼저 자리 잡고 있어서 자리 잡기는 어려웠을 걸세. 그래도 고려의 또 다른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서경에 자리 잡았다는 건 뱀파이어들의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라 봐야겠지.”
매구일족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이 땅에서 나고 자라온 존재들이다.
지하경제부터 국가중심부까지 매구일족이 없는 곳은 없었다고 봐야 한다.
뱀파이어들은 그들을 피해 서경에 자리 잡았던 것이다.
“조선이 세워지면서 조정에서는 다 퇴출되었지만 그래도 우리의 기반인 상단들은 멀쩡했지. 송상과 경상 등이 모두 살아남았으니까.”
“그렇게 본다면 애초에 강제로 맹약을 맺은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세력이 매구일족이라고 봐야겠네요. 아까 말씀하신 자긍심 때문에 맹약을 깼다는 게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군요.”
“그렇다네. 이 땅의 지배자는 인간일세. 만물의 영장이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 매구일족 역시 그에 못지않다고 생각했던 거지. 그래서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게 나의 생각이라네. 뭐 실상이야 그때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지 않는 이상 모르겠지만.”
일행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무언가 역사 수업을 듣고 있는 기분이라 할 말이 없기도 했지만 이야기하는 주제가 조금 무겁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 분위기를 전환한 것은 시영이었다.
“어찌 되었건 이제 준희 씨도 저희와 함께한다는 거죠?”
“네, 맞습니다. 11월 내로 인원이 모이면 12월에 저희로부터 교육과 수련을 받을 겁니다. 그런 뒤에 내년부터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뱀파이어들은 이미 교육을 받고 있죠.”
“팀장님의 계획이 어떻게 될지가 문제겠네요. 인재들이 잘 활용되려면 의뢰들이 많이 들어와야 할 텐데 말이죠.”
“안 그래도 그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야 할 게 있습니다.”
지훈이 잠시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다음 입을 열었다.
사람들이 지훈에게 집중했고 지훈은 이곳에 오면서 담에게 들었던 말, 그러니까 방어 인력이 빠진다는 이야기를 전달했다.
미리 들었던 시영을 제외한 나머지의 눈이 커졌다.
“그러니까 지금 그 말은…….”
“요괴들의 위협이 더 커진다는 말입니다.”
“지금의 수준이 90%란 말인가요? 그렇다면 50%, 아니 0%는 어느 정도라는 말이죠?”
“괜히 혼돈계에서 그동안 벌었던 돈까지 쏟아부으면서 저희를 후원하는 게 아니겠죠? 지구에서 가장 강한 수준인 A+수준의 요괴가 주에 한 번씩은 튕겨올 겁니다. B나 C등급의 요괴는 매일 나타날 거구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임에도 시영이 표정을 찡그렸다.
저번에 상대했던 리치가 B0등급이니 그 심각성이 인지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말 세상이 마비가 되겠군요.”
“그렇죠.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달라질 겁니다. 고작 배달 조금 안 된다고 불평하는 요즘 세상의 사람들이 버티기에는 어려울 겁니다.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어려움이 일상이 될 테니까요.”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일 것이다.
원인이 어찌 되었든 국민들은 정부를 욕하고 정부가 어떻게 해주기는 바랄 테니까.
그 상황에서 TCS Korea의 존재는 시민에게도 정부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우리나 뱀파이어나 정부 쪽에 커넥션이 있긴 하지만…….”
“주로 사업에 관련된 일이겠죠. 여러분들의 정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으니 무언가 진행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그렇다고 자경단들 그러니까 사냥꾼들하고도 무언가를 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그들이 연합된 조직이 있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결국 TCS Korea가 그런 조직이 되는 거군. 정부입장에서도 일을 진행하는 게 좀 더 쉬워질 거고. 흠. 뭐 쉽다는 게 정말 쉽다는 건 아니겠지만.”
지훈을 흘깃 보며 경명이 그렇게 덧붙였다.
지훈의 성향과 능력을 보았을 때 정부와의 협상이 어떨지는 뻔했다.
어떻게 보면 정부입장에서는 더 골치 아플 수도 있다.
“다른 나라의 용사들은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대한민국에서는 정부에 휘둘리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지훈의 표정은 단호했다.
그래서 경명은 지훈의 말이 단순히 다짐이 아닐 거라고 확신했다.
“아무튼 저번에도 이야기하셨지만 그렇게 되려면 정부에서 얼마나 위험을 감지하느냐가 문제겠네요. 그들이 어떤 자세로 나오는 지는 거기에 달렸으니까요.”
시영의 말에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안이 다급하면 다급할수록 저자세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위험하면 위험할수록 TCS Korea의 가치는 더 올라갈 것이다.
“이제 내일부터 당장 세상이 달라질 겁니다. 지난번 대충돌 때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요괴들의 등장이 곳곳에서 벌어질 겁니다.”
“그렇다면 정말 세상이 바뀌겠군요.”
“요괴들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알게 되는 일도 많아지겠군요.”
“정보의 통제가 사실상 무의미해질 겁니다. 인터넷 어디 커뮤니티나 동영상 사이트에 요괴들이 다닌다는 사진이나 영상이 올라올지도 모르는 거구요. 그리고 그렇게 되는 것이…….”
지훈이 잠시 숨을 돌렸다.
앞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마신 지훈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그린 청사진의 맨 앞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