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a job as a fantasy Hero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윤시후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조선시대였으면 가능했을 거라는 신경택 대표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정부조직보다는 회사라는 조직이 그들의 하는 일에 더 걸맞는 조직일 것이다.
“뭐 더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윤 경감님도 느끼고 계신 것이 많을 테니까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신 대표의 제안에 응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신 대표는 그런 시후를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늦게 대답해도 된다고 이야기했다.
“천천히 생각해보시죠. 어차피 저희도 아직 제대로 업무가 정비된 게 아니어서요. 그래도 내년 2월 전에는 결정을 내려주셨으면 합니다. 저희 세계에서는 음력이 주된 역법이기 때문에 설날이 한 해의 시작이거든요.”
결국 자신은 경찰로서 앞으로 벌어질 일을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그 후로 몇 번이고 보고서를 올리는 한편 그 보고서를 입증할 만한 물증을 찾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 물증을 혼자서 찾기라는 버거웠다.
그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국 저들과 협력을 해야 한다는 소리지.”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가던 시후가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 뒤로 시간이 날 때마다 물증을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그리고 무얼 찾아야 하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진척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자신을 도와주겠다고 나선 부하들도 이제 지쳐가고 있었다.
“강지훈을 만나봐야겠군.”
지금 시후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금 시후는 태어나 처음으로 무력감이라는 것을 맛보고 있었다.
* * *
“영상이 몇 개씩 올라오고 있기는 한데, 뭐 그렇게 사람들한테 주목을 끌고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직은 뭐 그냥 다들 설마 진짜겠냐 하는 분위기 같아요.”
“아무래도 요즘 CG들이 다 현실 같아서 그렇겠죠. 저번에 무슨 게임영상 보니까 진짜 실사 같더라구요. 오히려 그래서 사람들이 더 안 믿는 것 같기도 해요.”
“아이러니하네요.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정보의 확산을 막다니.”
“오늘부로 추가로 인원이 빠졌으니 요괴들의 발견 빈도수가 늘어날 겁니다. 앞으로 상황을 한번 지켜보도록 하죠. 자경단 쪽은 어떤가요?”
지훈이 그렇게 말하며 정 목사를 바라봤다.
현재 사무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인물은 총 5명.
강지훈, 윤시영, 홍준희, 배지석 그리고 정 목사.
신경택 대표는 현재 자산을 정리하는 일로 바빠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일단 전업 자경단인 이들은 모두 긍정적으로 답했네. 아마 각자를 중심으로 무리를 만들 생각인듯해. 그래도 자기들끼리는 나름 연락 정도는 하고 있던 것 같아.”
“그러면 일단 6개의 길드로 시작하는 거군요?”
자경단을 중심으로 하는 이들의 집단은 길드라고 칭하기로 했다.
자기들끼리 길드를 형성해 TCS Korea에 찾아오면 고문들의 입회하에 공식길드로 인정받을 것이다.
그렇게 공식길드로 인정받아야 TCS Korea를 통해 의뢰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지훈은 그것을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뭐 저희가 억지로 강요해봤자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비공식 길드와 일을 하는 것을 막지는 않겠습니다. 그거에 대한 불이익을 본인들이 책임지면 되겠죠.”
“사실 이들 중에도 굳이 등록을 하고 일을 해야 하냐는 이야기가 돌고 있네.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까. 하지만 돈 이야기를 꺼냈더니 다들 눈이 돌변하더군.”
“하하.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러면 자경단 쪽은 그냥 기다리면 되는 건가요?”
“그렇네. 우리가 최소 4인으로 정해놓았으니 그 인원을 맞춘 뒤 찾아올 것이네. 12월부터 등록을 받는다고 했으니 이제 곧 찾아오겠지.”
12월에 등록을 하게 되면 회사차원에서 그들에게 재교육을 시킬 생각이다.
이미 고문들이라는 뛰어난 교관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재교육 시킬지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
“저희도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고문님들로부터 교육도 받았구요. 지금은 다들 요괴퇴치를 하면서 실전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다들 꽤나 신난 것 같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목격담이 안 들리는 게 뱀파이어분들이 워낙 활동을 많이 해서 그런 거 아닐까 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보니 며칠 전 업무 끝내고 집에 가다가 지석이 동생분을 봤는데 이름이 뭐더라.”
“윤석이요? 안 그래도 이야기하더군요. 시영 누님을 봤다고.”
시영과 지석은 어느새 누님 동생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준희가 웃으며 딴지를 걸었다.
“워어 분위기 좋은데? 보기 좋아.”
“헛소리하지 마시죠. 준희 아주머님.”
“누가 아주머님이야!”
“매구일족은요?”
지훈의 물음에 지석에게 버럭 화를 내던 준희가 급정색하더니 차분히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지석을 향해 눈빛을 쏘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조금 더디긴 해. 아무래도 우리 팀장님이 박살 내놓은 게 타격이 좀 컸던 것 같아.”
“그러게 진작 잘했으면 그렇게 안 당했죠.”
“뭐 이왕 벌어진 거 어쩌겠어. 아무튼 준영이가 이래저래 노력하고 있어요. 칠미호는 다 구성되었는데 회사 소속으로 일을 하게 될 매구들을 구하는 게 조금 시간이 걸리네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어요.”
매구들과 뱀파이어는 자경단들과 달리 회사직속으로 소속되어 일을 할 예정이다.
자경단들이 길드를 만들어 회사로부터 의뢰를 중개 받는 형식이라면 이들은 직접적으로 업무를 하달받는 방식이다.
“그때도 이야기했지만 둘은 민간의뢰 쪽으로 많이 돌릴 겁니다. 아마 대부분이 경호 쪽이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래도 두 일족 다 외모도 괜찮고 하니 많이들 선호할 겁니다.”
“전에 제가 제안 드렸던 건 어떤가요?”
지난주 지석이 지훈에게 이런 건 어떠냐며 제안을 한 것이 있다.
바로 뱀파이어와 매구일족으로 구성된 타격대를 따로 만드는 것이었다.
“나쁘지는 않긴 한데…….”
“기획업무라고 하셨던가요. 현재 기획업무를 담당하는 인원은 팀장님과 여기 시영 씨, 그리고 강릉에 있는 은정 씨 셋뿐입니다.”
“…….”
“차후 한두 명 정도 더 용사를 채용한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다섯 명 정도밖에 안 되지 않습니까. 열명 안팎으로 타격대를 구성한다면 그런 업무를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듯싶습니다만.”
지훈이 지석과 준희를 흘깃 보았다.
분명 이 제안에는 그 이유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지훈은 알고 있었다.
“나름 본인들 잇속 챙기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뭐 그만큼 일을 한다면야 괜찮죠. 그래도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겠습니다.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다고만 알아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지석이 꾸벅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는 다시 회의가 이어졌다.
내용은 주로 회사의 운영에 관한 것.
두 일족이 회사에 합류한 이후 지훈과 준희도 매번 회의에 참가해 왔다.
그 덕분인지 처음의 어색했던 모습도 많이 사라져 있었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저기…….”
“네?”
활발하지는 않아도 회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 시영이었지만 무언가 제안을 하거나 의제를 발의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래서 시영이 입을 떼었을 때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 다른 건 아니구요. 어제 저녁에 오빠한테 연락이 왔거든요.”
“시후 씨가요?”
“네. 팀장님, 아니 지부장님을 만날 수 있냐고 하더라구요.”
“아직은 팀장입니다. 흠… 무언가 열심히 하는데 잘 안 되는가 보네요.”
지훈이 지금 시후의 상황을 정확히 꿰뚫어 보았다.
그에게 사념체를 달지 않아도 그 정도는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다.
신경택 대표를 통해 이미 그의 의도는 전달했었기에 그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도 알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건 쉽지 않죠. 자신이 모르는 것은 탐구하고 싶어 하거나 그것을 아는 자에게 조언을 듣는 것을 기꺼워하는 이들이 경찰조직의 수뇌부에 있다면 시후 씨의 의도가 성공하겠지만. 글쎄요.”
말은 글쎄라고 하면서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지훈이었다.
그렇기에 시후에게 그런 제안을 했던 것이었다.
시후가 어떻게 행동할지 뻔히 보였으니까.
결국 시후는 자신들과 협력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건 시후가 경찰 내부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갖는 것.
그렇게 된다면 자신들의 활동도 자유롭게 보장받을 수 있다.
“시후 씨가 빨리 경찰조직에서 자리를 잡고 결정권을 갖게 되어야 저희한테 유리합니다. 그런데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걱정이요?”
“시후 씨는 지나치게 정의감이 강합니다. 그게 시후 씨를 여기까지 오게 한 원동력이지만 그것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죠. 여러 가지 의미에서요.”
시후가 경찰 내부에서 입지를 얻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야 자신들에게 유리하다.
지훈은 여러 가지 방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시후가 과연 그 방법을 사용할지는 의문이다.
“시후 씨는 결국 저희 손을 잡게 될 겁니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으니까요. 그게 시후 씨가 경찰이 된 이유지 않습니까? 하하. 그런데 이렇게 말하니 마치 제가 악당이고 시후 씨가 주인공 같네요. 정의로운 경찰 윤시후와 그를 이용하려는 간사한 회사대표 강지훈.”
“요즘에는 정의롭지 않은 주인공이 대세에요. 그러니까 걱정 마세요.”
“뭔가 기분이 나쁜 듯 좋군요. 어쨌든 그래서 뭐 따로 날짜나 시간을 말하던가요?”
“아뇨.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의사를 전달해 줄 수 있냐고 하더군요. 그런데 오빠랑 연락처 교환 안 하셨나요?”
“네, 굳이?”
지훈이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하자 시영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마 저것도 일부러 그랬을 거다.
그렇게 생각한 시영이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러면 볼 생각이 있다고 전달할게요. 이러니까 무슨 고백 대신해주는 거 같네요. 학생 때도 안 했던 걸 하게 되네요. 은근 귀찮은데요?”
“뭐 다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세요. 원래 귀찮은 것도 하다 보면 습관 돼서 괜찮습니다.”
“서른 살이나 먹은 여자도 성장이 되는군요?”
“곧 서른한 살인 여자라고 성장 못할 이유가 없죠.”
시영과 지훈이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을 본 준희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하고는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지석도 그런 준희를 따라 나가더니 뒤이어 정 목사 역시 누군가의 전화를 받더니 다음에 보자고 하면서 사무실을 나갔다.
“팀장님도 내일은 쉬실 건가요?”
“간만에 그러려구요. 뱀파이어들이 너무 열심히 해서인지 업무가 조금 줄었네요. 그래봤자 주 3회지만. 이러다 월급이 반 토막 나는 게 아닌지 모르겠어요.”
11월 급여로 1800만 원이 넘는 돈을 받은 지훈이 할 말은 아니었지만 시영이 웃으며 지훈의 말을 받았다.
“그러게요. 저희는 요괴들이 덜 나타날수록 돈을 못 버니까요. 이렇게 말하니까 뭔가 이상한데요? 헤헤.”
“뭐 이상할 거 있나요. 원래 돈은 공포와 불편함 그리고 불행에서 가장 많이 벌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고 보니 은정 씨도 이번에 월급 받았죠?”
“네. 꽤나 놀란 모양이더라구요. 저도 처음에는 그랬었는데 말이죠.”
“하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해보면 이제 반년도 되지 않았군요.”
지훈이 첫 월급을 받았던 것이 7월이니 개월 수로 치면 이제 4개월 차다.
올해 초만 해도 월세 걱정을 하던 사람이었고, 그전에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던 지훈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웬만한 기업 임원들이 받을 법한 급여를 받고 있다.
4개월 사이에 참 많은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며 지난날을 되짚어 보던 지훈의 머릿속에 누군가가 떠올랐다.
“아, 시영 씨 그러고 보니 그분이랑 아직 연락 중이시죠?”
“네? 누구요?”
“현주 씨요. 지난번에 보니까 통화하는 것 같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