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a job as a fantasy Hero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마지막 말을 할 때 목소리가 조금 컸기에 주변의 몇몇 사람들도 들을 수 있었다.
그중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이는 남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지훈의 말에 동감한 것이다.
“자, 그러면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아까 이 친구도 이야기했지만 빨리 집에 귀가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뭐 그렇지 않겠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만.”
“저기!”
“네.”
“그 TCS Korea에서는 정확히 뭘 하는 거죠?”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던 것 같은 젊은 커플 중 한 명이 지훈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훈은 빙긋 웃으며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자세한 설명은 저희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TCS Korea를 검색하시면 관련된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을 테니 그것을 읽어보시면 될 겁니다. 저희는 다른 곳도 가봐야 해서 이만.”
지훈은 그 말을 남기고 빠르게 사무실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핸드폰으로 계속 업데이트되는 상황을 체크했다.
“승주야.”
“네, 대표님.”
“거기 어플에 보면 회사 사람들과 자경단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있거든? 거기 내가 작성해놓고 전송만 하지 않은 메시지가 하나 있을 거야. 그거 지금 바로 전송해.”
“네, 알겠습니다.”
지훈이 지시한 대로 메시지를 보내려던 승주가 멈칫했다.
그리고는 지훈을 쳐다봤다.
진짜 이렇게 보내도 되는 것이냐는 확인작업이었다.
“왜 네가 보기에는 이상해?”
“이상하다기보다는… 예상외라서요.”
“도대체 나를 어떻게 본 거야?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말하는 게 그렇게 이상해?”
지훈이 보내는 메시지의 내용은 별 것 없었다.
최대한 빨리 해당 장소에 도착해 사람들의 안전확보에 힘쓰라는 내용과 그러고 난 후에 TCS Korea에 대한 설명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왠지 대표님이라면 반대로 이야기할 것 같았거든요. 사람들에게 TCS Korea를 각인시키는 것을 우선으로 하라고요.”
“내가 그런 이미지인가?”
“그렇기도 하지만 늘 시스템의 구축이 최우선이라고 말씀하셨으니까요. 결국 시스템의 구축이라는 건 요괴퇴치산업의 융성을 의미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TCS Korea가 강렬하게 각인될 필요가 있잖아요?”
“제법 이해도 빠르긴 한데 결정적인 걸 놓치고 있어.”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회사차에 올라탄 지훈이 차에 시동을 걸었다.
지훈이 이곳에 조금 늦게 도착한 원인에는 지훈이 직접 차를 몰아야 했던 것도 있었다.
아무래도 운전 연습을 더 하거나 기사를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지훈이 차를 사무실 쪽으로 몰았다.
“결정적인 것이요?”
“그래.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없다. 희생자가 나오는 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라고 말한 것도 맞긴 하지.”
“…….”
“하지만 그건 아까도 말했듯이 여건이 되지 않았을 때를 이야기하는 거야. 우리는 여건이 되는 한 최대한 많은 사람을 구하는 것이 맞아. 그리고 그래야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테니까.”
“신뢰라… 중요하죠.”
“그래.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어. 왜 그런 거 있잖아. 이 회사가 만든 제품은 믿고 써도 된다. 일단 그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단 말이지.”
“…….”
“마케팅과 홍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본 말이 전도되어서는 안 돼. 본인의 상품에 대한 질적 향상보다 그것을 포장하는 노력이 더 커지게 되면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지.”
승주는 지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요즘에는 SNS나 유튜브 같은 곳에서 하는 광고가 아니면 자신이 만든 상품을 선보일 수 없었다.
그렇기에 회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상품을 보여주기 위해 마케팅에 상당한 투자를 진행한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많은 기업들이 그 본질을 잊는 것이 현실이야. 그러다 보니 결국 허위광고, 과대광고가 되고 금방 사라지는 거지. 하지만 TCS Korea는 그런 미래를 원하는 것이 아니니까.”
“애초에 목적이 다르다는 말씀이군요.”
“그래… 그런 회사들이야 짧게 돈 벌고 빠지는 것이 목표니까 그렇게 해도 상관없지. 하지만 우리는 이 산업을 키우고 우리가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는 것, 그리고 장기간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지.”
“…….”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기업의 본질. 즉, 기업의 주력상품이 최상의 품질을 가져야 해. 우리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 주력상품이잖아.”
그리고 애초에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TCS Korea는 대한민국에 널리고 널린 그런 기업들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다.
“내가 TCS Korea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라는 것은 우리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알리라는 거지, 회사 이름만을 말하는 건 아니니까. TCS Korea는 우리의 안전을 충분히 지켜준다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소리야.”
“그렇군요. 그런데 이걸 굳이 메시지로 보내는 이유는 뭔가요?”
“내가 알고 있다고 다른 사람들이 알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니까. 이렇게 이야기했으면 알아들었겠지? 라고 생각하면 꼭 알아듣지 못하는 인간이 한둘씩은 있는 법이라고. 그럴 때는 직접적으로 이렇게 하라고 알려주는 것이 좋아.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테니까.”
사람들의 지능은 비슷하지 않다.
누군가는 당연히 상식인 것들도 누군가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잦다.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지 않으면 오해가 생기게 되고 소통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
“메시지를 보내는 사실상의 대상은 바로 자경단들이겠군요. 아무래도 그분들은… 대표님과 자주 이야기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승주의 말이 맞다고 인정했다.
시영이나 은정이는 말할 필요도 없고, 매구일족이나 뱀파이어일족 모두 지석과 준희를 통해 지훈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해도 지석과 준희가 지훈과 자주 이야기했기에 그들이 제대로 통제할 것이다.
4명의 고문들이나 전주의 김귀녀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귀녀 어르신은 지금껏 해오신 그대로 하면 될 테니 큰 걱정이 없지. 민선 씨가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뭐 큰 문제는 없을 거야.”
“흠… 역시나 좀 다르네요.”
“달라? 뭐가?”
“은정 누나한테 들었던 대표님에 대한 이야기랑 제가 느끼는 거요.”
“뭐가 다른데?”
“뭐랄까. 은정 누나가 말했던 대표님은 굉장히 분석적인 시각으로 모든 일을 진행하는 사람이었거든요. 사람을 온전히 믿지 않아서 직접 모든 것을 관장해야 하구요. 그런데 지금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그렇지는 않거든요.”
승주의 이야기를 들은 지훈은 피식 웃었다.
은정이 자신에 대해 분석한 내용은 꽤나 정확했다.
비록 몇 달 전의 자신에 대한 분석이긴 했지만 말이다.
“뭐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지. 단지 시점의 문제일 뿐인 거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게 그렇게 바로 확 바꿀 수 있는 건가요?”
“그럼. 애초에 그 모습이 내 진짜 모습이 아니었으니까. 그때는 그렇게 해야 했었기에 그런 사람으로 살았던 거니까 어떻게 보면 바뀐 건 아니라고 봐야겠지?”
지훈이 직접 모든 것을 챙기고 분석했던 것은 지훈 혼자 혹은 시영이나 은정까지 소수의 인원이 일을 할 때의 일이다.
그때는 지훈이 그럴만한 여유가 되기도 했고, 또 그렇게 해야 일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부로 나는 TCS Korea의 대표가 되었어. 지금 내 밑에 딸린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지?”
“시영 누나를 비롯한 용사진들. 그리고 고문님들. 그리고 매구일족과 뱀파이어일족들. 아, 그리고 정보팀도 있네요. 그리고 자경단들까지. 어림잡아도 100명은 훨씬 넘겠는데요? 와. 생각보다 대인원이네요, 저희 회사.”
“그치? 굳이 거기서 나누자면 정직원은 소수긴 하지만 그래도 모두 우리를 통해서 돈을 벌고 있으니 우리 직원들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지. 자경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회사로부터 직접 급여를 받는 사람은 지훈을 비롯한 용사진과 승주.
그리고 4명의 고문과 정보팀에서 일하는 수로 정도뿐이다.
지석과 준희는 각 일족을 대표하는 인물이기에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하에 급여를 받지 않기로 했다.
대신 그들은 회사로부터 이사직을 받아 무급 사외이사처럼 일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정직원은 8명인데 수십 명의 계약직원이 딸려 있는 회사네요. 이렇게 이야기하니 뭔가 악덕 회사 같은데요?”
“그러고 보니 그렇네. 아, 민선 씨랑 귀녀 어르신도 있네. 이번 달부터는 그 둘에게도 급여가 나갈 테니까. 그래도 10명밖에 안 되는구나. 타격대 정도는 직접고용을 하기로 할까? 나중에 다른 말이 나올 수도 있으니.”
“에이. 설마 그러겠어요? 그리고 회사 내부의 일인데요.”
“설마가 사람 잡는 법이지. 세상에는 남 일에 간섭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거든. 자, 도착했다. 여기 오는 동안 다른 연락은 없었지?”
지훈이 차에서 내리며 승주에게 물었다.
사무실 주변을 보니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보며 빠른 속도로 걸음을 옮기는 장면들이 많았다.
혹시나 이곳 주변이나 다른 곳에 또 다른 요괴가 나타난 것일까?
“네, 없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송파구에 나타난 바실리스크는 시영 누나가, 구파발 쪽에 나타난 레버넌트(Revenant)는 정 목사님이, 태릉 근처에 나타난 마반사(馬絆蛇)는 은정 누나가 상대 중입니다. 그 외 자잘한 요괴들은 치안대들이 막고 있구요. 일단은 괜찮은 것 같네요”
“문제는 지방 쪽인데. 우리 쪽에서 방어하지 못하는 곳도 있을 테니 말이야.”
서울 근교는 인원이 충분한 탓에 잘 방어하고 있지만 지방으로 가면 상황이 다르다.
물론 자경단들과 고문들이 있기지만 워낙 커버해야 하는 곳이 넓은 탓에 방어를 포기한 지역도 있을 것이다.
지훈이 핸드폰으로 타임라인을 확인해보니 도깨비들이 사념체를 통해 얻은 정보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었다.
예상대로 도시가 아닌 곳에서 튕겨져 오는 놈들은 적절한 대처를 못하고 있는 듯했다.
“이거 생각보다 꽤 많이 튕겨져 오나 본데? 아무래도 담과 이야기를 해봐야겠어. 지금 사무실에 있으려나?”
지훈의 예상대로 담은 사무실에 앉아 무언가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지훈이 사무실로 들어오자 담이 밝게 웃으며 붕 날아 지훈의 왼쪽 어깨에 앉았다.
“헤헤. 왠지 오랜만인 것 같다?”
“뭐 실제로도 그렇지만 이렇게 어깨 위에 올라탄 건 더더욱 오랜만이니까. 상은 신 이사처럼 제대로 인간화해서 다니던데 너는 생각 없어?”
“에이. 난 별로. 나중에 필요하면 그러겠지만 지금 굳이? 이제부터는 네 옆에 붙어 있는 시간이 더 많을 텐데.”
정보팀이 만들어지면서 상이 업무의 홍수에서 해방될 수 있었고, 회사가 정식으로 출범하면서 행정 일을 하는 인원을 채용하기로 하면서 담이 할 일도 많이 줄었다.
담은 이제 지훈을 비롯한 용사들을 관리하는데 전념하겠다고 신경택에게 선언했고 신경택도 거기에 동의했다.
“우리들 관리해준다더니 여기서 이러고 있네. 뭐 보고 있었어?”
“본사에서 실시간으로 현재 상황을 알려주고 있거든. 한번 너도 와서 확인해봐.”
담의 말에 지훈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태블릿을 확인했다.
태블릿 화면에는 여러 종류의 그래프가 난잡하게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었다.
“이 수치는?”
“희생자.”
“너무 가파른 상승 아니야?”
“그렇긴 한데 예상범위 내긴 하니까.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거지.”
그래프를 가만히 지켜보던 지훈이 담에게 물었다.
“예상되는 올해 희생자 수는?”
“인구의 20% 정도? 대략 천만 명 정도가 되겠네. 오늘만 수만 명이 목숨을 잃을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