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a job as a fantasy Hero RAW novel - Chapter 24
024화
“요괴를 잡아? 그게 무슨 소리야?”
지훈은 뜨끔했지만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솔직히 나도 그런 말은 믿지 못하지. 시아버님도 그냥 그렇다더라 하면서 말씀해주신 거고. 그런데 주변 어르신들 중에서 그걸 진지하게 믿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 그래서 한번 여쭤봤지. 자세히는 못 들었지만 무슨 퇴마 같은 것도 하시는가봐.”
지훈은 더욱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더 물어볼 찰나 문이 열리며 음식이 들어왔다.
먹음직스러운 수육과 메밀전병이 상 가운데에 두 그릇의 막국수가 각자의 자리 앞에 놓여졌다.
나영이 일단 먹자며 음식을 권유한 탓에 지훈은 일단 막국수를 한 젓가락 먹었다.
매콤한 양념과 쫄깃한 면발이 잘 어우러진 막국수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지훈은 바로 다시 질문을 던졌다.
“퇴마라고? 그걸 그 어르신들은 어떻게 아시는 거야? 혹시 무슨 사기라거나…….”
“아니 아니. 기본적으로는 좋은 일도 많이 하시고 평판도 좋으신 스님이셔. 그런데 절에 오시는 분들한테 이런저런 조언 같은 걸 해주시는 데 그게 의외로 잘 맞는다는 거야. 우리 시댁은 한 40년 전부터 그분과 교류를 해왔었고.”
“그런데?”
“그분이 한 달에 한두 번은 행방이 묘연하다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그거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가지가 있었어. 그런데 몇몇 어르신들이 그 스님이 무슨 악귀 같은 걸 쫓아내는 걸 보셨다는 거야. 절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
나영은 거기까지 말하고 막국수를 한 젓가락 입에 넣었다.
지훈은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은 채 차분히 나영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나영이 그런 지훈을 보고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분들이 그 이야기를 하신 타이밍이야. 전부 다 돌아가시기 전에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말씀하시더라는 거야. 그런 거 같은 거지.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죽기 전에 속 시원하게 털어놓는 거. 그렇다고 그분들이 괜히 그런 거짓말을 하실 이유도 없고. 그것도 다 같은 이야기를.”
“그러면 다들 신기해 할만도 하겠네. 당연히 스님도 알음알음 이름이 알려졌을 거고.”
조언이 기가 막히게 잘 들어맞는 스님에게 신비스러운 비밀이 있다? 그렇다면 좋든 나쁘든 여러 소문이 도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래, 맞아. 잘 알고 있네. 우리 시댁이 그 스님 도움도 많이 받고 해서 스님과 함께 기부나 봉사활동 같은 것도 자주 하셔. 꽤나 가깝다는 거지. 그래서 시아버님이 그 소문에 대해서 슬쩍 물어보셨대. 그런데 긍정도 부정도 안하셨다고 하더라고. 물론 우리 시아버지는 가족들 외에는 그거에 대해 말씀을 안 하셨지만.”
“실질적인 긍정이라는 뜻이란 거군. 그래서 그 스님은 법명이 어떻게 되셔?”
“보현선사. 우리는 다 그분을 그렇게 불러.”
* * *
“저번처럼 내일 아침에 올라갈 거지?”
“글쎄다… 확실치는 않지만 바로 올라가지는 않을 것 같아.”
먹었던 술자리를 정리하면서 던진 현준의 물음에 지훈은 애매하게 대답했다.
함께 마시던 제수씨는 이미 아이와 함께 안방에서 잠들었다.
술자리를 정리한 후 지훈은 아파트 바로 건너편에 있는 모텔로 갈 것이다.
술자리가 있기 전에 미리 그곳에 짐을 풀어두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늘 지훈은 강릉에 올 때마다 이렇게 해왔었다.
“그럼 내일 아침식사는 어떻게 하려고? 항상 아침 먹고 올라갔었잖아.”
“그거야 뭐 평소대로 하고. 대신 아침 먹고 좀 어디 가볼 곳이 좀 있어서.”
“가볼 곳? 누구 또 만날 사람 있어?”
“흠… 현준이 너 보현사 가봤냐?”
지훈은 슬쩍 현준에게 아까 나영에게 들었던 장소에 대해 물었다.
보현선사가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보현사였다.
“아. 그 스님 있는 곳? 아니 난 안 가봤지. 왜 거기 가보게?”
“너도 아는 곳이야? 근데 거기가 원래 유명한 곳이었나? 왜 난 몰랐지?”
“우리 나이또래는 잘 모르지. 우리 아버지또래라면 아마 아시는 분들이 좀 있을 거야. 그게 아니면 열심히 절에 다니는 불자라면 알 수도 있겠네.”
“그런가. 나영이가 말해준대로 대단하신 분이면 왠지 그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것 같은데… 한 번도 못 들어 본 것 같아서.”
지훈은 현관문을 나서며 현준에게 보현선사에 대하여 물었다.
현준은 잠시 고민하더니 갸우뚱하며 대답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강릉에 살았던 나도 그 스님에 대해서 알게 된 지 몇 년 안 됐어. 그것도 장인어른 통해서 알았던 거고. 지훈이 넌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바로 서울로 갔잖아. 우리 중고딩 때 그런 거 궁금해 하기는 했었냐. 당연히 모르지.”
현준의 대답은 그럴싸했다.
순간 만약 부모님이 살아계셨다면 아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아까 물어본 보현사라면 그 스님 만나러 가는 것 외에는 전혀 갈일이 없는 곳이긴 하지. 거기 가볼 생각이면 뭐 내가 데려다 줄까?”
“아냐 됐어. 너 가게 열어야지. 나는 택시타고 가면 되니까 걱정 마. 그럼 쉬어라. 내일 보자. 모텔 앞으로 와.”
“그래. 간만에 아침에 선지국 한 그릇 먹자. 그럼 너도 쉬어라.”
현준과 헤어진 지훈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생각에 잠겼다.
이미 아까 나영이 가게에서 나오면서 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마 지금쯤 그에 대한 대답이 도착해 있을 것이다.
빨리 태블릿을 확인해보고 싶었기에 지훈은 발걸음을 서둘렀다.
“여~!”
지훈이 모텔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곳에는 담이 웃는 얼굴로 자신을 반기고 있었다.
지훈은 그런 담의 모습을 보고는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불렀어?”
“그래. 불렀다. 보현선사 말이야. 그 사람이 이곳 강릉에 있었어?”
지훈은 침대에 누워있는 담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 놀랐지?”
“이게 그냥 놀랐냐고 물어보고 끝날 일이야? 하아…….”
나영에게서 보현선사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지훈은 그 이름을 어디서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영과의 식사자리가 끝나고 현준의 가게로 향하던 도중에야 그 이름을 기억해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문서’에서 직접적으로 거론된 인물이 딱 2명 있어. 대한민국에 있는 자경단 중 가장 경력이 오래된 4명. 자경단들에게 어르신이라고 불리는 그 4명 중 가장 우리에게 우호적인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말이야.”
“제대로 기억하고 있네. 그 중 한 명이 바로 방금 네가 언급한 보현선사지.”
요괴퇴치산업의 구축을 위한 지훈의 계획의 대부분은 회사에서 건네준 문서에서 비롯된다.
정확히는 문서를 뼈대로 삼아 지훈이 살을 붙인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뼈대가 되는 문서에는 구체적인 인물이나 특정한 시점은 그다지 등장하지 않는다.
그 부분은 오로지 지훈의 재량이 맡기기 때문이다.
그러니 유이하게 특정된 두 사람에 대하여 지훈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이미 그 부분에 대하여 정보를 요구한 상황이었다.
“내가 세운 계획상 이제 국내에서 활동하는 자경단들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시점이야. 이제 그 자경단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을 짜야 하니까. 그래서 정보를 요구했던 건데… 그걸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확인하게 되네.”
“뭐 때로는 텍스트로 된 정보보다 직접 눈으로 보고 겪는 게 더 도움이 되지. 그래서 한번 돌발이벤트처럼 준비해봤어. 어때?”
“돌발이벤트라기 보다는… 예전부터 계획된 거 같은데?”
이곳 강릉은 지훈의 고향.
그리고 그곳에 계획에 중요한 인물이 살고 있다는 것.
지금까지 회사의 성향을 보았을 때 이건 자신의 말대로 철저히 계획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훈은 생각했다.
하지만 담은 고개를 저으며 지훈의 추리를 부정했다.
“그건 아냐. 그렇게 보일 수 있는 걸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어떻게 보면 필연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필연이라고?”
“그래. 내가 전에 요괴들의 습성에 대해서 설명한 적이 있었지?”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적염귀를 퇴치했던 첫 업무 이후 지훈은 다양한 요괴들을 퇴치하며 경험을 쌓아갔다.
담은 그 모든 업무에 지훈과 동행하며 각종 요괴들의 습성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그 덕택에 지훈은 담으로부터 이론적인 설명을 듣고 업무를 하며 직접 몸으로 체험했었다.
“요괴들의 습성은 제각기 다르지만 그래도 하나정도는 공통된 측면이 있지. 녀석들이 주로 서식하는 곳이 어디지?”
“어둠. 그리고 자연.”
지금까지 지훈이 퇴치했던 대부분의 요괴는 산이나 숲속에 주로 서식하고 있었다.
놈들이 원래 서식하고 있는 그런 곳을 벗어나 도시나 민가 쪽으로 나와 사람들에게 위험이 될 만한 녀석들을 퇴치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지훈의 일이었다.
“하지만 인간들의 영역이 넓어짐으로 인해 점차 요괴들이 서식해야 할 곳은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지. 그런데 거기다 차원의 충돌마저 잦아짐으로써 요괴들의 개체수는 늘어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자신들의 영역에서 밀려난 것들이 인간들의 영역을 침범하게 되는 거지.”
지금 담이 되새긴 내용이 바로 지훈이 꾸준히 요괴들을 퇴치하는 이유기도 했다.
요괴들의 영역이 어느 정도 확보되고 차원의 충돌이 지금보다 덜 했던 때까지는 요괴들도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인간들의 영역에 발을 들이지 않았었다.
간간히 일탈행동을 하는 녀석들 정도야 자경단들만으로도 충분히 제압이 가능했던 시기가 불과 몇 년 전까지 이어졌었다.
“그건 이미 알아. 그런데 그게 보현선사와 무슨 상관이지?”
“보현선사는 요괴들로부터 인간들의 안전을 지키는 자경단들 중에서도 영향력이 아주 높은 인물이지. 당연히 그 능력도 뛰어나고 말이야.”
“그러니까 수십 년의 경력을 지니고 있겠지.”
지훈은 보현선사가 대한민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경단 중 두 번째로 경력이 오래된 인물이라고 알고 있었다.
지훈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활동했다는 것으로 보아 최소 35년 이상 요괴퇴치를 해온 것이다.
“그 정도의 경력을 쌓기 위해서는 도시에 살아서는 불가능하지. 일단 기본적으로 요괴퇴치 경험이 많아야 경력을 쌓을 수 있는데다가 인공적인 것들이 가득한 도시에서는 자연의 기운을 얻는 것 또한 불가능하지.”
지훈이 담박을 통해 본인이 퇴치한 요괴들의 넋을 얻을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지구의 자경단들은 자연으로 환원된 생명체의 넋이 묻어 있는 자연 속에서나 기운을 쌓고 수련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자경단들은 대부분 깊은 산속에서 수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곳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간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많은 지역이 어디겠어?”
“그야… 아! 그렇구나.”
대한민국에서 면적별 산림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바로 강원도다.
그것도 대한민국 평균 산림율인 60%를 훨씬 뛰어넘는 80%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래서 필연이라고 했던 거였군.”
요괴퇴치 경험도 쌓고 수련도 하기 위해서라면 자연환경이 좋은 곳에서 사는 것이 가장 좋다.
그렇게 본다면 보현선사가 강원도에 사는 것은 우연이라기보다는 필연이라고 하는 게 적당했다.
그때 지훈에게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다.
“보현선사가 강원도에 사는 이유는 대충 이해가 됐어. 그런데 왜 이분이 나에게 가장 협조적일 것이라고 판단한 거야?”
문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보현선사는 협조가 확실시되는 인물이었다.
과연 회사는 무엇을 근거로 그런 확신을 가졌던 것일까?
“보현선사가 가장 목마른 사람이었거든.”
“응? 목마른 사람?”
“어. 내일 만나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왜 보현선사가 지훈 너에게 협조적인 사람일 수밖에 없는지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