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a job as a fantasy Hero RAW novel - Chapter 299
299화
“인간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인간들‘도’ 상대해야 한다는 말이 정확하겠죠.”
지금은 TCS Korea를 비롯한 TCS 지부들이 요괴들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라 말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러한 구도가 지속될 리는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인간을 비롯한 지구의 존재들도 예전부터 요괴들을 상대해왔고 그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것이 필요가 없어 잊어버렸을 뿐. 분명히 누군가가 과거의 그것들을 부활시킬 테고 우리는 그것을 막을 권한이 없습니다.”
“그렇겠네요. 당장 저만해도…….”
“그렇죠. 귀녀 어르신과 민선 씨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조선의 이씨 왕조 역시 요괴들을 상대하며 가문을 발전시켰고요.”
TCS Korea가 자리 잡고 발전한다는 것은 요괴퇴치산업이 융성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요괴퇴치산업 쪽으로 자금이 투입될 것이고, 이 산업에 몸담고자 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애초 지훈의 계획이 그것이기도 했고.
“대다수는 TCS Korea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오는 것을 원할 겁니다. TCS Korea가 요괴퇴치산업을 장악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소수는 분명 자신만의 사업체를 꾸리길 원할 것입니다. 역사상 그러한 사람들은 꼭 있었으니까요.”
“그들과 TCS Korea가 싸울 수도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물론 당장 1, 2년 내에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이와 관련된 일은 타격대가 맡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앞으로 타격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민선 씨가 그 주축이 되어야 할 겁니다.”
“그동안 혼돈계에서 쌓아온 빅데이터를 살펴봐도 충분히 예견되는 결과이긴 하지.”
지훈의 말을 담이 거들었다.
이미 혼돈계는 지구 이전에 여러 차원에 걸쳐 이와 비슷한 일을 진행했었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에 따르면 요괴들의 습격에 대한 대처가 어느 정도 안정세에 다다랐을 때는 무조건 그러한 일들이 일어났지. 인간뿐만 아니라 수인, 용인 등 차원의 지배자들 사이의 분란 말이야. 마치 꼭 거쳐야 할 필수적인 사항이라도 되는 듯이.”
“사실 지금도 우리를 견제하려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렇다면 당연히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있을 겁니다. 그걸 대비하려는 것이고요. 그리고 나중을 대비해서 미리 청소해야 할 것들은 미리 청소하는 게 좋겠죠.”
솔직히 말하자면 민선이 상대했던 인간들 중에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이는 전무했다.
일단 조직폭력배를 하고 있다는 것부터 정상적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벗어난 인물이겠지만.
“앞서 말했듯 이제 TCS Korea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제는 억지로 회사를 키우려고 발버둥 치지 않아도 이미 분위기를 탔거든요. 굳이 제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여러 곳에서 우리를 이용해서 혹은 빌붙어서 이득을 내기 위해서 달려들겠죠.”
“그렇게 이야기하니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말이 좋게 보이지는 않네요.”
“원래 모든 게 그렇습니다. 궤도에 올려놓는 게 중요하지 올려놓고 나면 자연스럽게 궤도를 따라 앞으로 전진하거든요. 이제는 우리를 해하려는 적들에 대해 대처하는 게 저의 과업이겠죠. 그리고 그 과업에서 민선 씨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시게 될 거구요.”
“그곳에 분명 너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다. 나랑 같이 있어봤자 무의미하게 칼부림하는 일이 반복될 뿐이니 강 대표에게로 가거라. 그는 할 일이 많은 인물이니 너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민선은 스승인 김귀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귀녀의 말대로 이곳에는 민선이 해야 할 일이, 그리고 그 일을 맡길 인물이 있었다.
그래서 민선은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를 띨 수 있었다.
“네, 대표님. 알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 *
시간이 지날수록 요괴들의 습격의 빈도가 높아졌다.
여러 매체에서 전달해주는 요괴와 관련된 사건은 그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막연히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언제 나에게도 일어날지 모른다는 사람들의 불안함은 사회 분위기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정부는 이러한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았고 그중 하나가 바로 요괴퇴치산업에 대한 진흥책이었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요괴들에 대한 위협은 이미 우리 가까이에 와있다고 말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정부는 국민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니 저희들만의 힘으로 이를 수행하기에는 벅찬 것이 현실입니다.]“…….”
“저것까지는 예상 못 하셨죠?”
“응. 진행되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나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지. 벌써부터 세계기구의 발족을 이야기 중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저희한테는 영향이 있을까요?”
“글쎄. 그건 조금 돌아가는 상황을 봐야 하겠지만. 아직은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겠지.”
국제기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국제법이 있긴 하지만 그 법을 지키지 않을 경우 강해지는 벌이 약하기도 하고 벌을 강제할 수도 없다.
그런 데다가 요괴퇴치산업은 현재 TC Security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당분간은 TCS의 들러리 정도밖에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본인들도 인식은 하고 있다는 소리겠지. TCS 단독으로 요괴퇴치산업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고. 명분상으로나마 그것을 견제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겠지.”
“그러한 합의가 꽤나 빨리 이뤄졌다는 게 놀랍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 시간 됐네. 가자.”
“네.”
지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시영과 함께 대표실을 나섰다.
문을 열자마자 펼쳐진 복도는 깔끔한 인테리어를 하고 있었다.
건물 자체가 한옥 양식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전통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승주가 빨리 와야 하는데.”
“저보다는 승주가 편한가 봐요?”
“그렇다기보다 시영이 너도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을 거 아냐. 당장 오늘만 해도 양양에 가야 하지 않아?”
“그건 그거고요. 그리고 승주는 이제 곧 시험이라 못 오는 거 알잖아요. 주 실장님이나 담이도 오늘은 없으니 오늘은 제가 보좌할 수밖에 없다고요. 잘 아시면서 그러신다.”
4층 높이의 낮은 건물이었기 때문에 건물 내에 승객용 엘리베이터가 없어 둘은 계단으로 이동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둘의 대화 내용이 계단 내에 울려 퍼질 수밖에 없었고, 근처를 지나던 다른 사람들도 그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둘의 대화 내용을 들은 직원들은 지훈과 시영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고 자기 갈길을 갔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과 달리 누군가가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여어. 둘이 보기 좋아. 아주 꽁냥꽁냥이야.”
능글맞게 둘 사이에 끼어든 이는 바로 수로였다.
대외적인 활동은 상아가 전담하기에 잘 보이지 않았던 수로지만 현재 정보팀에서 엄청난 양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들리는 말로는 상아가 지금 갑자기 사라져도 수로가 문제없이 일을 이어받을 수 있을 정도란다.
“꽁냥꽁냥이라는 말은 어디서 배운 거냐. 웃긴 녀석이야. 그나저나 요즘에 열심히 일한다? 일하는 건 재밌어?”
“응. 나름 적성에 맞는 일인 것 같아. 내가 뱀파이어 치고는 몸 쓰는 걸 싫어하는 편이잖아. 여기서 이것저것 퍼즐을 짜 맞추는 일이 꽤나 재밌어.”
“그럼 됐네. 오늘 회의에는 네가 참석하나?”
“응. 오늘 혼돈계 인물들은 죄다 부재잖아. 그러니 어쩔 수 없지.”
상아뿐만 아니라 TCS Korea의 혼돈계 직원들은 현재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동아시아지역의 혼돈계 직원들 모두가 아마 지금 부재중일 것이다.
당장 내일이 남아 있는 마지막 방어인력이 떠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 * *
“모두 아시겠지만 이제 곧 차원을 방어하던 혼돈계의 인력들이 전부 철수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강한 요괴들이 더 많이 나타나겠죠. 다행히 애초에 걱정하던 것보다는 영향력이 적을 것 같긴 합니다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자경단들이 상급 요괴들을 상대하면서 얻은 경험이 큰 자산이 되었다고 봐야겠죠. 아직 A급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B급 요괴 정도는 굳이 회사 차원에서 나서지 않아도 길드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라고 저희가 양보해드린 거니까요. 혹시 뭐 A급도 처리해보고 싶다는 건가요?”
“하하. 용사님들이 요괴를 퇴치하는 것을 보니 아직 저희들은 부족하다는 것을 알겠더군요. 솔직히 이야기하면 대표님이 지난번 신록을 상대하셨을 때 직감은 했었습니다.”
은정의 까탈스러운 반응에도 승준이 능청맞게 대응하자 은정이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은정이 꽤나 영악하다고는 하지만 이런 공식적인 회의 자리에서는 승준에 한참 밀리는 것이 사실이었다.
은정과 승준을 향해 한번 미소를 지어준 지훈이 화면을 전환시키려 말을 이었다.
“이것은 오전 10시 기준 TCS 옵저버로 확인할 수 있는 전국의 요괴 출현분포도입니다. 산간지역을 비롯한 도시가 아닌 지역은 대부분 요괴들이 장악했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도시 중에서도 색깔이 짙은 곳들이 있네요. 아니, 꽤 많아요.”
“대부분이 지방 소도시들입니다. 대부분이 서울이나 주변의 다른 큰 도시로 이주했죠. 쉽게 말해 읍이나 면 단위에는 이제 살고 있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것 때문에 각 지자체들이 우는소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저희 지원팀에도 이와 관련해서 문의가 많이 들어옵니다. 제발 자기 고향에 있는 요괴들 좀 어떻게 해달라고요. 지방이라고 차별하냐는 불만도 많습니다.”
“그와 관련해서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브리핑에서 정부 대변인이 잘 설명할 겁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훈이 허승엽이나 문신우에게 요청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정치인에 대한 혐오감과 무관심이 높다고 해도 일개 기업인이 국민을 상대로 이야기하는 것과는 그 신뢰도가 남다르다.
특히나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브리핑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11진압여단과의 협력이 우리의 정보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함이었다면 정부와의 협력은 저희의 메시지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함입니다. 뭐 좋게 말하자면 이렇다는 거고 솔직하게 말하면 호가호위하겠다는 거죠. 하하.”
“그래도 확실히 저희가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정부 대변인이 이야기하는 게 더 잘 먹히긴 할 겁니다. 특히나 허승엽 대통령은 국민들의 지지도가 높은 사람 아닙니까.”
“우리가 이득을 얻은 만큼 우리에게 뜯어갈 생각이겠지만 따져보면 저희가 이득이 되는 거래이니 다들 좋게 생각하도록 합시다. 자, 그럼 다음은…….”
회의는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내일 그러니까 오늘 밤에 방어인력이 전부 철수하지만 이미 충분히 대비가 되어 있는 상태이기에 걱정할 것이 없었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 담으로부터 메시지가 하나 와서 그것을 전달 드리고자 합니다.”
“메시지요?”
“네. 지시사항이 하나 왔는데 혼돈계에서 TCS에게 내리는 마지막 지시사항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과 공유해야 하는 내용이라 지금 이야기 드리려고 합니다.”
“지시사항이라니 그게 무슨…….”
회의실 내부의 사람들이 웅성거렸지만 지훈은 차분하게 태블릿을 열어 담이 보낸 메시지를 찬찬히 읽었다.
“오늘 자정부터 A+급 요괴가 각국의 수도를 습격할 겁니다. 그러니 TCS 각 지부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