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insurance money from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73
174. 보험금 지급이 결정되었습니다. (2)
174.
이니알로스라는 성의 이름은 화이트 드래곤인 이니알로스와의 오래된 약속에서 얻어진 것이었다.
신화 속 에이션트 드래곤인 이니알로스와의 맹약으로 가치가 오른 성은 스스로 신화 등급에 올랐고 그때 생긴 것이 성의 정령, 알이었다.
불러내는 순간, 적을 완벽하게 얼려서 없앨 수 있는 이니알로스와의 약속.
그 덕분에 우리 앞은 깨끗해진 하늘만이 가득했다.
“알. 전속력으로 이동해.”
“네. 성주님. 적의 본거지로 이니알로스 최대 속도로 전술 기동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이니알로스 누님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쓴 것이 아쉬울 정도로 커다란 힘이었지만, 쓰지 않고는 길을 뚫을 방법이 없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
그런 아쉬움을 품고 사용한 힘이니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거대한 성체와 어울리지 않게 엄청난 속도로 지상을 향해 움직이는 이니알로스.
케니브리언 캐논이 쉬지 않고 쏘아지며 길을 막으려는 몬스터 잔당을 지워내며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전력을 다했던 적은 이제 화이트 드래곤이 같이 하지 않더라도 우리를 막을 수 없었다.
“나하고 멜라파만 갈 거야.”
우리가 들어선 이 땅은 분명 중화라는 컴퍼니가 차지한 자치령이었다.
그러니 중화 컴퍼니의 대표만 없앤다면 적에게 회복할 수 없는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의 심장부로 뛰어들어야 한다.
난 그러기 위한 인원으로 나와 멜라파만 찍었다.
“대표님, 너무 위험해요. 갈 수 있는 병력이 최대한 많이 가야 해요.”
“저도 갈 겁니다. 처음을 같이 했으니 끝도 같이 할 거예요.”
“미친놈아. 거기가 어디라고 너 혼자 간다는 거야. 나도 갈 거니까 그런 줄 알아.”
당연히 반발이 나올 줄 알았다.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나 못지않게 목숨을 걸어온 동료들은 절대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내가 가는 길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자신의 목숨도 내어줄 사람들이었다.
“방해돼.”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상처가 될 차가운 말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쉬지 않고 날 압박하던 사람들이 급브레이크가 걸린 것처럼 뚝 멈추었다.
경악스러운 표정들이 재밌다는 생각을 하는 건 나도 어지간히 미친놈이기 때문일 거다.
“이 밑은 지옥이야. 다른 사람을 챙기면서 싸울 여력은 나도 없어. 최소 초월의 경지를 넘은 사람만 같이 갈 자격이 있어.”
“하, 하지만 대표님······.”
“반론은 안 받을 거야.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평소에 열심히 수련해서 벽을 넘었어야지.”
좋은 말로 설득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현실을 알려주는 것 역시 어쩌면 필요한 일.
우리의 아포칼립스는 오늘이 마지막이 아니니 더욱 그러했다.
“내가 없는 동안 네가 대표야. 알지?”
“씨발. 어디 인간 주제에 SH 대표할 수나 있다고 지랄이야.”
“할 수 있는 것만 해. 금방 돌아올 거니까. 대신 내가 돌아올 길은 계속 버티고 있어야 해.”
“······가서 뒈지지나 마. 여기는 성이 다 부서져도 버틸 테니까.”
“그래. 그럼 믿고 간다.”
얼마나 긴 싸움을 해야 할지 모른다.
이런 지옥 길에 등을 맡기는 것이 아닌 챙겨야 할 이들을 같이 갈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내가 돌아올 집을 지키는 것은 믿고 맡길 수 있었다.
“가시죠, 싸부님.”
“칼춤 추기 좋은 날이네. 후딱 갔다 오자.”
“고양이가 별소리를 다 하네. 크크.”
어쩌면 지구의 운명을 결정 지을지 모를 전투의 시작이었다.
그렇지만 내 옆에 선 고양이 기사와 함께하니 어쩐지 웃음이 나오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띠링!
[자치령, ‘중화(中和)’에 진입하였습니다.] [허가되지 않은 지역에 진입하여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모든 능력치’가 ‘30’ 감소합니다.]그렇지만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지옥이었다.
* * *
‘공구 합체술.’
띠링!
[‘공구 합체술’이 완료되었습니다.] [조합된 ‘속삭이는 철의 소리’가 ‘마력 능력치’를 ‘5’ 증가시킵니다.] [조합된 ‘속삭이는 철의 소리’가 ‘마력 방벽 생성’을 활성화합니다.] [조합된 ‘속삭이는 철의 소리’가 ‘판테리온 투술’을 활성화합니다.].
.
.
‘세계수의 축복.’
띠링!
[‘세계수의 축복’이 발동하여 ‘모든 능력치’가 ‘20’ 증가합니다.] [‘세계수의 축복’이 발동하여 ‘삿된 존재’를 완고하게 거부합니다.] [‘세계수의 축복’이 발동하여 ‘나무가 살피는 길’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시로니아의 은총.’
띠링!
[‘시로니아의 은총’이 발동합니다.] [‘장서후’님의 체력이 지속적으로 회복됩니다.] [‘장서후’님의 상처가 지속적으로 치료됩니다.] [‘장서후’님의 정신력이 지속적으로 복구됩니다.]들어서는 것만으로 모든 능력치를 30이나 날려버리는 극악한 중화의 자치령.
그렇지만 그런 디버프에 맞서는 내 버프도 만만치 않았다.
좁은 공간을 생각해서 든 고요한 아침의 바람의 세계수의 축복까지 같이하니 어마어마한 힘이 쌓이는 것이 느껴진다.
띠링!
─── ◆ STATUS ◆ ───
[ 이름 : 장서후 ] [ 레벨 : 023 (04.2%) ] [ 능력 ] ▶[ 근력 : 070 ][ +60 ]▶[ 내구 : 070 ][ +60 ]
▶[ 민첩 : 072 ][ +60 ]
▶[ 마력 : 200 ][ +95 ]
▶[ 신성 : 060 ][ +60 ]
.
.
.
─────────────
그렇게 완성된 내 스탯은 이러했다.
눈에 가장 들어오는 것은 역시나 ‘200’이라는 아름다운 숫자를 찍은 마력.
넘쳐흐르려는 마력이 세계수의 가지를 깎아 만든 검을 통해서 줄기줄기 흘렀다.
“길은 내가 열게.”
“그래라. 안 그러면 마력이 터지겠네.”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는 신수공에 합쳐진 오로라 비전이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전설 스킬에 흡수된 오로라 비전은 세계수의 신성력과 합쳐지니 더욱 강력해진 효능을 보였다.
그 덕분에 저 아래에 있는 적의 대표가 날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러니 검을 뽑는 것을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끼애애애애액!”
“우어────!”
검을 든 날 막아서는 것은 뱀파이어 남작과 트윈 헤드 오우거.
이계의 공간에 갇혀 축제나 기다려야 할 괴물들이 정면에서 날 막으려고 등장한 거였다.
하나하나가 치명적으로 위험한 적들이 합심해서 달려오는 모습은 인간이라며 오줌을 지릴 정도로 무서운 광경이었다.
‘전광.’
빠직.
빠지지지지직!
그렇지만 내 눈에는 그저 괴물일 뿐이었다.
검에서 솟구치는 노란색 뇌전의 검기가 길을 열어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무흔.’
스스스슷.
쩡────.
뇌전이 가득한 검기를 적이 살필 수 없게 흩어버렸다.
그리고 내 기척마저 지우며 달려가는 길은 무수한 뇌광만이 점멸했다.
고작 몬스터 따위로는 내가 앞을 막을 수 없었다.
* * *
“깊네.”
“정상적인 건물은 아니야. 주술과 마법을 교묘하게 섞어서 시공간을 비틀어서 원기와 음기를 묶어 놓은 거 같아. 지독하네.”
우리가 뛰어든 적의 본거지는 이름 모를 거대한 건물이었다.
중국 특유의 색이 짙은 건물에서 우리는 지하로 수백 미터 아니, 그 이상으로 내려온 느낌이었다.
이런 기괴함을 설명하는 멜라파는 지독하다는 표현을 썼을 정도였다.
마치 지옥으로 가는 입구를 연상케 하는 장소.
단순히 보이는 것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온몸을 넘어 영혼으로 파고드는 지독한 원기와 음차원의 마력은 절대로 인간이 머물 장소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몇 시간을 내려온 우리를 맞이한 건 한 명의 인간이었다.
“어서 와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장서후 대표님. 전 전 세계를 중화를 덮을 루오 우한이라고 합니다.”
스스로 세계의 주인이 되겠다고 말하는 남자의 이름은 루오 우한.
놈에게서 느껴지는 건 마주했던 어떤 마족보다도 강렬한 증오였다.
“인간이 아닌가?”
“틈에 끼인 정도는 되는 거 같네. 스스로 괴물이 되어가는 인간이라니. 불쌍한 걸 넘어서 안타까운 종자야.”
“그러면 불쌍한 걸 구해줘야겠네.”
“그렇지. 그게 같은 인간으로서의 도리지.”
루오라는 중화 컴퍼니의 대표는 무언가 할 말이 많은 얼굴이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굳이 놈이 하는 개소리를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저 괴물 같은 인간을 죽여서 집에 가고 싶을 뿐이었다.
“흐. 죽을 자리에 기어 와서 한다는 소리가 고작 그런 거라니. 실망이야. 나와라.”
쯔즛, 푸화아아아아악!
멜라파와 내 대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놈이 먼저 움직였다.
인간이 품는 게 가능한가 싶은 거대한 마력은 내 이상이었다.
그러한 마력이 폭발하며 놈의 뒤에 거대한 지옥의 입구가 열렸다.
악마의 입을 떠오르게 만드는 검은색 포털에서는 괴물이 쏟아져나왔다.
그것도 지구에 침공한 몬스터가 아닌 형체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지독한 지옥에 절여진 괴물들이.
그들에 맞서는 건 쌍검을 든 고양이 기사였다.
“끝을 보자. 내가 막을 테니까 친구를 불러.”
“부탁해.”
정말 이곳이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루오가 이곳에서 우리를 기다린 건 자신이 미끼가 되어 함정에 우리를 끌어들였다는 것을 알고 온 자리였다.
당연히 우리 두 사람만으로는 안 될 자리에 온 건 죽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아자리아.’
퉁.
지독한 어둠이 잠식한 지하에서 머리 위로 쏘아진 한 발의 화살.
그리고 지옥 속의 촛불처럼 자라나는 작은 세계수.
이곳까지 오면서 아끼고 또 아꼈던 내 마지막 비수가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헤에. 여긴 썩 낭만적인 장소는 아니네?”
“데이트는 세계수에서 하자. 지금은 일할 시간이야.”
“첫 데이트 신청치고는 낙제점이야. 난 로맨틱한 거에 약하다고.”
“뼈에 새겨 놓겠습니다.”
과연 이곳이 지옥을 떠오르게 하는 적의 함정이 맞는 걸까?
내 옆에 모습을 드러낸 아자리아를 보자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졌다.
“거, 거짓말! 인간이 어떻게 그런 힘을!”
그리고 무엇보다 경악한 것은 우리를 함정으로 이끈 인류의 배신자였다.
불러낸 것만으로 아자리아가 품고 있는 힘을 느낀 것인지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얼굴이 잔뜩 구겨진 루오라는 놈은 자신의 앞을 뒤틀린 검은 장막으로 막아냈다.
“우리 검술 사부가 고생하네. 그런데 저 삐뚤어진 놈을 막지 않으면 저 문은 절대 닫히지 않을 거야.”
“내 느낌도 그랬어. 그런데 막고 있는 저거 상당해.”
“맞아. 눈썰미가 좋아졌네. 목룡이나 수군을 불러낸다고 해도 불카누스의 피막을 뚫는 건 불가능해.”
“불카누스의 피막? 뭔지는 몰라도 이름부터 엄청나보이네.”
“실제로 그래. 마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놈이니까.”
우리의 대화가 들리는지 검붉은 장막 뒤에 숨은 놈이 씨익하고 웃었다.
길에서 마주쳤다면 나도 모르게 뒤통수를 쳤을 정도의 사악한 미소였다.
“아우, 재수 없어. 저건 그냥 놔두면 화병으로 여럿 죽겠다. 나중에 천천히 보여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나와 비슷하게 녀석을 평가한 아자리아는 무엇을 하려는 걸까?
“잘 봐야 해. 이게 신목의 술의 네 번째야.”
신목의 술의 네 번째 궁술.
두 번째 강화를 마치고도 아직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던 아자리아가 가진 최강의 패 중 하나.
그것을 꺼낼 생각인지 세계수의 신성력이 잔뜩 담긴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었다.
툭, 투두두둑.
그리고 자라나는 건 새싹이었다.
이내 새싹은 자라나며 묘목이 되었고, 곧 나무가 되었다.
고작 무릎도 넘지 못할 작은 나무가.
뚝.
아직 제대로 자리지도 않은 나무를 뽑아낸 아자리아.
그녀의 손에 들린 나무는 빛을 내면서 서서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곧 작은 화살 하나가 되었다.
“네 번째 신목의 술은 신시. 신의 화살이야.”
신목(神木)의 술(術), 신시(神矢).
“자, 쏘면 돼.”
“내가?”
“응. 이건 만드는 게 중요하지 누가 쏘는지는 안 중요하거든.”
신의 화살.
신이라는 존재를 직접 언급할 정도의 화살이 내 손에 전해졌다.
‘평범해.’
신목의 술로 이룬 그 어떤 것들보다 신시는 특별함이 없었다.
나무를 장인이 깎아 만든 듯한 고풍스러움이 전부인 목시(木矢)였다.
툭, 끄그그그긍.
“······아.”
그렇지만 왜 이 화살이 신목의 술의 네 번째를 장식하는 것이며 아자리아 벤자나라는 엘프 영웅을 성명절기인지 알 수 있었다.
고작 활시위에 건 것만으로도.
투웅.
그리고 쏘아진 화살은 빠르지 않았다.
완성된 모습처럼 특별함 대신 평범함이 담긴 전부인 화살.
그 어떤 화려한 마력의 임펙트도 없이 날아간 화살.
그렇지만 온갖 뒤틀리고 꼬일 대로 꼬인 세상의 지저를 가볍게 부수었다.
푹.
“······개 같은.”
어쩌면 내가 없었다면 세상을 절망으로 멸망시켰을지 모를 남자.
세실리아가 나에게 보험을 연결해주지 않았다면 자신의 뜻을 이뤘을 괴물.
하지만 여전히 인간인 남자의 가슴에 화살이 박혀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