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insurance money from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5
025. 불구덩이. (3)
025.
보이지 않는 손.
보험으로 얻은 것이 아닌 순수하게 내가 노력한 결과로 각성의 방에서 얻은 스킬.
희귀 등급이며 스킬 그 자체의 힘을 사용해도 좋고, 다른 아이템과 연동해도 효율이 좋은 능력을 갖췄다.
내가 주로 쓰는 방법은 염력으로 ‘화염의 단검’을 휘둘러서 적을 제압하는 방식.
짧은 리치를 제외하면 상당히 준수한 아이템인 화염의 단검을 쓰기에 참 잘 어울렸다.
그리고 그런 염력을 모아서 터트리는 것이 바로 염기 폭발이었고.
‘화염의 단검이 되는데 화살은 안되는 건가?’
이 의문은 꽤 오랫동안 품고 있으며 답을 찾지 못했다.
틈날 때마다 시도하고 실패했지만, 왠지 될 거 같은 느낌이 계속 들어 포기할 수가 없었다.
이런 내 질문의 대답을 성장한 스킬이 드디어 내어주었다.
──── ◆ SKILL ◆ ────
[ 이름 : 보이지 않는 손 ] [ 종류 : 발동(發動) ] [ 등급 : 희귀(稀貴) ] [ 능력 ] ▶ [ 염력 ](Lv. 005)▶ [ 염기 폭발 ](Lv. 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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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레벨이 관건이었어.’
레벨이 오르며 서서히 영향력을 높이던 염력.
처음과 비교할 수 없이 성장한 힘은 날아가는 화살과 같이할 정도로 빠르고 강해졌다.
염력만 움직인다면 그다지 효율적으로 긴 거리를 이용할 수 없다.
의지와 마력으로만 만드는 힘이기에 매개체가 있으면 더욱 큰 힘을 발휘하는 염력.
그렇기에 아자리아의 바람에 담긴 숲의 바람이란 화살은 매우 좋은 매개체가 되었다.
츠즈즈즛, 우이이잉!
쩌────억!
혼자 몇 번 해본 적은 있으나 실전에서는 처음으로 완성한 ‘보이지 않는 손’과 ‘아자리아의 바람’의 콜라보.
저 멀리서 달려오던 홉고블린의 몸이 셀 수 없이 많은 조각으로 찢어지며 공간이 일그러졌다.
당연히 주변도 같이 폭사 되어 사라졌다.
띠링!
[‘홉고블린’을(를) 해치웠습니다.] [‘고블린’을(를) 해치웠습니다.] [‘고블린’을(를) 해치웠습니다.].
.
.
[시스템 경험치를 ‘89’ 획득했습니다.] [‘89’ 골드를 획득했습니다.]홉고블린 한 마리와 고블린 70여 마리.
단 하나의 화살로 이룬 성과로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후우.”
작게 숨을 내쉬어 성공에 대한 부담감을 날려 보냈다.
아직도 상당히 많은 고블린들이 남았지만, 당황하며 기세가 꺾였기에 여유가 생겼다.
다시금 당기는 화살에는 아까보다 조금 더 많은 마력이 실렸다.
퉁.
쩍! 쩌저적, 쩌────억!
염력이 성장하는 동안 사이좋게 같이 레벨을 올린 염기 폭발은 레벨이 4였다.
공간을 부수며 폭발하는 염기는 저 멀리에서 터졌음에도 시야를 뒤틀 정도로 강력했다.
당연히 휘청이던 고블린들의 기세는 완전히 침몰할 수밖에.
“야, 그건 또 무슨 스킬이냐? 또 어디서 받은 거야?”
“응?”
“진짜 혼자 다 해 처먹는 거냐?”
“뭐, 그렇게 생각하든가. 아무튼 몰려온다. 마무리나 하세요.”
“썩을.”
이동찬은 내가 펼친 아자리아의 바람과 보이지 않는 손의 합작품을 새로운 힘으로 인식했다.
하긴 내가 봐도 전혀 새로운 힘으로 보이니 이상한 건 아니었다.
‘지금 아이템이나 스킬을 두 개 이상 가진 건 나뿐이니 설명해도 별로 소용없겠네.’
서로 독립된 아이템이나 스킬을 내 몸을 통로로 사용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나 보이지 않는 손의 경우는 단순한 메커니즘을 가졌기에 더욱 사용이 편한 측면이 있기에 가능한 일.
안타깝게도 이런 노하우는 아직 동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 그냥 이동찬을 놀리는 용도로만 쓰면 될 거다.
“꺼져! 바퀴벌레 같은 것들아!”
후옹, 후오옹!
퍼버버벅!
내 말에 열이 올랐는지 워해머를 휘두르는 녀석의 움직임이 화끈했다.
‘레벨이 올랐네.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성인 머리 크기의 전투 망치를 무슨 장난감처럼 휘두르며 고블린을 곤죽으로 만드는 이동찬.
녀석은 확실히 레벨이 올랐다는 걸 몸으로 보여줬다.
그가 아닌 다른 동료들 역시 각자 원하는 방향으로 스탯을 키우며 레벨을 올린 것이 보인다.
역시나 눈에 띄는 건 차수현.
그녀는 처음과 달리 바람 손톱을 양손에 두르고 녹색의 괴물들을 찢어발겼다.
능력치가 오르고 스킬 레벨이 오른 것이 눈에 선명히 보였다.
사방으로 물을 뿌리는 김선아와 열심히 창으로 고블린을 죽이는 탁진호.
두 사람 역시 나쁘지 않은 성장을 보여줬다.
모두가 내 무리한 부탁을 따르며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다.
* * *
홉고블린이 이끄는 고블린들의 공세를 막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내가 생각했던 성장을 확인하고, 동료들도 같이 강해진다.
너무도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그렇지만 이 모습은 가장 최소한의 조건을 만족하기 위한 밑바탕이었다.
“저거 보이냐?”
“잘 보인다.”
“그럼 내 눈깔이 이상한 게 아니네. 홉이 끝이 아니라는 게 진짜였네.”
좀비 부화장에서 마주쳤던 마더 좀비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그 기괴한 장소에서 만난 건 그 괴물뿐만이 아니었다.
좀비도 마더 좀비도 아닌 좀비 센티피드, 완전히 새로운 몬스터였다.
그리고 고블린 로드의 성으로 향하는 길.
아직 도착하려면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은 이곳에도 새로운 몬스터가 등장했다.
홉고블린과 달리 근육질의 몸을 가진 괴물이.
“저게 워리어냐?”
“어. 맞아.”
내 질문에 답하는 멜라파는 심드렁했다.
우리에게는 새롭다고 해도 그에게는 지겨운 괴물 중 하나일 뿐이었다.
다만 그가 했던 말을 머릿속으로 다시금 되새겼다.
‘조심하라고 했지. 어디 얼마나 강한지 보자.’
끄그그긍, 투웅!
고양이 기사 용병이 들려준 옛이야기.
말재주 없는 멜라파의 말을 들어준 대가로 알아낸 정보들을 교차 검증할 시간이었다.
내 활이 바람의 화살을 쏘아냈다.
나와 고블린 워리어 사이의 거리는 대략 200여 미터.
숲의 바람이란 마력의 화살이 날아가기에는 1초가 필요하지 않은 멀지 않은 거리.
녹색의 궤적을 허공에 그리며 날아간 화살은 여전히 정확히 표적에 도달했다.
그리고 내 눈에는 커다란 칼을 뽑아 든 새로운 괴물이 보였다.
“키힉.”
후웅 쩡!
파항!
마력을 두른 고블린 워리어의 칼이 거칠게 휘둘러진 순간.
숲의 바람이 깨어져 파편이 되어 흩날렸다.
한 번도 날 실망시키지 않은 힘이 드디어 실패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흐음.”
초고속 카메라로 세상을 보는 것도 아닌데 눈으로 좇아 화살을 쳐내다니.
저게 생명체가 가능한 일일까?
절로 무거운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건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
애써 당황스러움을 속으로 삼키고 다시 활을 들었다.
아직 할 수 있는 건 많았으니까.
끄그그긍.
퉁, 퉁, 퉁, 퉁, 퉁, 투웅! 투웅──!
한 발이 안 되면 여러 발을 쏘면 된다.
내 화살을 막았다고 기세가 오른 모습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해야 할 일만 하면 되는 거였다.
그리고 마지막 화살에는 다른 선물도 담았다.
“끼히이이익!”
자신을 향해서 날아오는 화살들.
그 모습을 인식했음에도 전혀 기세를 줄이지 않는 고블린 워리어.
전사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저돌적인 괴물이었다.
후옹, 휘오오오옹!
쩌저저정! 파하아앙.
무섭게 휘두르는 괴물의 칼질은 내 육체 능력으로는 정확히 따라가기도 힘들게 빨랐다.
그저 내가 날린 화살 대부분이 저 칼에 잘려 허공에서 부서져 사라진다는 것만 느껴질 뿐이다.
그럼에도 내 입가에는 실망스러운 입꼬리가 전혀 없었다.
푹, 푹푹!
“끼욧!”
물러섬 없이 날 맞선 괴물의 몸에 세 발의 화살이 박혀 들어갔다.
모두 처리하지 못하고 결국 놓쳐버린 화살들이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염기를 잔뜩 품은 특별한 화살도 있었다.
‘뻥.’
쩌적, 쩌────억!
오른 어깨에 박힌 화살이 가느다랗게 연결된 염력을 타고 내 의지를 전달받았다.
그리고 터져버렸다.
띠링!
[‘고블린 워리어’을(를) 해치웠습니다.] [‘홉고블린’을(를) 해치웠습니다.] [‘고블린’을(를) 해치웠습니다.].
.
.
[시스템 경험치를 ‘302’ 획득했습니다.] [‘302’ 골드를 획득했습니다.]‘250? 많이도 주네.’
경험치를 250이나 주는 고블린 워리어.
염기 폭발은 제대로만 들어간다면 그 괴물도 일격에 죽일 수 있었다.
고블린 워리어로는 아직 내 발길을 붙잡을 수 없었다.
* * *
새롭게 등장한 몬스터는 고블린 워리어만 있는 게 아니었다.
“······케륵.”
띠링!
[‘고블린 샤먼’을(를) 해치웠습니다.] [시스템 경험치를 ‘200’ 획득했습니다.] [‘200’ 골드를 획득했습니다.]워리어보다는 조금 더 적은 200의 경험치를 주는 고블린 샤먼.
독과 기이한 주술을 쓰는 아주 귀찮고 위험한 괴물이었다.
그렇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이 괴물은 내 화살을 막을 능력이 없었다.
보이는 족족 그냥 활을 당기면 아주 좋은 경험치가 될 뿐이었다.
녀석이 쓰는 독과 주술보다 내 활이 가지는 유효 사거리가 훨씬 긴 덕분이기도 했다.
새롭게 합류한 고블린 워리어와 샤먼은 위험한 괴물이지만, 여전히 우리의 앞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멈추지 않고 싸운 우리는 결국 목표로 삼았던 1차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후우우. 힘드네요. 저항이 엄청난 걸 보면 여기가 확실한 거 같죠?”
“네. 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했어요.”
멀리서 활만 날린 나와 달리 숨이 턱까지 올라온 차수현이 숨을 고르며 물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앞에는 횃불이 밝히는 동굴 하나가 보였다.
최진규가 말했던 바로 그 동굴이었다.
동굴까지 오는 길은 녹색의 피로 범벅인 된 상태.
엄청난 저항은 이곳이 고블린 로드가 있는 성으로 향하는 입구라는 걸 설명하고 있었다.
“들어가죠. 동찬아, 앞에 서봐.”
“아, 존나 불안한데.”
“괜찮아. 내가 바로 뒤에 있을 거야.”
“그게 더 불안하다고.”
제법 넓은 동굴로 들어가는 선두에는 이동찬을 세웠다.
마력은 거의 안 올리고 육체에 올인 중인 녀석은 아주 좋은 방패였으니 당연한 일.
아마도 이 동굴에서도 엄청난 고블린들의 환영이 있을 거 같으니 긴장해야 했다.
“끼애애액!”
“키욧!”
그리고 내 예상은 발을 들이는 순간, 현실이 되었다.
몰려오는 고블린은 동굴 벽에 부딪히고 구르면서도 무서운 기세로 밀고 나왔다.
앞에 가던 이동찬의 어깨가 흠칫 놀라 움찔하는 게 보였다.
츠즈즈즛.
우이이잉!
하지만 내 눈에는 동굴을 가득 메운 고블린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이미 좀비 부화장에서 비슷한 장면을 봐서 그런지 시각적으로는 오히려 봐줄 만한 정도.
그래서 차분하게 마력을 움직일 수 있었다.
‘펑.’
쩌────억!
“켁!”
“끼유우우.”
넓다고 해도 결국 밀폐된 공간인 동굴에서 터져버린 염기.
훅하고 밀려오는 고블린의 노릿한 비린내와 피 냄새.
그리고 밀려오는 메시지가 이곳이 내 전장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으아아. 씨발, 여길 지나가라고?”
“잡소리 말고 앞만 보고 걸어.”
나에게는 더 끔찍했던 좀비로 인해서 익숙했던 장면.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피범벅이 되고 곳곳에 살점들이 늘어진 곳을 지나는 건 쉽지 않았다.
어쩌면 싸우는 것보다 멘탈을 붙잡고 있는 게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몰랐다.
띠링!
보는 것만으로도 심적인 타격을 입을 법한 광경을 힘들게 돌파하며 나아가는 길.
우리의 힘겨운 발걸음이 틀리지 않았는지 갑자기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고블린 로드, 드리악’의 영지에 진입하였습니다.] [허가되지 않은 지역에 진입하여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페널티 해지를 위해서는 지역 주인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근력 능력치’가 ‘1’ 감소합니다.] [‘내구 능력치’가 ‘1’ 감소합니다.] [‘민첩 능력치’가 ‘1’ 감소합니다.] [‘마력 능력치’가 ‘2’ 감소합니다.]좀비 점막이나 부화장에 들어섰을 때처럼 페널티를 줬다.
그나마 달라진 점이라면 페널티를 해지할 수 있다는 점.
지역의 주인인 고블린 로드 드리악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뭐, 뭐야 이건? 페널티로 스탯이 줄어?”
“몸이 무거워졌어요. 아, 너무 싫다.”
나와 달리 처음으로 이런 일을 겪은 동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감소한 능력치만 더해도 레벨 하나 정도 수준.
“괜찮아. 우리가 정확히 왔다는 의미니까.”
어찌 되었든지 이 페널티는 로드의 성을 목표로 하면 피할 수 없다.
애써 좋은 점을 부각해 동료들을 달래고 걸음을 빨리했다.
그리고 드디어 횃불이 아닌 다른 빛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고블린 로드의 성.’
눈 부신 햇살을 받으며 빠져나온 동굴.
그 너머에는 거대한 성이 자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