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insurance money from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45
045. 별을 새기다. (3)
045.
아자리아의 바람을 강화하고 하나의 별을 새겨넣었다.
그러자 정보창에 적힌 능력이 변화하며 강해진 것이 느껴졌다.
하나에서 두 개로 늘어난 화살.
바람을 타고 날리던 화살에 화염을 더한 궁술.
그렇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벤자나 레인저 부대’ 소환에는 그 어떤 정보창의 변화가 없었다.
《세계수에 새긴 약속에 따라 이곳에 왔다.》
심지어 등장하는 모습과 바람으로 몸을 만들며 하는 말까지 같았다.
아이템을 강화해서 별을 박았지만, 마지막 능력에는 변화가 없는 것일까?
달라진 거라면 조금 더 선명해지고 진해진 모습이었다.
《벤자나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걸음이 되게 해주······. 흐으으음.》
그렇지만 꼭 그런 건 아닌 모양이었다.
아이템 정보창에 변한 내용은 없지만, 지금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엘프들.
그들의 대장뿐만이 아니라 모든 엘프가 상당히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뭐가 달라졌나요?”
《아니라고는 못 하겠다. 하지만 일단 지금 상황이 시급해 보이니 이것부터 처리하겠다. 다들 움직여라.》
뭐 때문에 그러는지 너무 궁금했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지금은 대장 레인저의 말대로 오크 샤먼을 먼저 치워야 할 시간이었다.
그의 말에 빠르게 흩어지는 12명의 엘프는 언데드 오크를 맞이하기 위해 움직였다.
‘······심하게 잘생겼네.’
그리고 적을 죽이기 위해 움직이는 엘프에 대한 내 새로운 평가는 이러했다.
‘이목구비 좀 선명해졌다고 무슨 조각들이 걸어 다니냐.’
하지만 이럴 수밖에 없는 건 형태만 갖췄던 이전과 달리 얼굴과 몸을 정확히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엘프라는 종족에 대한 여러 정보 중 하나는 아름다운 외관을 가졌다는 것.
그것이 지구에 퍼진 의미 없는 정보인 줄 알았는데 황당하게도 정말로 그러했다.
아직은 바람의 마력이 뭉친 모습이기에 생동감이 떨어짐에도 느껴지는 미친 외모.
어지간한 아이돌과 영화배우는 가볍게 발라버릴 정도로 잘생긴 엘프의 모습은 여러 생각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왜 진짜 맞는 거냐?’
고블린, 오크, 좀비 그리고 엘프까지.
왜 미디어에 퍼져있던 몬스터와 이종족에 대한 정보가 진짜인 걸까?
누군가가 이런 정보를 알고 미리 퍼트리기라도 한 걸까?
그 이유를 당장은 알 수 없었다.
아마도 이 이야기에는 많은 비밀이 있을 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답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안으로 묻었다.
지금은 내 목숨을 좌우할 전투가 먼저였으니까.
“호오오오옹! 끄애애액!”
벤자나 레인저라는 엘프들이 등장하자 화들짝 놀란 오크 샤먼.
녀석은 해골이 연신 흔들리게 완드를 좌우로 휘저었다.
그러자 뭉글뭉글 피어나는 마력이 언데드 오크들에게 스며들었다.
한층 더 강해진 듯 속도와 살기가 진해진 돌격.
그에 맞서는 엘프들은 그럼에도 여유로웠다.
바람을 일으키며 검을 휘두르고 화살을 날리며 하나하나 착실하게 오크들을 다시 시체로 돌려보냈다.
‘강해졌어.’
조급하지 않고 차분하게 움직이는 엘프들.
그럼에도 언데드 오크들은 빠르게 정리되어 사라져갔다.
음흉하고 흉폭한 마력을 뿜어내는 존재들에게 맞섰다기에는 너무도 평온한 전투임에도 압도적인 모습.
그 안에서 선명해진 외모만큼 강해진 힘이 느껴졌다.
“끄애애액! 끄힉! 죽인다! 죽인다! 호오오오오옹!”
자신의 언데드가 녹아내리는 걸 확인한 오크 샤먼.
괴물은 나와 엘프들에게 죽인다는 말을 직접 전하며 완드가 아닌 다른 무기를 꺼냈다.
그건 녹슨 단검.
지금 꺼내기에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은 무기였다.
하지만 그건 적을 노리는 무기가 아닌, 자신에게로 향하는 무기였다.
푹, 촤아악!
“끄애애애애액!”
무언가가 잘못되어 간다고 느낀 걸까?
마지막 수단이라도 되는 듯 자신의 가슴에 단검을 박은 오크 샤먼.
녀석의 가슴이 단검에 의해 찢어지며 피가 솟구쳤다.
가슴에서 뿜어진 진녹색의 피가 허공을 장식했다.
그런데 중력에 의해 떨어져야 할 피가 떨어지지 않고 부유했다.
이내 어떤 모양을 그린 피는 전장의 모든 이를 소름 돋게 할 차가운 살기를 내뿜었다.
* * *
고블린과 오크는 묘하게 사회 구성이 비슷했다.
일반적인 오크와 고블린이 있고 그 위에 전투를 담당하는 워리어가 있었다.
고블린에게는 조금 특이한 홉고블린이 있지만, 그걸 제외하면 샤먼이란 존재 역시 고블린에 존재했다.
마주했던 고블린 샤먼의 경우 큰 힘을 쓰지 못하는 괴물이었다.
내가 상대하기 아주 좋은 상성을 가졌기에 그렇게 느낀 것도 한몫했지만, 확실히 약한 면모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 오크 샤먼은 달랐다.
“끄애애액! 끄애애액!”
오크 샤먼이 뽑아낸 피는 모두 저 몸에서 나온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많았다.
창백해진 얼굴만 보더라도 녀석이 목숨을 걸었다는 게 느껴질 정도.
지독할 정도의 살기와 집착이 담긴 피는 허공에 마법진을 그리며 무언가를 불러왔다.
《크, 허어어어어엉!》
쿵!
피의 진법을 타고 땅에 내려서는 존재는 그 무게감이 느껴질 정도로 땅을 울렸다.
쿵 하고 내려앉은 짙은 녹색의 몸은 피로 이루어진 듯 끈적해 보였다.
그렇지만 그런 몸의 구성이 보이지 않을 만큼 느껴지는 기세는 거대했다.
귀가 아닌 머리에 들린 포효에 담긴 건 지독할 정도의 살기.
오로지 내 앞의 존재를 찢어 죽이겠다는 의지만을 담은 외침에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괴물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
《전력으로 간다.》
마치 지금까지 기다렸다는 듯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엘프들.
좌우로 펼쳐져 달려가는 모습은 무슨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답기까지 했다.
상대하는 적의 혐오스러움과 대비되어 더욱 주인공처럼 보였다.
그리고 단순히 겉모습만 훌륭한 건 아니었다.
오크 샤먼이 불러낸 괴물은 좌우로 갈라진 엘프들을 보고 당황하며 어디로 가야 할지 갈팡질팡.
그 짧은 틈을 파고든 엘프들이 빠르게 언데드 오크를 지우며 샤먼의 앞까지 달려갔다.
《크허엉!》
《붙잡고 늘어져라. 나 혼자 처리한다.》
어느새 피로 만들어진 괴물의 뒤를 점한 엘프들은 다시 두 개의 그룹으로 갈라졌다.
11명의 엘프는 지독한 피 냄새의 괴물을 상대하고.
홀로 떨어진 대장만이 오크 샤먼에게도 뛰었다.
그리고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바람이여.》
후오오옹, 슈슝.
픽────.
힘겹게 완드를 흔들며 맞선 오크 샤먼.
하지만 정작 모든 걸 투자해서 불러낸 괴물이 발이 묶이자 제대로 힘 한 번 쓰지 못했다.
바람의 검을 휘두르는 엘프에게 너무도 쉽게 목을 내어주었다.
띠링!
[‘피로 얼룩진 오크 샤먼’을(를) 해치웠습니다.] [시스템 경험치를 ‘403’ 획득했습니다.] [‘403’ 골드를 획득했습니다.]그냥 오크 샤먼이 아니었다.
따로 이름을 부여 받지는 못했지만, 앞에 ‘피로 얼룩진’이란 말이 붙은 괴물.
뭐가 다른지 몰라도 고블린 로드까지 위협하던 몬스터가 내 손에 목숨을 잃었다.
완벽한 승리였다.
전신에 알 수 없는 전율이 흘렀다.
띠링!
그리고 이 좋은 기분은 단순히 좋은 거로만 끝나지는 않았다.
[‘장서후’님은 ‘257번’ 지역에서 ‘4’번째로 ‘오크 샤먼’을 해치웠습니다.] [보상으로 ‘도축업자’ 칭호를 획득했습니다.]네 번째로 죽였다는 사실은 못내 아쉽다.
그렇지만 그 보상이 칭호라면 전혀 서운함이 없었다.
꽤나 만족스러운 사냥이었다.
* * *
고블린 로드와 오크 샤먼을 죽였다.
그렇지만 모든 몬스터를 말살하는 것이 미션의 목표.
남겨진 몬스터들은 따르던 존재들을 잃고 혼란에 빠졌기에 어렵지 않게 정리할 수 있었다.
띠링!
[‘B급’ 미션, ‘불타는 그린 스킨의 땅’을 완수하였습니다.] [미션 보상은 컨소시엄에 참여한 컴퍼니 간의 보상 합의가 종료되면 지급됩니다.]‘보상을 조정할 수 있다니. 특이하네.’
하긴 원하는 보상이 각자 다를 수 있으니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사항.
우리 혼자서 해결한 게 아니고, 여러 컴퍼니가 같이 한 일이니 오히려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생각해둔 바를 실행할 조건이 되었으니 나에게는 더욱 좋은 상황이기도 했다.
《이제는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아직까지 남아있는 벤자나 레인저들.
“20분은 확실히 기네요.”
《그래도 아직 부족하다.》
“괜찮아요. 소환 대기 시간도 절반으로 줄었잖아요.”
10분이었던 소환시간은 두 배로 늘어나 20분이 되었고, 하루였던 쿨타임은 반이 되었다.
실질적으로 4배의 소환 효율을 갖게 된 벤자나 레인저 소환이었다.
만일 다시 한번 강화를 한다면?
《강화는 멈추지 않아야 한다. 반드시 영웅 등급까지 올려야 한다.》
“당연히 그러기는 할 건데······ 무슨 이유가 있나요?”
기대 이상의 훌륭한 효율을 보이는 강화를 멈출 이유는 전혀 없었다.
필요한 재료는 충분하고 시간만 들이면 되는 간단한 작업.
그런데 이런 일에 굳이 말을 더하는 엘프의 의중이 궁금했다.
《기억이 났다.》
“기억이요?”
자신이 누구인지도 기억하지 못하고 활에 묶인 존재인 벤자나 레인저 엘프들.
그런 이들의 대장이 기억이 났다고 말했다.
도대체 떠올린 기억이 무엇일까?
괜히 내가 기대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잠시 망설인 엘프의 입이 열렸다.
《내 이름은 아슈리탄 벤자나. 엘프의 영웅, 아자리아 벤자나. 그녀가 나의 딸이다.》
“아.”
아슈리탄, 그리고 그녀의 딸 아자리아 벤자나.
여기서 갑자기 가족 서사가 나오다니.
전혀 예상 못 한 이야기에 나도 잠시 당황했다.
‘그런데 엘프의 영웅? 아자리아가?’
아슈리탄이란 이름을 가진 이 엘프가 내 활의 주인과 부녀 사이라는 것은 놀라운 일.
그렇지만 더욱 놀라운 건 아자리아라는 존재가 엘프들의 영웅이라는 점이었다.
설마 그래서 영웅 등급까지 올리라는 건가?
《영웅 등급까지 올린다면 이 활은 그대에게 큰 선물을 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 역시 아직 뿌옇기에 장담할 수는 없지만, 반드시 그러하다. 그러니 꼭 이루기 바란다.》
“······그럴게요.”
《부탁한다. 난 이제 떠나야 하니 때가 되거나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다오.》
“네. 고생하셨어요.”
샤아아아아아.
내 마지막 인사를 받고 바람이 되어 흩어지는 엘프 아니, 아슈리탄.
그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웃는 얼굴을 보여주었다.
남자라도 반할 정도의 살벌한 미소였다.
튜카르의 만능 공구를 열심히 굴려야 할 거 같았다.
* * *
아슈리탄의 말이 여운이 남겨 미션 완수의 기쁨은 어느 정도 희석되었다.
그렇지만 차분해진 마음은 오히려 지금 상황에는 더 큰 도움이 될 거다.
“그러니까 지금 10만 골드가 넘는 돈을 포기한다고?”
“네. 대신에 얻은 부산물하고 전리품은 제가 갖겠습니다.”
내 말에 남동규는 미친놈을 보는 표정이었고, 최강훈은 웃었다.
“아무래도 이 쓰지 못하는 아이템을 처리할 방법을 얻으신 거 같군요.”
“아니라면 골드를 안 포기했겠죠. 생각하시는 게 맞습니다.”
“무슨 방법인지 궁금하군요. 확실히 골드를 포기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 물건인 거 같으니까요.”
골드를 포기하고 내가 선택한 건 전리품.
말이 전리품이지 쓰지도 못하는 몬스터들의 아이템이 얻은 물건의 전부였다.
그런데 그걸 내가 처리할 수 있다고 인정하니 다들 궁금한 눈치.
종족 제한이 걸린 건지 쓰지 못하는 아니, 정보 조차 알 수 없는 몬스터의 아이템.
그런 괴물들이 쓰던 물건을 쓰는 건 나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무려 영웅 등급의 아이템이 있었다.
‘그럼 너희도 영웅 등급으로 공구를 받던가.’
지금 시점에 그 누구도 얻지 못할 영웅 등급을 무려 공구로 받은 사람이 나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으면 다른 이득이라도 있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쉬지 않고 아이템을 돌렸다.
띠링!
[‘튜카르의 만능 공구’가 아이템 분석을 마쳤습니다.]──── ◆ ITEM ◆ ────
[ 이름 : δσΧΝψ ωωη ] [ 종류 : 무기(武器) ] [ 등급 : 유일(唯一) ] [ 능력 ] ▶ [ αΣ ν σξφΞ ]▶ [ ??? ─ 2차 분석 필요 ]
▶ [ ??? ─ 3차 분석 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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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샤먼이 들고 있던 아이템은 이름도 읽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 이 아이템의 등급은 분명히 유일 등급.
추가적인 분석을 할 필요도 없이 이로써 이 아이템의 가치는 확정된 거다.
‘유일 등급 무기. 10만 골드 이상의 가치가 있어.’
손에 든 이 해골 완드만이 아니었다.
전리품에는 고블린 로드의 보석을 포함한 잡다한 아이템이 즐비했다.
쓸 수 없다고 해도 그건 모두 아이템.
나에게는 보물 같은 재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