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insurance money from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48
048. 붉은 칼. (1)
048.
가슴을 짓누르던 무거운 짐이 덜어진 새벽이 지났다.
꿈처럼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다시 잠자리에 들 수는 없었다.
복잡하게 이어지는 생각의 고리가 날 가만 놔두지 않아 방에서 걷기라도 해야 했다.
그래도 기분만큼은 그 어느 때 보다 좋았다.
‘엄마 말을 들어보면 확실히 안전해. 벌써 10레벨을 달성한 사람이 대표면 그럴 만도 하지.’
제주도까지 가는 속도는 늦춰도 될 거 같았다.
부모님이 몸담은 ‘한라 컴퍼니’는 제주도에서 가장 큰 컴퍼니였다.
그 대표는 나보다 빨리 10레벨을 달성하고 블러드 울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전적까지 있는 진짜였다.
다행히 좋은 컴퍼니에 있으니 몬스터 때문에 위험한 일은 당분간 없을 거다.
지금은 엄마의 말대로 더 강해지는 것에 집중할 때였다.
그럼 내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레벨, 아이템, 스킬 그리고······ 보험금.’
강해지기 위한 기본적인 방향은 몬스터를 사냥해서 내 레벨을 올리는 거였다.
10레벨에 오르는 데 필요했던 경험치는 10만.
그렇지만 11레벨까지는 그 절반인 5만이 필요하니 조금만 속도를 올린다면 금방 이룰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그다음은 당연히 스킬과 아이템을 잘 갖추는 것.
‘이건 솔직히 내가 제일 앞서고 있을 거야.’
무려 영웅 등급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더해서 유일 등급 아이템을 강화하고 있는 중이고.
다른 유일 등급 아이템은 분해할까 고민까지 할 정도다.
남들에게는 귀하디귀한 일반 등급 아이템은 그저 재료일 뿐이고.
대부분의 사람에게 보물 취급을 받을 희귀 등급 아이템 역시 언제 분해 당할지 몰라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이런 나보다 아이템을 잘 갖춘 사람이 존재한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내가 이럴 수 있는 이유는 당연히 넘치는 골드 덕분.
‘······다른 상점이 나올 법도 한데.’
처음으로 들렸던 상점을 탈탈 털어버렸지만, 보유한 골드는 아직 억 단위를 유지 중이다.
컴퍼니의 사옥이 된 틈새의 오두막에 과투자를 해도 그저 살짝 흠집 나는 수준.
빠르게 다른 상점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미 VIP 멤버십을 ‘고약한 마녀의 집’에 가입했으니 추가 가입은 불가능한 상태.
중복 가입이 안 된다는 건 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아이템 수급은 할 수 있을 거다.
그러니 어떻게든 상점을 찾아야 했다.
띠링!
이런저런 고민에 빠진 난 결국 새벽을 그냥 보내야 했다.
아침 햇살과 함께 날아든 메시지가 내 새로운 아침을 알려주었다.
[‘속삭이는 철의 소리’ 조합 진행 중 ── 100.0%] [‘튜카르의 만능 공구’의 아이템 조합이 완료되었습니다.]무려 유일 등급 아이템을 재료로 사용한 조합이 드디어 끝났다.
제작 공구지만, 유일 등급을 잡아 먹은 영웅 등급 아이템.
이 녀석은 과연 어떤 힘을 보여줄까?
솔직히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많았다.
무려 유일 등급을 잡아먹었으니 그 돈값을 해야 한다.
과연 돈값을 했을지 우려되는 결과를 확인할 차례였다.
‘일단 확인.’
띠링!
──── ◆ ITEM ◆ ────
▶ [ 아이템 분해 및 조합 ]
▶ [ 튜카르의 공구 합체술 ][●○○]
▶ [ 아이템 강화 ]
──────────────
조합이 끝난 튜카르의 만능 공구.
정보창에는 신호등 같은 것이 추가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를 더 자세하게 확인하는 방법이 머리에 들어왔다.
──── ◆ ITEM ◆ ────
.
.
.
▶ [ 튜카르의 공구 합체술 ][●○○]
└ ●[ 속삭이는 철의 소리 ] └ ○[ 미보유 ] └ ○[ 미보유 ] ▶ [ 아이템 강화 ]
──────────────
합체술 부위를 터치하자 밑으로 생겨나는 추가 정보들.
그 첫 번째 줄에는 조합한 아이템인 속삭이는 철의 소리가 보였다.
그리고 다른 칸에 적힌 것은 미보유라는 말.
“유일 등급 아이템을 세 개나 쓸 수 있다고?”
흡수시킨 아이템 말고도 두 개를 더 조합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유일 등급 아이템을 아이템 제한 없이 쓸 수 있다는 말?
모른다.
아직 정확히 확인하지 않았으니 미리 확신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은 설렘을 애써 감추고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합체술’
띠링!
촤자자자작!
“어? 아아.”
손목에 차고 있던 팔찌 형태의 튜카르 만능 공구.
공구 합체술을 발동하자 그 팔찌가 요동쳤다.
아이템을 잡아먹을 때처럼 솟구치는 촉수들이 몸을 감싸며 내 왼팔을 모두 차지했다.
띠링!
[‘공구 합체술’이 완료되었습니다.].
.
.
마치 어깨까지 오는 장갑 아니, 갑옷을 입은 거처럼 변한 팔찌.
그리고 쏟아지는 메시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 * *
‘괜찮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네.’
공구 합체술은 쿨타임도 유지 시간도 따로 없는 능력이었다.
온갖 제약에 힘들었던 걸 생각하면 엄청난 장점.
그렇지만 언제나 활성화할 수는 없었다.
[‘튜카르의 공구 합체술’를 유지한 상태로 다른 능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공구 합체술을 쓰고 먼저 도착한 메시지는 이런 거였다.
열심히 진행 중이던 아이템의 분해까지 멈추며 오로지 공구는 무기의 역할만 한다는 말.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유지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조합된 ‘속삭이는 철의 소리’가 ‘마력 능력치’를 ‘5’ 증가시킵니다.] [조합된 ‘속삭이는 철의 소리’가 ‘마력 방벽 생성’을 활성화합니다.] [조합된 ‘속삭이는 철의 소리’가 ‘판테리온 투술’을 활성화합니다.] [조합된 ‘속삭이는 철의 소리’의 ‘판테리온의 조언’을 활성화합니다.]그렇지만 공구 합체술을 하고 얻은 능력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일단 마력 능력치가 다섯 개나 올랐다.
레벨을 올리는 것과 칭호 말고도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중요한 발견이었다.
‘마력 방벽은······ 일종의 벽을 세우는 거네. 진호형 스킬하고 비슷해. 투술은 꽤 좋네. 조언해준다는 건 써봐야지 알 거 같지만.’
마력이 올라간 건 정말 큰 발견이었다.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새롭게 얻은 아이템의 효과들도 마음에 들었다.
방어를 위한 능력이 없었던 나에게 가뭄 속 단비 같은 힘이었다.
[‘튜카르의 공구 합체술’을 해지합니다.]촤자자자자작.
대략적인 확인이 끝났으니 합체술을 멈췄다.
다시 팔찌로 돌아간 공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얌전했다.
이 안에 이런 기묘한 능력이 있다는 게 보고 있으면서도 신기하기만 했다.
‘남은 자리가 두 개. 설마 전부 다 되는 건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이런 효과가 발동하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직 조합을 위한 자리는 두 개나 남아있는 상황.
남은 자리에 또 다른 유일 등급 아이템을 채우면 어떻게 되는 걸까?
만약 내 예상대로 능력치가 오르고 일부 능력을 쓸 수 있게 된다면?
그건 정말이지 벨런스를 부수는 힘이 될 거다.
띠링!
유일 등급 아이템은 나에게도 너무 귀한 물건.
하지만 두 자리 정도라면 아직 조합할 아이템이 없는 건 아니었다.
상당히 불안한 물건들이었지만 도전해볼 가치는 충분했다.
[‘영웅 등급 아이템, 튜카르의 만능 공구’를 확인합니다.] [‘유일 등급 아이템, δσΧΝψ ωωη’를 확인합니다.] [‘영웅 등급 아이템, 튜카르의 만능 공구’에 ‘유일 등급 아이템, δσΧΝψ ωωη’ 조합이 가능합니다.] [조합을 진행하시겠습니까?] [ YES / NO ]“이게 되네?”
‘δσΧΝψ ωωη’라는 읽을 수도 없는 아이템은 오크 샤먼이 들고 있던 그 완드였다.
이 아이템에서 내가 알 수 있는 건 종류가 무기라는 것과 등급이 유일이라는 것뿐.
그런데 조합이 가능했다.
무려 몬스터가 들고 있던 아이템이라 단순히 분해해서 재료로 쓰려고 했는데 조합까지 되다니.
길에서 로또가 당첨된 종이를 주운 기분이었다.
난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YES’를 터치했다.
촤자자자작.
퉤!
쏟아져 나온 공구의 촉수들이 완드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잡아먹으려 삼키더니 금방 퉤 하고 뱉어버렸다.
[‘δσΧΝψ ωωη’의 특이점이 발견되어 조합 진행이 중지됩니다.] [‘δσΧΝψ ωωη’의 아이템 분석을 완료 후 재진행 바랍니다.]우선 이 아이템의 비밀부터 파헤쳐야 할 거 같았다.
* * *
“뭔 일이냐? 딱 말해. 우리 차수현팀장님이 고백이라도 했냐?”
“이실장님!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진짜 무슨 좋은 일 있는 건가요? 서후씨?”
수련과 식사를 마치고 출근해서 걷기 시작하고 몇 분.
날 보고 말을 건 이동찬과 차수현이었다.
녀석의 농담에 과하게 싫어하는 차수현에게 살짝 상처받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오늘은 정말로 기분이 좋았으니까.
“엄마를 만났어.”
“······좋은 게 아니라 아픈 거였구나. 새끼, 많이 힘들지. 형은 다 이해한다. 울고 싶으면 그냥 울어.”
“꺼져, 미친놈아! 왜 안고 지랄이야!”
내 말을 제대로 이해 못 한 이동찬이 끌어안으려 해서 주먹을 날렸다.
억울한 표정을 하고 있어 한 대 더 때리려는 걸 겨우 참고 오늘 새벽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와, 대박. 어머니 진짜 대박이네.”
“다행이에요. 서후씨, 정말 다행이에요.”
나도 믿기 힘든 일이었는데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두 사람.
특히나 얼마 전에 부모를 잃은 아픔을 겪은 이동찬은 살짝 눈물이 고이기까지 했다.
괜히 고맙고 미안했다.
“그런데 그 말은 겁나게 의미심장하네. 네가 빛이 될 사람이라니. 다른 사람하고 착각한 거 아니냐? 아니면 그냥 사기꾼?”
“나도 몰라. 별로 뜻을 둔 건 아니야. 엄마는 다른 거 같지만. 원래 엄마들이 그렇잖아. 세상 모든 자식이 천재고 영재고 그런 거.”
“크크. 하긴 우리 집도 나 어릴 때 난리였지. 아무튼 그래서 마음이 달라졌다는 말인 거지?”
“조금은.”
사실 조금이 아니라 상당히 많이 달라졌다.
“강해져야 한다라······ 난 맞다고 본다. 지금 아니면 언제 그러겠어. 선아하고 진호형한테는 미안한데 난 어머니 말씀이 맞다고 생각해.”
“저희 부모님을 구하고 이런 말 하는 게 정말 나쁘다는 걸 알지만,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옆에서 가장 큰 조언을 할 두 사람도 내 생각에 동의했다.
지금이야말로 성장을 위해서 달려야 할 시간이었다.
‘이제 1차 침공이야. 적어도 3차 아니, 무조건 4차 침공까지는 있다고 생각하는 게 맞아.’
엄청나게 긴 세월을 싸운 것 같지만, 아직 가을이 무르익지도 않았다.
정말 혹독할 겨울을 맞이하지도 않은 우리는 아포칼립스의 입구를 막 지난 상태.
그러니 주춤거릴 시간도 없었다.
앞으로 이어질 침공들은 내가 너무도 힘겨워했던 고블린 로드와 오크 샤먼과는 비교할 수 없는 괴물들이 앞장설 거다.
과연 지금처럼 안일한 대응으로 맞설 수 있을까?
절대로 불가능한 생각이었다.
“그래서 어쩌고 싶어? 생각한 게 있는 거 같은데.”
“고블린 로드. 블러드 울프. 그걸 우리 힘으로 공략할 거야.”
“지랄 났네. 첫 번째 프로젝트부터 대가리 깨질 판이네.”
스스로 해야 할 아이템 관련 작업은 그냥 열심히 하면 된다.
그러니 컴퍼니 단위에서 할 일은 몬스터를 공략하는 것.
난 그 목표를 고블린 로드와 블러드 늑대 무리로 잡은 거였다.
아침 고민의 결과를 듣고 놀라는 두 사람이 이상한 게 아니었다.
오크 샤먼을 내 손으로 잡았다고는 하나 다른 컴퍼니의 힘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괴물보다 더 강한 두 몬스터를 잡겠다고 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칭호를 다 모으는 게 첫 번째야.’
도축업자와 시체 청소부.
두 칭호 모두 지구가 아닌 이계로 연결된 상위의 몬스터를 잡고 얻은 거였다.
남은 두 몬스터도 같은 결과물을 줄 거라고 난 생각하고 있었다.
문제는 시간.
칭호를 얻기 위해서는 순위권에 들 정도로 빠르게 잡아내야 한다.
이미 상당히 시간이 흘렀기에 이미 칭호는 물 건너갔을지도 모른다.
“저번보다 더 힘든 일이 되겠네요. 그럼 전 들어가서 준비할게요.”
“바빠지겠네. 연합 훈련도 더 빡세게 해야겠어.”
점점 피가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