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insurance money from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50
050. 붉은 칼. (3)
050.
붉은 칼은 이미 몇 번이나 전투를 치르며 실력을 입증해왔다.
블러드 울프가 지키는 동굴을 뚫고 나가는 건 전혀 걱정할 필요도 없는 강자들.
그들이 순식간에 밀고 나가며 확보한 길을 우리는 편하게 따르면 될 뿐이었다.
너무도 편안하게 도착한 동굴 너머의 세상.
공기가 달라지는 걸 느끼며 곧 도착할 메시지를 기다렸다.
띠링!
[‘붉은 늑대 무리’의 영지에 진입하였습니다.] [허가되지 않은 지역에 진입하여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근력 능력치’가 ‘2’ 감소합니다.] [‘내구 능력치’가 ‘1’ 감소합니다.] [‘민첩 능력치’가 ‘1’ 감소합니다.]역시나 도착하자마자 주어진 페널티.
육체 능력이 감소하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그리고 저 멀리 이 땅의 주인이 보였다.
“와우, 대가리가 두 개네.”
“블러드 트윈 헤드 울프, 보통 쌍두랑이라고 부르는 놈이야. 머리가 두 개라서 사각이 거의 없어. 느끼는 것처럼 엄청 강할 거야. 오크 샤먼 이상으로.”
이제는 단순한 보디가드를 넘어 직원이 된 멜라파의 말.
예전처럼 돌려 말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났다.
덕분에 적의 정체를 확실히 알고 싸울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신기한 고양이네. 소환수 같은 거야?”
“소환수가 아니고 용병이요. 회사 경호팀장을 맡고 있어요.”
“진짜? 이런 귀여운 고양이가? 이런 귀하신 분을 어떻게 얻은 거야?”
불타는 그린 스킨의 땅을 공략할 때 일부러 감춰두었던 멜라파.
고양이 기사를 처음 보는 남동규는 신기해하고 있었다.
감추지 못하는 입꼬리를 보면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굉장히 좋아하고 있었다.
“형님이 동물이라면 껌뻑 죽어요.”
“남대표님이 그렇다니. 뭔가 안 어울리네요.”
“저렇게 보여도 이 지랄 나기 전에는 나름 순수한 면모가 많은 양반이었죠.”
멜라파가 귀찮아하는 걸 무시하며 가까이 가서 말을 거는 남동규.
그의 파트너였던 정철이 그의 과거를 말해주었다.
난 잠시 그 모습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머리가 두 개 달린 거대한 늑대를 바라봤다.
‘오크 샤먼 이상. ······할 수 있을 거야. 아니, 할 수 있어.’
아직 거리가 멀기에 느껴지는 기세는 크지 않았다.
그렇지만 약간의 기세만으로도 날카롭고 거칠어 소름이 쫙 돋아났다.
절대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다른 늑대들은 몰라도 저 쌍두랑만큼은 나 혼자 잡아야 한다.
그것이 내가 골드를 써가며 붉은 칼을 용병으로 들인 이유.
점점 크게 뛰는 심장이 내 불안감을 대신 설명하고 있었다.
“자자, 빨리 정리하고 삼겹살 파티하자고!”
멜라파가 귀찮다는 듯 틈새의 오두막으로 도망가자 정신 차린 남동규의 외침.
그리고 바로 움직이는 붉은 칼은 조금도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의 앞에 선 남동규라는 남자가 만든 기세 덕분이었다.
“출발. 붉은 칼이 길을 열면 그 길을 따라서 곧장 쌍두랑한테로 간다. 그리고 저 늑대는 나 혼자 잡는다.”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걸까?
거대한 늑대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 * *
‘합체술’
띠링!
.
.
.
촤자자자작!
붉은 칼이 앞장서서 달리는 덕분에 빠르게 열리는 길.
곧 마주한 거대한 늑대를 상대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건 공구 합체술이었다.
그러자 팔을 감싸며 자라나는 공구.
마치 SF 영화에 나오는 미래형 갑옷 같은 멋짐이 담긴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겉모습과 달리 안에 담긴 힘은 굉장히 판타지스러웠다.
“흐으음.”
마력이 ‘5’ 늘어나며 ‘45’에 도달하자 짜릿하게 몸에 충만감이 차오른다.
일시적이라고는 해도 마력이 오르는 건 참을 수 없는 쾌감을 주었다.
그 견디기 힘든 즐거움이 도파민을 쭉쭉 뽑아내는지 앞에 있는 괴물들이 무섭지 않았다.
끄그그긍, 퉁!
쩍, 푸화아아아악!
띠링!
[‘블러드 울프’을(를) 해치웠습니다.] [‘블러드 울프’을(를) 해치웠습니다.] [‘블러드 울프’을(를) 해치웠습니다.].
.
.
아무리 용병으로 고용한 붉은 칼이라고 해도 모든 걸 맡길 수는 없었다.
높아진 마력으로 만든 염기와 염(炎)의 기운이 담긴 화살은 폭탄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무너지던 늑대 무리는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었다.
몇 번 활시위를 당기며 주변을 정리하자 이제 더는 가만 있을 수 없다는 듯 앞으로 나서는 땅의 주인.
네 개의 눈동자에서 흐르는 살기는 단순한 몬스터를 넘어 어떤 신수를 보는 기분에 가까웠다.
‘소환.’
그렇지만 저런 특별함은 나에게도 있었다.
《이번에는 늑대 사냥인가?》
“네.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이번에는 저도 같이 싸울 거에요.”
《확실히 지금의 그대라면 괜찮겠지.》
내 팔을 스치듯 본 아슈리탄의 평가에 조금 더 자신감이 올라왔다.
《그럼 가자. 말 안 듣는 늑대에게는 매가 약이다.》
“그러시죠.”
어느 세계에나 비슷한 말이 존재하는지 어딘가 익숙한 말을 하고 움직이는 아슈리탄.
난 그의 뒤를 따라 달리며 손에 든 창백한 월영을 가만히 매만졌다.
‘일단은 판테리온 투술로 움직이면서 검을 쓰라고 했어.’
멀리서 화살만 날려도 충분히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엘프들과 합을 맞추는 건 몇 번이나 해봤기에 큰 무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지만 이번에 내 검술 사부에게 특별한 지령을 받았다.
그건 바로 검으로 유효타를 넣으라는 것.
공구 합체술로 얻은 ‘판테리온 투술’이라는 힘과 같이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는 말과 함께였다.
그래도 점점 가까워지니 무서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진호형! 고립시켜요!”
“오케이!”
내 옆에 달리던 이동찬의 외침에 탁진호가 움직였다.
머드 골렘의 어깨 위에 앉은 그가 허공에 손을 휘저으니 땅이 들썩였다.
곳곳에서 솟아나는 붉은 흙벽은 이내 쌍두랑을 다른 늑대들과 분리했다.
그러며 내 등을 떠미는 다른 동료들.
미리 얘기된 내용이지만, 저 후련한 얼굴들을 보니 어쩐지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서후. 집중해라.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아, 네.”
아슈리탄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검을 다시 고쳐 잡았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혹독한 멜라파의 교육이 실전에서 나도 모르게 움직이게 하는 것.
역시 연습만큼 훌륭한 재료는 없었다.
“워우우우우우우우우우!”
‘크윽.’
거대하게 울리는 쌍두랑의 포효.
마력이 약한 이들은 땅에 주저앉게 만들 그 외침으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푹.
“······잘 가라.”
창백한 월영의 유려한 검날이 내 몸통 크기의 늑대 머리에 파고들었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기묘한 감각에 검이 바르르 떨렸다.
띠링!
[‘블러드 트윈 헤드 울프’을(를) 해치웠습니다.] [시스템 경험치를 ‘70, 000’ 획득했습니다.] [‘70, 000’ 골드를 획득했습니다.] [획득한 골드는 계약에 따라 컴퍼니(Company), ‘붉은 칼’에게 이전됩니다.]전투는 치열했다.
약 10분 가까이 진행된 전투의 승자는 결국 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시작한 전투였기에 승리에 대한 쾌감보다는 일이 끝났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죽을 뻔했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건 페이즈 세 번째가 되며 온몸의 피를 불태운 늑대에 나도 위험했기 때문이다.
마력 방벽으로 일격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정말 어찌 됐을지 장담할 수 없던 순간.
그래도 덕분에 공구에 합친 아이템의 힘이 얼마나 큰지 깨달을 수 있었다.
띠링!
이제 성과를 확인할 차례.
골드를 포기하면서 얻어낸 보스급 몬스터 공략.
그 결과물이 가슴을 뛰게 했다.
[‘장서후’님은 ‘257번’ 지역에서 ‘9’번째로 ‘블러드 트윈 헤드 울프’ 사냥에 성공하였습니다.] [보상으로 ‘개 잡는 칼’ 칭호를 획득했습니다.]‘큭. 칭호 이름하고는.’
다행히 칭호를 얻을 수는 있었다.
그렇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칭호의 명칭은 상당히 별로였다.
무슨 개장수라도 된 기분.
그래도 칭호는 칭호 아니겠는가.
그리고 보상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시스템 경험치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였습니다.] [‘장서후’님의 레벨이 ‘1’ 올랐습니다.] [‘장서후’님에게 자유 능력치를 ‘5’ 부여합니다.]7만이 넘는 경험치가 들어오며 레벨이 하나 올랐다.
10레벨이 되기 위해서 필요했던 10만과 달리 11레벨은 그 절반인 5만.
늑대 사냥에 레벨이 바로 올랐다.
자유 능력치를 바로 마력에 투자했다.
차오르는 마력에 믿기 힘든 쾌감을 느끼며 상태창을 불러왔다.
이 짧은 전투가 날 어떻게 바꿨는지 확인해야 했다.
띠링!
─── ◆ STATUS ◆ ───
[ 이름 : 장서후 ] [ 레벨 : 011 (23.1%) ] [ 능력 ] ▶[ 근력 : 018 ][ +8 ]▶[ 내구 : 015 ][ +5 ]
▶[ 민첩 : 019 ][ +7 ]
▶[ 마력 : 048 ][ +3 ] [ 골드 ] ▶[ 122, 301, 755 ] [ 칭호 ] ▶[ 시체 청소부 ]
▶[ 도축업자 ]
▶[ 개 잡는 칼 ]
─────────────
‘마력이 올랐어.’
플러스된 능력치만 해도 레벨이 몇 단계나 올라야 가능한 수치.
그 덕분에 별로 투자하지도 않은 육체 능력치가 어지간한 각성자들보다 높았다.
거기에 이번 칭호는 마력까지 올려주는 듯했다.
──── ◆ TITLE ◆ ────
[ 이름 : 개 잡는 칼 ] [ 능력 ] ▶[ ‘살기(殺氣)’ 권능에 저항 ]▶[ 민첩 능력치 ‘5’ 증가 ]
▶[ 마력 능력치 ‘3’ 증가 ]
──────────────
마력을 올려주는 칭호는 민첩도 무려 ‘5’나 올려주었다.
그렇지만 역시나 눈에 더 들어오는 건 ‘살기’에 저항한다는 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능력이지만, 단순한 스탯이 아니기에 작은 기대를 품어도 될 거 같았다.
‘이제 하나 남았다.’
1차 침공이 시작되며 절망감을 안겨준 괴물들.
지구에 넘어오지도 못할 만큼 큰 힘을 가진 몬스터를 어느새 세 종류나 잡아버렸다.
그렇게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고블린 로드뿐이었다.
이미 두 번이나 마주쳤지만, 내 손으로 잡을 수 없었던 괴물.
이번에는 절대 놓칠 수 없었다.
* * *
“너······ 정체가 뭐야? 회귀자? 아니면 성좌 같은 거라도 등에 업었냐?”
늑대 사냥이 끝나고 약속대로 삼겹살 파티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붉은 칼의 예상과 다르게 파티 장소는 그들의 텐트가 아니었다.
아늑하고 아름다운 내 하우스, 틈새의 오두막에 그들을 초대하였다.
그리고 반투명 문을 통과한 이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커졌다.
그들의 대표인 남동규 역시 다르지 않은 얼굴을 하며 희한한 말을 뱉었다.
“비밀은······ 말할 수 없으니 비밀이죠.”
“이제 우리 친구 아니야? 궁금해 미치겠네. 쫌 말해줘.”
“친구라도 비밀은 있는 법이죠. 가족이라면 모를까. 자, 일단 오늘은 편히 먹고 즐기시면 됩니다. 이쪽은 우리 차팀장님 사모님이고 파티를 준비해주셨습니다.”
은근슬쩍 말을 남기고 남동규를 이윤정에게 넘겼다.
이미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녀에게 잘 설명했으니 믿고 맡기면 된다.
이런 일은 나보다 나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오오오. 이 고기 죽인다. 돼지 특유의 육향은 그대로인데 돼지 비린내는 하나도 없어. 육즙도 미쳤고 식감도 돌았네. 이베리코는 쓰레기였어!”
“······맛있는 건 나도 아니까. 제발, 닥치고 먹어라.”
“이 고기의 가치를 모르는 그대가 불쌍하구나.”
조금 무리해서 일찍 잡은 이계의 돼지.
이윤정이 말한 거처럼 확실히 맛은 뛰어났다.
자신이 미식가라고 여기는 이동찬이 극찬하는 건 어려운 일인데 저런 모습을 보일 정도.
요란법석을 떠는 녀석을 넘어 붉은 칼 사람들을 살폈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네.’
이동찬처럼 겉으로 유난을 떨지는 않지만, 모두 놀라는 건 마찬가지.
오로라 비전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내뿜는 색은 정말이지 무슨 폭죽 터지는 것처럼 화려했다.
그만큼 감정의 변화가 크다는 의미.
말을 들어보니 보급을 잘하지 못해서 제대로 먹지도 못했었다고 들었다.
이렇게 고기와 술을 먹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른다고 했으니 저런 반응도 무리는 아니었다.
적어도 이 틈새의 오두막에 대한 첫인상은 아주 잘 심어준 거 같았다.
“무슨 생각이냐?”
술자리가 무르익고 숯불은 모두 꺼져갔다.
피곤한 사람들은 각자의 숙소로 향하고 남은 이는 서로 짝을 지어 얘기 나누기 바빴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내 옆에 남은 이동찬, 녀석의 물음이 뭘 말하는지 난 알고 있었다.
“왜 굳이 안 보여줘도 되는 걸 다 보여주는 거야?”
“갖고 싶어졌거든. 저 붉은 칼이라는 거.”
첫인상과 달리 볼수록 마음에 드는 사람들.
난 그들을 내 걸로 만들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