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insurance money from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87
088. 두 번째 침공. (2)
088.
꾸르르르르르르르르릉.
방금까지도 맑았던 제주도의 하늘.
꾸르릉 하는 거대한 소리와 함께 하늘이 까맣게 변하였다.
이 변화가 설명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죄로 얼룩진 죄인들이여. 어찌하여 아직도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있는가. 이제 고개 숙여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라.》
하늘을 가득 울리는 목소리는 모든 살아있는 존재는 떨게 만들었다.
여전히 알지 못하는 언어임에도 알아들을 수 있는 개소리였음에도 말이다.
“······흐으음.”
2차 침공을 알리는 의문의 목소리는 이로써 세 번째 듣게 되었다.
0차와 1차 침공 때도 들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느낌이 너무 달랐다.
“크긴 많이 컸네. 이 차이를 느끼고.”
“······이 정도였다고?”
“무슨 소리야. 네가 지금 느끼는 건 그냥 그림자의 윤곽 정도야. 나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게 저 목소리의 주인이야.”
내 변화를 눈치챈 건 역시나 멜라파였다.
그러며 하는 말에 전신에 소름이 돋아났다.
그조차도 힘의 크기를 파악조차 할 수 없는 경외의 존재라니.
도대체 이 아포칼립스는 왜 시작됐으며 저 목소리의 주인은 무엇일까?
새로운 침공이 시작되니 다시금 원점의 질문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누구도 답을 주지는 않았다.
“걱정할 거 없다. 그래 봐야 초월자일 뿐이고 신에 다다르지 못한 괴물일 뿐이다.”
아직 찾지 못한 부모님과 시작된 침공.
그에 더불어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있는 어떠한 존재.
이런 사실들로 주눅 들 수밖에 없는 날 위로하는 건 고양이 기사가 차지한 왼편이 아닌, 오른편에 선 아슈리탄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초월자라는 건 아마도 어떤 벽을 넘은 존재일 거야. 대답하지 못하면서도 언급하는 걸 보면 아주 먼 곳에 있는 존재는 아니라는 의미일 거고. 그런데 신은 아니다?’
말을 하는 것과 알려주는 것이 서로 상충하는 제약에 걸린 멜라파나 아슈리탄과 같은 존재들.
그들이 전해주는 말을 스스로 해석해야만 하니 답답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아슈리탄의 말에 조금이나마 안심되는 건 저 분노한 존재가 신이 아니라는 건 확실했기 때문이다.
신을 상징하는 전지전능.
그것이 없는 존재이니 끝내 다다를 수 있는 상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자리아라면 이 멸망에서 괜찮을까요?”
“글쎄. 그 아이가 도달한 곳은 나조차 알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는 것만은 확실하지.”
“그렇군요.”
그래도 알고 싶었다.
얼마나 강해져야 이 지랄 맞은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렇기에 내가 접한 가장 강한 존재인 엘프의 영웅을 물었다.
질문에 대한 돌아오는 대답은 여전히 분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작은 희망이 담긴 아슈리탄의 답.
적어도 걸어갈 길을 알려주기에는 충분했다.
쩌저저저저저적!
“제기랄. 아직 축제도 전부 처리 못 했는데 벌써 시작이네.”
알 수 없는 존재가 말한 것에 이어지는 건 하늘의 균열.
드디어 2차 침공 주인공들의 모습을 알기 싫어도 알게 될 시간이었다.
“우리는 하던 일 계속합니다. 여러분의 안전은 제가 책임지니 걱정하지 마시고 하던 일에 집중하세요.”
“자자, 들었죠. 우리 대표님이 호언장담했으니까 일하세요. 추가적인 위험수당은 청구할 수 있으니까 걱정 마시고 고개 땅으로 숙입니다!”
새로운 몬스터.
나를 두렵게 만들었던 괴물들.
그것들이 온다 한들 어떠한가.
난 내가 쌓아온 것들을 믿었다.
이 자리에서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 * *
“찾았습니다!”
하늘에 균열이 등장하고 비처럼 내리는 몬스터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있는 곳과 균열의 거리는 상당했다.
하나하나 분석하며 2차 침공의 규모와 대비책을 고민하는 사이, 김사율의 외침이 있었다.
“대표님! 두 분은 무사하십니다! 한라 컴퍼니는 축제가 열리기 전에 이미 이곳을 떠났습니다!”
달려오며 외치는 김사율은 확신하며 큰소리로 외쳤다.
“김팀장님 진짜죠? 우리 대표 거짓말이면 웁니다. 진짜 맞죠?”
“그럼요. 대략적인 위치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아냐면요. 이 땅에 있는 모든 존재에는 아스트랄계로 통하는 의식의 흐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흐름은 시간이 흐르면 흐려지긴 하지만, 흔적을 남깁니다. 지문이나 DNA를 남기는 거하고 같은 거죠.”
“아아. 그래요?”
김사율의 말에 대답하는 이동찬.
녀석의 눈에 의문이 한가득 떠올랐다.
“여기서 재미있는 게 또 있습니다. 특히나 아스트랄계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게 정령이거든요. 마침 어제 나시르님에게 배운 정령의 퇴행성 부산물이 꼭 DNA 분석하고 일치합니다. 덕분에 한라컴퍼니가 움직인 시간과 방향을 알아냈습니다.”
“그, 그러네요. 잘하셨어요.”
“네. 감사합니다. 그래도 시간만 더 있었으면 정령 스펙트럼 분석으로 더 정확한 시간과 장소까지 알 수 있었는데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무사하시고 가신 방향만 알아낸 게 어디에요. 안 그러세요, 대표님?”
나 역시 김사율이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하려는 말의 핵심인 부모님의 안전과 가신 방향을 알아냈다는 것만이 중요했다.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어느 쪽이죠?”
“저쪽입니다. 정확히는 제주도 반대편으로 가신 거 같습니다. 대충 보자면 한라산과 최대한 먼 거리를 유지하면서 크게 돌아 반대편으로 가신 거 같습니다. 정확한 위치는 정령 퇴행성 부산물을 계속 확인해야 하겠지만요.”
“김팀장님이 고생해주세요. 이실장이 같이 확인하면서 도울 겁니다.”
새삼스럽게도 세상에는 천재가 많다는 걸 느꼈다.
아포칼립스가 터진 지 얼마나 됐다고 저런 알 수 없는 소리들을 해대며 성과를 만드는 걸까?
그 결과로 부모님의 생사와 행방까지 알 수 있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더 투자해야 해.’
이미 SH는 컴퍼니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내 왕국이 되어가고 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지분과 새로운 사업 파트너,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골드까지.
이런 요소들이 모여 내외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거였다.
지금 열심히 길을 찾는 김사율이나 마탑을 건설하는 마규진과 같은 인재들은 결국 그 성장을 촉진하는 영양제가 될 거다.
기업의 성장, 나라의 발전에 기본이 되는 연구개발 투자에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전투 인원보다는 연구 인력을 구하는 것에 더 힘을 실어야 할 타이밍이었다.
“출발합니다! 새로운 괴물들이 득실거리니 소수 정예만 움직입니다. 대표단이 쐐기 형태로 이동할 테니 해당 안 되시는 분들은 복귀 바랍니다!”
어쨌든 내 생각은 차후의 일.
지금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괴물들을 뚫고 제주도 반대편까지 달려야 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2차 침공 몬스터와의 조우는 빠를 예정이었다.
* * *
‘생각보다 많지는 않아.’
하늘에서 쏟아지는 몬스터는 비처럼 내리고 있었다.
먹구름이 가득해서 마치 밤이 된 듯한 하늘이기에 그 모습은 두렵고 웅장했다.
그럼에도 난 많지 않다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했다.
《1차 분석 끝났어. 예상했던 것처럼 고블린 로드하고 오크 샤먼. 거기에 쌍두랑이 균열을 넘었어.》
새로운 몬스터에 대한 분석은 가장 기본이 될 정보다.
우리 컴퍼니는 당연히 침공이 시작되면 쉬지 않고 이 괴물을 분석하고 또 분석할 거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분석이 끝나고 이동찬이 보고한 거다.
《숫자는?》
《그렇게 많지는 않아. 보충된 일반 몬스터 말고 상위 몬스터는 축제 때 사라진 숫자하고 거의 같은 거 같아. 아마도 우리 예측이 맞나봐.》
녀석이 말하는 우리가 한 예측은 ‘추가가 아닌 보충’ 될 거라는 것이었다.
굳이 이계에 묶여있던 괴물들을 불러들여 축제를 벌인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는 2차 침공에 대한 예고이자 예방주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등장한 축제의 숫자와 분포를 보고 이 이상으로 등장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싸우지는 않지만, 서로 견제하고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는 몬스터들.
이 이상으로 모여들어 과밀한 인구밀도를 갖는 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렇기에 이 괴물들의 등장은 예상대로였다.
《새로운 괴물들은 어때?》
예상이 맞다는 건 이미 대책이 있다는 의미였다.
축제를 부수며 질주하며 제주도까지 온 우리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 상황.
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몬스터는 변수였다.
《전부 네 종류가 더해졌어. 사진 찍어서 엘프들하고 멜사부한테 교차 검증해서 정체하고 스펙은 간단히 정리했고. 이건 직접 보는 게 나으니까 전송할게.》
띠링!
[컴퍼니(Company), ‘SH’의 ‘비서실장’이 ‘신규 몬스터 분석 V1.0.0’를 전송합니다.]새로운 몬스터에 대한 분석은 지금 상황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렇기에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여야 했다.
우리에게는 지구가 아닌 다른 세상에서 넓은 견문을 가진 존재들이 있으니 그들을 활용해서 이미 보고서가 나온 거였다.
파라라라락!
그 보고서가 내시야 한 쪽에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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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 몬스터 분석 V1.0.0
아포칼립스 발생 후 발생한 2차 침공의 신규 몬스터에 대한 분석 보고서입니다.
기본 정보를 바탕으로 긴급 작성되었으며, 차후 샘플 확보 후 교차 검증 및 추가적인 스펙 확인 예정입니다.
◆ 신규 몬스터의 종류 : 4종
(1) 뱀파이어
(1)-1. 종류 : 아인종 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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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아까 그 박쥐들이 흡혈귀라고?’
예상보다 많지 않은 괴물이 균열을 넘었다고 느낀 건 신규 몬스터를 보고 난 후에 한 생각이었다.
축제에 쓸려나가 괴물들을 빼면 개체수가 많지 않고 대부분 인간의 형상을 한 괴물들.
그들 중 특이했던 것이 균열을 넘은 박쥐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뱀파이어라니.
처음부터 등장한 몬스터가 심상치 않았다.
주르륵 써진 특징들을 살피니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게 느껴졌다.
‘하아. 산 넘어 산이네.’
넘어온 개체수가 많지 않다는 건 하나하나가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었다.
이런 내 생각이 맞다는 듯 보고서에 써진 다른 몬스터는 헛웃음이 나오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제주도 반대편까지 가는 길도 쉽지 않을 거 같았다.
* * *
“서후.”
“네? 아, 네. 아슈리탄님.”
“저쪽을 봐라.”
달리면서 신규 몬스터 분석 보고서를 보느라 잠시 정신을 빼놨다.
그런 날 부른 아슈리탄은 어딘가를 가리켰다.
내가 요청하는 일이 아니면 대부분 조용하게 있는 그의 행동에 속도를 늦추고 마력을 집중해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보이나?”
“그러니까 아, 보이네요. ······저건 뭐죠?”
“그 보고서 마지막에 정체를 파악 못 했다는 게 바로 저 괴물이다.”
나와 영혼이 연결된 아슈리탄은 신규 몬스터 분석 보고서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보다 빠르게 보고서를 전부 읽었는지 마지막을 언급했다.
그의 말에 빠르게 살피니 확실히 그런 부분이 있었다.
‘새로운 몬스터인 건 파악되나 측정이 불가하여 파악할 수 없다? 하긴 너무 멀어서 나도 스킬이 아니면 안 보이니까.’
4종류의 몬스터가 등장했지만, 모든 몬스터가 가까이에 나타난 건 아니었다.
특히나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에 자리 잡은 괴물은 단 한 마리였다.
꿰뚫어 보는 눈이란 스킬의 제3의 눈과 마력이 없었다면 나도 안 보일 정도로 먼 곳에 있는 괴물.
그런데 아슈리탄은 그 괴물을 보라고 한 거였다.
무언가가 있다는 걸 모를 수 없었다.
“다른 괴물들은 괜찮다. 지금의 너라면 얼마든지 싸울 수 있다. 딸아이의 힘까지 동원한다면 압도적인 승리를 가져올 수 있겠지.”
“다른 괴물만 괜찮다는 말인가요?”
“맞다. 저 산 정상에 자리한 괴물은 다르다. 마족, 마에서 태어난 진정한 악마. 그것이 저 괴물의 정체다.”
회사 분석팀이 파악하지 못한 마지막 몬스터의 정체는 마족.
‘보기에는 그냥 멀끔한 신사처럼 보이는데, 마족이라.’
왠지 저 멀리서 날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전신에 감싸는 소름에 나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떨었다.
띠링!
그렇지만 2차 침공은 꼭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었다.
[‘1차’ 침공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생존한 여러분께 합당한 보상을 지급합니다.]버텨온 시간이 결코 헛되지만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