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17
제17화
홍유릉 게이트 앞에는 이동식 컨테이너 부스가 줄지어 서 있었다.
일대 그룹 사원들을 위해 준비된 곳이다.
일하는 곳과 휴식하는 곳이 있고, 부상자를 위한 응급실도 있다.
사원들이 게이트 앞에서 주로 하는 일은 게이트 안의 연락책과 연락을 주고받고, 우찬성 회장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일대 그룹 소속 헌터관리부 ‘임재혁’ 팀장은 이번에도 원정대 연락책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
다만, 우찬성 회장에게 보고하기에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연락책이 전해 온 내용 때문이다.
[원정대 스켈레톤의 습격 받아 도주 중.] [현재 원정대 협곡으로 들어감, 막다른 길.]그 말을 남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책은 쓰러졌다.
매우 급한 상황을 보고서는 탐색 마법을 연거푸 써 댔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마나가 다 떨어져 나갈 때까지.
마나를 채우는 건 마나 포션을 주면 될 일이지만, 포션을 마신다고 해서 마법을 다시 쓸 정도의 정신력까지 돌아오지는 않았다.
지금 임 팀장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연락책이 탐색 마법을 쓸 수 있을 만큼 컨디션이 돌아오는 걸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원정대가 돌아왔습니다!”
그때 컨테이너 부스 바깥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임 팀장은 일이 어떻게 됐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짧게 잡아 7일, 길게 잡아 10일이 걸릴 거로 예상했던 원정이다.
그런 원정대가 한나절 만에 돌아왔다는 건 원정이 실패했다는 것을 뜻했다.
“후….”
그는 한숨을 내쉰 후 컨테이너 부스 바깥으로 나갔다.
게이트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늘 사람들을 다독여 주던 보급팀 김민주 대리의 표정조차 좋지 못했다.
그의 예상대로 원정을 실패한 것이 분명했다.
그러고 보면, 입장할 때 눈에 띄었던 흰색 가면을 쓴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도주하다가 죽었구나!
우담화를 채집할 사람이 없으니 돌아온 것이 분명했다.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 그는 마지막으로 게이트를 빠져나온 우연후에게 달려갔다.
“부회장님! 상심이 크시겠-”
“이걸 부탁합니다, 임 팀장님.”
우연후는 앞으로 달려온 임 팀장에게 불쑥 손을 내밀었다.
그것은 주먹만 한 마법 주머니였다.
임 팀장은 마법 주머니를 두 손으로 받아들며 물었다.
“이게 뭡니까?”
“…우담화입니다.”
우연후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그 대답을 이해할 수 없어 임 팀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못 들었습니까? 우담화라고 말했습니다.”
“들,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담화라니요?”
임 팀장이 되물었지만, 우연후는 이미 그에게서 시선을 돌린 뒤였다.
우담화가 자란 곳은 분명 가는 데만 사흘이 걸리는 곳이었다.
직선으로 가면 한나절 만에 갈 수 있는 거리긴 했지만, 길목에 장벽이 가로막고 있어 크게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우연후는 원정을 떠난 지 하루 만에 우담화를 채집하고 돌아왔다.
또 그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꿈에 그리던 우담화를 얻었는데 어째서 화를 내는 것일까.
우연후가 자신의 오른팔인 오주한에게 소리쳤다.
“주한! 우린 즉시 게이트로 복귀한다!”
“모두 준비 끝마쳤습니다!”
오주한은 대답하고는 곧바로 네 명의 파티원을 이끌고 게이트로 들어갔다.
이동용 마나 발전기를 짊어진 채 게이트로 다시 들어가는 그들의 표정은 마치 전쟁에 나가는 군인 같았다.
임 팀장은 도저히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원정의 목표인 우담화가 제 손에 있는데 어째서 다시 입장하는 걸까.
“보급팀은 이곳에서 대기! 민주야, 사람들 부탁한다.”
“네!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세요!”
게이트의 입구로 향하던 우연후는 임 팀장을 발견하곤 인상을 구겼다.
“뭐 하고 있는 겁니까?”
“네?”
“우담화를 건네드렸는데, 뭘 하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아! 바로!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임 팀장은 허겁지겁 자동차를 향해 내달렸다.
다급하게 차에 탑승하면서 게이트로 들어가는 우연후를 쳐다봤다.
혹시 흰색 가면 쓴 사람을 구하러 가는 건가?
이미 죽었을 텐데, 쓸데없는 짓 아닌지 몰라.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금방 지워 버렸다.
흰색 가면이 죽었든 살았든 그와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었다.
또 그에게 있어 우담화를 빨리 서울로 배달하는 게 더 시급한 일이었다.
***
「으으, 어서 그 증오스러운 것을 치우지 못할까!」
내가 통나무로 겨눌 때마다 스켈레톤 로드는 이리저리 피했다.
그 꼴이 제법 재미있어서 “에비”하며 통나무를 앞으로 내밀어 봤다.
그러자 로드가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얼굴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하얀 해골이 더 하얗게 창백해진 듯 보이는 건 단순한 착각일까?
“그게 치워 달라고 부탁하는 놈의 태도야?”
「이 미천한 놈!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니라!」
“에비.”
「으으음!」
발을 내딛자 스켈레톤 로드가 또다시 뒤로 물러났다.
인간들이 바 선생을 발견하게 되면 소름이 오소소 돋게 되듯이.
공중화장실의 닫힌 변기 뚜껑을 열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깊은 고민을 하듯이.
로드는 그렇게 통나무를 혐오스러워했다.
오죽하면 통나무를 증오스러운 것이라고 표현했을까.
나한테는 우스울 뿐이었다.
통나무 하나 때문에 다가오지 못하는 A+급 몬스터라니.
「더는 그 오만방자함을 참아 줄 수가 없구나!」
“그래? 애비!”
「으음! 더는 네놈의 그 장난질을 봐주지 않을 것이다!」
“오?”
앞으로 통나무를 내밀었다.
이번에 스켈레톤 로드는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양옆으로 살살 흔들었는데도 더는 아까처럼 이리저리 피하지 않았다.
결국, 녀석은 바 선생을 잡기로 마음먹은 거다.
열어선 안 될 변기 뚜껑을 확 열어 버리기로 한 거다.
그 결심에 크나큰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 이놈! 어딜 가는 것이냐!」
열심히 도망쳤다.
통나무를 어깨에 둘러메고 열심히 도망쳤다.
뒤에서 쿵쿵거리며 스켈레톤 로드가 쫓아오는 게 느껴졌다.
녀석은 A+등급 몬스터다.
퀘스트 창의 ‘A+등급 세계수 퀘스트’라는 문구가 그 증거다.
아무리 지원품으로 전대 세계수의 나뭇가지를 얻었다고 해도, 나보다 더 강한 놈과 무턱대고 싸워서 이길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다행히 쫓아오는 로드와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평소보다 몸이 잘 움직여져서다.
아마도 나뭇가지를 갖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세계수 관련 아이템을 갖고 있으면 신체 능력이 오른다는 패시브가 발동된 것이리라.
「거기 서라, 인간! 짐을 능멸한 죄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데 너 같음 서겠냐!”
「대신 멈춰 선다면 아프지 않게 죽여주겠노라!」
“지랄하네!”
절대 멈춰 서지 않으리!
다짐하면서 죽일 방법을 생각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역시 새싹이 보내온 흙이다.
병사급과 대장급은 흙이 거기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정화됐다.
장군급은 멀쩡했으나 밟거나 몸에 닿으면 정화되고 녹아서 사라졌다.
스켈레톤 로드는 그때 망토로 몸을 가려 닿지 않도록 했었다.
그건 분명 흙이 로드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일 거다.
“쯧…!”
수중에 흙이 전혀 없다는 게 아쉽다.
지금 가지고 있었다면 쫓아오는 지금 뿌렸을 거고, 그럼 피할 수 없을 테니 쉽게 처치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없는 것을 아쉬워하며 생각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없는 건 없는 거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한다.
흙 대신 이 통나무를 사용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뒤를 힐끔 바라봤다.
“……!”
「서지 못하겠느냐!」
로드는 어느새 내 바로 뒤에까지 쫓아와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곧 하얗고 거대한 손아귀가 내 목을 붙잡을 것이었다.
차라리 잘됐다.
날 열심히 뒤쫓아 오는 저 집념을 이용하자.
어깨에 둘러멘 통나무 끝을 손바닥으로 지탱하며 멈춰 섰다.
그러고는 충격에 대비해 무릎을 꿇고 앉아 몸을 낮췄다.
「이, 이놈!」
빠르게 달려오는 군마 앞에 선 파이크 병이 된 기분이다.
이대로 짓밟혀 죽게 될까, 말이 도중에 멈춰 찔러 죽이게 될까.
다행이랄지, 안타까워해야 할지, 죽거나 죽이는 일은 없었다.
나와 금방이라도 부딪칠 것 같았던 로드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순간 이동?”
아니, 아니다.
순간 이동이라기엔 마나의 흐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 A+등급 몬스터라도 마나의 흐름을 완전히 지운 채 마법을 쓸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건 장비 아이템 효과였다.
“……?”
그때 께름칙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당장 자리를 피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몸을 앞으로 굴렸다.
“……뒤구나!”
께름칙한 기분의 정체는 스켈레톤 로드였다.
녀석은 뒤에서 내 몸만 한 대검으로 나를 찌르려 하고 있었다.
하마터면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고 죽을 뻔….
아, 나 그렇게 쉽게 안 죽지, 참.
「감이 좋은 놈이로다!」
어라?
방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거 같은데.
한 번 구른 상태에서 한 번 더 굴러 거리를 벌렸다.
일어나면서 통나무를 안아 들 듯 쳐들고 로드를 향해 돌진했다.
「가소롭구나! 차라리 도망치는 것이 나았을 것을!」
어떤 시대든, 강한 존재의 최대 약점은 늘 오만이다.
그에 따라 발생하는 방심과 함께.
물론, 그게 나와 스켈레톤 로드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강자는 방심한 상태에서도 약자를 죽일 수 있으므로 강자인 것이다.
스켈레톤 로드가 대검을 든 팔을 휘둘렀다.
휘둘렀다, 그 사실만 인지했을 뿐이다.
대검이 휘둘러지는 건 보이지 않았다.
제대로 보지도 못한 대검은 어느새 내 몸 찔러 꿰뚫었다.
입에서부터 쿨럭거리며 피가 나왔다.
두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통나무를 떨어뜨렸다.
「살려고 발버둥 치지 말 거라.」
“커, 허억!”
「곧 짐의 부하로 새롭게 태어나 영생을 얻게 될 테니!」
“필요 없….”
말을 끝까지 맺지 않고, 몸에서 힘을 뺐다.
죽은 척이다.
스켈레톤 로드는 내가 웬만한 상처에 죽지 않는다는 것을 모른다.
가면을 써서 실눈을 뜨고 있어도 로드는 알아보지 못했다.
죽었다고 판단한 녀석은 내 몸이 꽂힌 대검을 어깨에 둘러멨다.
대검이 뱃속에서 요동치는 바람에 소리를 지를 뻔했다.
간신히 이를 악물고 버텨 냈다.
그렇다.
존버는 결국 승리하는 법이다.
보라, 스켈레톤 로드의 저 하얗고 매끄러운 뒤통수를!
두드리기에 아주 적합한 뒤통수가 아닌가!
조용히 히죽 웃으면서 따스한 손길을 썼다.
로드가 흙을 피하려 한 이유가 뭘까, 통나무를 피하려고 한 이유가 뭘까.
바로 세계수의 에너지 때문이다.
세계수의 마나가 담긴 것들이 녀석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따스한 손길은,
[따스한 손길(A등급) – 세계수의 마나가 손가락을 따스하게 감싼다.]세계수의 마나를 담은 공격 스킬이었다.
로드가 고개를 돌려 대검에 꽂힌 나를 올려다봤다.
히죽 웃고 있는 나와 눈이 마주친 로드가 눈을 크게 떴다.
물론, 해골바가지였으므로 정말로 눈을 크게 뜬 건 아니었다.
당황스러워하는 게 느껴져 그리 보였을 뿐이다.
“안녕?”
「어찌, 어찌하여 그대가 살아 있는 것이냐!」
“글쎄다? 말해 주고 싶지 않은걸!”
오른 검지를 쭉 뻗어서 스켈레톤 로드의 머리를 두들겼다.
로드는 당황해서 나를 떨어뜨리려 했지만, 왼손으로 대검을 꽉 붙들었다.
“으헉!”
쉽게 떨어져 줄 것 같아? 이게 어떤 기회인데!
난 그 상태로 로드의 희고 딱딱한 머리를 마구 두들겼다.
“그거 아냐? 지금 이 자세가 연타하기엔 완벽한 각도란 거?”
「무, 무엇을 하는 것이냐! 감히 짐의 머리를! 으, 어억!」
그동안 스마트폰 화면을 두들긴 시간이 얼만 줄 알아?
내가 이걸로 세계수도 피워 낸 놈이다, 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