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174
제175화
[캐릭터 창] [백도운 – 세계수 관리인] [타이틀 – 세계수의 동반자] [HP – 95%(페널티)] [MP – 2000만260] [SP – ∞] [상태 – 광합성 모드 후유증]이게 뭐지, 버근가?
당황스러우니 눈이 자꾸만 껌뻑였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뜬다.
또렷하게 뜬 눈으로 캐릭터 창을 들여다본다.
[MP – 2000만260]그래도 표기된 마나는 달라지지 않았다.
마나 수치가 왜 이 모양인 걸까.
이게 정말 맞는 건가.
그런 의심이 절로 피어오를 정도다.
[세계수 어린나무는 관리인의 의심을 부정합니다.] [이어 오류나 버그가 아니라며 안심시켜 줍니다.]그럼….
정말 내 마나를 뜻한다는 거야?
나한테 저만한 양의 마나가 있다고?
“…허!”
이러니까 가만히 서 있는데도 마나 회로가 버티지 못하고 터져 나갔지….
태천이가 툭 건드렸다고 어깻죽지가 터진 게 이해가 된다.
2000만 정도 된다면, 마나 순환이 제대로 안 되는 게 당연했다.
오히려 가지치기 한 번으로 해결된 게 더 놀랍다.
“오라버니…?”
“응?”
“왜 그래요? 많이 안 좋아요?”
“어?”
아.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니 문제가 있는 줄 안 모양이다.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냐, 괜찮아.”
“정말요? 진짜 괜찮은 거예요?”
“그렇대도.”
“…….”
“진짜야. 생각보다 더 괜찮아서 당황한 거야.”
그리 말하며 캐릭터 창을 다시 훑었다.
마나 과다증은 가지치기를 통해 완벽하게 해결돼 있었다.
상태 칸에 광합성 모드에 의한 후유증이 떠 있긴 했지만….
페널티로 HP가 5% 줄어 있는 게 다였다.
회복력이 좋은 나로서는 페널티라고 볼 수도 없었다.
그걸 제외한다면, 몸살기가 있는 것처럼 여기저기가 쑤시는 것 정도다.
“후유증이 조금 남아 있기는 한데.”
“후유증이요?”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테니까.”
“…알았어요. 그럼, 지금 당장 일어나요.”
“응? 일어나라고?”
쉴 시간을 주지 않는 도희를 바라본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
바로 일을 부려먹어도 괜찮다고는 안 했는데….
도희는 어서 일어나라는 듯 손바닥을 위로 흔든다.
“서둘러요. 울릉도 가야 하니까.”
“울릉도? 지금?”
“네. 지금 바로요. 크라우드가-”
“나 노리고 있다며. 알아. 한재임한테 들었어.”
“그리고.”
도희는 그게 끝이 아니라는 듯 말했다.
필사적으로 노리는 것 말고 또 뭐가 있나?
“놈들은 아마 오늘 밤 오라버니를 노릴 거예요.”
“오늘 밤에…?”
“네. 그위친을 마지막으로 S급 헌터들이 전부 돌아갔으니까요.”
“아….”
내가 세계수 관리인인 것을 알면서도.
의식을 잃은 상태여서 제대로 된 반격할 수 없는데도.
크라우드가 그동안 쳐들어오지 않았던 이유.
그건 그동안 S급 헌터들이 한국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핵처럼 억지력(抑止力)이 되는 이들이었으니까.
특히, 그중에서도 그위친의 존재는 크라우드가 더더욱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었을 터였다.
그런 억지력이 오늘 밤 떠났다는 걸 알게 된다면…?
크라우드가 어떻게 나올지는 당연지사였다.
이리저리 마구 휘둘린 콜라병처럼 폭발하는 것을 참지 못하리라.
“좋아.”
한재임이 꼬고 있던 다리를 풀고 일어났다.
그러면서 사과가 담긴 쟁반을 침대 위에 내려놓는다.
토끼 모양으로 깎인 사과는 귀여웠다.
귀여워 보이기는 하는데….
왜 이렇게 꼴 보기가 싫담.
“퇴원 절차는 내가 밟고 오도록 하지. 둘은 출발 준비 하고 있어.”
“아, 고마워요.”
“고맙기는.”
한재임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날 바라봤다.
녀석의 눈빛에는 강렬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내 정체에 관해 꼭 듣겠다는 의지였다.
뭐, 본인 운 없는 걸 탓해야지 어쩌겠는가.
도희가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난 분명 대답해 줬을 거다.
[어린나무는 안타까움을 토로합니다.]새싹이 너도 이 일에 관해선 본인 운을 탓해야 할 거야.
아니면 도희한테 따져 보든가.
[어린나무는 아무 불만이 없다고 전합니다.] [진실한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아휴, 우리 새싹이.
누굴 닮아서 이렇게 거짓말을 잘할까?
[어린나무는 불쾌함을 토로합니다.] [본인은 관리인과 전혀 닮지 않았다고 부정합니다.]하하하.
그거 알아, 새싹아?
난 방금 나 닮았다고 말한 적 없다는 거.
[……!]거기에서 날 떠올린 것부터 이미 늦은 거란다.
너는 훌륭하게 백 씨 집안 아이가 되어 가고 있어.
너도 모르는 사이에.
***
크라우드의 원탁엔 11명이 앉아 있었다.
원탁에 준비된 자리는 총 12개였으나, 한 자리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천칭의 서지혁에게 붙잡혀 도운에게 넘겨진 뱀의 자리는 아니었다.
현재 도운의 빌딩 지하실에서 나무와 풀숲의 엔진 신세가 된 뱀의 자리에는 새로운 이가 앉아 있었다.
며칠 사이에 다시 채워진 자리.
그 자리의 주인은 가슴께에 ‘편자’ 모양 브로치를 달고 있었다.
늑대가 말했다.
“스승님. 토끼를 제외한 모든 간부가 모였습니다.”
“그래….”
원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은편에 앉은 해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토끼는 왜 오지 않은 거지?”
“곧 아이가이온의 마스터인 최동훈의 권속화가 끝나기 때문입니다.”
“아, 그 작업을 담당한 게 토끼였나?”
“그렇습니다. 맡겨달라고 자원했었습니다.”
“그렇군….”
늑대의 대답에 해골도 고개를 끄덕였다.
토끼는 뱀과 달리 허락을 받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었으므로 단죄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원이 홀로그램 영상을 띄우며 말했다.
“오늘 밤.”
홀로그램 영상엔 그위친과 백도희가 떠 있었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은 채로 멈춰 있던 영상이 실행됐다.
그는 백도희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건넸고, 그녀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위친은 마치 어린 딸을 대하듯 그녀를 바라보다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홀로 비행기에 올라탔다.
“드디어 그위친이 이 나라를 떠났다.”
“밀러가 떠날 때 같이 떠났으면 좋았을 것을….”
“크게 싸웠지 않나.”
“아쉬워서 그러지. 그위친이 빨리 떠났다면 지금쯤 백도운을 죽이고도 남았을 텐데.”
“음….”
원은 고개를 끄덕여 해골의 말에 동의했다.
해골의 말대로 그위친이 빨리 떠났다면.
백도운은 이미 죽이고도 남았을 터였다.
아무리 세계수 관리인이라고 해도 의식이 없는 자를 죽이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럼, 주인이시여….”
풍뎅이가 공손하게 끼어들었다.
해골은 풍뎅이를 바라봤다.
“바로 출발합니까?”
“아니, 아직이다.”
“아직이라 하심은….”
“그위친을 태운 비행기가 더 멀리 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지금이라면 얼마든지 되돌아올 수 있으니….”
“…….”
“호승심은 접어두거라. 그위친과 싸우는 것보다 우리의 대업이 더 중요하니.” “송구합니다….”
풍뎅이가 고개를 푹 숙였다.
해골은 그런 풍뎅이가 마음에 드는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원을 바라봤다.
“한 시간 후쯤 출발하는 게 어떻겠나?”
“동의하네. 그 정도면 그위친의 ‘범위’에 닿지 않겠지.”
“좋아. 다들 들었겠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한 시간 후 세계수 관리인 사냥을 시작한다.”
“네…!”
9명의 간부가 우렁차게 대답했다.
해골은 그런 간부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찬찬히 바라봤다.
마치 후드에 가려진 얼굴을 들여다보는 듯했다.
“다들 단단히 준비하도록.”
“……!”
해골이 부드럽게 말했다.
평소에 한 번도 듣지 못한 목소리에 간부들은 경악했다.
간부들은 놀란 감정을 숨길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드러냈다.
평소였다면.
그 꼴을 본 해골은 한숨을 내쉬고 혀를 차는 등 한심스럽게 여겼을 터였다.
해골은 그리 행동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 밤을 함께 맞이하고 싶으니, 각별히 주의하도록….”
“…네!”
간부들은 동시에 대답했다.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것이 마치 해골의 말에 감동한 듯했다.
그러나….
그건 모두 해골의 거짓말이었다.
해골은 현재 원탁에 있는 이들 중 일곱은 죽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운이 좋으면 여섯 정도만 죽고 끝이 나리라.
그 순간,
“음…?”
“이 마나는….”
원과 해골이 이상한 기척을 느꼈다.
두 사람이 느낀 것을 느끼지 못한 간부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로를 바라보곤 무언가를 느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늑대와 풍뎅이만이 조용히 원과 해골을 바라봤다.
“과연….”
“즐거운 오산이로군.”
“과소평가한 내 실수네. 그래도 한 나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길드의 마스터이거늘….”
“뭐, 뭐. 작은 나라이지 않나.”
“음….”
간부들은 원과 해골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늑대와 풍뎅이는 이해한 듯했다.
자신들이 앉아 있는 회의실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두 간부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을 때, 건물이 흔들거렸다.
미세한 떨림이 점점 커졌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건물 전체가 요동쳤다.
간부들이 당황해서 주변을 돌아보는 가운데, 원과 해골은 미소를 지었다.
실수했다는 말이 무색하게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
입가에 미소가 빠르게 뒤틀렸다.
비틀린 미소는 무언가가 잘못됐음을 짐작한 사람의 그것이었다.
“설마….”
“실로 놀랍군.”
“최동훈이 이 정도였는가….”
“피해라.”
“분부대로, 주인이시여.”
해골의 명령이 떨어지자 풍뎅이가 바로 움직였다.
이어 개미를 비롯한 다른 간부들이 따라 일어났다.
쾅!
바닥에서부터 무언가가 솟구쳐 올라왔다.
그 무언가는 원탁의 반을 파괴하고 천장에 처박혔다.
“……!”
멍청하게 가만히 앉아 있었더라면.
조금이라도 자리를 피하는 게 늦었더라면.
간부들은 방금 천장에 처박힌 것에 휩쓸렸을 것이었다.
개미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건, 설마….”
천장에 박힌 그것은 머리가 보이지 않았다.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그들은 애초에 서로 얼굴로 알아보지 않았다.
가슴께에 달린 브로치로 구분했으므로, 개미는 보이지 않는 얼굴과는 상관없이 단번에 정체를 알아차렸다.
“토끼…?”
토끼는 최동훈의 권속화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천장에 매달려 있다는 건….
바로 최동훈의 권속화가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놀랍도다….”
“아쉽구나, 아쉬워.”
“그분의 권속도 아닌 주제에 이 정도 힘을 얻었단 말인가.”
“이놈들이 아니라 저놈이 그분의 권속이 됐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원과 해골이 토끼를 보며 감정을 드러냈다.
둘의 목소리에는 각각 감탄과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간부들은 그 감정들에 불만을 토로하지도 입을 뻥긋하지도 못했다.
그저 잠자코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감히….】
간부들은 동시에 귀를 만졌다.
웬 목소리가 들려온 탓이다.
그러나 목소리는 귀가 아니라 머릿속에서 울렸다.
“텔레파시인가.”
“그것도 다중 텔레파시로군.”
최동훈의 목소리가 원과 해골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크라우드. 네놈들이 나를 세뇌하려고 들어?】
“오해다, 최동훈.”
“그래, 우린 널 세뇌할 생각이 없어.”
【없다고? 나 자신이 바로 그 증거인데, 지금 발뺌하려는 거냐?】
“흥분을 가라앉히고 느껴 보아라. 네가 원한 것을 우리가 주었음을 모르겠느냐?”
“그래, 직접 느껴 보면 알 일. 네 원대로 우리는-”
【개 짖는 소리!】
머릿속에 최동훈의 목소리가 강렬하게 울렸다.
폭탄이 터진 것 같은 분노에 원은 입술을 비틀었다.
반면 해골은 재미있는 듯 흐흐 웃었다.
“그래, 그래. 기만은 그 정도만 해주마, 최동훈. 너는 실험할 가치가 있는 놈이니….”
【후회하게 해주겠다, 크라우드.】
“흐흐. 그것참 기대가 되는군. 자…. 기다려 줄 테니 어서 해봐라. 날 어떻게 후회하게 해줄 것이냐?”
【이미 시작했다, 멍청아.】
“했다고?”
【그래. 세뇌는, 바로 내 전문이거든…!】
“흐응…?”
해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동훈의 이미 시작했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 순간,
“히, 히히! 히히히히히히!”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천장에 처박힌 토끼가 온몸을 떨며 미친 듯이 웃어대고 있었다.
그러고는 제 몸을 자해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