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178
제179화
“후우….”
병원에서 한재임이 말했던 대로다.
이무기의 표정이 위협적으로 보인다는 건 차치하더라도.
A급 헌터인 심윤진조차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이렇게 무서워하는데 일반인들은 오죽할까.
물론, 무엇이든 간에 예외는 있는 법이었다.
이무기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일반인도 있긴 했다.
그것도 바로 내 눈앞에.
“흐응….”
홍수정은 이무기를 빤히 바라봤다.
내가 왔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듯했다.
저 열렬한 시선을 해석해보자면….
이무기를 끌어안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다.
당연히 ‘끌어안고 싶다’라는 말은 순화한 표현이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보였던 행적을 떠올려보자.
전대 세계수 나뭇잎의 경우.
그녀는 코를 처박은 채 냄새를 킁킁 맡고 혀를 내밀어 핥아댔다.
전대 세계수 솔방울의 경우.
냄새 맡고 핥는 건 기본이고 두 팔 벌려 껴안더니 자기 뺨을 쓱쓱 문질러 댔다.
그리고 홍수정은 그 행위들은 이무기에게도 능히 할 수 있는 인간이었다.
지금 그러지 않고 참고만 있는 건, 실행했다간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상식적인 생각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기 때문일 거다.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 미안해서 어쩌지?”
“응?”
“내가 지금 좀 바빠서 말이야.”
“아, 응. 괜찮아. 우리도 다 들었어. 다들 이해할 거야. 저분들도. 그렇죠?”
그녀는 그리 말하면서 옆을 바라봤다.
조금 떨어져 서 있던 세 사람이 시선이 닿자 고개를 끄덕였다.
부드러운 미소도 지어 보였다.
그들의 미소에는 워프 게이트를 관리하던 직원들과는 달리 진심이 담겨 있었다.
나한테 잘 보이려는 가식적인 미소 따위가 아니었다.
세 사람 중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말했다.
“저흰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고 다녀오십시오.”
“이해해줘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당연한 것을요.”
첫인상이 참 좋은 사람이다.
미소가 참 잘 어울린달까?
부드러운 인상이지만, 만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아마 그에게서 여유로움이 느껴지기 때문일 거다.
이곳에 있는 걸 보면 협회 사람이거나 갤러리 사람 같은데….
왜 낯이 익은지 모르겠다.
「벌써 오는 건가?」
가까이 다가가자 이무기가 말했다.
이무기의 목소리는 무척 심드렁했다.
부러 기분이 나쁘다는 티를 내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더 기다려줄 수도 있었는데.」
그러고는 입을 핥는다.
마치 입에 침을 바르고 거짓말을 하려는 듯이.
“…웃기시네.”
「…….」
“나 저기 서 있을 때 네 표정이 어땠는지 알아?”
「모르겠다만.」
“빨리 앞으로 오지 않으면 물어버리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어.”
「흠…. 혹시 그건 관리인의 자격 같은 건가?」
“뭐?”
「관리인들은 눈치가 참 빠르군. 디싱도 그랬었는데 말이지.」
“…….”
서둘러 와서 천만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날 물어버렸을 생각이었다니….
「후우….」
이무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한탄을 이어 나갔다.
「그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나? 돌아왔더니 관리인은 없지, 나보다 강한 인간들은 저들끼리 싸우고 있지….」
“아….”
「마치 작은 뱀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었지….」
이무기가 의기소침하게 중얼거렸다.
작은 뱀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라….
아마도 그위친과 스미르노프 때문일 거다.
그 두 사람은 이무기보다도 큰 거인이 돼서 싸웠으니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친구 하자더니, 아무 말도 없이 떠나는 게 친구인가?」
“…미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는데. 변명하려는 건 아니고, 내가 지금까지-”
「농담이다.」
“응? 뭐라고?”
「문지기에게 전해 들었다. 힘을 쓴 부작용 때문에 기절했었다지?」
“어, 어. 그랬어.”
「몸은 괜찮은 건가?」
“응, 걱정해준 덕분에. 다 나았어.”
「다행이로군.」
“하하….”
나야말로 다행이다.
이렇게 쉽게 용서해줄 줄은 몰랐다.
혼자 남겨졌었는데 화를 내기는커녕 걱정부터 해주다니….
앞으로 이무기에게 잘해 줘야겠다.
“…참, 나 없는 동안 태천이랑 친해졌나 보던데.”
「음? 왜 그렇게 생각하지?」
“널 무기 씨라고 불러서?”
「…….」
이무기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눈에 띄게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뭐지?
내가 한 말 중에서 기분 상할 게 있나?
“왜 그래? 애칭 같은 거 아니었어?”
「아니다….」
“응? 그런데 왜 그렇게 불러? 이름 안 부르고.”
「…없기 때문이다.」
“뭐라고?”
「이름이 없기 때문이다.」
“……?”
「내 이름은 파기됐다.」
이게 대체 뭔 소리지?
이름이 없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데….
파기가 됐다고?
이름이란 게 파기되는 종류의 것이었던가?
“파기됐다니…? 대체 언제 파기됐는데?”
「위그가 날 이곳에 보낼 때. 그때, 내 이름을 파기했다.」
“아니, 왜 그런 짓을…?”
「아마도 이름에 힘이 깃들기 때문일 것이다.」
“응…?”
「이름을 가진 나를 이곳에 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란 소리다.」
“뭐…?”
이게 뭔 개소리야?
들으면 들을수록 어이가 없네.
“즉, 전대 세계수가 널 이곳으로 보내려고 이름을 파기했다는 거?”
「그런 셈이 되겠군.」
“아니, 뭐 이런 제멋대로인 나무가 다 있어?”
「나무라니. 위그는 그곳을 관리하는-」
“그래. 관리하는 나무.”
「…….」
후우, 이제야 알겠다.
전대 세계수가 디싱 나 토르를 관리인으로 삼은 이유.
그 양반과 유사한 성격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든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하는 인격파탄자 같은 양반과.
끼리끼리 만난다더니….
“새싹아.”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화면을 들여다보자 새싹이가 푸르스름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넌 저렇게 제멋대로 자라면 안 된다. 저런 못난 나무가 돼서는 안 돼.”
[세계수 어린나무는 관리인의 말에 동의합니다.] [이어 관리인에게 걱정을 내비칩니다.]“걱정? 무슨 걱정?”
[관리인 주변에 반면교사로 삼을 인물이 없다고 걱정합니다.] [본받기에 모자람이 많은 인물뿐이라고 전합니다.]“그게 무슨 소리야? 나 있잖아, 나.”
[관리인 동생, 백도희] [그녀는 너무 광적이고 신경질적이라고 지적합니다.]“여보세요? 새싹아?”
[관리인 친구, 이태천] [그는 너무 태평하다고 지적합니다.]“아니, 그 두 사람 말고. 나 말이야, 나.”
[!] [어린나무는 한 인물을 떠올렸습니다.] [에디탓 그위친] [어린나무는 그가 좋을 것 같다고 전합니다.]“…….”
「…관리인?」
“…왜.”
「괜찮은 건가? 표정이 많이 안 좋은데.」
“새싹이가 나 무시해….”
「음?」
“아니, 아무것도 아냐.”
됐다, 그만 말하자.
미주알고주알 떠들어봐야 나만 상처받는다.
두고 보자, 백 새싹.
관리인은 이 일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보다.”
「……?」
“그럼 어떡해?”
「뭘 말인가?」
“너 뭐라고 불러야 하냐고.”
「글쎄….」
“…….”
이무기는 다시 고개를 떨어뜨렸다.
정말이지, 아까부터 감정 표현이 아주 풍부하다.
풀 죽고 의기소침하고….
바꿔주고 싶게시리.
“…잘됐네.”
「잘되었다…?」
“이름이 없다는 거…. 그거에 장점이 하나 있거든.”
「장점이… 있나?」
“있지. 아주 좋은 장점이.”
「그게 무엇이지?」
“스스로 이름을 지을 수 있다는 거?”
「……!」
“어때? 무슨 이름이 좋아?”
「관리인. 그대는 참 디싱과는 다르군….」
“그래서 싫어?”
질문에도 이무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날 바라보기만 했다.
몇 초, 몇십 초.
뭐라도 말 좀 해봐.
그리 따지려고 했을 때,
「참고하기 위해 묻는 것이다만.」
이무기는 입을 열었다.
「이번 세계수의 이름은 무엇이지?」
“새싹. 내 성인 백 씨를 붙여서 백 새싹.”
「……괜찮은 것이냐?」
“뭐가?”
「세계수는 그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하느냔 말이다.」
“당연히 만족해하지. 그치, 새싹아?”
[어린나무는 마음에 든다고 전합니다.] [멋지지는 않지만.] [관리인의 애정이 느껴지는 좋은 이름이라고 평가합니다.] [멋지지는 않지만.]“…….”
꼭 그 말을 덧붙여야 했니, 새싹아.
아까부터 왜 그러는…!
설마….
새싹이 너 사춘기야?
그래, 조금 더 자란 어린나무가 됐으니까….
사춘기 올 때가 됐네.
[ ]이거 봐, 이거 봐.
공란 보내는 거 보니 사춘기 맞지.
“…어, 마음에 들고, 좋은 이름이라고 평가한대.”
「…정말인가?」
“정말이야. 이런 거로 거짓말해서 뭐해?”
「그렇다기엔 관리인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는데….」
“새싹이가 사족을 붙이긴 했는데, 아무튼 마음에는 든대.”
「그런가….」
음, 그러고 보니….
이무기 앞에서 사족(蛇足)이라고 말하는 건 좀 그런가?
말실수한 거 아닌지 몰라.
「그렇다면, 나도 세 글자로 해볼까.」
“응?”
「이곳에서는 이름을 세 글자로 짓더군.」
“아, 우리나라만 그래. 꼭 세 글자로 할 필요는-”
「세 글자로 하겠다.」
“그래, 그럼.”
이무기는 천천히 머리를 주억거렸다.
무슨 이름이 좋을지 고민하는 게 분명했다.
그럼, 천천히 짓게 놔두고 이만 도희한테-
「결정했다.」
“벌써?”
「‘무기’로 하겠다. 세계수와 마찬가지로 백 씨를 성을 붙여서.」
“그럼, 백 무기? 진심이야?”
「진심이다만.」
“아니,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생각해보고 짓는 게 좋지 않을까?”
「다른 이들이 날 부를 때 무기 씨라고 지칭하더군. 그게 듣기에 좋았다.」
“…….”
「이상한가?」
“아니, 뭐…. 자기 마음에 들면 되는 거지.”
「그럼 결정됐군. 나는 백 무기다. 앞으로 그렇게 불러주길 바란다.」
백 무기.
백 무기라.
이거 진짜 괜찮나?
다른 사람들한테 “제정신이냐?”고 한 소리 들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기분 탓이겠지…?
“응?”
「음?」
이름을 결정했을 때, 내 가슴에서 실 같은 게 튀어나왔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이무기한테서도 나왔다.
빠져나온 두 실은 뻗어 나가 서로 연결됐다.
그리고….
[세계수 관리인 백도운 님이 이무기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무기의 이름을 ‘백 무기’로 지으시겠습니까?] [두 친구가 동의할 경우 바로 결정됩니다.] [YES / NO (0/2)] [주의!] [이름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마나를 지급해야 합니다.] [지급한 마나는 다시 회복되지 않습니다.]익숙하지만 내용은 낯선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지급한 건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이건 최대 마나가 떨어진다는 소리 같은데….
아니, 지금 장난해?
무슨 이름 하나 바꾸는데 최대 마나가 줄어들어?
고개를 들어 이무기를 바라봤다.
이무기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 눈앞에 있는 메시지창과 똑같은 것을 읽고 있는 모양이었다.
메시지창 같은 걸 처음 볼 테니, 놀라는 것도 당연하지….
“…정말 백 무기로 괜찮은 거지?”
「방금 동의했다.」
“응? 아….”
[YES / NO (1/2)]정말이네.
흐음….
뭐, 본인이 마음에 든다니 괜찮겠지.
바꾸고 싶어지면 그때 가서 바꾸면 그만이고.
얼마나 지급해야 할지 모르지만, 내 최대 마나는 무려 2000만이다.
어느 정도는 티도 안 난다.
설마 이름 바꾸는데 1000만 정도 들진 않겠지.
검지로 YES를 눌렀다.
1/2이었던 숫자가 바뀐다.
그러자마자, 새로운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업적 달성!] [백도운 님은 이무기의 친구가 되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업적을 인정받아 보상으로 ‘이무기의 친구’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타이틀 – 이무기의 친구] [보유 효과] [친구와 마나를 공유합니다.] [번개 속성 데미지가 반감됩니다.] [친구와의 호감도에 따라 데미지 반감 효과가 달라집니다.] [호감도가 높아지면 친구에게서 스킬을 배울 수 있습니다.]호감도라니.
꼭 미연시 게임 같은걸?
호감도를 올릴 대상이 이무기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