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280
제281화
톡톡 톡톡톡,
봉인은 밝은 공간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예 어둠만 가득한 것도 아니었다.
한낮의 햇볕이 닿지 않는 폐허 같은 느낌이었다.
봉인이라….
폭식의 목적이 날 이곳에 가두는 거였다는 건데.
날 왜?
무슨 목적으로?
[5시간 40분 21초.] [5시간 40분 20초.]눈앞에 떠오른 시스템창을 뚫고 메스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들 동료들은 다 죽을 거예요.”
“그래?”
“네.”
“확신하나 보네.”
“…….”
메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백운천 녀석들이 질 것을 굳게 믿는 얼굴이었다.
별꼴을 다 봤을 폭식의 딸이 두려움을 느낀 것도 그렇고….
그녀가 본 크라우드 간부들이 만만치 않은 놈들이긴 한가 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른데.”
나와 녀석들 사이에 있는 감정이야 어쨌든, 전부 만만치 않은 놈들뿐이었다.
크라우드 간부와 1대1로 싸우는 거면 또 모를까.
그들끼리 함께 싸운다면, 분명 상대할 수 있을 거다.
“각자 맡은 일을 해낼걸? 내기해도 좋아.”
“…신뢰, 하는 건가요? 동료들을?”
“신뢰는 무슨…. 그저 정(情)이 들었을 뿐이야.”
“정…?”
“그래. 미운 정도 정이니까.”
하나같이 밉살맞은 놈들이라서 문제지.
어휴, 꼴보기 싫은 놈들.
***
낙천 잣길 전망대에 흰 빛무리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전망대로 순간 이동한 사람은 두 남자였다.
한재임과 박건영이다.
“……!”
한재임은 이동하자마자 마나를 끌어 올렸다.
그러고는 자신이 쓸 수 있는 시전 속도가 가장 빠르고 위력이 센 마법을 썼다.
허공에 얼음의 창들이 생기자마자 발사장치로 날아간다.
“어딜…!”
푹, 푹! 푸욱!
얼음 창들을 말이 제 몸으로 막아냈다.
가슴께에 달린 브로치에 걸맞게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다.
파아아…!
몸에 박힌 얼음 창들이 흩어진다.
그와 동시에 말의 몸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평범한 공격 마법이 아니었군.”
“그렇게 여유 부릴 때야? 그러다 다 얼어붙겠다.”
“호들갑 떨 일도 아니지…!”
그리 말하며 말은 제 몸에 손을 쑤셔 박았다.
콰직, 쑥…!
몸에 박힌 얼음을 뽑아내기 위해서였다.
얼음의 창이 박힌 곳을 중심으로 몸이 얼어붙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콰직, 콰직!
말은 몸에 박힌 얼음들을 모두 뽑아낸 후 한재임을 바라봤다.
얼음을 뽑아낸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 상태로 되돌아갔다.
“인사 잘 받았다, 빙결의 귀공자.”
“괴물 새끼….”
“그 괴물들을 상대하는데 겨우 너희 둘만 온 거냐?”
“…….”
원래는 둘이 아니라 셋이었다.
도희도 이곳으로 이동할 계획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함께 이동하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었지만, 한재임은 도희를 믿었다.
그와 그녀는 백도운이라는 인간 때문에 서로 친하고 살갑게 구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벌써 살아온 인생의 절반을 넘게 얼굴을 봐왔다.
이런 목숨이 걸린 계획을 함부로 아무 이유도 없이 바꾸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았다.
분명 어떠한 이유가 있겠지.
“우린 백운천이거든.”
깡…!
한재임이 말하자 박건영이 방패로 바닥을 내리찧었다.
금속 마찰음이 전망대에 울리는 것을 들으며 말과 나비는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확실한 전력 차이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재임과 박건영으로서는 자기 둘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파악했다.
그래서 말은 여유로운 얼굴로 한재임에게 물었다.
“우리가 이곳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지? 다른 곳도 너희들이 찾아갔나?”
“말해줄 것 같냐?”
“혹시 모르잖아. 우리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곱게 죽여줄지도.”
말이 어깨를 으쓱이자 나비가 킥킥 웃었다.
한재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이번엔 나도 물어보자. 저걸로 뭘 발사할 생각이냐?”
“바보 같은 질문이군. 우리 계획을 왜 말해줘야 하지?”
“같은 이유라고 대답해주지.”
“……?”
“순순히 대답하면 깨끗하게 죽여줄 수도 있거든.”
“하…!”
말이 같잖다는 듯이 웃었다.
반면, 옆에 서 있던 나비는 눈을 찌푸렸다.
성격의 차이에 따라 다른 반응이 나온 것이었다.
외곬인 말과 신경질적인 나비.
또 그의 머릿속에 서인철이 말해준 정보도 떠올랐다.
“말 브로치를 한 놈은 충성스러운 군인 같았어. 나비는 신경질적인 예술가… 같았달까? 불만을 자꾸 투덜댔었거든. 인상이야 어쨌든, 둘 다 나 혼자로선 이길 수 없을 것 같더라….”
한재임은 그 정보가 틀린 데가 없다고 생각했다.
중얼거리듯 이은 뒷말까지도 포함해서.
하지만 전투란 것은 단순히 신체 능력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술, 컨디션, 상성, 전장(戰場) 등등.
여러 요소가 전투의 결과를 뒤바꾸곤 한다.
그 때문에 한재임은 씩 웃으며 나비를 바라봤다.
불만을 투덜대는 신경질적인 적.
한재임은 그런 상대를 정신적으로 무너뜨리는 데에 아주 탁월한 재주가 있었다.
상대가 도운만 아니었다면.
“……?”
나비가 한재임을 마주 본다.
그가 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일까.
쳐다보고는 왜 웃는 것일까.
“……!”
그 대답은 금세 나왔다.
나비의 얼굴에 분노가 서린다.
한재임이 자신을 깔보고 업신여기고 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이, 이 새끼가…! 감히 나를…-”
“저놈은 내 차지야.”
“뭐?”
“넌 저 검사를 맡아.”
“웃기는 소리…, 야! 말!”
말은 나비의 말을 무시했다.
대화를 더 이어나갈 생각이 없다는 듯 한재임에게로 내달렸다.
한재임은 양손에 마나를 끌어 올리고는 곧바로 바닥을 향해 마법을 썼다.
그러자 지형이 변했다.
전망대 바닥 전체에 얼음이 깔린 것이다.
말은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질 뻔했지만 금세 균형을 잡았다.
“네가 말이라면 나와는 상대가 안 좋을 거다. 선수를 교체하시지.”
“…그럴 수야 없지. 난 너 같은 놈을 아주 잘 알아.”
“그래? 내가 어떤데?”
“싸울 때 실력 외적인 요소를 아주 잘 다루는 놈이잖아. 특히….”
톡톡.
말은 오른손으로 제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지혜를 가리킨 것일까.
정신을 가리킨 것일까.
한재임은 그 동작을 보며 생각하다 픽 웃었다.
아마 둘 다겠지.
그의 미소를 보고 말도 웃었다.
자기가 한 동작의 의미를 한재임이 알아차렸다는 걸 안 거다.
“괜찮겠냐?”
“……?”
“바닥이 이 꼴이어서야 네 동료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냐?”
“그야…!”
말은 말끝을 흐렸다.
말의 눈에 담긴 박건영의 움직임은 유려했다.
발밑의 얼음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듯이 움직였다.
동료에겐 미끄럽지 않은 걸까.
저 남자의 실력이 뛰어나 소용이 없는 걸까.
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다지 중요한 정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나비는 하늘을 날 수 있으니 바닥이 어떻든 상관이 없었다.
그러므로 저 둘의 싸움은 나비의 승리로 끝날 터였다.
그리 생각했을 때,
“…혼자라면 그렇겠지.”
한재임이 말의 생각을 비집으며 말했다.
말이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제 생각이 읽힌 것이 입가에 미소가 번져서라는 걸 알아차린 거다.
그러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혼자라면…?”
“…….”
“설마 네가 날 빨리 쓰러뜨리고 저 자를 도울 생각이냐?”
“그건 그야말로 ‘설마’지.”
“…….”
말은 눈을 찌푸렸다.
그럴 생각이 아니라면 왜 혼자가 아니라는 걸까.
누군가가 은신 마법을?
쾅!
말은 발로 바닥을 굴렀다.
탐지 마법을 쓴 것이다.
그 결과 전망대에는 총 네 명의 존재밖에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
동쪽에서부터 무언가가 빠르게 쇄도해오는 걸 탐지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건 이무기였지만, 마나가 A+등급에 해당할 만큼 크지 않았다.
A급 헌터 중상위 수준에 해당하는 크기의 마나였다.
그리고 그 마나가 향하는 건,
“이 새끼들이 계속 똑같은 짓을…!”
전망대 한가운데에 있는 발사장치였다.
말이 재빠르게 발사장치로 되돌아갔고, 한재임이 방해하고자 손을 뻗었다.
그의 손바닥에서 얼음들이 뻗어 나가 말의 다리를 붙들었다.
빠각…!
한재임의 얼음은 그의 다리를 얼마 붙들지 못하고 깨졌다.
속도가 줄어들긴 했지만, 말이 발사장치 앞에 서는 것을 저지할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
한재임은 그를 저지할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다.
그가 얼음으로 말의 다리를 잠시나마 붙든 이유는 오로지 하나다.
시간이 없는 말이 자신의 몸으로 공격을 막아낼 수밖에 없게 하는 것.
그리고….
“우, 우오오오…!”
전부 그가 계획했던 대로 되었다.
말은 두 팔을 앞으로 내밀며 몸뚱이 하나만으로 공격을 받아냈다.
하늘을 쇄도해온 수아의 회전이 담긴 찌르기는 말의 몸뚱이를 꿰뚫었다.
“커, 헉…!”
말이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피를 토했다.
그런 말을 보면서 한재임이 웃었다.
“네가 똑똑해서 정말 다행이야. 저 나비가 나와 말을 섞었다면, 이걸 알아차리지도 못했겠지.”
그리 말하면서, 한재임은 나비를 가리켰다.
그의 말대로였다.
박건영을 몰아붙이고 있던 나비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멈춰 서 있었다.
“주인이시여…. 이 불초한 하인을, 용서하지 마소서….”
말은 피를 토하며 중얼거릴 뿐이었다.
***
비슷한 시각, 백약이오름에도 흰빛이 뿜어졌다.
가슴에 각각 닭과 칼 모양의 브로치를 한 이들은 바로 탁한 마나를 끌어 올렸다.
그 둘은 그것이 백도희의 순간이동 마법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계획을 들켰구나!
알아차린 바를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빛무리를 향해 마법을 썼다.
닭의 지팡이에서 둥근 금녹색 덩어리들이 쏘아졌고, 칼의 건틀렛이 장착된 오른손에서는 무수한 칼들이 쏘아졌다.
쾅, 콰앙…! 쾅!
그 공격을 최준석의 네모난 방패와 박은섭의 대형 망치가 막았다.
방패와 망치가 미처 다 막지 못한 공격은 최희주가 쌍검으로 재빠르게 쳐냈다.
“이런 씨, 깜짝 놀랐잖아!”
전부 쳐낸 최희주가 중얼거리며 검과 닭을 노려보았다.
칼이 걸어 나오면서 검은 후드를 벗었다.
새카맣고 미역 줄기 같은 단발머리가 드러났다.
“역시 백운천…. 천공의 부하들답게 손쉽게 막아내는군.”
“켁. 너 따위한테 평가받고 싶은 생각 없거든?”
최희주가 오른손에 쥔 검 끝을 칼에게 겨눴다.
그러고는 덧붙였다.
“그리고 우린 태천이 부하가 아니야!”
“그래? 길드 마스터와 간부라면, 상하 관계가 맞지 않나.”
“…….”
최희주는 입을 다물었다.
칼의 말은 타당했다.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사이이긴 했으나 길드의 구성원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녀와 태천은 각각 간부와 마스터였다.
콩.
그녀의 뒤에 하얀 지팡이를 들고 있던 김보민이 최희주의 머리를 살살 때렸다.
“말로 싸우려고 하지 말랬지. 못 이겨.”
“쳇….”
최희주가 아니꼬운 듯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그래도 김보민의 조언을 받아들여 더 말을 섞지는 않았다.
이내 다섯 명의 간부들은 계획했던 대로 파티를 나눴다.
최희주, 김보민, 박은섭.
최준석, 김인교.
각각 셋과 둘로 나뉜 파티는 각자의 상대 앞으로 걸어갔다.
칼이 팔짱을 꼈다.
그는 파티의 인원수가 못마땅한 듯했다.
“내가 둘이냐? 그것도 탱커와 궁수라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조합으로.”
“날 더 강하다고 판단한 것 같네.”
“헛소리! 저놈들이 닭대가리가 아니고서야….”
“후후. 나 들으라는 소리 같지만, 별로 기분이 나쁘진 않은걸.”
닭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고는 제 앞에 있는 세 남녀를 바라봤다.
너보다 내가 한 명 더 많다고 말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칼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제길. 잘못 판단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주마.”
그러면서 칼은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그럴 때마다 최준석과 김인교는 옆으로 발을 옮겼다.
서로의 전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거리를 벌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
칼은 이내 성큼성큼 걷던 발을 멈췄다.
이유는 백약이오름 한가운데에 있는 발사장치 때문이었다.
“장소마다 한 대씩 있는 발사장치를 어떻게든 부순다.”
“꼭 부숴. 계획에 차질이 생기도록.”
최준석과 김인교의 머릿속에 한재임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의 말마따나 저 발사장치는 크라우드의 계획에 아주 중요한 물건이 분명했다.
물론,
“…….”
“…….”
두 사람은 한재임의 말을 따를 생각이 없었다.
저놈을 쓰러뜨리고 장악하면 그만인데 죽긴 왜 죽어?
그런 생각을 하는 두 사람에게 칼이 질문했다.
“너희 정말로 둘이서 나와 싸울 셈이냐?”
“그럴 셈이라면?”
최준석의 뒤에 서 있던 김인교가 대답했다.
칼이 혀를 쯧쯧 찼다.
그러고는 손바닥에서 검은 대검을 꺼냈다.
칼이 꺼낸 대검은 본인 키보다도 커서 2m는 될 듯했다.
“바보 같은 놈들…. 후회하게 될 거다!”
“후회라….”
“할 수 있으면 해봐.”
최준석과 김인교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대검을 쥔 두 팔을 뒤로 당겼다.
그와 동시에 두 사람도 방패를 쳐들고 활시위를 당겼다.
“흑영-”
“돌아와라, 칼!”
칼의 말을 끊고 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칼은 두 팔을 뒤로 당긴 채 멈췄다.
고개를 돌려 닭을 바라보니, 닭은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무기다…!”
“……!”
닭의 말대로 푸른 하늘에 파란 이무기가 보였다.
칼은 바로 뒷걸음질을 쳐 발사장치로 돌아갔다.
칼이 발사장치 앞에 섰을 때, 무기가 백약이오름에 도착했다.
「…….」
무기는 닭과 칼을 내려다보았다.
그렇게 쳐다보다가,
콰앙…!
발사장치를 향해 번개를 떨어뜨렸다.
닭과 칼이 두 손을 위로 쳐들었다.
발사장치에 떨어지던 번개가 방향을 틀어 닭과 칼의 두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둘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무기를 올려다봤다.
“겨우 그게 다냐?”
“이 정도 공격으로는 우릴-”
「…이걸로 됐나?」
무기가 머리를 돌리며 물었다.
그는 몸에 칭칭 감겨 있던 이현욱을 천천히 땅에 내려놓았다.
이현욱은 땅으로 내려오자마자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오른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우욱, 네…. 완벼, 으윽….”
「…….」
“죄, 죄송….”
이현욱은 말끝을 흐리며 엄지를 치켜든 왼손을 들었다.
도저히 “이걸로 됐나?”라는 무기의 질문에 말로 대답할 수가 없었던 거다.
스르륵….
무기가 몸을 돌렸다.
그걸 보던 닭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무기를 불러 세웠다.
“잠깐, 잠깐…. 어딜 가는 거냐?”
「……?」
“지금 어딜 가려는 거냐고! 우릴 상대하려고 온 것이 아니었나?”
「너희 따위를?」
“뭣이…?”
「너흰 내 상대가 아니다.」
“……!”
닭과 칼이 눈을 크게 떴다.
네 개의 눈에 분노가 차올랐으나, 무기는 그것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날아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갔다.
원래부터 목적은 이현욱을 데려다주는 것이었다고 말하듯이.
그 순간,
“……!”
하늘이 눈부시게 빛났다.
따스한 햇볕이 내려오며 닭과 칼의 몸에 내려앉았다.
그러자 닭과 칼은 심사가 뒤틀리는 기분을 느꼈다.
또 본인들의 힘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칼이 그 마법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빛의 성역…! 하얀 성녀가 와 있었나?”
“간부들이 와 있으니 당연한 거지.”
“크기가 상당한데…. 하얀 성녀가 이렇게 뛰어났나?”
“실로 잘된 일이지.”
“…그렇군.”
칼이 닭의 말에 긍정했다.
그러면서 최준석과 김인교를 바라봤다.
둘 사이엔 이현욱이 지팡이를 짚은 채로 서 있었다.
여전히 속이 안 좋은 듯 배를 문질렀다.
“네 말대로 잘된 일이지.”
그리 말하며 칼은 검은 로브를 벗었다.
검은 머리카락만큼이나 새카만 갑옷이 드러났다.
이어,
“저놈들과 싸울 만해졌으니…!”
칼의 온몸에서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변태(變態)를 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