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350
제351화
“…야.”
“나 불렀어, 누님?”
“여기에 너 말고 또 누가 있어?”
“없지.”
“…….”
채정연은 황시열을 노려보았다.
그는 그녀의 시선이 익숙한 듯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도 대수롭지 않아 하는 황시열을 노려보는 것을 그만두고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은 현재 훈련장에 앉아 명상하고 있는 김서준을 바라봤다.
그녀가 걱정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벌써 일주일 째야. 서준 씨 대체 왜 저러는 거야?”
“…….”
“아, 좀! 말해봐. 넌 알잖아. 어?”
“…김 형이 저 상태가 된 건 최 선생과 통화한 이후야.”
“최 선생? 최희석 말하는 거야?”
끄덕끄덕.
황시열이 고개를 끄덕이자 채정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두 사람의 사이를 알고 있기에 그녀는 제멋대로 생각했다.
“또 그 꼰대가 충고라도 한 거야? 고루한 아저씨 말 따위 뭐하러-”
“그런 건 아니었어.”
“아니라고? 그럼 뭐였는데?”
“…….”
“좋게 말할 때 말해라.”
채정연이 두 손을 들어 올렸다.
10개의 날카로운 손톱이 황시열의 얼굴을 노렸다.
황시열은 한 발짝 옆으로 떨어지며 말했다.
“…죽었대.”
“죽어? 누가?”
“질투.”
“질투? 감정이 어떻게 죽어?”
“…….”
황시열이 어이가 없다는 듯 채정연을 바라봤다.
그녀는 왜인지 부끄러워졌다.
다른 사람도 아닌 황시열이 그런 얼굴로 쳐다보니 창피해진 것이다.
질투, 질투….
대체 질투가 어떻게 죽을 수 있을까?
그 순간,
“…아.”
그녀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기억난 것이다.
황시열이 말하는 질투가 무엇인지.
그건 감정을 지칭한 게 아니었다.
“기억났어?”
“알, 알고 있었거든! 칠죄종 말하는 거잖아. 비공식 A+급!”
“방금 기억났으면서.”
“아, 그냥 좀 넘어가!”
홱!
채정연이 팔을 빠르게 휘둘렀다.
5개의 뾰족한 손톱이 황시열의 얼굴 바로 앞을 지나갔다.
그가 등을 뒤로 당기지 않았다면 그녀의 손톱이 얼굴을 할퀴고 지나갔을 거다.
“느려.”
“이게 진짜….”
꽈악, 부들부들….
채정연이 주먹을 쥐며 떨어댔다.
원래 할퀼 생각 따위 없었는데, 황시열의 조롱이 담긴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정말로 그러고 싶은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났다.
흰 구속복을 입은 그가 자신보다 강하지 않았다면 그러고 싶은 마음을 막지 않았으리라.
“…누가 죽였대?”
“오만.”
“아. 그, 칠죄종 중에서 제일 강하다던 놈. 둘이 붙었대?”
“아니.”
“……?”
“질투랑 탐욕이 힘을 합쳐서 오만한테 덤볐는데 발렸대.”
“뭐?”
“알아본 바로는 장장 사흘에 걸친 싸움 끝에 질투랑 탐욕이 죽었다던데…. 얼마 전에 그 둘의 시체를 확인했다나 봐.”
“…잠깐, 잠깐만.”
채정연이 이마를 짚었다.
엄지로는 관자놀이를 살살 문질렀다.
그녀는 중얼거리면서 황시열의 설명을 천천히 정리했다.
“칠죄종 두 명이 편 먹고 한 명을 다구리 쳤는데, 오히려 졌다는 거야? 죽었다고?”
“그렇다니까.”
“말이 안 되잖아…! 질투 엄청나게 강하다며? 서준 씨가 마주하자마자 싸우길 포기했을 정도라면서!”
“김 형이 그렇게 말하긴 했었지.”
“그런 놈이 그렇게 허무하게 갔다고?”
“최 선생이 직접 전화해서 김 형에게 말해준 거야. 확실해.”
“하, 하하….”
채정연은 실소를 흘렸다.
그녀에게 김서준은 진짜 실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인간이었다.
당연히 그가 마주하고서 싸우길 포기했다는 질투는 얼마나 강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그 질투가 패배해 죽은 것이다.
심지어 다른 녀석과 편을 먹어 수적 우위를 갖고 싸웠는데도 불구하고.
오만이란 녀석은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걸까….
“…서준 씨가 저럴 만도 하네.”
“그런가? 난 아쉬운데.”
“아쉽다고?”
“응. 그렇게 강한 놈이 두 명이나 죽은 거잖아. 싸워봤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어휴. 너 같은 전투광이야 그리 생각하겠지….”
“누님은 아냐?”
“전혀 아니거든. 나로서는 그런 놈들끼리 알아서 죽어줘서 고맙다고.”
“켁….”
황시열이 차갑게 식은 눈으로 채정연을 바라봤다.
그녀도 그를 똑같은 눈으로 마주 보았다.
어차피 전투광과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앗.”
“왜 그래?”
“김 형이 일어났어.”
황시열의 말대로 김서준이 일어나 있었다.
일주일 동안 꼼짝하지 않고 명상만 했던 그가 드디어 움직인 것이다.
채정연은 기쁜 마음으로 그에게로 다가갔다.
“서준-”
“아. 정연 씨. 혹시 옥상 CCTV 좀 보여줄래요?”
“…옥상 CCTV요?”
“네.”
“왜요?”
그녀는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러면서도 그에게 CCTV를 보여주고자 마법 주머니에서 스마트 패드를 꺼냈다.
옥상 CCTV를 실행하는 동안 그가 대답했다.
“기척이 느껴져서요.”
“갑자기 웬 기척… 어? 정말 누군가 있네?”
“흠….”
김서준이 얼굴을 가까이 댔다.
그녀와 어느새 다가온 황시열도 스마트 패드를 확인했다.
옥상에 있는 건 두 남녀와 한 마리였다.
황시열이 확인하자마자 물었다.
“저거 곰이야?”
“곰치곤 머리가 너무 크지 않아? 어딘가 멍청하게 생기기도 했고.”
“그런가? 귀엽게 생긴 거 같은데.”
“기니피그네요.”
“네? 기니피그요? 세상에 저렇게 큰 기니피그가 어디 있어요?”
“어디 있긴, 누님. 저기 있잖아.”
“너 시끄러워.”
채정연이 재빠르게 오른팔을 휘둘렀다.
아까처럼 다섯 개의 날 선 손톱이 허공을 갈랐다.
깡충깡충.
황시열이 제자리에서 뛰어오르며 “느려, 느려.”를 연발했다.
부들부들….
그녀는 언젠가 저놈의 얼굴을 기필코 할퀴리라 다짐하며 스마트 패드를 바라봤다.
“누군데 남의 건물 옥상에 함부로… 어? 이 여자는….”
“아는 사람이에요?”
“분명 이름이… 희주? 아냐. 그건 백운천의 미친개 이름이고…. 어… 아! 혜주! 유혜주!”
“유혜주?”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고의 천재라고 불렸던 아이템 메이커예요.”
“불렸던? 이젠 아닌가 봐?”
“엘릭서를 제조한 홍수정이 나타났잖아. 그 타이틀은 이제 홍수정 거야.”
“아, 그렇구나.”
“그런데….”
채정연은 스마트 패드를 들여다보았다.
남자의 얼굴을 가만 바라보았지만, 머릿속에선 아무런 이름도 떠오르지 않았다.
“옆에 있는 남자는 누군지 모르겠어요. 누구지?”
“남자 쪽은 내가 아는 얼굴이네요.”
“서준 씨가요?”
“네. 거물이죠.”
“거물…이라고요? 처음 보는 얼굴인데…?”
채정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황시열을 바라봤다.
눈으로 던진 질문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뒤쪽 세계 인물이니, 두 사람이 모르는 것도 그리 이상한 건 아니에요.”
“아, 뒤쪽….”
“이름은 공우재. 우리나라 최초로 추도 교도소에서 탈옥한 남자죠.”
“말도 안 돼! 추도 교도소를 탈옥했다고요?”
“듣기로는 탈옥하는 날 40명이 넘는 수감자들을 살해하고 떠났다더군요.”
“히익…? 완, 완전 미친놈이잖아요? 그런 놈이 왜 여길 찾아온 거죠? 유혜주는 왜 저런 놈과 같이 있는 거고.”
“글쎄요.”
김서준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고는 그녀를 지나쳐 걸어갔다.
“만나보면 알겠죠.”
“잠깐만요. 저 미친놈을 만나러 가겠다고요?”
“네.”
“그냥 협회에 연락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그럼 저들의 목적을 알아낼 수 없게 될 거예요.”
“목적이요?”
“우리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서 찾아왔을 테니까요. 그게 궁금하네요.”
“아….”
“그리고 신고하면 재미가 없어지잖아, 누님.”
“야, 지금 재미가 문제야?”
“그럼 뭐가 문제인데?”
황시열이 신나게 깡충깡충 뛰어 김서준을 쫓아갔다.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된 채정연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쨌거나 길드 마스터와 부길드 마스터가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한낱 길드원인 그녀로서는 두 사람을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같이 가요…!”
***
공우재와 유혜주는 피곤해 보였다.
엎드린 기니피그에 기대어 누운 두 사람은 하품하며 꾸벅꾸벅 졸았다.
두 남녀와 한 마리가 잠에 빠질 듯한 분위기를 깨뜨린 건 옥상의 문이었다.
끼익 소릴 내며 열린 것이다.
“…드디어 나왔군.”
탁, 탁.
공우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엉덩이를 털었다.
그의 앞엔 옥상 문을 열고 나온 김서준 일행이 보였다.
가장 앞에 나선 건 역시 김서준이었다.
“반갑습니다, 공우재 씨.”
“응? 나를 알아?”
“당연히 알죠. 이 자리에 직접 나온 것도 그쪽 때문인걸요.”
“영광이네. 마인 길드의 김서준이-”
“아니.”
김서준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
채정연이 몸을 부르르 떨었고, 황시열이 재미있다는 듯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꾸벅꾸벅 졸고 있던 유혜주도 잠에서 완전히 깨어난 듯 벌떡 일어나더니 기니피그 뒤로 가 숨었다.
원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건 공우재와 기니피그뿐이다.
탁, 탁!
기니피그가 앞발로 머리를 비비는 소리가 울렸다.
“마인이 아니라 위버멘쉬의 김서준입니다.”
“이거, 실례했군. 위버멘쉬의 김서준.”
“…….”
“…….”
김서준과 공우재는 서로를 바라봤다.
허공에 서로의 시선이 맞닿은 지 3초쯤 흘렀을까?
웬 하품 소리가 끼어들었다.
기니피그 뒤로 숨었던 유혜주가 낸 소리였다.
두 사람의 시선이 향하자 그녀는 하품하던 입을 가렸다.
“…아, 미안. 지루해서 나도 모르게 그만.”
“…….”
“흠, 흠…!”
김서준이 민망한 듯 헛기침을 했다.
분위기를 바꾸고 싶은 듯 질문을 던졌다.
“우릴 찾아온 이유가 뭐죠?”
“아직 소개도 하지 않았는데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는 거?”
“당신들은 우리를 알죠. 우리도 당신들을 알고. 그런데 소개가 필요한가요?”
“…시원해서 좋네.”
유혜주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고는 김서준이 질문한 찾아온 이유에 대해 말했다.
“거래하고 싶어서 찾아왔어.”
“거래요?”
“응. 당신네의 그 변신 능력에 관심이 아주 많거든.”
“흐음….”
“당신들, 바이올렛 바이올런스를 복용했지? 그쪽 구속복을 입은 사람은 바이올렛 파우더를 복용했고.”
“…글쎄요?”
“글쎄요는 무슨 글쎄요. 다 알고 왔으니까 괜히 빼지 마.”
“뭐, 그렇다고 친다면요?”
“…흥. 당신들 별로 상황이 좋지 않아.”
“그게 무슨 소리죠?”
“당신들이 복용한 건 마족이란 존재의 힘이야. 그걸 복용하면 할수록 마족이란 존재의 권속이 되는-….”
유혜주는 말을 하다 말았다.
김서준 일행의 반응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믿기 어려운 얘기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치고는 너무나도 여유로웠다.
단순히 허무맹랑한 소리를 한다고 치부하는 사람들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마치 알고 있는 얘기를 다시 듣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들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문제도 해결한 듯하고.”
“…그러게.”
“당신들. 백도운이 해결해주었나?”
“백도운? 여기에서 갑자기 왜 A+급 헌터의 얘기가 나오죠?”
“난 그 친구가 해결해 줬으니까.”
“……!”
“…반응을 보아하니 예상한 게 맞나 보군.”
“그쪽도 도운 씨의 도움을 받은 거겠군요.”
“도움이라….”
“반가워요. 당신은 무엇으로 변신할 수 있죠?”
“…….”
“……?”
김서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쓴웃음을 짓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다.
이유를 설명한 건 유혜주였다.
“얘는 당신들처럼 양지 사람이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죠?”
“백도운이 모든 힘을 빼앗는 식으로 해결해 줬다는 소리.”
“아….”
김서준이 탄식을 흘렸다.
공우재를 향한 아쉬움이 뚝뚝 떨어졌다.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모습에 공우재와 유혜주가 당황했다.
그의 옆에 서 있는 황시열과 채정연도 마찬가지였다.
왜 저러는 거지?
“공우재 당신은 변신할 수 없는 건가요?”
“그런 셈이지.”
“이런….”
“뭐야. 당신 아쉬워하는 눈치네?”
“아쉽고 말고요. 변신할 수 있었다면 동료로 받아들였을 겁니다.”
“…제정신? 얘 범죄자인데? 그것도 탈옥수.”
“우리도 별로 다를 건 없습니다. 불법 약물을 복용했었다는 점에서 범죄자나 마찬가지니까.”
김서준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옆에 서 있던 황시열은 킥킥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불법 약물뿐만 아니라 마약까지 복용한 마약 사범이었다.
최희석과 백도운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그는 지금 이곳 옥상이 아니라 교도소에 있을 터였다.
공우재가 탈옥한 추도 교도소에.
“…당신도 제정신은 아니네.”
“그런가요?”
“뭐, 나한텐 오히려 잘된 일이지만.”
“잘됐다고요?”
“응.”
유혜주가 마법 주머니에서 웬 병을 꺼냈다.
병에는 붉은 액체가 담겨 있었는데, 어쩐지 피를 담은 것처럼 보였다.
흥미가 동한 듯 김서준이 물었다.
“그게 뭐죠?”
“V 물질.”
“……!”
김서준 일행이 동시에 눈을 찌푸렸다.
V 물질에 안 좋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께름칙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채정연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잠깐만. V 물질은 보랏빛 아니었어? 그건 왜 붉은빛인 건데?”
“후후…. 생긴 거 답지 않게 눈썰미가 좋네.”
“뭐? 야! 내 생긴 게 뭐 어떻다고 그래!”
“이건.”
유혜주가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목소리에서 진지함을 느낀 탓일까?
소리를 질러대던 채정연이 입을 다물었다.
“V 물질을 정화한 거야.”
“정화…?”
“즉. 마족의 권속이 될 위험성 없이 변신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소리지.”
“뭐…? 너, 그게 정말이야?”
채정연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의심하는 모습에도 유혜주는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쉽게 믿지 못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이다.
“설마 거래하자면서 거짓을 말하겠어?”
그녀는 병을 흔들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