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583
제585화
새싹이를 위그드라실로 이식한 후 병원의 옥상 공원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돌아온 옥상 공원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 때문에 나오지 못했던 환자들이나 병원 관계자들은 아니었다.
전부 내가 아는 얼굴들이었다.
그 아는 얼굴들의 대표라고 볼 수 있는 태천이 씩 웃으며 다가왔다.
옆에는 도희가 함께였다.
“도운아. 왔어?”
“오셨어요?”
“어, 왔어. 그것보다, 이게 다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된 거긴. 파티를 연 거지.”
태천이 두 팔을 활짝 벌린다.
그 멋들어진 모습처럼 공원에서는 파티가 시끌벅적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역시 저놈이 주동자였군.
파티 못 열어서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후우. 미안해요, 오라버니. 이런 일을 벌이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도희가 사과를 전해왔다.
한숨을 푹 내쉬는 모습에서 알 수 있었다.
딱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그나저나 오랜만이네.
태천이가 사고치고 도희가 대신 사과하는 거.
내가 치는 사고와는 다르게 유쾌하다는 점에서 정상 참작할 수 있었지만.
주변을 돌아보며 태천에게 물었다.
“언제 이렇게 준비한 거야?”
“어젯밤에 네가 얌전히 있을 때. 재임이랑 같이.”
“한재임이랑?”
생각지도 못한 인선이었다.
한재임이 이런 파티를 열도록 도와주다니….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리다가 한재임과 눈이 마주쳤다.
놈은 날 보자마자 인상을 구기며 가운뎃손가락을 내밀었다.
널 위해서가 아니라 태천이가 하자고 해서 해준 것이다!
그리 말하는 듯이.
어휴.
대체 저 밉상은 언제 철이 들는지.
옆에 정수연과 함께 온 강우혁이 보고 배울까 걱정이네.
[세계수가 관리인을 황당하게 바라봅니다.] [그런 건 똑같이 대응하지 않으며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합니다.]난 괜찮아.
철들 생각이 없으니까.
[세계수가 관리인을 게슴츠레 바라봅니다.] [철들 생각도 좀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합니다.]응. 없어.
단호하게 대답한 후 태천이를 바라봤다.
“고생 많았겠네.”
“아니. 생각보다 쉬웠어. 다들 흔쾌히 수락해줬거든. 병원 관계자들도, 파티에 온 손님들도.”
“오. 역시 천공의 기사. 갑작스러운 제안에도… 뭔데, 그 눈.”
“나 때문에 흔쾌히 수락했다고 생각하는 게 어이없어서.”
“그럼 누구 때문인데?”
파티를 주최한 사람이 태천이지 않은가.
그 때문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 분명하건만….
대체 태천이의 반응이 왜 저런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툭.
태천이 주먹으로 내 가슴을 쳤다.
“나 때문이 아니라 너 때문이야. 바보야.”
“뭐…?”
“너를 위한 파티라고 하니까 척척 진행된 거라고.”
“…….”
으음….
쉬이 동의할 수 없는 말이었다.
나를 위한 파티라고 해서 거침없이 진행됐다?
글쎄.
아무리 생각해도 태천이가 제안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옳았다.
[세계수가 나뭇가지를 절레절레 휘젓습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하게 따질 일이냐고 지적합니다.]물론 아니지.
맛있는 음식과 맛좋은 술이 즐비할 때는 더더욱.
“…좋아. 쓸데없이 따지지 말고, 먹고 마시기나 할까.”
“음! 잘 생각했어!”
팡, 팡!
태천이 내 등을 두드렸다.
그런 후 도희와 함께 백운천이 모인 자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두 사람을 따라갈까 하다가 이내 그만뒀다.
생각해보니 내겐 그곳보다 먼저 들러야 할 곳이 있었다.
“어머. 당신 생각보다 빨리 왔네?”
“흥. 드디어 왔나. 감히 우리 재이를 오매불망 기다리게 한 못된-읍읍!”
“뭐? 수정아. 맥주 마시고 싶다고?”
“잠깐, 잠깐만! 재이야, 나 말부터 먼저 좀… 꼬륵!”
재이와 홍수정이 있는 곳이었다.
역시….
홍수정이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면 그간 재이가 불평을 했던 게 분명하다.
다음부터는 재이가 기다리지 않게 조심해야지.
또 이 자리엔 그녀들만 있지 않았다.
내 식구들….
민망하지만, 그렇게 표현해야 할 이들이 함께 모여 있었다.
먼저 무기와 임페일이다.
「왔나, 관리인.」
「저런, 저런. 파티에 주인공이 늦으면 어떡하나?」
「재이에게 들었다. 세계수를 옮겨심고 오는 길이지?」
「아바돈 처치에 세계수 이식…. 전대 세계수 페어도 분명 감읍하고 있겠지.」
감읍, 이라.
전대 세계수고 그렇고, 디싱 그 양반도 그렇고….
막 목메어 울고불고할 성격은 아닌 것 같은데.
만족스러운 미소만 슬쩍 짓고 있겠지.
“형. 오셨어요?”
“오셨습니까! 형님께서 오시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기 앉으십시오!”
“목소리 좀 줄여, 지상욱. 형은 그런 거 싫어해.”
“어쭈. 김재식. 네가 지금 누가 더 형님에 대해서 잘 아는지 퀴즈라도 해보자는 거냐?”
퀴즈 같은 그런 짓 하기만 해.
주둥이가 불어터질 때까지 후려쳐줄 테다.
김재식과 지상욱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을 때였다.
“음…. 맛있네요.”
“음? 맛있네요? 그게 다야? 이 흐레이스가 직접 구운 한우 투뿔을 먹고?”
“그럼 뭘 더 해야 하는데요?”
“후우…. 얘를 진짜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 거지….”
메스트와 흐레이스가 짧게 대화를 나눈다.
흐레이스의 말에 공감했다.
언제쯤이면 메스트가 맛에서 행복을 느끼게 될는지….
“후….”
이들과 함께 있는 덕분일까?
서서히 파티에 녹아들 수 있었다.
배수현 국장과 황정희 장관, 최희석과 안지민, 일대 그룹의 우 씨 가족들 등등….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점 때문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기도 했지만 말이다.
[세계수가 관리인을 흐뭇하게 바라봅니다.] [현재 느끼는 감동을 표현하고자 자기 주변의 ‘흙’을 관리인에게 전송하고 싶다고 피력합니다.] [마음 가는 대로 해야겠다고 전합니다.]아니, 잠깐만!
새싹아, 지금 상황에 그런 짓을 하면-
[세계수가 농담이라고 전합니다.] [그런 몰상식한 짓을 할 리가 없지 않냐고 중얼거립니다.]이 개구쟁이 정말….
完.
[세계수가 나뭇가지를 흔듭니다.]도운이 옥상 공원에서 파티하고 있는 시각.
두 남자는 어두운 복도를 걷고 있었다.
전등도 켜지지 않은 복도를 걷는 그들은 전 세계의 유명한 범죄자들이 투옥된 ‘테네브레(tenebrae) 교도소’의 교도관들이었다.
그때, 앞서 걸어가던 교도관이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아. 맞아. 그와 눈을 마주치지 마라.”
“네?”
“눈 마주치지 말라고. 말도 절대로 섞지 말고.”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신입인 넌 들어보지 못했겠지만, 눈을 마주한 것만으로 정신이 나간 놈들이 한둘이 아니야. 말을 섞었다가 세뇌라도 당한 건지 자해한 놈들도 있었고.”
“오, 오오….”
신입 교도관이 탄성을 흘렸다.
흥미롭다는 듯이 구는 태도에 선배 교도관이 눈을 찌푸렸다.
이어 아까보다 진지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명심해. 허튼소리로 치부했다가 그 꼴 나지 말고…!”
“하하. 넵! 조심하겠습니다.”
신입 교도관이 활기차게 대답했다.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에 선배 교도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후우. 그러다가 큰코다치지….”
짤랑….
투덜거리면서 허리춤의 열쇠고리를 들어 올린다.
그중 한 열쇠를 들어 두꺼운 철문에 꽂아 넣었다.
그러다가,
“…….”
선배 교도관의 행동이 멈췄다.
조심스럽게 말을 잇는다.
“그런데… 내가 왜 여길 온 거지? 난 평소에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데….”
“저런. 선배님 많이 피곤하신가 보네요. 저 안내해주신다고 해서 온 거였잖아요.”
“아. 그래. 그랬지.”
“하하. 선배님도 참.”
“…….”
“선배님?”
“…아니. 잠깐만. 우리 교도소가 신입을 새로 뽑았던가?”
“아.”
홱!
선배 교도관이 몸을 재빠르게 돌렸다.
그러고는 신입 교도관을 바라봤다.
아니.
지금까지 신입 교도관이라고 생각했던 남자를 노려봤다.
“…….”
“……”
“…너, 너 누구야?”
“이런…. 세뇌가 벌써 풀렸네. 어째 안지민 그 인간과 싸운 후로 되는 일이 없는 것 같단 말이지.”
남자가 투덜거리며 발을 내디뎠다.
밀려나듯 교도관은 뒷걸음질을 쳤다.
텅.
그러나 철문이 가로막고 있는 탓에 제대로 물러날 수조차 없었다.
“아쉽네요. 제정신만 안 차렸어도 살 수 있었을 텐데.”
“너, 넌 대체…!”
“잘 가요. 잠시나마 선배였던 분.”
톡.
남자가 교도관의 어깨를 짚었다.
그러자마자,
“컥…!”
교도관이 숨구멍이 막힌 듯이 목을 부여잡았다.
입을 크게 벌려 숨을 쉬어보지만 헛수고였다.
풀썩…!
제대로 호흡하지 못한 교도관은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채로 쓰러졌다.
남자가 쓰러진 교도관에게 밝게 인사를 건넸다.
“편히 쉬어요.”
그런 후 문에 꽂힌 열쇠를 돌린다.
철컥! 끼이익….
열쇠가 돌아가고 문이 열렸다.
독방에는 온몸이 구속당한 금발의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 어떤 자유도 줄 수 없다는 듯이 눈과 입도 틀어 막힌 채였다.
“헤에….”
남자가 웃긴다는 듯이 웃음을 흘렸다.
활짝 열린 문 옆에 쓰러진 교도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런 꼴인데 왜 그런 경고를 한 거예요?”
“…….”
당연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의 반대편에서부터.
부욱…!
구속복이 간단하게 찢어지는 소리가.
“오….”
구속복을 찢은 자는 제 눈과 입을 틀어막은 구속구도 벗었다.
그렇게 얼굴이 드러난 금발의 사내는,
“과연, ‘오만’이라는 이름에 걸맞으시네요. 구속복 따위는 전혀 소용이 없군요?”
칠죄종(七罪宗)의 오만, ‘프라이오스’였다.
오만은 무료한 눈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너는 누구냐?”
“그렇네요. 오만 씨는 날 모르죠? 나는 박우현이에요.”
“그런데?”
“이번에 새로 조직을 창단(創團)했거든요. 그래서 절찬! 동료 모집 중! 이랍니다.”
“동료라고?”
“오오. 방금 그 얼굴 정말 오만했어요. 뭐. 이해해요. 나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겠죠. 하지만-”
“그만.”
오만이 박우현을 제지했다.
발언을 제지당한 박우현이 잠깐 말을 멈췄을 때였다.
오만이 말을 바로 덧붙였다.
“나와 동료가 되고 싶다면 얼굴을 먼저 드러내라.”
“…….”
“맨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놈과 어떻게 동료가 된단 말이냐?”
“음, 그런가요. 곤란하네요….”
“그럼 꺼져라. 나가는 길은 잘 알겠지.”
“아. 오해하지 마세요. 얼굴을 보여드릴 수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니까. 그저….”
박우현이 손을 들어 올려 얼굴을 덮었다.
스륵….
손을 다시 내렸을 때, 민얼굴이 드러났다.
뺨에서부터 목까지 이어진, 그리 오래되지 않은 듯한 상처가 있는 얼굴이.
“이런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을 뿐이랍니다. 아직 치료되려면 멀었거든요.”
“흠. 번개의 마나가 느껴지는군. 뇌제와 싸웠나?”
“네? 아뇨. 뇌제 님의 정수를 복용한 후계와 싸웠어요.”
“뇌제의 정수? 후계? 그게 다 무슨 소리냐?”
“이런…. 모르시는 건가요? 아! 하긴. 교도소, 그것도 이런 독방에 있었으니 모를 만도 하네요. 자!”
박우현이 오른손을 뻗었다.
자신의 손을 잡으라는 듯이.
“함께 나가요. 세상에 재미난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났는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다 말씀드릴 테니까요.”
“…….”
“설마 같이 안 가실 건 아니죠? 까라고 해서 얼굴도 깠는데.”
“마침, 지루하던 참이긴 했지….”
“네. 오만 씨가 슬슬 그런 감정을 느낄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어요.”
“…조건이 하나 있다.”
“조건인가요…?”
박우현은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칠죄종의 최강으로 군림했던 자였다.
그런 자가 내거는 조건이니, 분명 간단한 것이 아닐 터였다.
오만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놈이 이번에 창단했다는 조직의 이름을 내가 짓겠다.”
“조직 이름을요?”
“그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 조직에 있을 생각 따위 없다.”
“…….”
끔뻑끔뻑.
박우현이 눈을 멍청하게 감았다가 떴다.
설마 그 오만이 내거는 조건이 저런 종류의 것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퍽 당황스러운 조건이네요. 우는 내가 되겠다, 뭐 그런 것일 줄 알았는데….”
“싫다면 꺼져라. 나가는 길은-”
“아, 좀! 아직 싫다고 하진 않았잖아요.”
“…….”
오만은 어깨를 으쓱 올렸다.
그 행동이 얄미웠던 걸까?
박우현은 오만을 향해 살짝 눈을 흘겼다.
“…우선 들어보고 결정할게요. 그런 조건을 내걸었다면, 평소 생각하던 이름이 있었던 거죠?”
“그렇기는 하지.”
“역시…. 자, 경청할 테니 말씀해보시죠.”
“원죄(原罪).”
오만이 거침없이 말했다.
이름을 듣고 나서, 박우현의 눈이 조금씩 커졌다.
그렇게 5초쯤 흘렀을까?
박우현이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울림 좋네요. 원죄….”
“나도 그리 생각한다.”
“좋아요. 우린 앞으로 원죄예요. 그럼, 된 거죠?”
“그래. 됐다.”
오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아. 한 가지 더.”
“조건은 하나라면서요?”
“이건 조건이 아니라 궁금한 거다.”
“궁금한 거요? 뭐가 궁금한데요?”
“네놈의 목적. 아무 목적도 없이 이 나와 손을 잡으려는 것은 아닐 텐데?”
오만의 말을 듣자마자 박우현은 싱긋 웃었다.
그 말대로였다.
세계 최악의 범죄자 중 한 명인 오만과 손을 잡는데 아무 이유도 없을 리가 없었다.
“그냥, 나무 한 그루를 좀 뽑으면 어떨까 해서요.”
“나무…?”
“네. 너무너무너무너무 커서, 하늘을 가리지 뭐예요. 조망권을 위해서라도 그런 건 뽑아야 하지 않겠어요?”
“…….”
오만은 박우현을 멍하니 바라봤다.
멍하니 바라보다가,
“하….”
한숨 같은 웃음을 흘렸다.
눈앞에 있는 자의 목적이 너무나도 생각지 못한 것이어서 당황스러웠다.
그렇기에, 또 한 번의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방법은 있나?”
“음. 어떨 것 같아요?”
질문에 질문이 돌아왔다.
바라던 대답은 아니었으나 오만은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었다.
나쁘지 않다는 듯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지루하던 차에 참 잘됐군.”
“하하. 기대해도 좋아요. 오늘 이후로 지루할 일은 없을 거니까. 아. 그런 의미로 계획을 조금 말씀드릴게요. 이제 우리는 ‘죄악의 천칭’을 만나러 갈 거예요.”
“죄악의 천칭?”
“생각해보니, 이 이름도 처음 들어보시겠네요. 분노와 나태, 그리고 천칭의 서지혁이 동맹을 맺은 조직이에요.”
“분노와 나태가? 후, 제법 기대되는 만남이군 그래.”
“그렇죠?”
박우현이 살갑게 대꾸하며 손을 내밀었다.
또다시 내민 손을 오만은 이번엔 맞잡았다.
서로의 손을 맞잡은 두 사내는 곧 그림자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