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ppened to be the owner of the Harem Knights RAW novel - Chapter 403
403화. 마지막 화
뮤는 오후에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서 잠시 사령부 안을 걸었다.
사령부뿐만 아니라 샤나드군이 주둔하는 곳 어디든 분위기가 좋았다. 제국의 대군을 쳐들어오는 족족 연이어 궤멸시켰다는 자신감과 이제는 감히 샤나드를 넘볼 세력이 없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병사들에게서는 전쟁의 두려움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행이다.’
뮤는 그들을 보며 지난날을 떠올린다. 샤릭을 따라서 처음 산에서 내려왔을 때 그는 징집되어 전장으로 끌려가는 마리힐의 남자들과 그들을 떠나보내며 눈물짓던 가족들을 보았다. 이후로도 그런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아팠는데, 다행히도 샤나드와 미라드아에서는 그런 모습이 더는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 샤나드군이 제국으로 들어갈 예정이긴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제국의 귀족들과 다른 왕국의 군대를 말리기 위함이다. 실질적인 전투보다는 외교와 정치로 해결할 것이고, 만약 무력 충돌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병사들보다는 막강한 전투력의 ‘뮤의 기사단’과 최정예 기사대, 골드로즈 마법 전투단 선에서 끝낼 생각이었다.
더는 힘없는 사람들의 피를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평소보다 왠지 조용하게 느껴지는 주둔지. 뮤가 그렇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시끌벅적하던 오크 전사들이 그들이 먹어 치우는 식량을 감당하지 못해 미라드아 북부에 있는 산악 지대로 옮겨갔기 때문일 것이다. 식탐이 많고 툭하면 사고를 치는 탓에 사령부에서도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었는데, 예카와 부투쿠, 우투쿠, 무투쿠, 후투쿠가 직접 데리고 간 만큼 별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뮤우—!!”
누군가 뮤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엘프군 수뇌부와 함께 있는 루미르바와 이브넬린의 모습이 보인다. 뮤는 자신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드는 두 여인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마찬가지로 손을 흔들어 준다.
루미르바는 오랜만에 만난 엘프 기사대의 대장 나프가엘과 함께 앞으로의 작전을 논의하는 모양이었다. 뮤는 다크 엘프인 이브넬린이 엘프들과 함께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서로 증오하던 엘프와 다크 엘프가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미래를 준비해 나가는 모습에서 그들의 삶이 더욱 안정되고 행복해지리라는 희망을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이브넬린은 앞으로 대륙 전체에 뿔뿔이 흩어진 다크 엘프들을 모아 샤나드에 정착시키고, 엘프 기사대나 라르난키에 수호대 못지않은 다크 엘프 기사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뮤는 장차 다크 엘프들 역시 샤나드의 일원이 되어 든든하게 힘을 보태 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조금 더 걸어가자 또다시 뮤를 부르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뮤! 뮤!”
“?”
고개를 돌리니 율라와 쟌이 부랑자 기사대의 대원인 커티스, 라벤, 밀더웨이, 얀센, 드제프와 함께 어디론가 가다가 멈춰서서 뮤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 모두 처음 보는 남색의 깔끔하고 멋있는 정복을 입고 있는 게 아닌가.
뮤는 그들에게 인사하고서 물었다.
“누나, 그런데 그 옷은 뭐예요? 처음 보는데 되게 멋있네요!”
“응! 그렇지? 어때? 내 몸매랑 잘 어울리지 않아?”
“저, 저도 좀 봐주세요.”
율라와 쟌은 뮤 앞에서 예뻐 보이는 포즈를 취하며 처음 입어보는 정복을 자랑했다.
“이거 이번에 가드릭 기사대 전원에게 새로 지급된 정복이야.”
“어? 그럼 드디어 가드릭 대장님 기사대에도 정복이 생긴 건가요?”
그러자 일명 ‘부랑자 기사대’의 부대장을 맡고 있던 커티스가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예! 이번에 저희가 라티니아 황녀를 잡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에커반 왕자님께서 특별히 저희에게 정복과 새로운 갑옷을 하사해 주셨습니다. 하하하! 갑옷은 한 달은 더 기다려야 나온다고 해서, 우선은 이 옷만 받았습니다. 우리도 이렇게 멋있는 옷을 입다니, 꿈만 같습니다.”
“와- 축하해요! 그런데 율라 누나랑 쟌 누나는 어떻게 옷을 얻은 거예요?”
“응! 우리는 명예 대원이거든. 안 그래? 우린 가드릭이랑 같이 ‘뮤 경호대’ 시절부터 함께 했었으니까. 이 정도야 뭐~”
“함께 황녀를 잡았던 프란츠 대장님의 ‘꽃중년 기사대’는 붉은색 정복이에요. 거기 옷도 참 멋있던데…”
뮤는 아쉬워하는 쟌을 위해 말했다.
“그럼 쟌 누나, 제가 프란츠 대장님께 부탁해서 누나들 옷도 두 벌 얻어다 줄까요?”
“정말요? 진짜 고마워요-!”
“우와! 나 원래 붉은색이랑도 잘 어울리거든! 히힛.”
“알았어요. 프란츠 대장님을 보면 부탁해 볼게요. 그럼 전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응! 나중에 봐!”
“우리도 가볼게요.”
뮤는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혼자서 걸어 다니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회의가 끝나고도 아넬리아와 젤리아, 샤릭, 로렌, 세르테와 멜레나는 또 따로 남아 제국과 다른 왕국들에서 오는 사람들을 만나야 했다. 대륙 북부가 전례 없이 복잡해진 전쟁으로 혼란스러워지고 샤나드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각국에서 찾아오는 사신과 귀족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아넬리아와 귀족인 누나들은 뮤의 부인이 될 여인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중요한 인물이 되어 툭하면 그들을 상대해야만 하는 새로운 업무에 시달려야만 했던 것이다.
“모처럼 혼자 다니니 조금 이상하긴 하네. 후훗.”
언제나 뮤를 경호해야 한다며 찰싹 붙어 다니던 비임대 여인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그녀들은 루트윈 전투가 끝난 후 에커반 왕자의 부탁을 받고는 제국으로 떠난 상태다. 마스티안 제국이 워낙 혼란하고 엉망이 되었기에 직접 그곳에 잠입하여 고위 귀족들이나 영주들의 동향을 살피고 상황을 정리하여 보고할 사람들이 필요했는데, 그 누구보다도 비임대 여인들이 그 임무에 가장 적임자였다.
그래서 그녀들은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뮤에게서 칭찬과 사랑을 잔뜩 받기로 약속하고서는 은밀하게 떠났다. 비밀 임무에 꼭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팔링 만드는 법을 연구하던 아리엘을 강제로 데려간 것도 뮤는 나중에 알았지만 말이다.
– 타박 타박
걷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정원이 있는 아담한 집이었는데 뮤는 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로티를 만났다. 오늘 오후에는 이곳에서 로티와 함께 할 중요한 일이 있었다.
“로티.”
“왔어?”
방긋 웃는 로티. 뮤는 그녀가 루트윈 전투 이후부터 부쩍 소녀의 티를 벗는 것처럼 느껴졌다.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득하여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몰랐지만.
뮤는 로티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1층에 있던 근위 기사들로부터 2층에 누워 있는 사람의 상태를 전해 들은 그들은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2층 창가의 침대에는 아달라스가 가만히 누워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아달라스 씨.”
“….”
뮤가 불러도 여전히 아달라스는 말이 없었다. 뮤와 로티는 침대 옆에 의자를 놓고 앉아 아달라스를 바라본다.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마지막에는 샤릭에게 몸이 갈라질 뻔하다가 가까스로 목숨만은 건진 아달라스는, 십 일 동안 계속된 로티의 극진한 치료 덕분에 이제 겉은 꽤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아직 그에겐 두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남성성을 잃은 탓에 로티의 치유가 거듭될수록 중성적인 몸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건 로티와 뮤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였는데, 아무래도 엄청난 생명력과 치유력을 쏟아부어 몸을 거의 다시 태어나게 만들다시피 하던 와중에, 남성성이 없이 새롭게 몸을 재구성하다 보니 반대로 여성화가 되어 버린 것 같다는 게 젤리아의 의견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아직도 메르텔과 이오를 잃은 슬픔과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달라스의 정신이었다. 그 부분만큼은 로티도 어쩔 수 없었는데, 그래서 오늘 뮤가 이곳에 온 이유이기도 했다.
“아달라스 씨.”
“…. 뮤, 부탁이 있다.”
전투 이후 처음으로 들어보는 아달라스의 말. 로티는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뮤는 그러지 않았다. 뮤는 아달라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예상했던 탓이다.
“날… 죽여다오.”
그 말에 아달라스의 괴로움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사랑했던 메르텔에 이어 그의 빈 공간을 채워주고 지탱해 주던 이오까지. 특히 자신이 복수심에 정신을 잃었던 탓에 이오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은, 힘이 없어 메르텔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그를 더욱 고통스럽게 했으리라.
“어서. 어서 날 죽여 줘.”
아달라스는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했지만, 뮤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전 당신을 살릴 거예요.”
“너도… 너도 날 살려서 괴롭히고 싶은 거냐? 이젠 그만해다오. 제발 그만해다오… 날 죽여줘… 날 죽여서 제발 모든 걸 잊게 해 줘…!”
아달라스의 눈에 투명한 물이 맺힌다. 꽉 쥔 그의 주먹이 파르르 떨리고 있다. 뮤는 그런 아달라스를 애처롭게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죽음 이후는 잘 몰라요. 하지만… 죽는다고 모든 게 잊히고 끝나지는 않는다는 걸 알아요. 이미 돌아가셨음에도 그 모습과 마음 그대로 가끔 나타나셔서 절 보살펴 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요. 그리고… 당신도 보았잖아요. 당신을 구하기 위해 나타났었던 그분들을요.”
뮤는 조심스럽게 메르텔과 이오를 언급했다. 그러나 그녀들의 영혼은 이미 이 세상에서조차 완전히 소멸해 버렸다. 그 사실이 아달라스를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히는 것일 테고.
“전, 아니 우리는 당신을 살릴 거예요. 제 생명력을 나눠 줘서라도 살릴 거예요.”
“왜… 도대체 왜…! 날 얼마나 괴롭히려고 그러느냐…!”
“우리는 당신에게, 당신이 죽기 전에…”
아달라스가 절규하듯 소리쳤으나 뮤도 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새 뮤의 눈가도 촉촉해져 있다.
“당신이 죽기 전에 다시 행복한 삶을 살고, 또 그렇게 살아감에 감사하게 만들 거예요.”
“…. 뭐라…”
“당신도 행복하게 해 줄 거예요. 다시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랑을 베풀게 해 줄 거예요.”
“…..”
“그게, 바로 그게… 그분들이 제게 간절히 부탁한 거니까요.”
뮤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륵 떨어져 내렸다. 옆에 앉아 있던 로티도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가만히 소리를 죽인다.
“다행히 제겐 방법이 있어요. 어쩌면 당신이 이런 몸이 된 것도, 당신에게 새로운 삶을 주고 싶었던 그분들의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믿어요.”
“… 메르텔. … 이오.”
아달라스는 결국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로티.”
“응.”
뮤가 신호하자 로티는 양손에 빛을 발하며 아달라스의 어깨를 감쌌다. 괴로움과 슬픔에 흐느끼던 아달라스는 잠시 후 몸이 축 늘어지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뮤는 남성성을 잃고 여성화가 진행 중인 아달라스에게 그의 두 번째 능력인 ‘착해지는 마음’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눈을 감고 조용히 의식을 집중하며. 뮤는 아달라스가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랐다. 비록 아프고 괴로운 기억은 남겠지만, 그 기억을 무덤덤하게 만들 정도로 큰 행복을 느껴 그저 살아 숨 쉬는 것에도 기뻐하며 감사하게 되길 진심으로 염원했다.
그리고.
아달라스뿐만 아니라 뮤가 사랑하는 여인들.
샤나드와 미라드아의 사람들.
더 나아가 세상의 모든 사람 또한 그렇게 살게 되기를 최선을 다해 바라고 또 바랐다.
‘모두가 행복하고 이 세상에 사랑과 평화, 자비와 치유의 마음이 가득하길.’
—————-
“어쩌다 하렘 기사단의 오너” 본편 끝.
감사합니다. 다음 화는 에필로그로 이어집니다.
어쩌다 하렘기사단의 오너
지은이 : 신나는작가
표지 : 민핌
기획 : 신나는작가
ISBN : 979-11-970944-0-8(404)
E-mail : [email protected]
가격 : 100원
Copyright 2021. 신나는작가. All right reserved.
이 작품은 청해북스와 정식 계약되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적법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 복제, 배포, 판매 등 어떠한 수단 및 형태로든 재가공 할 손해배상을 포함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책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저작권자와 청해북스의 동의를 얻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