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07)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07화
지금 우리가 하려는 행동은 21세기 현대에서 분쟁이 일어나는 국가에 평화유지군이 파견되는 것과 일대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세계 각국이 파견한 대표들이 있는 정당성을 지닌 국제기구인 UN이 투표와 결의를 통해 평화유지군 파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과는 달리 지금 시대에는 국제기구의 ‘ㄱ’ 자도 찾아볼 수 없는 시대였으니까.
‘대신 현재 조선을 지배하는 고종의 2번에 걸친 요청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원래 역사에서 벌어졌던 동학농민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고종이 청나라에 파병을 요청했을 당시에도 백성들이 외세에 보였던 적개심을 생각하면 지금부터가 중요한 순간이었다.
차후 이씨 왕가를 축출, 최소한 허수아비로 만든 후 조선을 친러 성향을 지닌 중립국으로 만들려는 것이 내 계획인데, 이번 일로 인해 민중들이 러시아에 대해 적개심을 가지게 된다면 시작부터 어긋나는 거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일에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크게 2가지였다.
하나는 조선의 정부군을 통해 민란을 진압하는 방법이었다.
그들이 지금까지 아무리 추태를 보였다고는 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전력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저들만으로도 진압하는 게 가능했으니까.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정부군의 지휘권을 우리가 파견한 지휘관들이 행사할 수 있어야 했다.
얻어내자면 얼마든지 얻어낼 수 있겠지만, 병사들이 제대로 따를지는 미지수였다.
두 번째는 이미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지방 양반들이 조직한 민보군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민란이 원 역사의 동학농민운동과는 다른 성격을 보이기 시작한 이상 명분은 이쪽으로 넘어왔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이 또한 양반들이 외세에 가진 적개심을 누그러뜨려야 한다는 것이 선행되었다.
‘이는 고종의 칙령을 통해 어느 정도는 완화할 수 있겠지.’
근왕적인 성격이 강한 인물들이므로 고종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그들에게 조선 정부 명의로 장비를 비롯한 물자를 보급하는 것도 생각해 보았지만, 민란군 점령지 한복판에 있는 데다가 혹시라도 사태가 마무리된 뒤 고종을 외세의 손아귀에서 구해낸다는 명목으로 저들이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있었기에 이는 기각되었다.
이번 사태를 마무리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두 가지 수단을 생각한 뒤 나는 다시금 이번 파병에서 우리 군이 명심해야 할 사항에 대해 강조하기로 했다.
“몇 번이고 얘기한 사항이지만, 그만큼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이번 파병의 목적이 민란을 대신해서 진압해주는 것이 아닌 한성 장악 및 재산 보호 그리고 치안 유지라는 것을 장병 하나하나가 숙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선 지휘관과 부사관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마지막으로 조선인들이 우리에게 가질 거부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선계 러시아 병사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일탈을 가장 주의하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전하. 너무 염려하지 마시지요. 다만 걱정되는 것은 아무리 저희가 망명한 자들이 자발적으로 의용대를 꾸려서 파견했다고 변명하더라도 영국에서 나올 반발을 막을 수는 없을 텐데 그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맞는 말이었다. 아무리 이번 파병이 우리 제국 정부의 주도가 아닌 민간 사회의 주도라고 말하더라도 영국은 개소리하지 말라면서 러시아가 조선에 파병한다면 지난번 체결한 러-영 불가침 조약도 무효로 돌아갈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일 테지.
별수 없었다. 그들을 달랠 당근을 제시하는 수밖에는.
한편으로는 이번에 영국의 개입을 막기 위해 그들의 심장부에 우리가 심어놓은 폭탄인 가폰을 이용할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가폰에게 지령을 내려 영국 전역이 아닌 런던 근교에서의 파업을 비롯한 무장 투쟁을 하기만 하더라도 영국이 당분간 국제정세에 개입하지 못할 것은 분명했지만, 그렇게 된다면 갑작스레 생긴 힘의 공백을 이용할 수 있는 세력은 우리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장 독일이 얼싸 좋구나를 외치면서 세력확장을 꾀할 게 분명하겠지.’
그렇게 된다면 독일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생각하는 프랑스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 러-프 동맹을 맺기 이전이라면 모를까 이미 그들과 동맹을 맺은 이상 우리도 이와 관련된 소용돌이에 휩쓸릴 게 뻔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영국이라는 사자의 심장 속에 숨어 있는 비수가 자신의 몸을 좀 더 불리고 우리가 원할 때 그 이빨을 드러내도록 하는 게 나아 보였다. 그리고 내 생각에 그날은 그다지 멀지 않아 보였다.
“영국에게 이번 일이 잘 마무리가 된다면 인천과 부산에 대한 권리는 양도한다고 전하세요. 또 우리가 조선 반도에 해군을 주둔시키는 일은 없다는 확약도 필요하다면 해주겠다고 말입니다.”
사실 이 정도 조건도 우리가 어느 정도 손해를 보는 거나 다름없었다. 영국은 이번 민란에서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은 확대하는 거였으니까.
손은 대지 않고 코를 푸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영국의 손을 대신해 줌으로써 말이다.
“알겠습니다, 전하. 말씀하신 대로 영국 대사에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게르 외무장관이 방을 나선 뒤 나는 홀로 남아 이번 일의 성공 가능성을 따져보았다.
차라리 조선을 군사적으로 점령하는 것이라면 더 성공 가능성이 높았다.
뒤에 있을 후폭풍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체질을 개선하고 있는 러시아 제국군이라 할지라도 조선 정도 점령하는 거야 간단했으니까.
하지만 이번 일은 외발자전거를 탄 상태로 날계란 한 판을 저글링하는 묘기를 부리는 거나 다름없었다.
외세에 적대적인 감정을 품은 민중들을 상대로 적대감을 완화하며 인식을 개선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사고들을 막아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시점에 대원군이 조선 내에 있던가? 젠장, 잘못하면 대원군이 민란을 이용해 다시금 집권하려 들 수도 있겠군.’
물론 그럴 가능성은 낮았지만, 만약에라도 대원군이 다시금 정치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된다면 그보다 골치 아픈 일은 없을 것이다.
이번 파병군이 제때에 한성을 장악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영국에게도 그들이 우리에게 청구할 계산서를 지금은 얌전히 받아주겠지만, 조만간 이번에 지불한 것에 몇 배가 되는 것을 얻어낼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 * *
벼들은 고개를 숙이고 농부는 수확의 기쁨을 기다리고 있을 9월이 되었지만, 이번 해는 무언가 다른 모양이었다.
방치되어버린 논은 벼들이 누렇게 익어가는 것이 아닌 말라가고 있었으며 낫으로 농작물을 수확해야 할 농부들은 그 날을 벼가 아닌 사람에게 들이밀고 있었으니까.
“이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우리를 위해 들고 일어났다 하더니 조정의 횡포를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쌀이며 농기구며 가져가는 게 이전과 다른 게 무엇입니까? 게다가 옆 마을에서는 우리를 위해 싸우는 자신들에게 대접하는 게 이것밖에 안 되냐며 행패를 부렸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이미 이번 민란을 일으킨 자들은 조정에 부패한 관료와 지방에 있는 탐관오리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탈에 반발해 들고 일어났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자신들도 그들과 똑같은 행동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그런 일을 자행하는 과정에서 동학의 이름을 내세우다니요. 이대로 가다간 우리의 인식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와 저들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어야만 합니다.”
“게다가 제가 듣자 하니 이번 민란을 진압하기 위해 왕께서 외세의 힘을 빌렸다고 합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외세가 이 땅에 들어오기 전에 우리 손으로 저들을 진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혹시라도 저들이 다른 꿍꿍이를 품고 있다면 민란이 끝나더라도 순순히 물러가겠습니까? 그러니 외세가 이 땅에 오게 된 명목인 민란을 우리 스스로 충분히 진압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만 합니다. 인제 그만 결단을 내리시지요.”
사랑방에 둘러앉아 있는 이들이 말하는 주제도 이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들은 말을 하면서도 아무런 말 없이 눈을 감고 있는 한 사내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는데 이상한 것은 사람들이 쳐다보는 사람의 풍채가 별로 대단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한 무리를 통솔한다고 하기에는 별 볼 일 없어 보인다고도 할 수 있었다.
“……지금껏 계속 고민해 보았소. 과연 이번 민란이 탐관오리들에게 신음하고 있는 백성들을 대변할 수 있는지 말이오.”
하지만 사내가 눈을 뜨고 말을 하기 시작하자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왜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이 그를 따르는지 알 수 있었다.
사내를 제외하고는 다들 굳게 입을 다물고 사내의 말에 집중하는 상태에서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처음에는 저들이 보이는 행태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소.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는 와중에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했지. 하지만 저들이 동학의 이름을 더럽히고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한다는 것은 참기가 힘들더군. 거기에 외세가 이 땅에 개입하려 듦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의 이익만을 찾는다니 저들은 선을 넘었소.”
“그, 그렇다면……?”
사내의 말이 끝나자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던 사람들은 말을 아꼈다.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었다.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동학교도들에게 파발을 돌리시오. 나 전봉준은 이번 민란이 백성들을 오히려 힘들게 하는 것을 묵과할 수가 없기에 저들을 토벌하고자 한다고 말이오.”
원 역사에서 녹두장군이라 불리며 동학농민운동을 이끌었던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남부 지방은 오늘도 혼란스러웠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한양으로 들어오려는 상인들의 숫자는 나날이 늘어만 갔다.
본인들이 물건을 내다 팔 시장이 문을 열지 않는 상황에서는 평상시보다 헐값이라도 한양의 시전 상인들에게 납품이라도 해야 먹고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사람!”
그래서였을까 검문을 담당하는 병사들의 분위기 또한 평상시보다는 훨씬 긴장되어 있었다.
반란군이 차츰 밀려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전시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었으니까.
다만 검문을 담당하는 병사 뒤로 팔짱을 낀 채로 한양으로 들어오려는 행렬을 지켜보고 있는 한 서양인이 있기에 더 긴장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잠깐. 거기 지금 검문받는 사람 뒤에서 세 번째. 이쪽으로 와보도록.]“어이, 자네! 이리로 와보게.”
그가 입을 열자 옆에 있던 서양인과 똑같은 군복을 입은 사람이 외쳤다. 그의 부름을 받은 사람은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눈치였는데 자신이 호명되자 화들짝 놀란 듯했다.
“저, 저 말입니까?”
“그래, 자네 말고 누가 있겠나.”
눈동자를 바쁘게 돌리던 사내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내 포기한 듯 어깨를 내린 채로 그들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은 이곳 숭례문뿐만 아니라 한양을 둘러싼 문들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인민주의자들과 피 터지는 싸움을 하던 그들이 본인들의 경험을 살려 이제 한양으로 몰래 들어오려던 사람들을 잡아내고 있었다.
지난날 고종의 요청을 받고 파병된 인원을 총 1,000여 명이었는데 그들 중 200여 명은 조선계 러시아인으로서 통역을 비롯한 대민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맡은 일 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군사고문단에 있다가 파병을 온 이들의 지휘를 맡은 쿠투조프의 말을 통역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