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14)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14화
내무 장관의 초반 실수에 이은 필사적인 만회가 끝나고 이어지는 다른 부서들의 보고는 무난한 내용들이었다.
사실 요 1개월 사이 국제 정세나 국내 사정이 급격하게 변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프랑스가 자신들이 영국과의 관계 개선을 하는 것에 있어 우리 측에 협조나 사전 협의를 요청했습니다. 우리와 영국 사이에 적대행위 금지 조약이 맺어졌지만, 협상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과 지금도 서로 데면데면한 상태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떤 식으로 답변하는 게 좋겠습니까?”
“러-프 동맹이 맺어지기까지 프랑스가 보여준 신의와 명예를 러시아는 잊지 않는다고 얘기하게. 그리고 프랑스가 자주권을 지닌 독립된 국가로서 행하는 외교 행위에 대해 우리 러시아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고도 말하고.”
프랑스와 영국이 가까워지는 것은 우리가 아닌 독일이 불편해할 상황이었다.
제아무리 삼국동맹으로 유럽 내에 세력권을 구축했다고 할지라도 이탈리아와 오-헝 제국은 등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동맹국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탈리아와 에티오피아 간에 전쟁이 일어나기 전이던가?’
유럽 열강이 아프리카 국가와의 전면전에서 패배하는 흔치 않은 사례를 남긴 이탈리아군의 전설에 한 줄을 더할 전쟁이 벌어진 후라면, 더더욱 독일은 영국을 자신의 편, 아니면 최소한 중립국으로 남기기 위해 노력하겠지.
“지난번 폐하의 명령에 따라 모스크바 인근에 완공된 제1 탄약 생산공장이 별다른 문제 없이 가동 중입니다. 생산설비를 들여오는 데 지불 했던 비용은 현재 상환 중이며 특이사항이 발생만 하지 않는다면 올해 하반기까지는 모두 상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장 초기 가동 단계 노동자 및 기술자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해줄 이들 또한 현재 감독관 직책으로 머무르고 있으며 폐하가 말씀하신 대로 이 공장에서 시범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문자 교육 및 사상적 교육 또한 아직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드디어 구형 탄환이 아닌 신형 림리스 탄환으로의 전환을 위한 첫걸음이 내딛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백만이 넘어가는 육군에게 보급될 탄약을 모두 바꾸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최소 수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원래 개혁이라는 게 그렇지 않겠는가?
“전쟁 장관은 황실이 신형 탄약 공장을 건립할 때 절반가량의 비용을 부담한 게 무슨 의미인지 충분히 알 거라 생각하네. 탄약 공장이라는 특성상 조그마한 안전사고도 큰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오.”
“명심하겠습니다, 폐하.”
그 외에도 ‘미르 개혁 이후 이루어진 올해의 수확도 작황이 괜찮기에 차츰 농민들이 새로운 농기구와 농업 방식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내용이나, 아니면 ‘폴란드 지방에 적용 중인 타 지역 대비 수출과 관련된 우대 정책을 서서히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 등이 줄을 이었다.
지금 이 회의실에서 나오는 얘기는 아니었지만, 지난 안디잔 반란 이후 내가 명령한 자디디즘을 이용해 극단적 이슬람주의를 가진 이들을 견제하라는 것과 관련된 보고도 회의가 종료된 이후 내 책상에 올라올 예정이었으니 오늘은 내가 차르로서 짊어져야 할 업무의 무게를 실감할 수 있는 날이 될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비테의 금본위제로의 편입 이후 물가 상승률을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신민들이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상승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얘기와 바이칼 호 노선 공사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를 끝으로 장관들의 보고는 모두 끝을 맺었다.
그래, ‘장관’들의 보고는 말이다.
오늘 처음으로 장관 회의에 참석한 노동개혁위원장인 엠마뉘엘 노벨이 이제 자신의 차례인 줄 알고 입을 열려고 하자 나는 그를 잠시 제지 시킨 후 입을 열었다.
“오늘은 짐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처음으로 차르로서 회의를 주관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장관들의 보고 내용이 아주 충실하고 핵심을 겨냥한 것들이 많아 매우 기쁘다고 밝히고 싶군.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기대해도 괜찮겠나?”
“여부가 있겠습니까.”
사실 아버지를 대신해 장관 회의를 주관한 지 벌써 2년 정도가 지난 후였기에 내가 한 말은 예의를 차리는 것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그들의 눈에 비친 나는 갑작스럽게 황위에 오른 것도 아닌 여태껏 황제라는 직책을 준비해 온 황태자였을 테니까.
“좋소. 그럼 내무장관과 재무장관 그리고 노동개혁위원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나가보도록 하시오.”
내 말이 끝나자 호명된 3명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홀가분하다는 표정으로 자리를 빠져나갔다.
자리에 남아 있는 인원 중에서도 내무장관을 제외하고는 별로 걱정하는 얼굴이 아니었지만, 그만은 자신이 보고 초반에 한 실수 때문에 남게 된 것인지 염려하는 모양이었다.
얼굴 옆으로 땀이 한 방울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으니까.
비테 또한 내무 장관처럼 땀이 나는 것 같았지만, 그의 감정은 걱정이나 여기 남아 있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아닌 돌아가서 처리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는 것 때문일 테니까.
하지만 내가 이 세 사람을 남겨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왜냐하면 지금부터 논의될 내용은 이 세 사람 아니 세 개의 부서 사이에서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부서 간 알력 다툼이 자주 벌어진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첫 회의부터 내 앞에서 장관 간에 의견 충돌이 일어났다는 소문이 퍼지는 건 별로 좋지 못했으니까.
“자, 아마 여러분 모두 내가 그대들만을 호명해 이곳에 남긴 이유를 궁금해 할거요. 재무장관은 이미 짐작한 것 같은데 혹시 말해보겠소?”
“예, 제가 추측하기로는 노동환경과 관련된 논의를 하시기 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답이오. 내무부와 재무부 그리고 내가 황태자 시절 신설했으며 얼마 전 장관급 직위가 담당하는 것으로 변경한 노동개혁위원회 이 세 부서가 지금부터 얘기할 노동환경 더 넓은 범위에서는 노동자들에 대한 정책을 결정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오. 그럼 내가 얘기를 하기에 앞서 노벨 위원장? 준비된 보고를 시작하게나.”
나와 비테의 대화를 들은 노벨 또한 왜 본인의 보고를 제지한 것인지 알아차린 것 같았다.
자신을 제외한 두 사람을 한 차례씩 쳐다보더니 결의에 찬 눈빛으로 보고서를 읽어나가기 시작했으니까.
사실 지금은 생산에 들어간 제1 탄약 공장의 설립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황실이 지분을 절반가량 부담한 만큼 일반적인 공장과는 달리 여러 가지 시도들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공장에서 일하는 14세 미만의 아동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 의무를 공장주에게 부담하는 법이 이미 1884년에 제정된 바 있었지만, 이를 지키는 공장은 없다시피 했고 이런 교육 의무를 성인으로까지 확대한 것은 이번에 신설된 탄약 공장이 처음이었다.
그래 봤자 높은 수준의 교육은 아니고 글자를 비롯한 문맹 퇴치 교육과 내가 주장했던 국가주의 사상이 옳다는 주입식 교육이었지만.
아무튼 공장 설립 과정에서 에마뉘엘은 새로 만들어지는 공장의 노동환경이 자신의 삼촌들이 운영하던 브라노벨에 버금갈 정도로 개선되는 것을 바랐고, 비테나 내무 장관인 고레미킨은 이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었다.
그 외에도 노동자 숙소나 임금, 노조와 같은 노동자에게 보장될 권리 등과 관련해서도 계속해서 부딪혔던 만큼 노벨도 이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고 있겠지.
“우선 러시아 제국의 노동환경은 현재 매우 열악합니다. 산업혁명이 태동하던 시절 영국과 비교해도 더 심각할 정도입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조심스럽습니다만, 폐하의 아버지이신 알렉산드르 3세 폐하 시절인 1890년 제정된 휴일 및 명절에도 아동의 노동을 허가하거나 여성과 아동의 야간 노동 허가와 같은 법안은 여전히 시행 중입니다. 심지어 그 아동이 10~12살인데도 말입니다.
이에 반해 노동 현장에서는 1884년 제정된 공장의 위생에 대한 법률이나 1886년 오레호보-주에보 파업 이후 만들어진 과도한 벌금의 부과를 금지하거나 지나칠 정도로 엄격한 사내 규칙을 금지한다는 것과 같은 법안들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실태입니다.”
사실 이런 충돌은 세 부서 간에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비테를 위시한 재무부 측의 입장은 노동환경이 열악하며 노동자들이 이로 인해 불만을 품고 조직될 위험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나, 러시아와 서부 유럽의 차이를 고려해야 하며 러시아 제국은 후발 주자인 만큼 일정 수준의 희생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고레미킨을 위시한 내무부 측의 입장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재무부 측의 입장에는 동의하지만, 노동자와 같은 사안을 담당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들 내무부의 소관이며 재무부 측이 월권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이 셋 중 가장 힘이 약하지만, 최근 내가 가장 밀어준다는 인식이 있는 노동개혁위원회의 입장은 아무리 그렇다고 할지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은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상태라는 것이었고.
내가 세 부서의 입장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사이 노벨은 계속해서 보고를 이어나갔다.
“게다가 재무부 측에서 얘기하는 감독관의 권한 확대 및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 기능 강화는 저희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본래 감독관이라는 직책이 담당해야 할 노동 현장의 위생이나 안전에 대한 관리 또는 고용주가 현재 제정된 법안에 맞춰서 임금을 지불 하는지, 아니면 노동 시간을 지키는지를 업무 대신에 경찰 업무라니요. 게다가 재무부에서 1884년에 제정된 노동법안을 폐지하려고 한다던데 아무리 유명무실하다 할지라도 이는 고용주들이 노동자들을 합법적으로 착취할 수 있도록 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제가 감히 말씀드리건대 러시아와 서부의 문화 차이와 사람들의 인식 차이 등을 고려하더라도 이런 식의 행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에게 좋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고레미킨 장관 휘하의 오흐라나를 비롯한 경찰 조직이 인민주의자들을 소탕하는 데 보여준 눈부신 성과를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억누르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그들의 억눌려 있던 감정들이 터져 나올 겁니다. 심지어 우리는 그런 사례를 이미 알고 있지 않습니까?”
노벨은 아무래도 오늘 작정을 하고 온 모양이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내 아버지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여기에 있는 재무장관과 내무 장관마저 대차게 비판하는 것을 보면 그가 품은 결의를 엿볼 수 있었다.
사실 내 심정으로는 그의 손을 들어주고 싶긴 했다.
비단 현대인으로서의 감정뿐만 아니라 지난 시절 볼가강 유역을 시찰하면서 보았던 인민들의 생활 실상을 두 눈으로 목격했던 경험도 한몫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일을 감정적으로만 처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당장 노벨이 말한 대로 일을 처리한다면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데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양의 돈이 들어갈 게 뻔했으니까.
돈이 들어갈 구석이 천지에 널려 있는 러시아 제국으로서는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선택지였다.
그래서 비테와 고레미킨을 이 자리에 남겨놓을 것이기도 했고 오늘 내가 맡을 역할은 이 세 사람 사이의 의견 충돌 과정을 조율하고 합의안을 원만하게 도출해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는 타협이 필요할 수밖에 없으니까.
대표적인 현실주의자인 비테는 반격할 준비를 마친 것처럼 보였다.
노벨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이미 전사의 그것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