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15)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15화
“노벨 위원장께서 말씀하신 내용에 일리가 있기는 합니다만, 가장 중요한 내용이 빠졌다는 걸 지적하고 싶군요. 그래서 위원장이 말한 노동환경 개선 사항을 이루는 데 필요한 비용이나 법적인 규제가 지켜지는지를 확인하고 감시하기 위해 임용해야 할 감독관 등에게 지불 해야 할 봉급과 같은 재정은 어디서 구할 수 있단 말입니까?”
비테의 말대로 모든 건 돈이 문제였다.
개혁작업을 하는 데 필요한 돈,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돈, 낙후된 병기를 개선하고 새로운 무기 공장을 세우는 데 필요한 돈.
돈 돈 돈, 러시아 제국은 일주일 동안 물을 마시지 못한 사람이 눈앞에 놓인 한 잔의 물을 마시는 속도와 비슷할 정도로 돈을 사용하고 있었다.
내가 원 역사와는 다르게 여러 가지 조약이나 좀 더 이른 보드카 반전매제와 같은 정책으로 세수를 늘렸다고는 하나 여전히 러시아의 재정은 칼날 위를 걷고 있는 모양이었다.
막말로 일주일이 넘도록 물을 못 마신 사람에게 세수와 같은 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우선순위에서 멀어지지 않겠는가?
당장의 갈증도 해소하지 못한 상태인 사람에게 좀 씻고 살라는 조언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비테는 노벨이 자신의 말에 반론을 하려 하자 손을 들어 그를 잠시 제지 시킨 후 말을 이어나갔다.
“게다가 이는 러시아 제국 정부의 일원이자 재무장관으로서 부끄러운 말이지만, 우리 러시아는 서부 유럽에 비해 뒤떨어져 있습니다. 산업력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비록 우리가 서유럽을 먹여 살린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식량을 수출하기는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넓은 땅과 비옥한 토지에서 나오는 수확량으로 수출량을 충당할 뿐 단위당 생산량을 따져보면 우리는 유럽이 아닌 미국에 비해서도 밀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아직까지 식민지에서 독립한 지 백여 년밖에 되지 않은 변방 국가로 여겨지기에 나올 수 있는 평가였다.
비테의 머릿속에서도 미국은 역사가 짧은 졸부들의 나라라는 인식이 강할 테니까. 그 나라의 잠재력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위화감을 느꼈지만.
“제 얘기는 이겁니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에게 잡고 버틸 수 있는 나무통을 던져주느니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그를 물에서 건져낼 수 있는 나뭇가지를 찾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사실 흔히 알려진 만큼 러시아 제국의 지도층이나 자본가들은 노동자를 착취할 대상만으로 보지는 않았다.
독실한 기독교 국가인 만큼 성경에 나온 약자를 도우라는 말을 따르는 이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움직임이 좁은 범위에 국한되거나 개인적인 적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기에 사회의 모순이 해결되지 않았던 것이겠지.
게다가 이러한 연민의 밑바탕에는 러시아 특유의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나온 노동자는 우리와 같은 시민이 아니며 그들을 우리가 이끌고 도와줄지언정 노동자들은 사회나 체제에 반항하면 안 된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는 요소도 진정한 문제 해결에 다가갈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생각되었다.
비테의 말이 끝나자 고레미킨 또한 말할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재무장관의 말이 맞습니다. 그들의 생활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감정에 치우쳐 적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희생을 받아들여야 마땅한 시기입니다. 노동위원장께서 태어난 나라에서는 말씀하신 정책들이 기본적으로 시행되고 있을지 몰라도 여기는 러시아라는 것도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위원장의 염려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폐하 제게 노동위원장이 말한 불행한 일을 사전에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한번 얘기해 보시오.”
아무래도 고레미킨은 오늘 회의를 위해 준비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닌 모양이었다.
아까의 보고에서도 처음에 실수만 하지 않았다면 지금 얘기하려던 내용을 말했겠지.
“예, 제가 준비한 방법은 다름 아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불씨부터 없앨 수 있는 것입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감독관이 공장 내부의 문제를 사전에 감시하고 이를 상부에 보고하는 정책은 빠른 대응을 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감독관의 보고를 받고 출동하는 경찰 병력은 저희 내무부 소속이니까요.
따라서 저는 이런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과 같은 이원화 된 보고체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겁니다. 공장에 대한 감독 권한을 재무부가 아닌 저희 내무부가 가져오면서 공장마다 자체적으로 치안을 유지하는 자경대를 조직하는 겁니다. 거기에 지난 시절 파업이 대규모로 일어났던 오레호보-주에보와 같은 지역에는 헌병대를 새로 창설해 주둔시키는 겁니다.”
“잠시만요, 내무 장관님. 우선 공장에 대한 관리 감독권을 내무부에서 독점하겠다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공장마다 치안대를 만들자니요. 아까도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공장마다 있는 자경대로 파업을 사전에 막는다? 좋습니다. 그럼 그런 일에 들어갈 재정은 어디서 가져올 겁니까?”
비테의 지적이 나오자 고레미킨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재무장관님의 걱정이 무엇인지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한정된 재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고요. 물론 이 모든 걸 국가가 나서서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자본가들도 본인들의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부담을 짊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언제까지 국가에만 자신들의 공장을 보호해 달라고 애원하는 건 불공평하니까요. 공장별 치안대는 자본가들의 지출을 통해 결성하면 될 겁니다.”
그러자 비테는 말도 안 된다는 태도로 고레미킨에게 얘기했다.
“아까 제가 말한 국가 재정과 관련된 문제는 그로 해결될지 모르지만, 다른 부분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군요. 후발 주자인 데다 경쟁국들에 비해 기술 수준도 부족하기에 정책적으로 보호해주고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연구개발비나 기계 등을 수입하는 데 쓰기도 모자랄 돈을 나누어 치안대까지 창설하라니요. 이는 러시아의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사용되어야 할 돈을 엉뚱한 곳에 사용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치안대는 그렇게 해결한다 치더라도 새로운 헌병대를 창설해 각 공업 중심지마다 주둔시키는 것만 하더라도 들어갈 비용은 어마어마할 겁니다.”
이런 식으로 고레미킨에게 쏘아붙인 후 비테는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폐하 차라리 현재 시행 중인 감독관 정책을 강화시키는 게 비용 대비 효율 면에서 훨씬 나을 겁니다. 게다가 주지사나 지방 경찰 대장과 같은 이들이 일일이 기업 운영에 개입하는 게 훨씬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장과 같은 사업체는 재무부의 소관이라 할 수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각 부처별 담당구역을 확실히 정해 쓸데없는 다툼과 개입을 막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재무장관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공장이 재무부의 관할이라니요.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러시아의 국민이 아니라는 소립니까? 게다가 공장이 세워지고 가동되기까지 필요한 허가나 서류들은 어느 부서가 담당하고 있는지 제 입으로 말해야겠습니까?”
아무래도 이제 전투는 노벨 vs 비테, 고레미킨의 양상에서 비테와 고레미킨 사이의 부서 간 권력 다툼으로 넘어간 모양이었다.
가벼운 논쟁 정도야 괜찮지만, 차츰 논쟁이 격화되고 있었기에 나는 이쯤에서 서로의 다툼을 자제시키기로 했다.
“자, 둘 다 너무 흥분한 것 같은데 조금 가라앉힐 필요가 있어 보이는군. 게다가 두 사람이 싸우느라 이 자리를 마련한 목적을 잊어버린 모양인데 어디까지나 지금 이 자리는 노동환경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임을 명심하면 좋겠군. 아까 노벨 위원장이 말한 것에 대해 비테 장관이 우려하는 바는 내 충분히 인지하고 있네. 우리의 출발이 늦은 만큼 더 많은 채찍질을 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이지. 경마만 하더라도 후발 주자가 선두 주자보다 말을 더 재촉하지 않는가?”
비테는 내 말을 듣자 미소 지었다. 아마 내가 그의 손을 들어주리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어느 정도는 맞는 생각이었다. 완전히 그의 편을 들지는 않을 것이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더 넓게 그리고 더 멀리 보아야 하네. 당장 조금의 지출을 줄여서 산업 발달을 약간 빠르게 만들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억눌릴 노동자들의 분노를 무시한다면 미래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 해야 할지도 모르지. 어쩌면 지금까지의 러시아 역사에서 가장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네. 노벨 위원장이 말한 수준까지의 노동 개혁을 단숨에 이룰 수는 없더라도 노동자들이 느끼기에 우리가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
이어지는 내 말을 들은 청중들의 표정은 대비되고 있었다.
노벨은 침울했던 표정에서 서서히 얼굴이 밝아지고 있었고 비테나 고레미킨은 그에 반대되는 모습이었으니까.
“우선은 14살 미만인 어린이의 노동을 허가했던 법률은 폐기하도록 하세. 이는 단순히 어린이들이 공장에서 일하는 게 비윤리적이기 때문은 아니야. 생각해 보게나, 만약 공장에서 일하는 아이들 중에 적절한 교육과 도움이 더해진다면 단순노동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공학자나 기술자들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이 있는가? 몇몇 사람들은 당장 가정의 소득이 줄어든다는 것에 불평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부모라는 이름을 달고 있을 자격이 없는 이들이야.”
나는 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말을 멈춘 뒤 노벨을 바라보았다.
그가 나에게 보내는 시선에 담겨 있는 기대를 전부 충족시켜 주지는 못할 거라는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할 수밖에.
“다만 노벨 위원장이 말한 대로 여성들의 야간 노동까지 금지시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네. 도시에 살고 있는 노동자 가족 중 그들이 벌어오는 소득까지 합쳐 생활을 유지하는 가정도 많을 테니 말이야. 가장이 벌어오는 것만으로 삶을 이어갈 수 있을 정도의 봉급 인상 없이 무작정 금지하는 것도 부작용이 클걸세. 그리고 아까 내무 장관과 재무장관 사이에 이루어졌던 얘기에 관련된 내용 말인데…….”
두 부서 간의 노동자 더 나아가 공장과 사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 권한이 누구의 것인지를 두고 다툰 싸움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었다. 거의 2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양 부서 간의 협의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군. 내가 이 자리에서 정해주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어느 한쪽 혹은 양측 모두 납득하지 못할 것 아니겠나?”
“그렇지 않습니다, 폐하.”
“그렇지 않기는, 내가 독단적으로 권한 범위를 정하면 속으로 누구보다 불평할 사람들이 아닌가. 그렇게 체면 차리지 않아도 되네. 그러면 이렇게 하지. 두 부서 간에 협의를 위한 자리를 내가 마련할 테니 2월부터 이와 관련된 논의를 양측의 실무진들이 모여서 하도록 하는 게 좋겠군.”
하지만 논의가 쓸데없이 길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벼운 가이드 라인과 언제까지 합의할지 정도는 정해주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다만 필요 이상으로 논쟁이 길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와 관련된 협의는 4월 중순까지 하는 것으로 하고 그때까지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내가 결정하도록 하겠네. 개인적으로는 공장 내부의 파업 조짐 파악이나 질서 유지와 같은 사항은 경찰력이 필요한 문제인 만큼 내무부 측에서 담당하는 게 좋을 것 같고 노동자와 사업주 간의 관계나 협상과 관련해서는 재무부 측에서 맡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 정도는 이 자리에서 밝혀도 되겠지?”
“예, 폐하.”
“좋아, 그러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것 같으니 오늘 회의는 이 정도로 마치기로 하고 모두 돌아가도 좋네. 노동개혁위원장은 오늘 나와 저녁이나 같이하지.”
이번 만남에서 본인이 주장한 바가 가장 적게 받아들여진 노동위원장을 위로하기 위한 약속까지 마치자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황태자 시절에도 몇 번이고 주관했던 회의였지만, 차르로서 주관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아무래도 긴장이 강했던 것 같았다.
그래도 이걸로 오늘 나의 첫 번째 공식 업무가 막을 내렸다고 할 수 있었다.
이제 노벨과의 저녁 식사까지는 조금 쉴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내 집무실에 쌓여있는 서류 더미들은 앞으로도 나에게 휴식이라는 단어가 허락되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듯했다.
망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