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24)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24화
“알코올이란 참 대단하지 그렇지 않은가?”
내가 있는 곳은 평상시와 같은 집무실이나 회의실이 아니었다.
플라스크나 정체불명의-내가 보기에는-액체들이 담겨 있는 비커와 같은 실험도구가 즐비한 실험실이 현재 내가 위치한 장소였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람이 먹고 취할 수도 아니면 상처나 손에 바르는 것으로 위생을 증진 시키는 데 쓸 수도 있으니 말이야.”
그리고 내가 말을 건네고 있는 상대는 다름 아닌 러시아가 낳은 가장 위대한 화학자 중 하나이자 21세기를 살아가는 이과생과 화학 계열 학부에 들어간 이공계생들의 적이자 우상인 멘델레예프였다.
“폐하께서 말씀하신 알코올의 정의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달라질 거라 생각합니다. 폐하께서도 아시겠지만, 알코올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화학이라는 학문의 오묘함이 간단하지는 않으니까요. 예를 들어 에탄올과 메탄올 두 가지 물질 모두 알코올이라고 호칭을 할 수 있겠지만, 만약 두 물질의 사용 용도를 착각하거나 아니면 두 개가 똑같다고 생각한다면 큰 비극이 발생할 게 뻔하니까요. 우선 두 개의 차이점을 제가 자세하게 설명드리자면…….”
“아니, 괜찮네. 교수의 학문적 열정에 대한 의지는 내 익히 들어서 알고 있으니까. 최근에도 국가를 위해 아주 큰 일을 해주지 않았나. 거기에 대학수업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 태도가 학생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하더군. 자신들과 같은 대학생들의 처우에도 관심을 깊게 가진 이 시대의 진정한 참스승이라고 말이야.”
가만히 놔두었다간 이전에 브라노벨사와의 만남에서 경험했던 이해하지도 못하는 분명히 러시아어인데 외계어로만 들리는 장광설을 들을 것이 뻔했기에, 나는 재빠르게 그가 여기에서 화학수업을 하려는 것을 멈췄다.
그나마 송유관이라는 물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었지만, 화학 분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당시에도 기름이나 가스를 수송하는 파이프 정도로만 알고 있던 나에게 송유관을 만들 때 지름별로 최적의 두께를 어떻게 계산하는 지등의 연설도 끔찍하긴 마찬가지였지만, 팔자에도 없는 화학수업을 듣는 것보다는 나았을 거라는 위기의식의 발로였다.
다행히 멘델레예프는 말뿐만 아니라 얼굴에서도 내가 느끼는 감정을 읽어냈는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방금까지 하려고 했던 강의를 멈췄다.
아마 자신의 수업을 들으러 온 학부생들이 평상시에 보이는 표정들을 떠올린 모양인 듯했다.
“이것 참, 제가 또 실수를 할 뻔했군요. 화학이라는 주제만 나오면 이리도 신나서야. 이게 저와 같은 과학자들의 가장 큰 단점입니다. 본인들의 전문분야에 대한 주제의 편린만 나와도 상대방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저에게 큰 은혜를 주신 폐하를 제가 괴롭게 만들 뻔했군요. 사죄드립니다.”
그가 나에게 입은 은혜란 다름 아닌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의 교수직을 다시금 되찾게 해준 것을 의미했다.
원 역사에서 당시 대학 내에 만연하던 교수들의 성적을 빌미로 한 뇌물 요구나 개혁적 성향을 드러낸 학생들에 대한 부당한 징계와 같은 부조리를 척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학생들에게 동조했다는 이유로 강단에 더 이상 설 수 없게 되었던 그를 다시금 교수로서 활동할 수 있게 해준 게 바로 나였으니까.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그를 다시금 강단에 세운 것은 세수 마련을 위해 보드카를 반전매제로 전환하는 일의 과정에서 보드카의 품질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표준 도수를 40도로 정하는 업무를 끝마친 이후였기 때문이다.
“교수가 나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할 필요가 있겠나. 어디까지나 자신의 본분에 그만큼 몰입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전혀 그럴 필요 없네. 그건 그렇고 재무장관과의 업무는 잘 되어가고 있는 건가?”
그리고 그는 지금도 미터법으로의 통일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도량형국의 국장으로서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의 화학 교수와의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도량형 통일 작업의 주된 작업자는 비테였지만, 멘델레예프 또한 비테에 버금갈 정도로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었다.
“아, 도량형 통일 작업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휴우, 장인이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고집과 자존심이 강한지 미처 모르던 저의 시야를 넓혀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제가 도량형국 국장을 맡은 1891년부터 작년까지 이루어낸 것보다 이번에 폐하께서 수공업자들로 파리 만국 박람회에 출품할 상품들을 만들어내시겠다고 선언하신 이후로 해낸 게 더 많습니다. 저나 도량형국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던 장인들이지만, 폐하께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계신다고 하니 어느 정도 효과가 있더군요.”
멘델레예프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터법으로 도량형을 통일했을 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이득이나 장점에 대해 계속해서 설명하는 것보다 그대들이 미터법으로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폐하께서 기대하고 계신다고 말하는 게 나았겠습니다.”
“흠, 그 정도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차라리 볼가강 유역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 중 아무나 한 명을 데려와서 어엿한 화학 전문가로 만드는 게 더 쉬울 것 같다고 느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니까요. 그나마 요즘은 세르기예프 단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소문을 들은 장인들이 자청해서 도량형국에 미터법이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문의를 하니 다행입니다.”
아무래도 내 생각보다 이번에 취한 정책의 효과가 더 큰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산업 발전으로 인해 위기에 몰릴 수공업계를 연착륙시키고 사회에 가해질 충격의 크기를 줄이려는 목적이었지만, 이런 식의 나비효과가 일어날 줄은 예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참 다행이군. 국장과 재무장관 둘 모두의 고생이 드디어 보답을 받는 모양이야. 자네의 또 다른 업무인 농업 아카데미나 학교와의 연계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어 가고 있나?”
나는 이곳을 찾은 또 다른 목적인 농업기술과 화학의 결합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막스 베버의 질소 고정법을 우리가 먼저 발명한다는 것까지는 바라지는 않았지만, 질소나 인과 같은 화학 물질을 어느 비율로 섞는 것이 최적인지 등과 같은 연구는 충분히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만 하더라도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세 시대에 머물러 있던 러시아의 농업기술 발전에는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농업 학교의 있는 이들 또한 러시아에서 농사에 대해 둘째가라면 서러워하겠지만, 현대사회에서 농사와 화학이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사이임을 아는 나로서는 욕심을 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멘델레예프가 화학뿐만 아니라 농업이나 경제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나는 그가 이번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 최적의 인사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와 관련해서는 저와 같은 대학에 있는 바실리 도쿠차예프 교수가 특히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가 지금까지 연구한 러시아 전역의 토양에 대한 정보를 통해 어느 지역에서는 어느 작물이 더 잘 자라는지 아니면 어떤 식으로 농사 시기를 정할지 등을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요. 거기에 지난번 발생했던 기근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기근이 다시금 오는 것을 막기 위해선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 지등과 관련해서도 현재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아마 조만간 관련 보고를 올릴 수 있을 것 같군요.”
적절한 인재에게 그가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업무를 맡기는 것만큼 관리자에게 중요한 일은 없었다.
올바른 때에 올바른 사람이 올바른 자리에 있는 것만큼이나 어떠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수습하거나 아니면 목표로 삼은 곳까지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걸 가능하게 하는 건 없었으니까.
그리고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은 바로 내가 말한 적절한 사람들의 보고나 다름없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멘델레예프나 그가 말한 도쿠차예프뿐만 아니라 새로이 자라나는 인재나 원 역사에서 별다른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던 이들이 다시금 본인의 자리를 되찾을 기회가 있는 곳이었으니까.
거기에 농업 아카데미와 같은 단체가 자본가들의 본인들이 사회 지도층에 걸맞을 정도의 품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목적과 지원 등에 힘입어 점차 숫자가 늘어가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했다.
그들과 젬스트보,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과 농업 학교들 간에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나의 몫이었지만, 내가 모든 것을 일일이 건립하고 관리하지 않아도 사회적인 움직임이 개혁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는 수확량에는 농부들의 땀과 노력뿐만 아니라 자네와 같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은 뒤에서 헌신하고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소. 앞으로도 계속해서 애써주길 바라오. 그대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니까.”
“송구스럽군요, 다만 폐하. 한 가지 드리고 싶은 청이 있는데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그게 무엇이오?”
“다름이 아니라 최근 들어 연구를 해야 하는 주제나 사안들이 늘어남에 따라 제 연구실을 비롯한 대학의 인원들이 피로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말씀입니다만, 시간과 예산을 조금만 더 주신다면…….”
“재무장관과 상의하는 게 좋겠구려. 관련 예산 중에 이곳으로 돌릴 수 있는 잉여분이 있는지 파악도 해야 하고.”
“예? 하지만, 폐하께서는 이 나라의 지배자이시지 않습니까.”
“아, 그것이…….”
얼마 전 비테가 구구절절한 절규로 호소했던 인력 보충과 관련된 계획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내가 여기서 멘델레예프에게 쉽사리 답을 해주기가 어려운 형편이었다.
분명히 내가 러시아 제국의 차르이자 비테의 상관인 것은 맞았지만, 최근 그가 나에게 보고를 하러 올 때마다 보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더니 그 말을 좀 바꿔야겠어.’
여자가 아니라 관료가 한을 품으면 눈빛만으로 방안의 온도를 낮출 수 있다고 말이다.
“그래도 인력 확충은 장담할 수 없지만, 예산과 관련해서는 조만간 추가해주도록 하겠네.”
그렇다고 해도 국가 발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공계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 주지 않으며 무작정 결과만을 바라는 것도 몰염치한 일이었기에, 나는 황실 금고에 남아 있을 내탕금을 이용하기로 했다.
요즘 황궁 생활의 화려함을 줄이고 황실 일원들에게도 씀씀이를 줄이라는 등의 명령을 통해 확보한 예산들이 어느 정도는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개혁정책을 동시에 진행하는 현재 상황상 마치 끓는 물에 집어넣은 눈이 녹아내리듯 사라졌지만, 그래도 명색이 러시아 제국의 황실 금고인 만큼 멘델레예프가 말하는 정도의 예산 정도는 지원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폐하.”
다만 멘델레예프가 원하는 대로 인력까지 확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연구인력이라는 고급자원은 관료보다도 더 확충하기 어려운 사람들이었으니까. 아마 당분간은 계속해서 자신들을 혹사해야 할 예정이었다.
모든 게 부족한 시대였다. 인력이든 예산이든 아니면 시간이든.
그러나 이는 지금까지의 시간과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따라가지 못한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요소들이었다. 다른 이들보다 늦게 출발한 주제에 그들보다 앞서 나가지 못한다고 불평하는 것만큼 양심이 없는 행위도 없을 테니까.
물론 이건 정정당당이라는 도덕적 가치가 우선시 되는 스포츠가 아닌 만큼 그 과정에서 상대방들이 미리 이루어낸 것들을 ‘참고’하거나 아니면 적절한 방법으로 그들의 지혜를 ‘빌려오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사용할 생각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