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34)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34화
제국주의의 우등생, 대영제국의 심장인 런던이 뒤집히게 된 계기가 일어난 날은 그 누구라도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날 거란 예상을 하지 못할 정도로 평범한 날이었다.
5월이 되었건만, 런던 시내는 여전히 따스한 햇살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역 특유의 우중충한 날씨와 공장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은 마치 N극과 S극처럼 결합해 한낮과 오후, 저녁 모두 비슷한 하늘을 보여주고 있었다.
장어를 제외하고는 다른 물고기는 살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된 템즈강은 오늘도 여전히 걸쭉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모습으로 흐르고 있었고 생김새에 어울리는 악취를 내뿜으며 행인들이 일상이라는 양 손수건을 호흡기에 가져다 대도록 만들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손수건을 가지고 다닐 정도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모습이었지만.
솔즈베리 후작이 총리에 취임한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이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사실상 모든- 노조를 때려잡은 것일 만큼 런던 시내는 표면적으로는 안정을 되찾은 것처럼 보였다.
“노동자 탄압을 일삼는 내각은 반성하라! 우리도 사람이다! 총리는 각성하라!”
“노조 설립 허가하라! 정부는 우리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말아라!”
가끔씩 골목에서 소년들, 얼굴에는 검댕이 묻어 구두닦이나 굴뚝 청소와 같은 일에 종사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튀어나와 어디서 인쇄했는지 모를 조잡한 전단을 뿌리고 다시금 본인들이 달려 나왔던 골목으로 돌아가는 일들이 발생하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고작해야 육체적 노동에 종사하는 소년들이 본인들의 능력으로 전단을 인쇄했을 리는 없었으므로 노조의 명맥이 지하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이날도 여느 때처럼 소년들이 게릴라처럼 전단을 뿌리고 보금자리를 찾아 도망치는 생쥐처럼 복잡하기 그지없는 골목길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럼 뒤늦게 달려온 경찰들은 욕설을 몇 마디 내뱉으며 그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를 수거하거나 추격 아닌 추격을 잠깐 한 뒤, 다시금 서로에게 배정된 공간으로 돌아갔으나 오늘은 무언가 달랐다.
“톰! 저 아저씨들 오늘따라 필사적인 거 같은데! 이러다가 붙잡히겠어!”
“나도 알아! 평소였으면 이미 돌아갔을 텐데! 일단 톰하고 꺽다리는 다음 갈림길에서 우리하고 반대편으로 도망쳐!”
조지 왕자가 러시아에서 열리는 대관식에 참석하러 떠나기 전, 본인이 없는 동안 런던이 시끄러워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고 간 것의 영향이었지만, 더러운 골목길을 달려나가고 있는 소년들은 알 리가 없는 일이었다.
그저 평상시였으면 이런 골목길은 불결하다는 눈초리로 힐끗 훔쳐보고는 다시금 거리로 돌아갔을 경찰들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끈질긴지 불평할 뿐.
그래도 골목길은 그들의 영역인 만큼 별다른 일만 발생하지 않았다면 복잡하기 그지없는 미로에서 경찰들은 길을 잃고, 소년들은 자신들의 소소한 승리를 자축했겠지만, 불운은 겹쳐서 온다고 했던가.
소년 중 남들보다 더 덩치가 작은 아이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오늘이 첫 번째로 참가한 장난이어서 이런 추격전이 익숙하지 않은 데다 하필이면 밑창이 닳을 때로 닳은 신발이 원흉이었다.
“악! 잘못했어요!”
다른 아이들도 영양섭취가 불균형해 덩치가 크다고 하긴 어려웠지만, 그들보다도 몸이 작아 생쥐라 불리던 꼬마인 만큼, 톰은 그때까지도 잡힌 아이가 꿀밤이나 몇 대 쥐어박히고 잔소리나 들은 뒤 풀려날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경찰은 생쥐를 순순히 보내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아직 작고 여린 육체에 가해진 폭력은 마치 고양이가 쥐를 잡은 뒤 잡아먹기 전에 가지고 노는 그것과 비슷했으니까.
“개자식!”
퍽!
“아악!”
“너 때문에!”
퍽!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이게 무슨 고생이야!”
발길질은 예사였고 뒤에서 보고 있던 한 경관은 진압봉까지 꺼내 들고 있었다.
골목길이라 해도 사람이 사는 동네인 만큼 평상시에는 매연이 들어와 닫아놓고 있던 조그만 창문을 열고 이게 무슨 일인지 내다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뭘 봐! 구경났어! 창문 안 닫는 놈들은 전부 이놈과 같은 꼴이 될 줄 알아!”
그러나 이내 경찰의 서슬 퍼런 경고를 듣고는 지금 벌어지는 모습을 외면할 뿐이었다.
그들도 언제든지 저런 모습이 될 수 있었으니까.
“토, 톰. 어떻게 하지. 저러다가 죽겠어!”
그 모습을 지켜본 건 주민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생쥐와 함께 도망치던 소년들도 몸을 숨긴 채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으니까.
톰이라고 불린 소년들의 리더 격인 아이는 자신에게 어찌할지를 묻는 말을 듣고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쥘 뿐이었다.
‘그래, 어쩔 수 없어. 어른들도 아무 말 못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저 경찰들을 물리치고 생쥐를 구해줄 수 있겠어? 지금은 저래도 생쥐를 죽이기야 하겠어? 거기에 나는 처음부터 생쥐가 이번 일에 끼는 걸 반대했다고. 저렇게 된 건 생쥐 본인의 고집 때문이야.’
그리 생각하며 몸을 돌려 달려나가려 했지만, 발바닥은 주인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양 땅에 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다른 소년들이 어찌할 줄 모르는 얼굴로 톰과 생쥐가 맞고 있는 장면을 번갈아 가며 보고만 있을 때 들려온 소리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톰! 도, 도망가! 나는 괜찮으니까!”
“이 자식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커헙! 쿨럭, 쿨럭.”
본인더러 도망가라고 하는 소리를 듣자마자 톰은 어느새 자신이 경찰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본인의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는 톰 혼자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주었다.
“저 녀석들 뭐야? 정지!”
“어어? 저놈들 손에 뭔가 들고 있다!”
경찰들에게 돌진하는 소년들은 덩치의 불리함을 메꾸기 위해 저마다 손에 조잡하게나마 무언가를 들고 있었고 이는 경찰들이 당황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금까지 그들이 마주쳐 왔던 꼬마 부랑자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소년들이 용기를 가지고 경찰들로부터 자신들의 친구를 구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게 된 골목길의 주민들도 다시금 창문을 열고 그들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경찰들의 횡포에 당해온 것은 그들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래! 잘한다! 짭새 놈들을 박살을 내버려!”
“개자식들아! 어린애를 그렇게 패는 게 경찰 이전에 어른으로서 할 짓이냐?”
“돌격! 생쥐를 구해내자!”
톰은 지금이야말로 본인이 살아 있다는 실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보조금을 가져오는 존재로만 취급하던 고아원에서 도망쳐 골목길로 흘러들고 구두닦이와 같은 일을 하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던 일상과 어른들을 골려 먹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게 된 전문 살포로는 채워지지 않던 소년의 가슴에 있던 구멍이 메워지는 순간이었다.
달려가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아이들도 자신과 같은 생각인 양 폭력 속으로 뛰어든다기엔 너무나도 밝은 얼굴들이었다.
톰은 미소를 지었다.
앞에서는 본인들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소년들의 반항, 위에서는 욕설과 함께 날아들곤 하는 돌멩이나 나무토막 같은 물건들, 거기에 익숙하지 못한 골목길이라는 요소는 경찰들이 평상시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다.
탕!
런던 뒷골목, 평상시라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경찰의 순찰도, 법의 보호도 닿지 않는 이 거리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
다음 날, 어느 신문을 살펴보더라도 런던 빈민가에서 일어난 고아들이 휘말린 ‘사고’를 보도한 신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날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알게 되는데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살이 붙고 덩치가 커졌으며 이내 정부가 빈민가를 통째로 없애버릴 작정이며 엄청난 피바람이 불 거라는 소문의 탈을 쓴 진실이 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소문이 확산되고 부풀려지는 것에 뒷골목 노동자들로부터 신부라는 별명을 가진 영어 억양이 딱딱한 사내가 있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건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 * *
조지 왕자는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질 나쁜 농담이라고만 생각했다.
다른 도시도 아니고 런던이다.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도시이자 세상의 절반을 지배한다고 말해지는 대영제국의 수도.
거기에 여왕 폐하를 비롯한 내각 구성원, 의회가 있는 도시 그런 곳에 불과 자신이 영국을 떠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이 시점에 과거의 망령으로만 치부되던 코뮌이 세워지다니?
“아버지, 아니, 여왕 폐하는 무사하시답니까? 다른 사람들은요. 총리나 상하원 의원들은 괜찮다고 합니까?”
소식을 듣고 한참 동안 멍하니 있던 그가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왕실 일가나 정부 구성원들의 신상에 관한 것이었지만, 이어지는 대답은 조지가 그나마 품고 있던 희망을 산산조각내는 말이었다.
“그게, 방금 온 소식에 의하면 몇몇 인원들을 제외하고는 신상이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워낙 급작스럽게 그리고 빠른 속도로 폭동이 진행되는 바람에 현재로써는 누가 런던을 빠져나왔는지는 물론 런던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비슷한 상황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건 그렇다 쳐도 여왕 폐하에 관한 소식은 들려왔을 거 아닙니까!”
“저,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송구스럽습니다만, 버킹엄 궁에 폭도들이 들어갈 때까지도 왕실 기가 걸려있었다는 것으로 봐서는 그게…….”
사내는 차마 뒤 내용은 입에 담지 못하겠다는 듯 말꼬리를 흐렸다. 조지는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심지어 저번에 니키로부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까지 듣지 않았던가!
“전하,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소재가 파악된 왕실 일원 중 전하가 최고 책임자이십니다. 우선 한시라도 빨리…….”
“니키.”
“예?”
조지에게 상황을 얘기하던 장교는 왕자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듣자 의아함을 드러냈다.
“니키를 봐야겠어. 그라면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고 있겠지.”
“전하 그게 대체 무슨.”
장교가 재차 그게 무슨 말이냐며 왕자에게 물어봤지만, 조지는 이미 눈앞에 있는 그가 없는 사람인 양 자리에서 일어나 정신없이 달려갔다.
니키, 이런 일을 나에게 경고했던 내 사촌이라면 해결법도 가지고 있을 거야!
“전하, 이번 일은 정말이지…….”
복도를 달려가는 동안 마주치는 사람마다 자신에게 무어라 말을 건네는 것 같았지만, 조지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차르로 즉위한 본인의 사촌을 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이 앞으론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저리 비켜! 사촌을 보고 할 얘기가 있으니까!”
“아무리 왕자님이라고 할지라도 차르를 이렇게 막무가내로 보실 수는 없습니다.”
“이 개자식이 비키라니까!”
이내 니콜라이의 집무실 앞에 당도한 조지였지만, 근위병이 그를 막아섰다.
예전이었다면 상상도 못 할 상황이었지만, 일개 왕족인 조지와 러시아 제국이라는 나라의 차르로 즉위한 니콜라이의 위치 변화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들어오라고 하게.”
문밖의 소란이 안에까지 들렸는지 집무실에서 들려오는 말은 조지의 입장을 허락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자 근위병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정중하기 그지없는 태도로 그를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
그런 근위병을 한 차례 노려본 뒤 조지는 집무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무실에 나 있는 거대한 창문에는 커튼이 쳐져 있었고 방안을 밝히기 위한 등도 최소한으로 켜져 있는지 어둡기 그지없었다.
조지는 자신의 앞에 보이는 게 본인의 사촌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목 위로는 그림자에 가려 얼굴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서 와, 형.”
어둠 속에서 차르가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