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38)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38화
그래, 정말 작은 도움 하나였다.
내가 그에게 바라는 것은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 일이었으니까.
“이번 대관식 이후 신민들에게 베푼 연회의 총 책임자가 삼촌이셨죠. 거기에 행사를 별다른 잡음 없이 원활하게 진행하신 걸 보면 삼촌께서 가지고 계신 신민들에 대한 애정의 크기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러시아 제국에 있는 그 누구와 비교하더라도 감히 삼촌이 품고 있는 그들에 대한 사랑의 크기가 작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신민들 위에 군림하는 황족의 일원으로써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란다.”
“거기에 겸손하시기까지 하시니 정말 모범적인 황가의 일원이십니다. 그런 삼촌에게 제가 황태자 시절부터 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다름이 아니라 삼촌께서도 제가 국정 운영 전면에 나서게 된 계기가 된 행사가 뭔지 기억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어깨를 주무르며 말을 이어나가자 삼촌은 내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짐작이 가는 모양이었다.
분명히 내가 어깨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주무르고 있는 부분의 근육이 딱딱해지고 있었으니까.
그와는 별개로 내 머릿속에 떠오른 풍경은 넝마에 가까운 옷을 입고 있던 이들이 나에게 환호성을 보내던 장면이었다.
그 순간이야말로 내가 니콜라이의 몸만을 빌린 한국인이 아닌 그들의 군주가 될 사람이라고 처음 느낀 때였으니까.
“황태자 시절 일본에서의 불미스러운 일을 뒤로하고 도착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저를 반겨주던 이들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후로 몇 번 더 방문할 기회가 있었지만, 처음만큼의 감동은 느껴지지 않더군요. 국가의 부름을 받고 가족과 떨어져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의 노동을 받아들인 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여전히 제 마음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느끼는 고마움과 미안함이라는 감정과 함께 말입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오늘도 극한의 환경과 노동조건에서 국가를 위해, 그리고 저를 위해 일하고 있을 그들이 제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걸 느끼기 쉽지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그, 그들 또한 충분히 니키, 네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거다. 자비로우신 어버이 차르가 본인들을 위해 행한 일들을 알지 못할 리가 없으니 말이다.”
삼촌은 어떻게든 내 입에서 나올 말을 바꾸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그가 짐작하고 있는 대로라면 지금 누리고 있는 생활보다 훨씬 수준이 낮은 생활을 누리게 될 테니까.
“다행히 연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삼촌이 보여주신 인민에 대한 애정 정도라면 그들이 로마노프 황가가 자신들을 잊지 않았으며 항상 기억하고 있다는 걸 깨닫기는 충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바이칼 호 노선이 완공된 걸 기념하기 위해 제가 다녀오기는 했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삼촌이 계셔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군요. 앞으로 종무원장과 잘 협력해서 시베리아에서 철도를 건설하느라 애쓰고 있는 이들을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곧 겨울이 온다는 걸 생각하면 이동하는 것부터가 고역이겠지만, 그래도 나는 삼촌이 철도 건설을 하는 노동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시베리아 지역을 순방하도록 만드는 걸 더 미룰 생각이 없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삼촌이 내 눈이 닿지 않는 것을 틈타 지방 세력들과 연합하려는 걸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중앙에 남아있는 보수세력의 결집을 막는 게 지금으로선 더 중요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은 귀족 세력들이 누적된 불만으로 인해 삼촌을 중심으로 일어나기 직전에 영국에서 발생한 혁명을 핑계로 억누른 상태였으니까.
“니, 니키야. 이제 곧 한파가 몰아칠 텐데 시기라도 조금 늦춰주면 안 되겠느냐? 너도 알다시피 내 나이도 나이인 만큼…….”
“삼촌이 개인적인 이유도 아닌 고귀한 목적으로 시베리아를 순방하시게 될 만큼 불편함을 느끼시지 않도록 제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염려는 놓으시고 마음껏 삼촌께서 가지고 계신 신민들에 대한 애정을 표출하시는 데만 집중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 그래도 말이다. 이왕이면 추위가 어느 정도 가신 뒤에 가는 게 더 낫지 않느냐? 거기에서 일하는 이들 또한 눈이 내리는 동안에는 모닥불 곁에서 나와 차디찬 바람을 맞으며 연설을 듣는 건 별로 원하지 않을 것 같구나.”
삼촌께서 조금이라도 순방을 늦추는 것에 대해 포기를 하지 못하시는 것 같았다.
하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안락한 생활에서 벗어나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한다 할지라도 고생이 기다리고 있을 시베리아로의 여정을 좋아할 사람은 없겠지.
나는 별수 없이 치트키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정 그러시다면 베조브라조프가 개척하느라 여념이 없는 캄차카 반도로 가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제가 듣기로는 그와 삼촌의 관계가 꽤 나 가까웠다고 하던데 오랜만에 그와 만나 회포를 푸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군요. 베조브라조프도 지금은 제국을 위해 애쓰고 애국자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시베리아 순방은 언제쯤 떠나면 되겠느냐?”
* * *
겨울을 앞에 두고 황족 중 한 명을 그것도 전임 황제의 형제인 세르게이 대공을 필두로 한 순방단이 꾸려졌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일을 3일 안에 알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지만, 이 정도로 빠르게 소식이 전해져 나가는 데에는 언론을 장악한 차르의 입김이 있었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사항이었다.
알렉산드르 3세에 비하면 언론에 대한 통제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었으나 이는 직접적인 검열이나 폐간과 같은 행동이 사라졌다는 데서 온 착각일뿐 간접적인 수단을 이용해 이루어지는 통제는 어디까지나 교묘하고 눈에 보이지 않게끔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현 차르인 니콜라이 2세가 마키아벨리가 묘사한 교활한 군주의 표본이라고 일컬었지만, 그런 이들의 말은 별다른 반응을 받지 못했다.
원래라면 이런 사항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을 젬스트보들은 얼마 전 차르가 대관식에서 발표한 내용을 듣고 누구보다 열렬한 차르 지지자들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특정한 단어 사용 금지,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담긴 기사 게재 금지, 툭하면 이루어지는 신문사에 대한 폐간 조치나 기자, 편집장들에 대한 체포영장 이러한 야만의 시대를 끝낸 사람이 누구던가? 바로 현재 차르이신 니콜라이 2세 폐하 아니시던가? 나는 폐하께서 황태자 시절부터 언론 관련 정책에 손을 대신 이후로 불합리한 이유로 체포되었다고 말하는 언론인들이 나온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는 니콜라이가 행하고 있는 언론 장악 기술이 현대에서 이루어지던 기술에서 온 것도 한몫하고 있었다.
세련되고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장악은 통제를 당하고 있는 본인들조차 자신이 니콜라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공이 동토로 떠난다는 소식이 밝혀진 날 신문들에 1면에 인쇄된 문구들을 본 차르가 집무실에서 웃음을 터뜨렸다는 불확실한 소문이 떠돌았지만, 이는 근거가 없었기에 어디까지나 헛소문으로 치부되었다.
한 가지 독특한 것은 세르게이 대공이 이번 순방과 관련된 질문에 한사코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는데, 이 또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에 대해 공연히 자랑을 하지 않는 겸손한 태도로 여겨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세르게이 대공이 시베리아로 순방을 간다는 것과 관련된 소식 이외에도 몇 가지 흥미로운 기사들이 실려있었는데, 그중 한 가지는 내년에 개최가 될 예정인 올림픽이라는 행사가 과연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섞인 기사였다.
고대 그리스에서 행해졌다고 전해지는 체육행사인 올림픽은 여태까지 러시아에서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달랐다.
차르가 그리스에 모이는 선수들을 위한 숙소를 짓는데 러시아가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었기 때문이다.
비록 러시아는 이번 올림픽에 선수를 보내지는 않아도 고대 그리스에서 평화를 기원하며 열었던 올림픽 정신에 감명을 받은바 이런 형태로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나선 결과였다.
숙소를 건설하는 데 있어 들어간 돈이 러시아 제국 은행이나 아니면 차르 개인의 금고에서 나온 게 아닌 다른 국가의 금고에서 나왔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이는 지금 와서는 별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참가국 중 하나인 영국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자칫 행사가 취소되는 거는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다른 나라도 아닌 영국이 자국의 일로 인해 불참한다면 이천 년의 세월이 지나 겨우 다시 불씨가 살아난 올림픽이라는 행사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끝날 수도 있었으니까.
다만 기사는 희망적인 관측으로 마무리가 되었는데 현재 대영제국의 섭정직에 올라 있는 조지 왕자가 직접 영국은 이번 올림픽에 참가할 의사에 변함이 없다고 선언을 했기 때문이었다.
아직까지 영국 내에서 나오고 있는 잡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모습을 통해 자신들이 괜찮다고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기자의 추측이었다.
대영제국의 전성기를 가져왔다고 평가받는 빅토리아 여왕과 그녀의 후계자이던 에드워드 왕자가 실종된 이후 영국 왕실을 이끌고 있는 것은 조지 왕자였다.
그는 독특하게도 대관식을 열지 않고 섭정 자리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가족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의 영향이라고 사람들은 수군거리곤 하였다.
“그래도 영국이 불참하지 않고 참석하겠다고 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군. 자칫하다간 큰 손해를 볼 뻔했어.”
영국이 올림픽에 참가할 거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러시아에서 가장 기뻐한 것은 세르기예프 공업단지에 입주한 수공업자들이었다.
파리 박람회를 앞두고 본인들이 준비한 상품들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자칫하면 놓칠 뻔했으니까.
이번에 조지 왕자, 아니, 섭정이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본인의 휘하에 있는 각료들이 아닌 사촌 동생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영국 왕실과 러시아 황실 모두 이와 관련된 얘기를 하지 않았기에 이는 호사가들 사이의 술자리 얘기로만 소모되었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만한 기사 또한 영국과 관련이 되어 있었다.
그 누구도 제국주의의 우등생이자 산업시대의 시작을 알린 영국에서 코뮌이 만들어질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만큼 이번 일이 각국의 군주들에게 미친 영향을 알려주는 기사였다.
내년 중순, 아직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나폴레옹 시대의 악몽을 떨쳐내기 위해 각국의 군주들이 모였던 그 도시.
바로 빈에서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금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모임이 이루어질 거란 기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