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44)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44화
54장 빈회의
1896년 6월 차츰 더워지는 대기가 빈을 달구고 있었다.
하지만 빈의 온도를 높이고 있는 건 점차 길어지는 일조시간만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태양만큼이나 뜨거운 열기가 담긴 고함을 질러대며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세탁을 맡겼던 것들은 전부 가져온 거 맞아? 왜 이렇게 시트가 모자란 것 같지? 우선 숙박비용은 20% 정도 올려 받는 걸로…… 아니다 한 25%?”
“의자 하고 탁자 추가 주문한 건 왜 이리 늦는 거야! 가서 얼마나 더 걸릴지 한번 확인하고 와! 이번 대목에서 한몫도 못 잡는 놈들은 장사할 생각은 말아야지!”
“러시아 귀족 놈들이 그렇게 허영심이 강하다고 하던데. 헤헤헤. 단순 공예품을 가지고 그놈들한테 이게 사실은 엄청난 가치가 있는 예술품이라고 속여서 팔면 그게 다 얼마냐.”
조만간 열릴 회담에 참석할 대표자들이나 수행원들은 이런 소규모 가게들에 들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볼거리가 별로 없는 시대상, 어떤 행사가 열린다면 그걸 구경하기 위해 몰려드는 관광객들이나 어중이떠중이들을 노리고 절찬리에 장사준비를 하고 있는 상인들이었다.
“그래 폭죽은 그 정도로 준비하도록 하고 각국에서 오시는 귀빈분들에게 실례가 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하도록. 이번 회담이 열리는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우리가 모시는 동안에는 그분들이 편안함만을 느끼실 수 있도록 알겠나? 빈이 어째서 빈이라고 불리는지 그 이유를 증명할 수 있도록!”
“예!”
바쁘게 움직이는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이번에 올 대표단들의 수행원들이 묵을 호텔 또한 손님을 맞을 준비로 분주했기 때문이다.
빈이라는 도시의 얼굴마담으로 선정된 거나 다름없는 그들은 이번 기회에 본인들보다 문화적으로 뒤떨어진 나라에서 올 손님들이 자신들을 보고 감탄을 하도록 만들어주겠다는 욕망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루스 촌놈들 여기에 왔다가 벌어진 입을 못 다무는 건 아닐까 걱정되는데? 만약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하지? 우리가 치료비를 배상해 줘야 하나?”
“킥킥. 그건 변호사한테 물어보지그래. 촌놈에게 도시란 이런 거라고 보여준 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지 말이야.”
비록 뒤틀린 자부심과 애국심의 발로라고 할지라도 그들이 준비하고 있는 걸 살펴보면 감탄이 나올 만도 했다.
어찌 됐건 이들은 프로였으니까.
다른 시각으로 살펴보자면 이런 분위기야말로 지금 빈에 감돌고 있는, 아니 유럽에 널리 퍼져있는 낙관주의를 대표한다고 볼 수도 있었다.
이번 회담이 전쟁을 불러올 거라 생각한다면 돈을 벌 생각에 가득 찬 상인이든, 아니면 본인들의 능력을 마음껏 보여줄 생각에 들떠 있는 사람들이든 이 정도로 여유롭지는 못했을 테니 말이다.
사실 이번 회담이 전쟁을 앞에 두고 마지막으로 서로 간에 이야기를 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게 아닌 만큼 이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모습이었다.
벨 에포크, 좋은 시대라는 의미를 가진 이 단어는 여전히 유럽 대륙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으니까.
비록 영국에서 벌어진 일로 인해 이전만큼 빛나지는 않더라도 외부에서 보기에는 이미 영국 내부에 혼란이 수습된 것처럼 보이는 만큼 이들은 이전과 같은 평화가 계속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유럽 대륙 내에서 대규모 전쟁이 일어난 게 1870년에 벌어진 보불전쟁이 마지막이었던 만큼 수십 년간 이어져 온 평화가 단숨에 깨질 거라는 생각을 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차와 같은 교통수단의 발달과 전신과 같은 통신수단의 발달은, 우스갯소리로 말하곤 했던 ‘아침은 파리, 저녁은 베를린, 다음 날 아침은 런던에서 보낸다’는 일정을 현실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마치 유럽과 지구의 크기는 그대로였지만, 인류의 크기가 커져 세상이 좁아진 느낌은 기술의 발전이 계속되어 온 세상에 풍족함과 평화가 찾아올 거라는 인식을 품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날도 마찬가지로 아프리카를 비롯한 식민지에서는 유럽으로 보낼 재화를 마련하기 위한 식민지인들의 노동이 이어지고 있고 그에 반발한 사람들에게는 총과 칼로 대답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었지만, 뭐 그거야 이들이 알 바는 아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이번 회담에 용케도 영국 대표단이 참석 의사를 밝혔군. 내부 수습에만 힘쓸 것 같더니 유럽 균형의 수호자라는 명칭을 그렇게 놓기 싫었던 건가?”
“서부하고 북부 지방의 탄광촌에서 벌어지던 소요도 다 마무리된 데다가 아일랜드 또한 다시금 의회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상 당연한 거 아니겠나. 이번 회의가 열리는 이유가 런던에서 만들어졌던 코뮌인 만큼 그들이 이번 회담에 빠지는 것도 모양이 이상하니 말이네.”
사실 조약 당사자가 막상 조약이 체결되는 협상장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일이 유럽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는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영국은 그런 식민지배를 당하는 나라들과는 다르다고 여겨졌기에 이번 회담에 영국이 참석한다는 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혼란도 어느 정도 수습됐으니 드디어 섭정이 왕위에 오른다고 하던가?”
“글쎄, 이상한 건 대관식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긴 하지. 설마 정말로 지난번에 실종된 영국 왕실 일가가 어디에 있는지 밝혀지기 전까지는 왕위에 오를 생각이 없는 건가?”
여전히 왕위가 아닌 섭정에 머물러 있는 조지 왕자에 대한 주제도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는 주요 이야깃거리였다.
하루아침에 일가가 폭도들의 손에 의해 실종됐다는 비극적인 배경을 가진 왕자만큼 흥미로운 주제도 없었으니까.
거기에 복수라는 과거부터 흥미롭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요소까지 더해졌으니 오죽했겠는가?
다만, 어느 때나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는 사람들은 있는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번 회담에서 떨어질 콩고물을 주워 먹을 생각이나 아니면 별다른 생각 없이 흥미만을 느끼고 있을 때 몇몇 사람들은 이번 회담이 이전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프리카에서의 프랑스와 독일의 신경전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하던데. 이러다가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는 건 아닐까 모르겠군. 거기에 빌헬름 황제는 날마다 위대한 독일 제국에게 타협은 없다고 외치고 있는 데다 프랑스도 이에 질세라 아직도 보불전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망상증 황제에게 호된 맛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니…….”
“영국놈들이 얄밉기는 했어도 사소한 충돌이 커지는 걸 막는 데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말이야. 지금 저런 꼴로는 제대로 된 중재를 할 수도 없을 테니 걱정이군. 뭐 그래도 아프리카에서의 식민지 주둔군 간에 충돌 정도로 끝나지 않겠나? 끽해야 프랑스나 독일의 사주를 받은 깜둥이 용병들만 죽어나가겠지.”
하지만 이들 또한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제한적인 충돌 정도만 일어날 거라고 보고 있었다.
조금의 사소한 계기만으로 유럽 대륙이 불길과 화약에 휩싸이는 일이 벌어질 거라는 생각은 과대망상증 환자에게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지금 빈은 낙관론과 욕망, 약간의 우려와 긴장감이 뒤섞인 공기를 띄고 있었다.
이는 단지 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각국에서 오고 있는 대표단들 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그들이 빈에서 모이게 된 이유인 런던 코뮌도 이미 사라진 데다 영국 중앙 정부가 통제력을 되찾은 걸로 여겨지는 이 상황에서 할 얘기는 정해져 있는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원래부터 하던 일인 인민주의자들을 때려잡는 데 협동하자는 이야기와 다시는 유럽에서 코뮌이라는 단어가 들려오지 않도록 하자는 말들이 오고 간 뒤, 몇 번의 악수와 서명 그리고 연회장에서의 농담과 춤이 끝나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갈 거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대표단은 조금 다른 임무도 가지고 있었다는 게 문제였지만.
* * *
쾅!
“우리 프랑스는 이번에 아프리카에서 이루어진 독일 제국의 명백한 도발 행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함과 동시에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것을 요구하는 바이오! 이는 프랑스가 보유하고 있는 영토에 대한 안전 보장이기도 하오!”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 독일 제국이야말로 프랑스에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지난 1884년 베를린에서 열렸던 아프리카 분할과 관련된 협정에 따라 행동했을 뿐인데 이런 모욕적인 언사라니요! 이는 이 자리에 참석한 본인뿐만 아니라 황제 폐하에 대한 모욕이기도 합니다!”
아프리카를 어떻게 나눠 먹을지에 대한 회의가 열렸던 1884년 베를린에서는 독일과 프랑스가 영국에 대항하기 위해 연합을 했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그 당시의 관계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건 마치 코미디 같군요. 두 나라 모두 사과를 할 대상을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닙니까? 두 나라가 다투고 있는 지역은 다름 아닌 우리 영국이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던 곳입니다. 그런데 주인을 놔두고 다른 사람들이 다투고 있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비록 수에즈 운하가 있는 이집트만큼은 영국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손을 대기가 어려웠지만, 그 외의 영국이 차지하고 있던 지역은 식민지 주둔군의 축소로 인한 원주민들의 반란이나 아니면 자발적인 철수로 인해 일종의 공백지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영국도 내부적인 혼란이 어느 정도 수습된 만큼 다시금 본인들의 재산을 되찾기 위한 행동에 나섰기에 단순히 독일과 프랑스 사이의 충돌로만 보였던 이 문제는 차츰 참가자가 늘어나는 형국을 보이고 있었다.
인민주의자들을 때려잡자는 유럽 국가들의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협상장이 때아닌 식민지 영토 분쟁과 관련된 협상장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아프리카에 한 발 걸치고 있는 열강들이 모인 만큼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영국 사이에서만 벌어지던 말다툼은 이내 이곳에 참석한 대표단들이 거의 다 참여한 말다툼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러시아였다.
영토에 대한 욕심이라면 그 어느 나라에 비교하더라도 적다고 할 수 없는 러시아였으나 이들이 침묵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들은 러시아에 가지고 있는 식민지가 없었다.
물론 여느 때와 같았다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식민지가 없다고 할지라도 영토를 늘릴 수 있는 기회라 판단한 러시아가 본인들도 이 링 위에 오르겠다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대표단의 수장인 게르 외무장관은 조용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만을 살펴보고 있었다.
-내 생각으로는 빈 회의는 생각만큼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 같군.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요?
-모이는 이유였던 런던 코뮌은 이미 진압된 지 오래인 데다가, 인민주의자들과 관련된 주제는 이미 수십 년 동안 계속해서 얘기되어 왔던 거 아닌가. 다들 모여 하하 호호 웃으며 얘기하기보다는 사자가 부상을 입어 자리를 떠난 사이에 빈자리를 노리고 모여든 맹수들 간에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지. 거기에 부상을 대충이나마 치유하고 돌아온 사자도 본인의 자리에 도전하는 이들을 가만히 묵과할 리도 없을 테니 말이야.
‘아무래도 폐하의 생각이 맞아떨어지는 것 같군요.’
러시아 제국의 외무장관은 조용히 본인의 역할을 준비하며, 점차 열기가 높아져 가는 협상장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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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