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47)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47화
55장 전쟁으로 가는 길……?
유럽과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맞닿은 대륙 아프리카를 부를 때 유럽인들이 사용하는 호칭은 여러 가지였다.
‘검은 대륙’, ‘검은 황금’처럼 아프리카에서 나오는 자원들에 중점을 둔 명칭이 있는가 하면, ‘미개의 땅’, ‘무지와 야만의 공간’과 같이 신에게 백인의 의무를 부여받은 우월한 우리들이 아프리카를 지배하는 게 맞다고 은연중에 얘기하는 듯한 명칭도 있었다.
다만 많은 수의 유럽인들에게 아프리카는 지도를 보았을 때 자신이 살고 있는 국가의 색과 동일한 색깔로 칠해져 있는 걸 보고 본인들의 자부심을 드높여 주는 정도의 땅 정도로만 여겨졌다.
“정말이지 끔찍할 정도로 덥군. 신께서도 버린 대륙이라는 말이 이해가 될 것 같은 날씨야.”
자랑스러운 프랑스의 군인이라 자부하는 에밀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자신이 군대에 입대한 것을 후회할 것 같았다.
최근 영국이 아프리카에서 행사하던 영향력을 상실함에 따라 지금이야말로 프랑스의 영토를 넓히고 본인들의 신념인 자유, 평등, 박애를 이 땅에 심을 기회라 생각한 본국의 방침에 따라 그가 속해 있는 분대는 아프리카 횡단 정책의 일환으로써 매일같이 동부로 전진하고 있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제가 아무리 화창한 날씨와 태양을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이곳의 태양은 너무 정열적이네요. 제가 고향에서 만났던 마리도 이 정도로 뜨겁지는 않았는데 말입니다.”
“지난번에는 조세핀이더니 이번에는 마리냐? 이 자식아. 좀 거짓말을 할 거면 일관되게라도 해야지. 그런 거짓말에는 5살짜리 애도 안 속겠다.”
“제가 조세핀도 만나고 마리도 만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네가 그 정도로 능력이 있다고 믿느니 차라리 영국 놈들이 보어 지역을 스스로 다시 통제할 수 있다는 말을 믿겠다.”
프랑스군의 하사마저도 이런 농담을 던질 만큼 현재 아프리카 대륙에서 영국의 영향력은 작아져 있었다.
본인들 말로는 국내의 혼란이 수습된 이상 원래 본인들이 점거하고 있던 지역으로 다른 국가들의 도전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지만, 그런 응징이 실제로 행해질 거라 믿는 사람들의 숫자는 적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프리카에 대한 지분을 가장 많이 독식할 수 있을 거라는 꿈에 젖었던 프랑스였지만, 영국이 사라지고 새로 나타난 경쟁자의 등장으로 그들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내려온 공문에 따르면 독일 친구들과의 만남을 주의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던데 영국도 아니고 독일놈들이 왜 난리랍니까?”
“그놈들도 우리하고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 보지. 그러고 보니 이 자식이 은근슬쩍 자리를 이탈해서 움직이고 있네. 네 자리로 안 돌아가?”
“본인이 먼저 말 걸어놓으시고는.”
“뭐 인마?”
“아닙니닷!”
최근 본국으로부터 독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으니 아프리카에서 독일 병력과 조우할 경우 주의하라는 공문이 내려왔지만, 에밀은 별일 있겠냐는 태도였다.
그랬기에 행군 도중에도 이런 식의 농담 따먹기가 가능했던 것이기도 했고.
이로부터 2시간이 지난 뒤, 방금까지 본인과 잡담을 나눴던 부하가 사소한 오해와 행동으로 인한 충돌로 독일군의 총에 맞아 쓰러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이다.
“눈 떠 인마! 고향에 니 새끼를 기다리는 여자가 2명이나 있다면서! 정신 차려!”
“헤, 헤헤…… 그걸 진짜로 믿으셨습니까? 거짓말이었습니다, 하사님…… 근데, 고향에 계신 어머니는 제 걱정을 많이 하실 텐데…….”
“사격중지! 사격중지!!”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양측 장교들이 서로에게 총질을 하던 병사들을 진정시켰지만, 이번 일이 본국으로 전해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 양측의 수뇌부 모두 아프리카에서 양 국가 사이 분견대 간에 이뤄졌던 소규모 충돌도 처음에는 이 일이 양 국가 사이에 전면전으로까지 발전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 이는 매우 중대한 도발 사항이며 상대방의 정중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약속이 없다면 무력충돌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서로 물밑으로 접촉할 준비와 함께 마침 진행 중이던 빈 회의에서 이번 일을 대화로 풀려는 모습을 나타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건 국민국가의 틀을 가진 나라의 정부는 때때로 국민들에 의해 휘둘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두 집단 사이에서 누가 먼저 방아쇠를 당겼는지 아니면 어느 쪽이 원인을 제공했는지에 대한 진실은 이제 중요한 게 아니게 되었으니까.
[비열하고도 비겁한 독일놈들의 만행! ‘놈들은 악수를 한 뒤 우리가 뒤돌아서자 등에다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당시 현장에 있던 병사의 증언!] [‘제 아들이 어째서 이곳 프랑스도 아닌 아프리카에서 죽었어야 했던 거죠?’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물음! 내각은 어째서 대답을 회피하는가?]이는 프랑스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은 아니었다.
독일에서도 사건이 전해진 후 신문을 펼쳐보면 비슷한 내용의 헤드라인이 올라온 걸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문의 판매 부수를 올리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마치 사실인 양 적어내고, 자극적이고 강렬한 단어들의 향연은 양 국가의 국민들이 분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여러분!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해야만 합니다! 불확실한 정보를 진실인 양 적어내는 사람들에게 흔들리지 맙시다! 먼저 대화를 해보고 그 이후에 행동에 나서더라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저 새끼 첩자가 틀림없다!”
“단상에서 끌어내려! 저 매국자 놈!”
그 와중에도 몇몇 신중론을 펼치는 사람들이 대중에게 조금만 분위기를 가라앉힐 필요가 있음을 얘기했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건 사람들이 집어던진 오물과 쓰레기였다.
여기에 지난 보불전쟁에서 독일에 빼앗긴 알자스-로렌 지방과 관련된 주제가 더해지자 프랑스 내부에서의 전쟁을 부르짖는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다들 이번에 비열한 상대방의 마수로 인해 희생된 군인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하느님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려주소서. 이번에 신사답지 못한 행동과 비겁한 모습을 보여준 저들은 하느님께서 마땅한 형벌을 내리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거기에 양 국가의 성직자들은 서로 본인 국가의 군인들이 천국의 문을 통과할 것이며 상대방은 이번에 행한 행동에 대한 책임으로서 지옥에 떨어질 거라는 말들을 쏟아냈다.
거기에 연일 자국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종들이 울려 퍼진 건 덤이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이 너무 커진 것 같습니다. 국민들의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저희에게 독일의 첩자라는 명칭이 적힌 명패를 준 뒤 교수대로 보내 버릴 기세입니다. 뭔가 행동을 해야만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동원령을 내리자는 말이오? 그랬다간 당장 독일도 총동원령을 내릴 게 분명하고 그렇게 되면 남은 건 전쟁뿐이오! 아니, 이번 일이 전쟁으로까지 발전될 일이었단 말인가?”
일이 이렇게 되자 양 국가는 분노에 찬 국민들이 정부에 왜 이렇게 유약하게 구냐면서 화살을 돌리게 하지 않기 위해 강하게 나설 수밖에 없었다.
“우리 프랑스는 이번에 벌어진 비극에 대해 독일 측에 엄중히 사과를 요구하는 바이며 합당한 보상과 함께 차후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과 그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들을 촉구하는 바이다. 만약 독일 정부가 이번 일에 대해 책임지려는 태도는 보이지 않고 우리에게 책임 소재를 떠넘기는 태도를 이어나가거나 방금 언급한 내용 들에 대해 합당한 응답을 하지 않을 시 이후 벌어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독일 측에 있다는 것을 밝히는 바이다.”
결국 명목상으로나마 입헌군주제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독일보다 대중민주주의이기에 국민들로부터의 압박을 더 심하게 받을 수밖에 없는 프랑스가 먼저 성명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명은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상황을 악화하는 데 일조했다.
프랑스에서 이런 천인공노할 내용이 담긴 공문이 발표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독일 내 여론이 한층 가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프랑스 놈들은 명예도 신념도 없는 쓰레기인 게 분명하다! 어떻게 하면 이런 건방진 내용이 담긴 말을 할 수가 있는가?”
“저 기억력도 좋지 않은 겁쟁이 놈들에게 지난 보불전쟁의 기억을 되살려주자!”
이에 발맞춰 나온 독일 제국의 공식적인 입장문 또한 여러 가지 외교적 수사와 관례에 따른 문장들이 들어가 있었지만, 이를 짧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 하는데 개소리 집어치우고 너희들이야말로 우리에게 발생한 피해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할 준비나 해라. 싫다면 지난 시절 너희들 할아버지, 아버지가 겪었던 일을 다시 한번 겪을 준비나 하시든가.’
다만, 독일 또한 이런 식의 성명을 발표하긴 했어도 막상 전쟁이 코앞으로 닥쳐오자 수뇌부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영국은 본인들의 사정상 개입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서쪽으로는 프랑스, 동쪽으로는 러시아와 마주한 자신들의 처지상 양면 전쟁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직 변변한 계획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다가온 전쟁은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사정은 누구보다도 전쟁을 바랄 거라 생각했던 빌헬름 2세에게도 동일했다.
할아버지부터 아버지까지 프로이센의 눈부신 성공을 지켜보며 본인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야심만만한 황제는 아직 독일이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했으니까.
“만약에 지금 상태로 전쟁에 돌입하게 된다면 우리 독일 제국의 승산은 어느 정도나 될 것으로 보이오?”
비스마르크의 뒤를 이어 제국 수상 자리에 오른 호엔로헤 후작은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전 수상인 비스마르크에 비해 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그로서도 이번 전쟁은 그다지 달갑지 않게 느껴졌다.
“러시아의 교통망이 미흡한 데다 아직까지 프랑스와 연계한 움직임이 없는 것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요소입니다만, 이런 식으로 갑작스럽게 프랑스와 전쟁을 하게 되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제대로 된 진격로 설정도 되지 않은 데다 작전 계획도 설립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전쟁은 좋은 꼴을 보기 힘들 테니까요. 물론 자랑스러운 폐하의 군대가 이러한 장애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만을 상대한다면 높은 확률로 승리를 거두겠지만, 러시아가 개입한다면…….”
수상의 말을 들은 빌헬름은 본인이 평생동안 입에 담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허, 지금처럼 영국이 멀쩡했기를 바란 때가 없었소.”
겉으로 보기에는 전쟁을 향한 양보 없는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양측 국가였지만, 내심 누군가가 이번 일을 중재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서로 간에 최후통첩과 유사한 성명이 발표된 후 양 국가 모두 동원령이라는 마지막 수단을 준비하던 그때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중재자가 나타났다.
그것도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사건이 발생한 이후 유명무실해진 빈 회의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