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49)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49화
“그 얼굴을 전장이 아닌 협상장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전장에서라니? 누가 들으면 본인이 용맹한 군인이자 훌륭한 장군인 줄 알겠소. 말은 바로 해야지, 전장은커녕 전선에서 100㎞가 떨어진 곳도 위험하다고 벌벌 떨 사람이 바로 당신 아니오?”
서로 주고받는 말 만큼은 살벌했지만, 본인들의 수도에 있는 거리에서 전쟁이라는 단어가 가져다주는 낭만에 취한 청년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이 자리는 서로 간에 선전포고를 전달하는 곳이 아닌 협상을 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 모인 둘 다 상대방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귀국의 낭시 공업 지역에서 꽤 나 큰 소란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듣자 하니 경찰서까지 불탔다고 하던데 이것 참, 이러다가 런던의 망령이 유럽에 상륙하는 걸 보는 건 아닐지 걱정이군요. 아!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영국과 프랑스가 서로를 숙명의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습니까? 코뮌을 세우는 것마저 경쟁을 할 줄은 몰랐군요. 혹시 지원이 필요하면 말씀하십시오. 우리 독일은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건네드릴 테니까요.”
시작은 독일 측 대표의 비웃음이었다. 프랑스가 협상장에 나온 것 자체가 얼마 전 있었던 인민주의자들의 준동 때문이 아니냐는 말이었다.
평상시였다면 이런 모욕을 들은 프랑스 측 대표의 얼굴이 마치 잘 익은 토마토처럼 빨개지면서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겠지만, 그는 이런 행동을 하는 대신 차가운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독일이 우리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하니 정말이지 든든하기 그지없군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독일 측이 알고 있는 상황은 조금 과장이 섞인 것 같군요. 경찰서가 불탔다니요. 어디까지나 평화적으로 이루어진 시위였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귀국은 이미 해결된 지 오래인 니스 지역에서의 가벼운 시위를 걱정해 주기 이전에 알자스-로렌 지방의 탄광촌들에서 벌어진 일들을 해결할 궁리부터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히려 우리 프랑스야말로 알자스-로렌 지방에서 일어난 소요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니스 지역의 지리도 잘 모르는 독일 대신 우리는 그 지방의 지리도 잘 알고 있는 상태이니까요. 언제든지 요청만 하시지요.”
어차피 너희들도 여기에 나와 있는 게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라서 그런 게 아니냐는 대답이었다.
사실 평상시였다면 이 정도의 소요쯤은 지방 정부에서 알아서 처리하거나 가끔가다 일어나는 이벤트 정도로 치부했겠지만, 시기가 공교로웠다.
아무도 무너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런던이 무너진 뒤로 유럽의 지도자들이 이런 시위를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은 이전과 다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방에서 벌어진 소요가 수도까지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정부를 전복시킬 가능성이야 한없이 낮다고 할 수 있었지만, 어디 런던 코뮌이 성립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이 있었던가?
심지어 전면전을 진행한다면 후방에는 신경을 이전보다 못 쓸 수밖에 없는데 이런 와중에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면 이번처럼 빠르게 해결할 수 있겠냐는 걱정이 양 국가 지도층에 퍼져나갔다.
공교롭게도 매우 우연한 일치로 양측 모두 비슷한 시기에 사소한 소요가 서로가 중요하게 여기는 공업 지역에서 일어났으며, 비슷한 시기에 수습되었기에 두 나라는 일단 러시아가 제안했던 협상 테이블에 앉아는 보기로 했다.
우리는 멀쩡하고 상대방만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오히려 이번 기회를 노려볼 만했겠지만, 불행하게도 이쪽의 후방도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 사건이었으니까.
거기에 사실 양 국가 모두 내심 이걸 핑계로 전면전으로까지는 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허허, 두 분 다 기운이 넘치시는군요. 저는 요즘 따라 나이는 속일 수 없는지 두 분처럼 활력이 넘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만 합니다. 그래도 서로 평화를 위해 모인 만큼 조금은 언어를 순화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겨울인데도 두 분 덕에 이 자리는 땀이 나올 정도로 더운 것 같습니다.”
독일과 프랑스의 대표단이 서로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는 이 자리에는 그들 말고도 다른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처음에 이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던 러시아의 외무장관 게르였다.
“부디 이 자리가 새로운 전쟁이 아닌 연속된 평화로 이어졌으면 좋겠군요.”
이제는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만 받고 있던 빈 회의였지만, 프랑스와 독일이 빈에서 협상을 시작함에 따라 다시금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거기에 아무리 이번 협상을 받아들였다고는 하지만, 러시아와 프랑스가 동맹관계인 이상 우리 측에서도 숫자를 맞춰야 한다고 독일이 주장함에 따라 참가한 오-헝 제국의 새로운 황태자 페르디난트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본인의 나라에서 진행되는 협상인 만큼 직접 참석하겠다는 의사에 따른 모습이었다.
“자, 그러면 먼저 이 자리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인 아프리카 문제의 근원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합시다. 기본적으로 이번 일은 양측이 모두 서로 자신들의 영토로 들어온 상대측의 분견대가 먼저 도발을 한 결과라고 주장하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제 말이 맞지 않다면 지금 말씀해 주십시오.”
“크흠, 그렇습니다. 독일 측의 분견대가 우리가 통제하는 지역으로 진입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프랑스의 자랑스러운 신사들은 그들이 지도를 잘못 보았거나 아니면 보급품이 급하게 필요하다는 등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신사적으로 대우하려 했으나 이런 대접에도 불구하고 먼저 사격을 개시한 건 독일 측입니다. 이건 엄연한 사실입니다!”
“허! 방금 신사적인 대접이라고 하셨나? 언제부터 프랑스어 사전에서 ‘신사적’이라는 단어가 ‘물리력을 동반한 무장해제’로 바뀌었는지를 모르겠군. 거기에 엄연히 그 지역은 현재 어느 나라도 독점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은 왜 빼놓는 거요? 프랑스군의 진지나 주둔하고 있는 마을로 진입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일방적으로 무장을 해제하려고 덤벼든 건 그쪽이고 우리 병사들은 엄연한 자위권을 발동한 것에 지나지 않는 문제요. 오히려 이번 일로 발생한 피해는 독일이 아닌 그쪽 프랑스에 있다는 말이오!”
두 나라가 충돌한 곳은 과거 영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던 동아프리카에 속한 지역이었다.
현재 영국은 아프리카 내에 보유하고 있던 식민지를 유지하는 데 애로사항을 겪고 있었다.
이집트야 수에즈 운하의 확보가 인도의 안정과도 밀접하게 영향이 있는바 어떻게든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외의 지역은 원래부터 식민지에서 나오는 재화보다 그곳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던 비용이 더 많았던 만큼 차라리 이참에 정리할 곳은 좀 정리하자는 여론이 나올 정도였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조국이 보유한 땅이 줄어든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겠지만, 영국의 지도층은 이대로 가다간 본국이 식민지를 보유하는 게 아닌 식민지가 본국을 휘두를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었다.
런던 코뮌만 아니었어도 해외 영토들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이 적었겠지만, 영국을 할퀴고 간 상흔은 그 정도로 깊었다.
다시금 독일과 프랑스 측 간에 언성이 높아지고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자 게르는 중재자답게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가 이번 일을 진행하면서 한 말의 양을 따져보면 지난번 빈 회의가 파투가 나기 전까지 했던 말보다 훨씬 많아진 상황이었다.
“자, 자. 두 분 다 조금 진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그러니까 정리해보자면 아프리카 내에서 두 국가가 하느님의 눈길이 덜 닿은 곳으로 문명의 빛을 전해주는 과정에서 서로 오해가 있었다는 일이지 않겠습니까. 불행한 일이지요. 발생하지 않아도 됐을 비극이고요. 그래서 말입니다만, 제가 부족한 머리나마 양쪽 모두 어느 정도는 만족할 수 있을 만한 중재안을 한번 생각해 봤는데 혹시 얘기를 해도 괜찮겠습니까?”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러시아에 비해 오-헝 제국의 대표로 참석한 페르디난트 황태자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사실 반쯤은 갑작스럽게 황태자의 자리에 앉게 된 페르디난트에게 국제 정치를 경험할 기회를 주겠다는 식으로 요제프 황제가 그를 대표로 임명한 거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중재를 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던 러시아와는 달리 오-헝 제국은 독일 측의 요청에 따라 조금은 갑작스럽게 참여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중재안이라니 흥미가 가는군요. 단, 먼저 말씀드립니다만, 우리 독일 제국은 절대로 우리의 이익이 침해되거나 아니면 일방적인 사죄가 기반이 된 중재안은 결단코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걸 먼저 말씀드리고 싶군요.”
“그건 우리 프랑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도 프랑스의 청년들이 흘린 피를 헛되게 만드는 중재안에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습니다.”
양 측 대표의 으름장이 나왔음에도 게르 외무장관의 얼굴은 평온했다.
그들이 이렇게 나올 거라고는 이미 예상한 바였으니까.
언제는 외교라는 전장에서 국가가 가진 힘이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었겠냐 만은 제국주의 시대에서는 외교=군사력이라고 할 정도였다.
거기에 이런 자리에서 한 번 우습게 보이면 끝이라는 인식은 19세기 말을 살아가는 외교관들에게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생각이었다.
“허허, 두 분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제가 말을 하는 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겠군요. 하지만 안심하십시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아마 두 분, 아니. 두 나라 모두 만족할 만한 이야기일 거라고 자신하니까요.”
러시아 측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 일이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두 국가의 경쟁에서 비롯됐으니 그 경쟁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비극이 일어난 곳이 영국이 과거 통제하던 곳인 걸 생각하면 이 비극은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상실한 영국으로 인해 일어났다고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말투는 평온했지만, 그 말 안에 담긴 내용은 절대로 가벼운 내용이 아니었다.
게르 외무장관이 말한 내용은 지금껏 영국이 세계를 주무르며 중재안이랍시고 가져온 문서들에 흔히 적혀있던 말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허, 지금 러시아가 하는 말이 제가 생각하는 그 의미가 맞는지 모르겠군요. 제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만, 진지한 내용인 겁니까?”
“지난 빈에서 영국 대표가 외쳤던 문장을 생각해보면 아프리카에서 영국이 물러날 거라고 생각하기 힘듭니다만, 설마하니 러시아가 중재안을 빙자한 어음을 발행하려는 건 아니겠지요?”
지금 러시아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어차피 너희 둘 다 청년의 희생이니 고귀한 죽음은 둘째치고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게 목적 아니냐? 그럼 우리가 중재할 테니 영국이 빌빌대느라 신경도 못 쓰고 있는 영국 식민지나 나눠 먹고 서로 화해해라.’
지금까지 본인들이 보유한 힘을 믿고 전 세계를 마음대로 주무르다시피 하던 영국은 자신이 보유한 무력이 날아가자 지금껏 그들이 해온 그대로 당할 처지에 놓인 것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프리카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 모두 검은 대륙에서의 행동을 바꾸라고 외치던 영국이 이에 동의했다고 보기가 힘들었기에 독일 측은 의구심을 나타냈다.
지금 러시아가 하고 있는 말이 영국과 미리 합의가 됐다고 보기는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나라도 아닌 영국을, 본토는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식민지를 멋대로 나눠 먹자고 하자니.
그러자 게르 외무장관은 당연히 그런 말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