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53)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53화
나는 내 이번 생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오늘도 밤늦게까지 이어진 업무를 마치고 자러 가기 전에 잠깐 얼굴이라도 보겠다는 마음으로 왔건만, 아이의 잠든 얼굴을 보고 있자니 시간이 가는 줄 모를 것 같았다.
미남 미녀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 로마노프의 핏줄답게 내 아들이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잘생겼다고 할 수 있었다.
아니, 진짜로.
장래가 기대되는 큰 눈과 오뚝한 콧날, 거기에 매력이라는 단어를 형상화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입술까지 보고 있자면 괜히 원래의 니콜라이 2세가 외모 원툴이라는 평가를 받은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다행스럽게도 내 아들에게는 별다른 유전병의 증세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역사에서 러시아 제국 몰락의 큰 원인 중 하나가 혈우병을 앓던 알렉세이의 증세를 유일하게 안정시키던 괴승 라스푸틴에게 홀린 황후에 대한 반감과 라스푸틴 자체가 행한 부정부패와 괴상한 행동들이란 걸 생각하면, 알릭스, 그녀와의 결혼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나라면 원래의 니콜라이처럼 라스푸틴을 신뢰하지도 그가 전횡을 저지르도록 방치하지도 않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내 자식이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으니까.
그것도 알릭스와 결혼해서 아들을 낳는다면 절반의 확률로 혈우병을 앓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말이다.
‘그래도 크리스티나가 아들의 이름을 알렉세이라고 하자고 했을 때는 가슴이 철렁했지.’
원 역사에서 러시아 혁명으로 볼셰비키들에 의해 감금된 뒤 가족들과 함께 총살당한 비운의 황태자가 가졌던 이름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너만은 그런 비극을 맞이하지 않도록 하마. 내 아들아. 부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우웅…….”
이크, 방금 한 말이 너무 컸는지 아이가 잠에서 깨려는 것처럼 보여 부리나케 밖으로 나왔다.
어릴 때일수록 수면이 중요하다고 한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황자님은 잘 보셨는지요?”
“흠, 흠. 자네들이 고생이 많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주게나.”
“여부가 있겠습니까, 폐하. 저희의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아들의 시중을 드는 시녀와 시종들을 뒤로한 채 나는 침실로 향했다.
방을 나오기 전 히죽거리는 얼굴을 진정시키고 근엄한 표정으로 바꾸는 실력은 날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었다.
이럴 때마다 떠오르는 것은 다름 아닌 몇 년 전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였다.
그분은 가족들에게는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시면서도 아랫사람들에게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유지하시는 데 성공하셨었으니까.
남동생에게 비어 있는 이마에 물을 맞는 장난을 당하시면서도 품위와 위엄을 유지하셨던 아버지의 능력은 지금 와서 생각하면 아마 타고나신 게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다.
지금의 나도 그 모습을 따라 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전혀 상반된 이미지 2가지를 동시에 유지할 수 있으셨는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앞서 내가 말했듯 4년이라는 시간은 로마노프 황가의 후사를 이을 후계자가 태어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원 역사와는 달리 한 번에 후계자를 생산-나는 이 단어가 싫었지만, 주위의 반응에 가장 알맞은 단어였다-해 낸 아내에 대한 눈빛이 누그러지는 걸 느낄 정도였다.
사실 이 먼 땅까지 시집을 오게 된 아내에게도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었다.
러시아 제국의 지배자 로마노프의 일원이 되기 위해 정교회로의 개종과 러시아식 이름으로의 개명까지 했지만, 오-헝 제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곱지 않은 눈초리를 받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묵묵하게 이 시대에서 요구되는 아내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해준 그녀에게는 고마운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따지고 보면 내가 그녀와 결혼을 하겠다고 한 것도 순수한 동기에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나가 하는 고생은 모두 나로 인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결혼식 당일 함께 참석한 그녀의 어머니인 이자벨라 대공비의 눈에 서린 야망을 보고 잠깐 그녀를 의심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내 친가와는 거리를 두며 러시아의 황후로서의 모습만을 보여주었기에 더욱 고맙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내 형제, 자매를 포함한 가족들을 지켜내겠다 다짐했었지만, 말 그대로 내 핏줄이라 할 수 있는 가족이 생긴다는 느낌은 신기했다.
전생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전생의 나는 결혼과는 인연이 없었으니까.
오늘만 하더라도 전국 각지에서 쏟아져 오는 업무들을 처리하느라 홀로 잠자리에 들었을 아내를 생각하면 이거야말로 흔히들 말하는 불량남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세상에서 가장 나쁜 남편은 능력이 없는 남편이 아니라 가정에 소홀한 남편이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가정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이 제일 나쁜 놈인 것 같기는 하지만.’
이외에도 내가 생각해야 하는 문제는 한 가지 더 있었다.
다름 아닌 내 아들이 즉위할 시점의 러시아 제국이 어떤 정치체계를 가지도록 유도해야 하는가였다.
사실 전제군주정은 이미 시대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형국이었다.
제국의 끝에서 끝까지 가는데 몇 주는 걸렸던 과거와는 달리 단 10일이면 이 모든 게 가능했으며 이처럼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사회의 복잡함 또한 옛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고 있었으니까.
군주 한 명이 모든 것을 감당하고 결정해야 하는 전제군주정으로서는 재빠른 대응과 적절한 조치들을 취하는 데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정을 바로 도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답은 입헌군주정뿐인데.’
문제는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들이 바로 입헌군주정으로 넘어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는 점이었다.
미래 지식이나 약간의 운이 도와줬다고는 해도 지금 러시아 안에서 내 위상은 표트르 대제에 버금갈 정도였으니까.
‘왜 굳이 전능하신 차르께서 다스리시는 전제군주정에서 허구한 날 서로 싸울 게 분명한 입헌군주정으로 넘어가야 하냐는 말이 나올 게 분명하지.’
젬스트보를 중심으로 한 지식인 계층은 본래 두마(의회)의 설립과 권한확대를 지지하는 입헌군주정파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들 중에서도 사실 본인들의 생각이 틀린 게 아니었냐고 말하는 이들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이런 상황이 계속될 수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플라톤이 그토록 꿈꾸고 기다렸던 초인이었다면 모를까, 나는 그의 철학에 나오던 철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류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밤늦게까지 일해야만 했고 지금까지 나의 가장 큰 무기라고 할 수 있었던 미래 지식 또한 이제 그 효용을 거의 다해가고 있었다.
‘이미 영국에서 그 난리가 난 이후인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물며 내 이후의 군주들은 어떻겠는가?
아무리 높게 쳐줘도 전근대 시절로 이미 효용이 당한 전제군주정의 짐을 짊어져야 할 내 아들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입헌군주정이라는 씨앗으로부터 싹 정도는 틔워야만 했다.
그렇지 않는다면 기껏 내가 막아내고 있는 공산 혁명이 다른 이름의 민중 혁명으로서 세상에 이름을 남길 수도 있었으니까.
그래도 당장 어떻게 하면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얻어낼 수 있는지를 고민하던 황태자 시절에 비하면 배부른 투정인 건 맞았다.
어떻게 하면 권력을 잡고 이를 확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었으니까.
‘머지않아 찾아올 대전쟁까지만 어떻게든 넘길 수만 있다면…… 그런다면 가능하겠지.’
이미 아내가 기다리다 잠들었을 침소로 가는 발걸음은 점점 무겁게만 느껴졌다.
* * *
쿠르르르릉
“보십시오, 폐하 앞에서 자랑스럽게 소개해 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드넓은 농지를 경작하는 농민들의 수고를 덜어줄 수 있는 트랙터의 첫 번째 시제품입니다! 이것 하나만 있다면 일반적인 농민 10명이 해야만 하는 일을 혼자서 수행할 수 있습니다!”
미국인 사업가의 거창한 말에 어울리는 우렁찬 엔진 소리와는 달리 내가 실제로 본 트랙터의 모습은 개인적으로는 실망스럽다고 할 수 있었다.
21세기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19세기 말의 기술력은 때때로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니까.
“험지에서도 지금 작동하는 것 정도의 성능만 보여준다면 저 친구의 말이 허언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폐하. 아직 엔진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모자라 그와 관련된 공정은 미국인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 불만족스럽기는 합니다만, 폐하께서 어째서 트랙터와 관련해 관심이 많으셨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다만 나의 인식과는 달리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관료들의 눈에는 미국인 사업가의 말이 허황되지 만은 않게 들리는 모양이었다.
트랙터의 생산은 몇 년 전부터 이어져 온 농업 개혁에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으니까.
미르 해체로 시작된 농업 개혁은 내가 실시한 개혁 정책 중 가장 순항하고 있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새로운 농업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을 느끼던 농민들도 이제는 먼저 개량된 기술을 사용한 지역의 수확량이 월등한 걸 보고 자연스럽게 본인들도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거기에 미르 해체에 불만을 가졌던 이들의 사보타주나 시위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가장 큰 이유는 처음에는 그들의 주장에 호응했던 농민들이 무관심해졌기 때문이었다.
당장 국가에서 말한 대로 하니 수확량이 늘어나는 게 체감이 되는 입장에서 과거로 돌아가자고 하는 사람들의 말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으니까.
다만 단순히 미르를 해체하고 농업 조합을 설립한 지역에서는 다시금 농업 조합이 과거의 미르 역할을 하는 등의 폐단이 발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농업 개혁을 비테의 뒤를 이어 진행하고 있는 스톨리핀이 손을 보고 있었다.
“이 트랙터는 소나 말과 같은 전통적인 수단에 비해서도 월등한 능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가격 면에서는 조금 비싸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하하하, 원래 신기술이라는 게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본인의 제품을 열렬히 소개하고 있는 사업가의 말을 한 귀로 흘려들으며 나는 눈앞에서 굴러가고 있는 트랙터의 다른 용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1차 세계대전에서 동부전선은 참호전으로 악명높았던 서부전선에 비해 기동전 위주의 전투가 벌어졌다고 하지만 기관총의 포화를 정면에서 극복할 수 있는 건 전차, 즉 탱크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탱크라고 하기도 민망한 물건이었다.
거칠게 말하자면 기관총이 뚫지 못하는 철판을 덕지덕지 바른 이동하는 엄폐물 정도가 바라는 물건이었으니까.
그 정도만 되더라도 기관총으로만 하루에 수천 명이 죽어 나가는 일은 줄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내 앞에서 굴러가고 있는 저 트랙터는 그 물건을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