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54)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54화
“저 친구의 말대로 트랙터가 양산만 된다면 앞으로 러시아 신민들이 굶주림에 신음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폐하.”
옆에서 함께 참관하고 있는 관료 중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할 정도로 그들에게도 이번 경험은 인상 깊은 것처럼 보였다.
미래의 트랙터에 비하면 성능이 훨씬 부족하다고는 해도 기껏해야 농지를 개간할 때 인력을 제외하면 말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나을 게 분명해 보이는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겠나?”
“물론입니다, 폐하! 궁금한 게 무엇이신지요?”
주변의 우호적인 반응에 힘입었는지 신나게 설명과 자랑을 이어나가던 사업가는 내가 질문이 있다고 하자 눈을 반짝거리며 대답했다.
이번 사업의 성패와 지속성이 나에게 달려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신만만한 미소 뒤로 약간의 긴장감이 서려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자네가 계속해서 말한 게 험난한 지형에서도 원활하게 작동하며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데. 자동차와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는 트랙터로서는 겨울에서 봄이 오는 라스푸티차 시기에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군. 모름지기 모든 농사는 봄이 가장 중요한 시기 아니겠는가. 자랑은 아니지만, 러시아의 자연환경이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험난할 수도 있다는 말이네. 혹시라도 이에 대해서 어떻게 보완할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아, 저희 회사 제품이 가지고 있는 험지 돌파 능력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폐하. 물론 충분히 가지실 수 있는 궁금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러시아의 악명높은 진흙탕, 라스푸티차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희 또한 트랙터가 진흙에 빠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바퀴의 폭을 원제품보다 늘리고자 합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조금 문제 되는 점이 있는데…….”
“가격이 오른다는 얘기겠지. 그렇지 않나?”
그가 말꼬리를 흐리는 걸 보고 내가 바로 얘기하자 그는 이내 속마음을 들켰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맞습니다, 폐하. 아무래도 바퀴의 폭이 넓어진다는 말은 하나의 트랙터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재료의 양이 늘어난다는 말과 똑같기 때문입니다. 폐하를 비롯한 러시아 제국이 가진 부를 감히 제가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과연 농민들이 트랙터를 구입하는 데 부담을 더 느끼지 않을까 조금 우려가 되는군요.”
농민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걱정도 하지 않으면서 걱정하는 척하기는. 판매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지가 걱정되는 거겠지.
그가 말한 보완책은 내 성에 차지 않는 것이었다.
당연하지. 장차 기관총탄과 포탄이 날아드는 전장에서 사용하기 위해 생산하는 트랙터인데 자동차처럼 바퀴가 4개 달린 모습으로 적 참호로 돌진한다니. 아마 절반도 가기 전에 주저앉을 게 뻔했다.
“그것도 괜찮겠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한 게 있는데 한 번 들어보겠나?”
“물론입니다, 폐하! 기꺼이 경청하도록 하겠습니다. 뭐든지 말씀만 해주십시오.”
지나친 아부나 아양을 떠는 태도는 듣는 이에게 기쁨이 아닌 불쾌감을 준다고 하던데 그의 말은 아슬아슬하게 경계선에 걸쳐져 있었다.
“크흠, 다름이 아니라 내가 듣기로는 무한궤도라는 수단이 험지를 돌파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하던데 귀사가 생산하는 트랙터에도 바퀴 대신 무한궤도를 다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한번 시험이라도 해보는 게 어떻겠나.”
“무한궤도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내 말을 들은 그는 곤란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갑자기 멀쩡한 트랙터에 달린 바퀴를 떼버리고 무한궤도라는 실용성이 증명되지도 않은 물건을 붙이라니 난처할 만도 했다.
본인들이 생산하는 트랙터의 규격에 맞게끔 무한궤도를 설계하고 생산하는 데 들어갈 비용도 만만찮을 게 분명했으니까.
“하, 하하하. 폐하께서는 공학적인 지식도 뛰어나신 모양입니다. 무한궤도라니요. 저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말씀드리기는 송구스럽습니다만, 그 비용이 상승할 게 분명한 데다 무한궤도로의 전환을 위해서 걸릴 시간이 꽤 만만찮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래도 폐하께서 험지를 돌파하는 능력에 대해 많은 비중을 두고 계시는 것 같으니 저도 상품을 파는 입장으로서 최대한 노력한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희 회사의 존망까지 건다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폐하께서 조금의 도움만 주신다면 훨씬 쉽게 할 수 있겠지요.”
그래도 그는 진정한 사업가였다. 딱 잘라서 못한다는 말 대신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무리가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거기에 만약 정 그렇게 무한궤도가 달린 트랙터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원한다면 그에 대한 투자만 좀 해달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으니까.
나는 그의 말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그가 지금 누구와 대화를 하고 있는지 잠시 잊어버린 모양인 듯했으니까.
“물론이오. 근데 자네는 지금 대화상대가 누구인지 한 번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군. 로마노프 황가의 자산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야.”
“핫! 시, 실례했습니다, 폐하. 그럼 저는 오늘부터 바로 무한궤도를 트랙터에 장착하는 것에 대해 바로 착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리 내가 돈이 없다, 돈이 모자란다고 노래를 불렀다고는 해도 이 정도의 지출도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로마노프 황가의 자산은 전 세계 어느 왕가와 비교하더라도 꿇리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거기에 무한궤도 자체는 18세기 후반에 이미 작동방식이나 기본적인 원리가 나왔던 만큼 사업가가 말한 만큼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도 않을 게 분명했다.
‘아니, 그의 말대로 한 회사에는 존망의 기로를 불러일으킬 만큼의 비용일지도 몰라도 제국에는 그렇지 않다고 해야 하나?’
원래 역사에서의 전차의 개발도 무한궤도를 처음으로 달고 출시되었던 트랙터인 홀트 트랙터에서 영감을 받았던 만큼 이번 결정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내가 개입하지 않으면 혹시라도 참호선을 돌파하겠답시고 차르 전차와 같은 괴작이 나올지도 모르는 노릇이니.’
쿠르르르르릉
이런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내가 허겁지겁 달려간 후에도 시연을 위해 작동하고 있는 트랙터는 여전히 느린 속도와는 대비되는 우렁찬 엔진 소리를 자랑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 * *
“폐하, 전쟁 장관 반노프스키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도록.”
내 허락이 떨어지자 반노프스키는 이제 80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여전히 절도있는 동작을 보여주며 집무실로 들어왔다.
“오늘도 여전히 서류와 사투를 벌이고 계시는군요, 폐하.”
“내 앞에 있는 누군가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고 하지만 않는다면 이런 전투쯤이야 항상 승리할 수 있겠건만, 정말로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건가?”
“이제 저 같은 노병은 새로운 인재들에게 자리를 비켜줘야 할 때가 되지 않았겠습니까. 거기에 폐하께서 말씀하시는 미래에 다가올 전장에 대한 이해도도 저 같은 노인보다 젊은이들이 받아들이기 더 쉬울 테니까요.”
오히려 80을 바라보는 그보다도 40~50대 장군들의 사고방식이 더 경직되어 있다는 걸 아는 나로서는 농담으로만 느껴지는 말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본인이 강력하게 은퇴를 희망하는 데다가 실제로 그의 건강도 노령으로 인해 우려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자네의 뒤를 이어 전쟁 장관에 취임할 사람으로는 누가 좋겠나. 한 번 미리 생각해 보라고 내가 얘기했던 만큼 자네도 염두에 둔 인재가 있겠지?”
“제 생각으로는 알렉세이 쿠로파트킨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지금 폐하께서 진행하고 있는 군과 관련된 개혁 정책을 제 뒤를 이어 진행할 사람으로는 그만한 적임자가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정말 그밖에 없다고 생각하나?”
“예, 그렇습니다, 폐하.”
“으음.”
솔직히 말하자면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인사였다.
쿠로파트킨은 원 역사에서 벌어졌던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해상뿐만 아니라 육상에서도 일본에 밀리도록 만든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인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직접 전투를 총괄하는 사령관으로서의 능력은 부족했을지는 몰라도 행정가로서의 능력은 괜찮았다는 걸 생각해 보면 그를 전략적, 전술적 임무에서 배제하고 군제 개혁과 보급과 관련된 행정 업무에만 이용하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우선, 알겠네만 그 말고도 다른 인물은 없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도록 하게나. 대안은 언제나 있는 게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알겠습니다, 폐하.”
“그럼, 오늘은 우리 전쟁 장관께서 어떤 적들을 내 책상 위에 추가해 주고자 왔는지 들어보도록 할까.”
그가 방문했다는 건 내가 처리해야 하는 서류의 양이 늘어나는 걸 의미한다는 뜻의 농담을 던지자 반노프스키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사실 장관쯤 되면 내가 일방적으로 일을 맡기는 게 아닌 서로 일을 주고받는 관계라고도 할 수 있었으니까.
“폐하의 충실한 신하이자 군인으로서 오늘만큼은 폐하의 적을 늘리는 일이 아니라는 데 기쁨을 느껴야겠군요. 폐하께서 말씀하신 내용이 완료되었다는 걸 말씀드리기 위해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끝도 없이 밀려오는 적군의 파도 위에 적병 한 무더기가 추가되는 일은 아닌 모양이었다.
근데 내가 말한 사항이 완료되었다니 어떤 사항을 말하는 거지?
맥심-툴라 기관총의 배급? 아니면 병사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불을 피울 수 있는 고체 연료의 배급?
하도 내가 지시한 사항이 많다 보니 그가 말한 게 어떤 걸 뜻하는 건지 헷갈릴 수밖에 없었다.
“화력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던 폐하가 내린 차후 미래 전장에 걸맞은 작전 계획 수립 말입니다. 기관총과 포병 화력의 증가를 고려한 각 병과별 유기적인 협력의 중요성을 포함했으며 바뀔 전장에서 기병의 역할이 어떻게 수행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외에도 참호선의 구축이나 독일이 먼저 움직였을 시나 아니면 프랑스가 먼저 움직였을 시 동맹국인 우리는 어떻게 행동하는 게 좋겠는가와 같은 각 상황별 전략적인 움직임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분명한 희소식이었다. 지금까지 중구난방식으로 이루어지던 러시아 제국군의 움직임에 한가지 기준점이 생겼다는 말이었으니까.
러시아 제국군이 덩치만 큰 허풍선이에서 차츰 진정한 의미로의 강군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것참 희소식이군. 각 병과 별 의견을 조율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고생이 많았겠어.”
“폐하께서 이 노병의 고초를 알아주신다니 영광입니다.”
다만 반노프스키의 표정으로 짐작건대 그가 나에게 가지고 온 소식은 이게 끝은 아닌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