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55)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55화
“내 책상 위의 적의 숫자를 늘리지 않는 소식들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 계속 말해보게나.”
“그렇다면 제 다음 말은 폐하께서 더더욱 좋아하시겠군요. 평상시부터 계속 말씀해 오시던 내용과 관련이 있는 소식이니까요.”
반노프스키와의 대화는 내게 있어 몇 안 되는 즐거움의 시간이기도 했다.
적어도 그가 가지고 오는 소식들의 대부분은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펜대를 움직이는 내 손 움직임에 힘을 더해주는 말들이겠지.
“폐하가 저에게 하신 말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소식입니다. ‘앞으로의 전장에서 포병은 전장의 신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곤 하셨죠. 이 말씀을 듣는 성직자들이 하느님에 대한 공경이 부족하다며 언어를 순화하시는 게 어떻겠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폐하가 하신 말씀에 전적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과거 기관총의 위력 시연에서도 느꼈던 감정이었지요.”
한평생을 전장에서 보낸 군인은 내가 미래의 강철 서기장, 아니, 신성종무원장을 노리는 사람에게서 빌려온 말에서 느낀 점이 많은 모양이었다.
사실 내가 전차를 준비한다고 해도 엔진 기술과 공업 기술이 더 발달하는 2차 세계대전 시기 전까지는 화력 요소가 기동과 인적 우위 요소를 압도하는 양상이 빈번하게 벌어지곤 했다.
반노프스키 본인도 러시아-튀르크 전쟁에서 경험한 바가 있기에 더더욱 그러겠지. 이런 내 상념과는 별개로 그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제가 그날 느낀 점은 기관총이 앞으로의 전장에서 전술적인 면을 지배한다면 포병이 보유한 대포들은 전략적인 면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해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견고한 참호는 기관총탄은 막아줄 수 있을지 몰라도 포탄은 막아줄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의 우리 러시아군은 참으로 뒤쳐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아마 이전과 같은 상황에 머무른 상태에서 전면전에 들어갔다면 개전 첫날에 포격을 실시하고, 그것도 상대방일 확률이 높은 독일보다 현저히 적은 수준의 포격 말입니다. 첫날 이후로 포병대는 손가락만 빨고 있었겠지요.”
그의 지적은 타당했다.
실제로 원래 역사에서 벌어진 1차 세계대전에서도 러시아군의 포탄 부족 현상은 너무나도 유명했기 때문이다.
사단이나 연대도 아닌 집단군 규모에 속하는 포병들에게 남아 있는 포탄의 숫자가 단 200발에 지나지 않든가, 포탄을 배급할 수 없으니 여단에 배정된 포의 숫자를 8문에서 6문으로 줄이는 등의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과도 같은 일이 비일비재했었다.
심지어 러시아 장병들은 저 저주받을 소시지 놈들은 물 쓰듯이 포탄을 쏴대는 데 침묵만을 지키고 있는 우리 포병대에 아무런 기대도 품지 않았으며, 군대 내부의 어느 곳보다도 엄중한 경비가 필요한 탄약창의 보초들은 후방으로 보내지기 일쑤였다.
지켜야 할 탄약창의 내부가 텅 비어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러시아의 병사들이 포병대의 지원사격을 바랐으면 고작해야 50여 발 분량의 포탄이 보급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병사들의 사기가 올라갔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겠는가?
“폐하의 설득과 정책 덕분에 국가에 더욱 큰 힘을 보태게 된 재벌 가문들의 열렬한 자발적인 도움 덕분에 이전보다는 훨씬 향상된 수준의 포탄 생산량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 독일이나 프랑스에 비하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정도 속도라면 머지않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의 가지고 온 소식은 내 예상보다도 훨씬 좋은 것이었다.
사실 1차 세계대전하면 많은 사람들이 기관총이 무수한 생명을 갈아 마신 전쟁이라고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상자는 총이 아닌 포로 인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프랑스와 영국에서 1차 세계대전 이후에 당시 발생한 사상자들의 부상과 사망 원인을 조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거의 80%의 사상자가 포탄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했으니 말이다.
“이것 참, 우리 전쟁 장관께서 은퇴하기 전에 이런 큰 선물을 남기고 갈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혹시 몇 년이라도 더 전쟁 장관이라는 명예를 누릴 생각은 정말 없는 건가? 아까는 농담이었지만, 지금은 진심이네.”
“폐하께서 저 같은 노장에게 그런 영광을 허락해 주시는 것에는 무궁한 감사와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괜히 노욕으로 인해 폐하에게 누를 끼치게 될까 염려되기에 외람됩니다만,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는 제 결심에는 변함이 없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정말 아쉽지만, 알겠네.”
자세한 사항은 그가 준비한 보고서를 읽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방금까지 반노프스키가 한 말만 따져보더라도 그는 앞으로 다가올 대전쟁에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를 벼려내는 데 큰 도움을 준 게 틀림없었다.
생산력은 확보했어도 그것을 공장에서 전선으로 실어나르는 데 필요할 수송력을 확보하는 건 다른 이야기였지만.
비테를 비롯한 철도국 관료들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 최고의 운송수단이라 할 수 있는 철도를 통해 러시아의 모든 도시들을 잇기에는 너무나도 러시아 제국이라는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땅의 크기가 넓었다.
그나마 공업이 발달한 도시나 농업 생산의 중심지들에 철도를 부설하는 등의 선택과 집중은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편집증적으로 철도를 건설하고 지역들을 잇는 데 집착한 독일에 비하면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관련된 생각에 잠겼던 나는 아직도 내 앞에 남아 있는 반노프스키를 보고 의아했다.
음? 보고할 내용이 전부 끝난 게 아니었던 건가?
“아직 할 말이 남았나? 혹시 은퇴 이후에도 명예직 정도는 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하려는 거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라고 미리 말해두지. 정 뭐하면 실권이 있는 명예직인 듯 명예직 아닌 자리도 만들어 줄 수 있네.”
내 말을 들은 반노프스키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폐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본인의 사임 의사보다 부정부패를 저질러서 자의적이 아닌 타의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더 쉽다는 농담이 이해가 가는군요. 거듭 폐하의 제안을 거절하는 무례를 저지르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만, 제 결심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기대를 배반하게 되어 송구합니다만, 아직 보고드릴 내용이 한 가지 남았습니다, 폐하.”
“좋다 말았군. 그래서 남은 보고는 뭔가?”
집무실에 들어왔을 때 내가 처리해야 할 서류가 더 늘어나지는 않겠다고 그가 말한 것과는 달리 포탄 생산과 관련된 보고서가 추가될 것 같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긍정적인 이슈가 담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이상으로 일이 늘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더 일이 늘어나 버리면 오늘도 알렉세이의 얼굴은 자는 모습으로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
“지금까지 우리 제국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인력을 동원하는 데 필요한 행정력과 넓은 국토로 인한 명령 하달에 걸리는 시간과 수송력의 부족으로 인해 부분적인 동원령을 내리는 게 불가능했지만, 각 지방의 젬스트보들과 내무 장관의 노력 덕분에 앞으로는 무조건 총동원령을 선포하는 게 아닌 부분적인 동원령을 선포하는 게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폐하께서 실시하신 개혁 중에 젬스트보들의 권한 증대가 포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겠지만요.”
이거는 조금 뜻밖의 소식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내가 별달리 신경을 쓰지 못하던 부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1차 세계대전이 확전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러시아의 부족한 행정력이라는 평가도 있었으니까.
보스니아에서 황태자를 암살당한 오-헝 제국이 무려 한 달가량의 침묵 끝에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에 대항하기 위해 러시아가 부분 동원령을 선포하려 했지만, 행정력의 부족으로 총동원령만이 가능했던 러시아의 상황이 독일이 이에 맞서 총동원령을 발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후세 학자들의 분석이 있었다.
그런 만큼 앞으로는 총동원령이 아닌 부분 동원령이 가능해졌다는 것만으로도 러시아 제국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의 반경이 넓어졌다고 할 수 있었다.
상대방이 러시아가 우리와 사생 결단을 하려고 하고 있다는 오해를 품지 않도록 만들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가져다주는 반노프스키를 고향으로 보내기 싫다는 마음이 다시금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을 느꼈지만, 더 이상 그의 은퇴와 관련해서는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성과 또한 그대가 앞서 말한 2가지의 사항에 비교하더라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소식이군. 전쟁 장관과 내무부, 젬스트보의 노력 덕분에 제국은 앞으로 더욱 다룰 수 있는 무기의 숫자가 늘어난 것이나 다름이 없네. 정말 고생했군.”
그저 아쉬운 마음을 감춘 채 그가 거둔 성과에 대한 치하를 표시할 뿐이었다.
사실 그가 80을 바라보는 나이인 만큼 더 이상의 업무를 빙자한 과로는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쟁 장관의 공백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었다고 생각되었으니까.
“제 부족한 능력으로 폐하에게 기쁨을 가져다 드렸다면 그것이야말로 제 기쁨이자 행복일 것입니다. 그럼, 폐하께 말씀드릴 내용을 모두 전한 이 노병은 이만 물러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경례를 한 뒤 집무실을 나가자 내가 느낀 감정은 상실감보다는 아쉬움에 가까웠다.
반노프스키가 은퇴를 하겠다고 의사를 표시한 시기까지 남은 시간은 아직 제법 있는 만큼 앞으로도 종종 나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찾아오겠지만, 오늘과 같은 굵직굵직한 일과 관련된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마 오늘 그가 이런 중요한 일은 3개나 가지고 온 것은 본인 이후의 후임자가 짊어질 짐의 양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나에게도 본인 이후의 시간을 준비하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겠지.
‘반노프스키 장군.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그대의 헌신을 잊지 못할 겁니다.’
지금까지 러시아 제국을 지탱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던 기둥 중 하나가 본인의 쓰임새를 다하고 이제 그만 자리를 비켜주려 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이미 떠난 빈자리를 바라보며 감상에 젖을 수밖에 없었다.
똑똑
“폐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도록 하게.”
한 무리의 관료들이 저마다 한 아름씩 가지고 들어오는 종이의 산을 목격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폐하, 실례하겠습니다. 방금 보고를 마치고 나간 전쟁 장관이 얘기한 내용들과 관련이 있는 결재 서류와 보고서들입니다. 여기 세입과 관련된 문서 옆에 두도록 하겠습니다.”
“……장관이 본인이 나간 후에 나에게 전달하라고 했나?”
“크흠.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폐하.”
……아무래도 오늘 알렉세이와 놀아주기로 했던 계획은 저 멀리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긍정적으로, 적어도 나쁜 소식들이 적힌 건 아니잖아?
거기에 니콜라이 너도 이미 예상하고 있었잖아.
그가 말한 내용이 서류 없이 진행됐을 리가 없다고 말이야.
긍정적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장 위의 서류부터 검토해 보도록 하자.
그래, 긍정적으로…….
…….
“당장 전쟁 장관을 다시 불러와! 지금 당장! 반노프스키 네 이놈!!”
집무실에서 울려 퍼진 내 분노의 외침을 들은 수행원들이 부리나케 달아났다는 사실은 잠시 접어두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