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56)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56화
아직은 쌀쌀함을 느낄 수 있는 시기였다.
낮에는 창문에 묻은 물이 자기 본연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지만, 밤이 지나고 나서 찾아보면 서리로 변해있는 시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봄은 아직은 겨울과 동거를 하고 있었다.
그런 시기에 나는 모처럼 찾아온 평화로운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아니지, 모처럼 찾아왔다는 말은 약간 틀렸다고도 할 수 있겠다.
저절로 온 것이 아니라 지난 일주일 동안 철야에 철야를 거듭해서 겨우겨우 얻어낸 시간이었으니까.
“아부, 아, 아바, 아빠!”
“옳지, 그래그래, 내가 네 아빠란다. 요즘 이 아빠가 통 못 놀아줘서 섭섭했지?”
“빠아! 아빠! 아빠!”
이제 갓 2살 만으로 따지면 아직도 1살인 내 아들은 오랜만에 본 불량 아빠인 나의 얼굴을 잘 기억해 주는 것 같았다.
저 조그마한 입으로 오물거리면서 말하는 게 어찌나 귀여운지.
잠깐, 벌써 사람도 구분하고 말도 저렇게 잘하는데, 사실 내 아들은 진짜 천재가 아닐까?
나는 내 손에 안겨 높이 올라간 아들의 순진무구한 눈망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정말로 천재라면 지금부터라도 스톨리핀과 같은 우수한 선생에게 맡겨서 교육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방실방실 웃으며 내게 손을 내미는 아이를 보고 있자면 방금까지 한 고민이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런 마음의 빈틈을 채우는 건 아들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이었다.
“옳지, 이 녀석 높은 곳에서도 울음을 터뜨리지도, 겁먹은 기색도 없는 걸 보니 장차 훌륭한 장군이자 정치가가 되겠구나. 누구 아들이길래 아직 제대로 뛰지도 못하면서 이런 풍모를 보여주는 거냐. 요 녀석!”
이대로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아들에게 위 공기를 맡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나는 알렉세이를 올려주고 있는 높이를 약간 낮출 수밖에 없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아내가 한마디를 거들었기 때문이었다.
“폐하, 너무 무르게만 대하시면 황태자의 버릇이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모름지기 사랑한다고 해서 모든 걸 부드럽게만 해줘서는 안 된다는 게 선생들이 말하는 올바른 훈육 방법이라고 하더군요. 폐하께서는 너무나도 인자하신 것 같습니다.”
이 시대의 교육은 황족이나 평민과 같은 신분을 가릴 것 없이 체벌이 만연해 있었다.
아동들이 공장이나 탄광과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금지된 게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아동권리라는 말은 너무나도 어색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내 아내인 크리스티나-이제는 러시아식 이름인 예카테리나라고 불리는-도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녀가 알렉세이에게 벌써부터 체벌을 가하는 건 아니었지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보이는 나는 부드럽다 못해 무르다고도 할 수 있을 테니까.
“하하, 당신의 말도 어느 정도는 옳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답니다. 체벌이나 엄격한 훈육 태도가 아이를 교육하는 것에 있어 단기간에는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도 볼 수 있지만, 내 선친께서는 우리 남매에게 손 한번 올리신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보세요. 자, 당신의 남편이 어디 못난 어른이 되었던가요?”
나는 그녀에게 항상 존댓말과도 같은 정중한 어조를 사용하고 있었다.
별거 아니게 느껴질지는 몰라도 이렇게나마 어린 나이에 가족과 떨어져 한 번도 온 적이 없는 여기 러시아 제국으로 시집을 오게 된 아내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항상 가족들에게만큼은 인자하기 그지없었던 아버지의 사례를 들며 체벌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자 그녀는 팔짱을 끼며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눈을 가늘게 뜨며 대답했다.
“어머, 폐하께서는 물론 흠잡을 곳이 없는 군주이십니다. 제 부족한 식견으로는 도저히 단점을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는 그런 완벽한 황제이시지요. 그뿐인가요? 거리에서는 연일 폐하의 은혜를 칭송하는 신민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공장에서는 쉬는 시간마다 차르께서 베푼 자비에 감사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데다 농촌에서는 이전과 달리 폐하가 보급한 농사법 덕분에 배곯는 일이 없어졌다고 말하는 이들이 넘쳐나는걸요.”
“그대의 입에서 나오는 칭찬을 듣고 있자니 부끄러워질 것…….”
“하. 지. 만. 무려 11살이나 차이 나는 저에게 구혼하시는 모습이나 아이를 낳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알렉세이의 동생을 만드신 폐하의 모습을 보자니 지금과 같은 훈육 방식을 취한다면 저희 아들이 나중에 커서 어떤 며느리를 데려올지 어머니로서 조금은 걱정이 되는걸요?”
“흠, 흠, 크흠!”
그녀가 팔짱을 풀고 부풀어 오른 배를 문지르며 내게 말하자 나는 대답할 거리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아니, 물론, 그렇긴 하지만, 그걸 이런 식으로 공격하는 건 반칙 아닌가?
이렇게 내가 쩔쩔매고 있자 그녀는 이내 농담이라는 듯 표정을 풀고 웃으며 나에게 손을 뻗었다.
“후훗, 농담이에요, 폐하. 이제 슬슬 알렉세이가 배가 고프다고 칭얼거릴 시간이니 그만 놀아주시고 저에게 안겨주시겠어요? 폐하께서는 잘 모르시겠지만, 알렉세이가 한번 칭얼거리기 시작하면 아무도 못 말린답니다.”
“어, 어어, 물론이에요. 자, 알렉세이? 엄마한테 가자꾸나.”
“아바? 이이잉!”
내가 그녀의 말을 듣고 알렉세이를 들고 있던 팔을 더 내리던 그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짜악!
높은 곳에 있어서 신이 나 있던 녀석을 아래로 내리자 심통이라도 났는지 팔을 휘두르며 떼를 쓰기 시작했고, 마구잡이로 휘둘러지던 팔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내 이마였다.
그래, 원래라면 머리카락으로 덮여있어야 할 곳이었지만, 이제는 맨살밖에 없는 부위 말이다.
“빠아! 아바바!”
“…….”
2살이라는 나이치고는 은근 매운 손맛과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합쳐지자 나는 일종의 그로기 상태에 빠져 아무 말도 행동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돌아가는 눈동자로 예카테리나를 살펴보자 그녀도 나를 향해 손을 뻗은 자세 그대로 굳어 있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 나와 비슷한 상황인 것 같았다.
그렇게 내 이마를 때리자 기분이라도 나아졌는지 내 머리를 쓰다듬음과 동시에 웃고 있는 알렉세이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불편한 침묵에 휩싸이길 잠시, 이 방의 침묵을 깨뜨린 건 문가에서 들려오는 폭소였다.
“푸, 푸하하핫! 형! 한 방 먹었네! 이 모습을 나만 봤다는 게 너무 아쉬운데!”
“얘, 얘가 지금! 폐하! 괜찮으세요? 알렉세이! 이리 오렴! 엄마 화났어!”
“마아?”
10살이나 어린 동생 놈이 내가 처한 모습을 보고 터뜨린 웃음이었다.
샤샤의 웃음이 들려오자 아내도 정신이 들었는지 당황하며 알렉세이를 데리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사실 나도 뜻밖의 상황에 잠시 당황했을 뿐 화가 났던 건 아니었는데, 이것 참.
이내 예카테리나가 알렉세이를 데리고 방을 나서자 여기에 남아 있는 건 여전히 웃음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동생과 나뿐이었다.
“그래, 이제 다 웃은 거냐?”
이내 조금씩 웃음소리가 잦아들자 알렉세이로 인해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며 샤샤에게 말했지만, 돌아오는 건 잔뜩 즐거움이 서려 있는 비웃음뿐이었다.
내 동생만 하더라도 아버지의 비어 있는 정수리에 물 한 바가지를 뿌린 뒤 어머니에게 혼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 놈이었으니까.
-밭에다가 물을 뿌리면 싹이 자란다길래 아버지의 비어 있는 정수리도 물을 머금으면 머리카락이 다시 자랄 줄 알았단 말이에요!
그런 말을 하던 샤샤의 눈에 서려 있던 건 순진무구함이 아니라 장난기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큽, 크흡, 아니 잠, 잠깐만. 푸흐흡! 풉…….”
“오냐, 조금 더 기다려 주마.”
“흡!…… 후아. 응 이제 됐어, 형. 참을 수 있을 것 같아.”
샤샤는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웃음을 멈췄다.
웃음을 멈추고도 눈에서 빛나는 즐거움을 숨길 수는 없었지만, 아니지 이 녀석이라면 일부러 숨기지 않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내 친애하는 동생 놈이 오늘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뭔지 한번 들어나 보자꾸나. 어디 이 차르에게 말해보거라.”
“에이, 형! 우리가 무슨 일이 있어야지만 얼굴을 보는 그런 사이였어? 막 별일 없어도 이야기도 나누고 응? 서로 장난도 치고 그런 사이 아니었냐구.”
말은 이렇게 했어도 동생의 눈에 맺혀있던 장난기는 서서히 사라져 갔다.
오늘이 내가 얼마 만에 누리는 휴가인 데다가 모처럼 가족끼리 보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찾아온 걸 보면 뭔가 할 말이 있는 게 분명했으니까.
내가 이런 생각으로 동생을 가만히 보고 있자 이내 샤샤는 두 손을 들어 올리며 재미없다는 어투로 얘기했다.
“알았어! 항복이야, 항복. 참, 옛날에는 같이 장난치는 재미가 있는 형이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삭막해진 건지 원. 그런 남자는 인기 없을 거라고.”
아직까지 가벼운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샤샤였지만, 이내 진지한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중앙아시아 지역이 다시 시끄러워지고 있다고 하는 얘기가 들어왔어. 전 중앙아시아 총독이자 형이 이슬람교 관련 일을 맡긴 브레스키한테서 말이야. 그 친구가 말하기를 평상시와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고 하더라고.”
“분위기라면 어떤 걸 말하는 거야. 이전과 같은 이슬람교도들이 폭동이라도 일으킬 조짐이 보인다는 건가?”
내 질문에 샤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야. 이슬람교도들은 이전에 형이 직접 진압한 폭동 이후로 얌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하더군. 거기에 형이 중앙아시아에서 시행한 정책들에 대한 지지도도 높은 편이라고 하고. 문제는 거기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들이야.”
“주둔군이 문제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내가 되묻자 샤샤는 한숨을 한 번 푹 내쉬더니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아니, 왜. 이런 거지. 중앙아시아에서의 패권을 두고 경쟁하던 영국이 휘청휘청하고 있는데 지금이야말로 페르시아를 넘어 인도로 진출할 때가 아니냐, 뭐 이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하더라구. 거기에 이런 언행에 공감하는 게 장교들뿐만이 아니라 일반 병사들 사이에서도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게 문제야. 그 친구들한테는 전쟁영웅이야말로 출세하기 가장 쉬운 길로 보일 테니까.”
이어지는 샤샤의 말을 듣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것 같았다.
수십 년에 걸친 그레이트 게임을 겨우겨우 봉합을 했다 할지라도 이건 어디까지나 해결이 아닌 봉합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간과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거기에 영국과의 현재 관계는 동맹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데다 런던에는 아직 1만이 넘는 러시아 군대가 주둔하고 있으니 지금이야말로 지난 수십 년의 수모를 갚아줄 시간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총독은? 총독도 거기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나?”
“아니, 브레스키 말로는 총독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하더라고.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어? 형이 브레스키 이후로 중앙아시아를 맡을 사람은 현상 유지만 하는 데 집중할 자기 자리 보존에 신경 쓸 사람으로 뽑았었잖아. 그래도 시간문제야. 주변에서 남하하자는 목소리만 들려오는 데 유약한 성격의 총독이 그걸 거부할 수 있을 가능성은 낮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