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57)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57화
이전 중앙아시아 총독이자 지금은 러시아 제국 내의 이슬람 개혁주의의 일파인 자디디즘을 이용해 극단적인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파악하는 임무를 수행 중인 브레스키와 지금의 총독 간의 능력 차이가 꽤 있는 모양이었다.
브레스키는 안디잔 반란은 파악 못 했을지언정 주둔군만은 제대로 통제했었지만, 지금의 총독은 아무래도 군대를 다루는 데 좀 서투른 모양이었다.
‘그렇다 해도 총독을 임명하는 문제는 최종적으로 내가 결정한 만큼 내가 실수한 거라고도 보는 게 맞겠지.’
지난 시절 영국과 중앙아시아의 국경을 확정하고 서로 간에 적대적인 행위를 하지 않기로 조약을 맺긴 했었다.
하지만, 워낙에 민감한 지역인 데다 총독의 성향에 따라 어떤 돌발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는 만큼 능력보다는 성향을 보고 뽑은 것에 대한 부작용이었다.
샤샤의 말을 듣고 생각한 것이기는 해도 현재 러시아의 군 내부에서 다시 영토 확장적인 움직임을 원할 수밖에 없기도 했다.
본인들이 생각하기에 가장 큰 라이벌이었던 영국은 우리에게 정복당한 거나 다름없는 상태인 데다-어디까지나 그들이 생각하기에-프랑스나 독일도 보어인들과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끝내고 그 피해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아직 이탈리아나 오-헝 제국과 같은 열강들이 남아 있긴 했어도 그들의 관심은 중앙아시아보다는 발칸이나 아프리카에 쏠려 있는 만큼 지금이야말로 중앙아시아 전체를 삼킬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겠지.
내가 현재의 중앙아시아와 관련된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동생은 자신이 하던 말을 이어나갔다.
“거기에 형이 실권을 잡은 이후로 타국과의 무력충돌을 피해온 것도 그 친구들이 남하하고 싶어 하는 데 한몫하고 있는 모양이야. 왜, ‘군인이 가장 빨리 출세할 수 있는 방법은 전쟁이라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말도 있잖아. 지금과 같은 평화가 계속된다면 승진할 수 있는 방법은 시간이 흐르고 본인의 차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테니까. 가뜩이나 아버지 시대까지만 해도 전장에서 공을 세워서 승진하는 사례가 많았던 만큼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겠지.”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일반 병사였던 이가 국지전이나 전투에서 공을 세운 뒤 부사관으로 승진하거나 때로는 장교까지 올라갔다는 전설, 아니, 실제 사례들이 있는 만큼 이 시대의 군대는 그 누구보다 전쟁을 바라기도 했다.
거기에 최근 들어 내가 군대와 관련된 투자를 늘리면서 기관총의 배급과 포병의 확충 및 보급 확대, 제식 병기인 모신 소총의 개량, 그 외 군인들에게 보급되는 배급품 등의 품질 향상 등과 같은 정책을 펼치면서 군 내부에 ‘어? 폐하께서 군대와 관련된 투자를 늘리시는 거 보니 거하게 한 판 하시려는 것 아닌가?’와 같은 여론이 생길 풍토를 조성한 거나 다름없기도 했다.
군비 확충이 꼭 전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었던 21세기와는 달리 이 시대에는 군비 확충=조만간 전쟁하자 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경우가 흔했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트랙터를 전차로 개조하려는 계획은 구체화 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이거는 좀 민감한 이야기이긴 한데, 귀족 출신 간부들에 비해 평민 출신 병사나 간부들은 가지고 있는 감정이 불만에 가깝다고도 하더라고. 자신들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귀족 출신 사람들에게 승진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데다가 본인들이 그나마 쉽게 출세할 수 있는 방법은 전투에 나가서 공을 세우는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인 것 같다고 브레스키가 말하던데. 아무래도 이런 현상은 중앙아시아 주둔군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형이 평소에 나한테 말하던 내용. 러시아 제국에는 시간이 아직 더 필요하다는 말이 나는 이해가 갈지 몰라도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와닿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당장 본인의 출셋길이 막혔는데 상관이 잠자코 명령이나 따르라고 한다면 그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이제 고작 20대 초반인 동생이었지만, 말하는 내용에는 내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것들이 담기어져 있었다.
내가 러시아 제국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 나오는 NPC로 여긴 것은 아니었지만, 전제군주정이라는 정치체계를 이용해서 러시아 제국을 바꿔나가는 과정에서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건 사실이었으니까.
이는 러시아 제국의 후진성에서 기인한 문제이기도 했다.
다른 열강들에 비해 아직도 뒤처져있는 러시아 제국을 개선하는 데서 왔다고 볼 수도 있었다.
문제의 해결 방법을 알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아는 상황에서 이를 밀어붙일 수 있는 권한까지 있다면 일일이 모든 이들을 설득하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이용하는 게 훨씬 편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정리해보자면 현재 군 내부에 본인들이 전공을 세울 길이 막혔다고 생각하는 이들로부터의 불만이 누적 되어 있는 데다 그게 표면으로 드러날 조짐이 보이는 곳은 껍질이 가장 얇다고 할 수 있는 중앙아시아다. 이 말인 거지?”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브레스키 말로는 현지 주둔군 중 일부는 과거 안디잔 반란 당시 형님의 모습을 기억하는 만큼 그 친구들이 그런 움직임은 차르께서 바라시는 바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진화에 나서고 있다고는 하지만, 뭔가 조치를 취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더군. 내 생각도 동일해. 저들이 차르의 군대이자 형님에게 충성을 바치는 사람들이긴 해도 입에 물려줄 사탕 하나 정도는 줘야 하지 않겠어? 하다못해 아이들도 배고프다고 칭얼거리면 달래주기 위해 뭐라도 물려주잖아.”
“네 말이 맞아.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이 문제의 근간이 다가올 대전쟁에 대비해 군대에 투자하는 비용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군대 내부에 축적된 힘이 외부로 분출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만큼 어떤 사탕을 물려줄지가 애매했다.
병사들의 월급 인상과 같은 문제는 지금 함께 실시하기에는 재정에 무리가 갈 것이 뻔했고 문맹률이 낮아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까막눈이 많은 병사들을 위해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복지 정책도 과거 공장 내부에 간단한 교육 프로그램을 설치하면서 함께 진행한, 이미 써먹은 사탕이었다.
그나마 지금 당장 실시할 수 있는 건 귀족 출신 군인들에게 평민 출신 군인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기 위한 정책들이었다.
예를 들자면 귀족인 장교가 본인의 본가에서 하던 대로 시종을 고용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국가에서 지급해주던 시종 수당을 없애는 등의 정책 말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현대 한국 군대에서도 병사들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군 본연의 목적인 적과 전투라는 임무에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들었던 쓸데없는 비전투 업무 등을 민간 기업에 외주를 주는 것으로 병사들이 느끼는 불만을 줄이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방법에도 문제는 존재했다.
“백만이 넘어가는 덩치를 가진 군대와 관련된 사업에는 쥐새끼들이 들끓을 수밖에 없지.”
내가 황태자 시절부터 부정부패와 관련한 범죄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고 엄벌을 내리고 있었음에도 돈이라면 자신의 목숨마저도 판돈으로 올리는 사람들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작게는 지방 정부의 말단 관료와 결탁해 본인이 소유한 농지에서 수확한 곡물의 양을 속인다든가 하는 일은 일일이 잡아낼 수 없을 정도로 비일비재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크게는 관료와 결탁해 군대에 납품될 곡물의 품질을 차마 사람이 먹을 수 없을 수준의 저질 곡물을 납품하면서 비용은 질 좋은 곡물을 납품한 만큼 챙겨가는 일도 가끔씩 발생했다.
아니면 새로 개정된 노동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중앙에서 파견된 점검관이 감사를 실시할 때만 법을 지키는 척하는 부패한 자본가들도 잊을 만하면 한 명씩 적발되기도 했고.
“원래 그런 부정부패와 관련된 업무는 비테 장관이나 오흐라나 친구들이 맡지 않았나?”
샤샤가 말한 대로 이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간편하게 이용…… 아니, 크흠, 믿고 업무를 맡겼던 비테였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슬픈 이야기지만, 현재 비테는 재무부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하기에도 바쁜 처지라서 말이야. 하, 정말이지 이럴수록 반노프스키가 은퇴한다는 게 아쉽기만 한데. 잠깐만, 은퇴?”
전쟁 장관에 부임해있는 동안 굵직굵직한 군제 개혁을 비롯해 군 내부에 만연해 있던 부정부패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던 반노프스키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했지만, 오히려 나는 거기서 이번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와, 형. 지금 거울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뭐? 갑자기 웬 거울?”
“아니, 진짜로 지금 형 표정을 형이 직접 봐야 할 것 같아. 진짜로 나쁜 놈 같거든. 왜 옛날 얘기에 나오는 음흉한 악당들 있잖아. 이야기로만 들었을 때 그 친구들이 어떻게 생겼을지 잘 상상이 안 갔는데 지금 형 얼굴을 보니까 한 번에 이해가 될 것 같네. 진짜 무슨 생각을 했는 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형이 하는 생각에 내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를 바라야겠는데.”
“…….”
한없이 소중하고 믿음이 가는 남동생인 만큼 샤샤에게도 무언가 추가 업무를 맡기는 게 나쁘게 만은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샤샤의 말을 듣고 아무말 없이 쳐다보고 있자 동생은 뭔가 안 좋은 예감이라도 들었는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지금 뭐 하는 거냐?”
“으응? 뭐 하는 거냐니. 아하하, 형이 좀 더 혼자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서 말이야. 그, 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
마치 뒤에서 겨울잠에서 깨어나 굶주려 있는 곰이라도 쫓아오는 기세로 샤샤는 집무실을 떠났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내 귀여운 동생에 대한 처벌…… 이 아니라 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는 다음에 마련해 주기로 하고.
얼마 전에 내게 가벼운 반역 행위-책상 위에 서류의 탑을 하나 더 만들어 준-이자 기만행위를 한 반노프스키를 어떻게 처리함과 동시에 현재 군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 *
샤샤와의 대화가 이루어진 날로부터 한 달 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 궁전은 한창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오늘은 바로 알렉산드르 3세때부터 전쟁 장관을 역임한 인물이자 한평생을 러시아 제국군에서 보낸 반노프스키의 은퇴식이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본래라면 올해 12월이 되어서야 그의 은퇴가 이루어질 거라 예상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의 나이와 건강을 염려한 차르가 반노프스키의 요청을 좀 더 빨리 받아들인 결과이기도 했다.
올해 4월이든 12월이든 올해까지만 전쟁 장관을 역임한다는 의미는 똑같았으니까.
오늘 행사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반노프스키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아니 밝다는 수식어로는 부족했지만, 사람의 언어로는 그가 지금 느끼고 있는 기쁨을 다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그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부러움과 질시가 혼합되어있었다.
“전쟁 장관님,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오! 재무장관! 이야, 이거 정말 고맙네. 바쁜 와중에 이 늙은이의 은퇴식에 와주다니. 그래, 자네도 열심히 폐하를 돕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보면 이런 날이 올걸세. 그런데 전쟁 장관이라니. 허허. 이제 그 호칭으로 불리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겠구만.”
“……이런 날이라니. 과연 올지 의문이군요.”
“음? 자네 방금 뭐라고 했나?”
“아무것도 아닙니다. 정말 진심으로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장관님.”
이런 식으로 차르의 핵심 관료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일수록 반노프스키에 대한 부러움의 강도가 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오늘의 은퇴식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알고 있지 못했다.
단 한 사람. 반노프스키를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차르의 동생.
한 달 전, 차르와 대화를 나눴던 미하일 알렉산드로비치 대공을 제외하고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