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61)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61화
조교 역할을 맡은 코사크인들은 자신들이 어째서 인간 흉기라고 불리는지, 어째서 러시아 제국 내에서 과거부터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허락받아 왔으며 자신들로만 이루어진 군단이 만들어졌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을 잘 죽일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최대한의 고통을 부상 없이 줄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 시대에 강의 평가가 있었다면 수업 목표에 충실하며 모든 학생들이 바로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강의였다는 후기와 함께 5점 만점을 받았을 것이다.
지금 교육받고 있는 이들에게는 불행하게도 이번 강의는 강의실에서 이루어지는 말과 글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몸으로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머리가 아닌 몸으로 배우는 시간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아직 어미 젖도 한번 못 빨아본 망아지가 네놈보다 빠를 거다! 다리가 두 개면 두 개답게 뛰란 말이다! 네놈이 가지고 있는 건 사실 다리가 아니라 막대기인가?”
“아닙니다악!”
“그럼 빨리 쫓아가!”
“악!”
보로딘은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에게 있어 지금 어깨 위에 있는 신체 부위는 통나무를 다 같이 들어 올려 어깨에 짊어지고 좌우로 옮길 때마다 걸리적거리는 것에 불과했다.
그저 앞에서 그리고 옆에서 들려오는 구령 소리와 고함 소리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있을 뿐, 그는 이제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기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자! 다들 잠시 정지!”
“전원 멈췃!”
오늘도 어제처럼 온몸을 쥐어 짜내는 듯한 고통을 안겨주는 몸동작-그들 말로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을 하던 도중 들려온 말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한번 시작하면 적어도 네다섯 시간은 넘게 해왔건만 오늘은 어쩐 일인지 단 두 시간 만에 끝난 것이다.
“다들 잠시 앉아서 쉬고 있도록!”
평상시와 다른 훈련 시간에 의구심을 가질 법도 하건만, 보로딘을 비롯한 다른 병사들은 고민할 시간도 아깝다는 듯 엉덩이를 땅에 붙였다.
깔고 앉을 것도 없이 맨땅 위에 앉은 관계로 점점 엉덩이가 축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이들은 지금은 그저 달콤한 휴식을 즐기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보로딘의 옆에 앉아 있는 이는 다름 아닌 미하일 대공이었음에도 그는 대공에게 아첨 한마디와 함께 아껴두었던 물을 건네기보다 아무 말 하지 않고 자신의 수통을 입에 가져다 댔다.
“빌어먹을 대머리 형 같으니라고 내가 돌아가기만 해봐라. 이번 일은 이자까지 쳐서 제대로 받아낼 테니까. 도대체 형이라는 작자가 동생한테 이래도 되는 거야? 내 그놈의 인성을 반노프스키를 죽을 때까지 부려먹겠다는 야욕을 드러냈을 때, 아니. 조카가 이마에 호쾌한 일격을 날렸을 때, 아니지, 아니야. 그것도 아니라 이미 형이 황태자였던 시절부터 알고 있었는데 왜 이번 일을 덥석 물었던 걸까. 미하일 이 멍청한 놈아. 네가 그러고도 러시아 제국의 대공이냐?”
미하일 대공은 자신의 형에게 아주 많은 유감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목소리가 크지는 않았어도 저절로 귀가 기울여질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담기어져 있었지만,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잠깐의 흥미는 충족될지 몰라도 미래에 귀찮아질 가능성이 매우 컸다.
그래서 보로딘은 지금까지 본인이 아주 잘해왔던 일을 다시 하기로 했다.
뇌에 들어가는 동력을 차단하고 ‘나는 귀머거리이자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오’ 하는 것이었다.
보로딘과 미하일이 한 편의 콩트를 찍는 동안 둘 다 카잔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이유로 친해진 두 병사 중 하나가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야, 저놈들 좀 봐. 쟤네 지금 뭐 하는 거냐?”
“뭐가. 지금 말할 힘도 아끼고 싶으니까 말 걸지 마.”
“아니, 저기 좀 보라니까. 저놈들 뭘 설치하는 거 같은데?”
고개 들 힘도 없다는 듯이 머리를 가슴으로 당긴 무릎 사이에 파묻은 병사가 자신을 부르는 동료에게 귀찮다는 듯 대꾸했지만, 동기는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꾸만 본인을 움직이도록 만들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도대체 뭐길!…… 래 그러는 건데…… 어?”
짜증이 솟구친 그는 고개를 들며 큰소리를 내려다 조교가 들으면 두 번 다시 경험하기 싫은 열외를 다시 하게 될 것 같아 급격히 목소리를 낮추며 동기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평상시부터 별것도 아닌 일로 호들갑을 떨던 동기의 특성상 이번 일도 별거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땀을 흘려가며-그가 보기에 조교들이 땀을 흘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무언가를 설치하고 있는 조교들이었다.
“저게, 뭐지?”
그로부터 시작된 작은 웅성거림은 이내 자리에 앉아 휴식하고 있던 병력들 사이로 퍼져 나갔다.
다들 이번 훈련을 하면서 느낀 점이 한 가지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교들이 무언가 힘든 일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이 힘들어했던 것보다 10배, 아니, 100배는 힘든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점차 구체화 되어가는 두려움은 이내 현실로 변하려 하고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훈련 대장, 과거 기관총의 위력을 목격하고 절망에 빠졌던 코사크 기병 대장이 자신의 앞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햇병아리들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기 때문이었다.
그의 휘하 조교들이 설치하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철조망이었다.
* * *
보로딘은 속으로 온갖 욕을 내뱉고 있었다.
자신을 군에다 집어넣은 아버지와 첫째 형에 대한 것부터 본인이 오늘 여기에서 이 고생을 하도록 만든 군대라는 조직과 옆에서 자신을 재촉하고 있는 조교들에 대한 분노, 더 나아가 사람에게서 고통을 떨어뜨려 놓지 않고 한평생 함께 살아가도록 만들어낸 신과 불합리한 세상에 대한 저주를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만약 마녀를 찾아 헤매던 이단 심문관이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았다면, 가차 없이 장작 위에 보로딘을 올림으로써 그의 발바닥을 마사지해줬으리라. 덧붙여서 뜨끈한 찜질은 덤이고.
“생각을 해라! 생각을! 철조망을 넘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말이다!”
가장 먼저 철조망 앞에 서게 된 보로딘의 소대는 조교들로부터 철조망 지대를 돌파할 것을 요구받았다.
처음에는 철조망에서 가시가 없는 부분을 잡고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을 넓히려 했다.
-빵! 방금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아나? 네놈의 앞에서 총을 겨누고 있는 적군이 쏜 총소리다! 네놈이 그렇게 느릿느릿하게 지나가려고 하는 사이에 이미 몇 번은 죽었다는 소리야! 다시!
자신의 가슴을 찌르는 손가락과 함께 조교가 내뱉은 말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설치되어 있는 철조망이 끝나는 지점으로 돌아가려고도 해봤지만.
-보로딘 훈련생은 아무래도 창의력이 무척이나 뛰어난 것 같군! 실제 전장에서도 이렇게 귀여운 길이의 철조망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니 말이야!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네놈은 군대보다는 연구소가 더 잘 어울리겠어! 물론 네놈이 연구원으로서 한몫을 하려면 적어도 50년은 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런 호통과 함께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할 뿐이었다.
‘이런 개 같은 새끼들, 별다른 장비도 주지 않고 뭘 어떻게 하라는 말이야!’
하다못해 절단기라도 있었다면 소대원들과 함께 기어서 접근한 뒤 철조망을 잘라내는 등으로 쇼라도 해보겠지만, 조교들은 그들이 맨 몸뚱어리로 철조망 지대를 극복해내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모양이었다.
정말로 한 명이 철조망 위에 엎드린 뒤 다른 이들은 그를 밟고 지나가는 것을 원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들던 찰나.
“아무래도 보로딘 훈련병은 내가 모르고 있는 신통력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군! 그렇게 철조망을 노려만 보고 있으면 모세가 홍해를 갈랐듯 저절로 옆으로 비껴 나갈 예정인 건가? 그것도 아니면 지금 공중으로 날아오를 힘을 모으고 있는 건가? 응?”
옆에서 들려오는 조롱은 보로딘의 이성이 끊어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불가능합니다!”
“뭐?”
내가 지금 무슨 소릴 한 거지?
아무래도 방금 들은 불가능하다는 말은 자신의 입에서 나온 게 분명했다. 주변 소대원은 물론이고 다른 훈련병들 또한 경악한 얼굴로 본인을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내가 아무래도 미친 모양인데.
방금은 더위를 먹었는지 제가 헛소리를 한 것 같다고 하면서 싹싹 빌자.
보로딘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의 입은 머리의 명령을 배반했다.
“맨몸으로 철조망 지대를 돌파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럼 훈련병은 지금 우리가 자네들에게 불가능한 일을 맡기고 그걸 해결하라고 윽박지르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내가 이해한 내용이 맞나?”
“저는 맨몸으로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렸을 뿐 철조망 지대를 돌파하는 게 완벽하게 불가능하다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내가 뭐라고 하고 있는 거람.
보로딘은 생각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머리를 쓰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입보고 멈추라고 수십 번은 넘게 명령을 내렸건만, 입은 보로딘의 몸이 아닌 양 거침없이 말을 내뱉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럼 어디 한번 말해봐라. 네가 생각하기에 완벽하게 불가능하지가 않다면 어떻게 해야 철조망을 돌파할 수 있지?”
보로딘은 질문을 던지는 코사크 대장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 담겨있는 감정은 분노라기보다는 호기심에 가까웠다.
지금 나를 시험하고 있구나!
이번에도 입이 자연스럽게 말을 내뱉기를 기다렸지만, 지금 이 순간 보로딘의 입은 다시금 그의 통제하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다시 말해 그는 이제 생각을 통해 말을 해야만 했다.
“훈련병? 내가 기다리고 있지 않나. 생각한 방법을 말해보라니까.”
“저, 그것이……”
보로딘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코사크 대장의 눈빛이 호기심에서 ‘이 새끼가 장난하는 건가?’로 점차 바뀌어갈 때쯤, 그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은 다름 아닌 징병 포스터에 그려져 있던 위풍당당한 모습의 대포였다.
에라 모르겠다.
왜 지금 그 그림이 떠오르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이번에도 본능을 믿어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그가 살아오는 데 있어 무수한 도움을 주었던 바로 그 느낌을 말이다.
“포병입니다! 포 사격을 통해 철조망을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적이 반대편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 *
“빨리빨리 움직여라 느려터진 놈들아!”
‘와,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자신의 본능을 믿긴 했어도 그게 맞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보로딘과 그의 소대는 다른 이들이 철조망 아래로 기어들어 가 포복 자세로 전진하는 걸 그늘에 앉아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본인이 외친 말을 듣고 그게 정답이라며 가서 휴식하라는 명령을 내린 코사크 대장은 자신들도 휴식을 하겠거니라는 생각에 젖어 있던 다른 병사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가 말한 대로 포 사격이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전쟁이 항상 합리적으로만 돌아가던가?
“더 빨리 기어! 우리 할머니가 기어도 네놈들보다는 빠를 거다!”
조교들의 고함과 훈련병들의 신음을 반주 삼아 휴식을 취하고 있던 보로딘의 곁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크흠, 흠. 소, 소대장님? 방금은 좀 멋있으셨습니다. 덕분에 쉴 수 있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어, 어? 그, 그래. 고맙다. 자네도 가서 더 쉬도록 해. 얼마나 더 쉴 수 있을지 모르니까.”
난생처음으로 부하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게 된 보로딘은 얼떨떨했지만,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그래도 뭔가 낯이 뜨거워졌기에 그는 부하에게 자리로 돌아가라고 했지만, 부하는 여전히 그의 곁에 서 있었다.
“뭔가?”
“저, 그게. 아까 소대장님께서 철조망을 잡으셨을 때 상처가 난 게 보여서 그렇습니다. 혹시 지금 잘 모르고 계셨던 겁니까?”
“뭐?”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오른손에서 무언가 따끔함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방금까지만 해도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인지하게 되니 손이 무심한 주인에게 항의하는 모양이었다.
상처를 바라보며 이걸 어쩌나 하고 있는 보로딘에게 부하가 무언갈 내밀었다.
“이게 뭔가?”
“그, 저희 지역에서 이런 식으로 다치면 바르곤 했던 약입니다. 소대장님 같은 귀족분들이 보시기에는 이상하다고 여기실 순 있어도 꽤 효과가 좋습니다.”
그, 그럼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부하는 다시금 동료들 곁으로 돌아갔다.
보로딘은 그가 주고 간 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상처가 난 부위에 조심스럽게 바르기 시작했다. 약이 상처와 닿자 따끔거림이 조금 심해졌지만, 보로딘이 느끼기에는 썩 나쁜 고통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