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62)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62화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의 부대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병사와 간부 간 유대감을 길러주기 위한 훈련은 생각보다는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사회적 신분의 차이도 나고 여태껏 살아올 환경도 다른 그들이 유기적으로 뭉치도록 유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훈련 담당자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100%를 넘어 140%는 발휘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굴리는 건 오히려 반감만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기에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소대에는 월급의 절반 정도가 되는 포상금을 지급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번 유격, 아니. 우애 다지기 훈련을 마친 부대는 3일간의 휴식을 보장하라는 추가적인 지시까지 내렸으니 이 얼마나 모범적인 상관이란 말인가.
‘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만큼 아랫사람을 생각하는 상사는 없는 것 같은데.’
재무부 관료들이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지는 생각을 하며 나는 훈련 대장이 보내온 보고서를 좀 더 읽어보았다.
[처음 훈련을 진행하려 할 때만 하더라도 본인의 신분을 앞세워 훈련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장교들이 몇몇 있었습니다만, 미하일 대공 저하께서 먼저 몸소 군인으로서의 모범을 보이자 그들도 별말 없이 훈련에 임했습니다.]이미 이번 훈련에 샤샤가 참석한 건 신문들을 통해 대서특필되고 있었다.
로마노프 황가의 고귀한 일원이 맨땅바닥에서 구르며 진흙투성이가 되고 장교용 천막이라고는 하지만, 따로 처소를 마련하지 않고 훈련장에서 같이 밥을 먹고 잠을 잔다는 것 자체만으로 어떤 기삿거리보다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다음 훈련에도 샤샤가 직접 참가해서 시범을 보여주는 게 가장 효과가 크겠지만, 그래도 동생인데 그렇게 할 수는 없지. 발행된 신문들을 훈련이 예정된 부대에 배부해서 대공도 참여했던 훈련이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게 낫겠군.’
동생을 사랑하는 형이자 가족을 보호하겠다고 맹세한 사람으로서 차마 이 고생을 하고 돌아올 샤샤에게 다음 훈련도 잘 부탁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훈련 이틀째까지도 폐하께서 기대하신 병사와 장교 사이에서의 관계 완화나 유대감 형성 등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셋째 날 이루어진 철조망 관련 훈련부터는 폐하께서 바라시던 효과가 차츰 나타나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바로 보로딘이라는 소위였습니다. 지방 귀족의 셋째 아들이며 첫째 날과 둘째 날의 모습은 전형적인 귀족 장교의 모습을 보였으나 셋째 날부터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따로 첨부한 보고서에 기록해 두었습니다.]음, 보로딘이라.
이름을 들어도 별생각이 나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 원래 역사에서는 그다지 족적을 남겼던 인물은 아닌 모양이었다.
나는 그의 이름을 머릿속 한구석에 저장해놓으며 보고서를 계속 읽어나갔다.
[방금 말씀드린 보로딘 또한 처음에는 휘하의 부하들과 그다지 양호한 관계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철조망 훈련 이후 휴식을 취하고 있던 그의 소대원 중 하나가 그에게 약품을 하나 건네준 이후로 식사 시간에도 이전까지는 따로따로 식사했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한 자리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훈련 대장으로서의 판단이긴 합니다만, 폐하께서 원하셨던 유대성 강화에 이번 훈련이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지금 이야기한 보로딘처럼 별로 좋은 관계가 아니던 부하들과 가까워지고 유대감을 느끼게 된 장교들도 있는 반면에 오히려 이런 힘든 시간을 거치면서 서로 책임을 미루며 사이가 악화한 것처럼 보이는 소대도 볼 수 있다라.’
하긴 어떻게 모든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한다고는 하지만, 똑같은 느낌을 받겠는가.
현대에서도 마지막 구호를 붙이지 말라고 조교가 몇 번이고 말해도 꼭 마지막 번호를 외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럴 때의 반응은 그가 실수한 것을 보듬어주거나 격려해 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부모님의 원수를 바라보듯 실수한 사람을 바라보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담당관이 보내온 보고서에 따르면 상황이 악화한 소대보다는 개선된 소대가 많다는 것에 의의를 둬야겠지.
[이외에 말씀드릴 내용은 아직은 미흡하다고 할 수 있는 훈련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예방책과 사고로 인해 부상을 입은 병사들에 대한 의료 지원이 아직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공식적인 보고서는 여기까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폐하께서 어째서 철조망과 관련된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는지 알 것 같더군요. 적이 없는 통제된 상황에서의 철조망 극복이 이렇게 어려운 데 만약 실제 전쟁이 났을 시 상대가 참호를 파고 기관총을 설치한 뒤 철조망 뒤에 숨어있다면 그걸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제가 훈련을 진행하면서도 눈앞이 깜깜하더군요. 부디 신의 가호가 있길 바랄 뿐입니다.]보고서의 마지막은 그가 훈련을 진행하며 느낀 점에 대한 서술이 적혀 있었다.
하긴, 1차 세계대전 초중반 독일과 프랑스의 수뇌부가 머리가 없어서 상대편 참호선 앞으로 병력들을 돌진시킨 게 아니었으니까.
그때 당시로는 그런 파상공세만이 해답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참호전의 잔인함을 경험해보지는 못했어도 미리 알고 있는 입장으로서 최대한의 병력 손실로 이를 극복할 방법들을 찾고 있는 상황이었고.
무한궤도가 달린 트랙터를 기반으로 한 탱크의 개발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보로딘이 얘기한 최대한의 포격을 상대편 참호선에 때려 박은 뒤 병력을 진격시키는 것도 그나마 가장 효과가 있는 전술이었기에 포탄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했고.
그런 의미에서 철도를 만들어내는 재벌들에게 철조망과 관련된 생산시설을 만드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도 해볼 만했다.
지금도 수요는 어느 정도 있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난다면 철조망에 대한 수요는 미친 듯이 뛰어오를 게 분명했으니까.
흔히 소들을 방목해서 키우는 목장에서 사용되는 가시가 박혀 있는 철사 모양의 철조망뿐만 아니라 날이 면도날 형태이며 고정대 없이 던져놓기만 해도 꽤 효과가 있는 윤형 철조망은 대전쟁이 터지면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될 게 확실했다.
협상국과 동맹국 모두 자신의 참호 앞에 철조망을 설치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할 테니 말이다.
비록 이미 철조망과 관련해서는 미국에서 특허가 등록되어 이를 생산하려면 로얄티를 지불해야 한다고 해도 우리와는 상관없는 얘기였다.
이전까지 저작권은 국내에서만 효력이 있지 외국에서는 효과가 없었던 것과는 달리 국제적으로 저작권을 보호하자는 베른 협약이 1886년 스위스에서 체결되었지만.
‘우리 러시아는 그 협약에 참여하지 않았지.’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외국 제품들을 베낀다면 국제적으로 좋은 소리는 듣지 못하겠지만, 사용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사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정 뭐하면, 전쟁이 끝난 뒤 로얄티 명목으로 좀 챙겨주면 되겠지.
그게 얼마일지, 아니면 얼마나 시간이 지난 뒤에 지불될지는 내 후계자가 결정할 문제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내 이런 마음을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고도 이득에 눈이 멀어서인지는 몰라도 미래 러시아 제국군의 근간이 될 포병과 관련해 장난을 치고 있는 놈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얼마 전 전쟁 장관에서 물러나 세나트 의원으로 ‘유유자적한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는 반노프스키로부터 온 보고서에 따르면 말이다.
[최근 툴라 지방에서 완공되었다고 하는 포탄 생산 공장과 관련해 무언가 뒤가 구린 일이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계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수입을 허가해 준 공무원과 공장주와 프랑스 수출 업체, 이 세 주체 사이에서 돈이 오고 간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공무원은 프랑스 측으로부터 뒷돈을 받은 뒤 폐하께서 정한 기준에 기계가 미달됨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은 핑계를 들며-그 친구 말로는 프랑스와 러시아의 환경이 다르니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더군요.-수입 허가를 내줬으며 공장주는 공무원이 뒷돈을 받은 업체의 기계를 들여오는 대가로 노동법을 느슨하게 적용해 달라는 청탁을 한 모양입니다. 거기에 추가적인 용돈은 덤으로 말입니다. 좀 더 확실해진다면 제 선에서 알아서 처리한 뒤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아무리 반노프스키가 분야에 구애받지 않는 세나트 의원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의 전문분야는 어디까지나 군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그래서인지 그가 적발하고 있는 비리나 부정부패도 군과 관련된 항목에 집중되어 있었다.
애당초 내가 그를 이런 식으로 일하게 만든 계기도 육군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과 관련된 비리들을 보여준 것이기도 했고.
그가 일하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런 굵직한 비리를 발견했는지는 몰라도 딱 한 가지 보고서에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었다.
[친애하는 반노프스키 경, 명예직에 가까운 세나트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밤낮없이 제국을 위해 헌신하는 그대의 모습에 감동해 눈물이 나올 것 같군. 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자네 선에서 처리하지 말고 사건 당사자들과 증거를 여기,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져오도록 하게나. 그대가 지금까지 적발한 사건 중 이번이 가장 규모가 큰 사건으로 보이는 만큼 아직까지 들키지 않은 이들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니까.]고대 로마에서는 기독교도나 중범죄자들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십자가에 못 박은 죄수들을 가도 옆에 줄줄이 박아놓았다고 한다.
그때로부터 200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러시아 제국에서 그 정도로 보기에 잔인한 형벌은 이루어지지 않을지 몰라도 나는 이번 사건을 일종의 경고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사실 반노프스키가 아무리 능력이 좋더라도 모든 비리를 잡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했으니 말이다.
고기가 있는 곳에 파리가 꼬이듯 돈이 있는 곳에 비리가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아무리 감시의 눈을 부릅뜨고 감시망을 촘촘히 펼쳐도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차르의 친국(親鞫)은 여전히 솜씨 좋게 법의 망 사이에서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이들에게 보내는 좋은 메시지가 될 것이다.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는 식자재를 먹는 건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음식에 꼭 들어가야 하는 재료까지 빼돌리는 건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 말이다.
반노프스키가 보내온 보고서까지 처리하자 내 앞에 남아 있는 것은 몇 통의 편지뿐이었다.
내 책상 위에까지 올라온 편지라면 셋 중 하나였다.
매우 매우 개인적이거나 아니면 매우 매우 공적인 내용이 적혀 있든지, 아니면 보내온 발신인이 나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든지.
이번 경우에는 마지막 세 번째 경우였다. 발신인이 다름 아닌 내 동생 샤샤였으니까.
유대성 훈련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을 텐데 이런 배움의 기회를 준 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담겨 있을 게 분명했다.
나는 그 편지들을 읽지 않고 불태웠다.
절대로 편지 안에 적혀 있을 내용들을 보기 두려워서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