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65)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65화
60장 의외의 장소
[다가오는 20세기를 맞아 차르께서 국가 두마를 소집하신다!]과거 알렉산드르 2세가 처음으로 시행하려다 테러로 인해 실패한 국가 두마를 니콜라이 2세가 조부의 유지를 이어 설립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소식이 러시아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국가 두마? 그게 뭐시여? 자네는 두마가 뭔지 알겠나?”
“뭐? 아이고 이 양반, 참으로 무식하네. 두마가 뭔지도 모른다고? 그거잖어, 그거!”
“그게 뭔데?”
“……하여튼 그런 게 있어! 가서 밭일이나 하자고!”
차르의 정책에 힘입어 과거에 비해 문맹률이 낮아졌다고는 해도, 국민의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농민들에게 국가 두마란 그다지 와닿는 주제가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두마가 설립된다는 것보다 당장 오늘 일을 하지 않으면 내일은 2배로 일해야 한다는 현실이 더 와닿는 주제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당장의 삶이 내일도 보장하지 못할 정도로 팍팍하다면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저 잘난 분들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였겠지만, 지금의 생활은 그런 뜬구름 잡는 소리에 몰두하기에는 넉넉한 삶이었다.
사람들이 변혁에 대한 욕구를 가지지 않도록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상대편이 외치는 말에 대해 일일이 구체적인 반박문을 만드는 것보다 현재 삶에 만족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었다.
“이번에 소식 들었어? 폐하께서 두마를 소집한다고 하셨다던데.”
“안 그래도 출근하는 길에 길거리 가판대에서 보기는 했지. 근데 두마가 소집되면 달라지는 건 뭘까?”
“글쎄, 그래도 폐하께서 하시는 일이니 뭔가 앞으로의 생활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거기! 이제 잡담은 그만하고 본인 자리로 들어가도록!”
“예, 예! 감독관님! 이따가 점심시간에 얘기하자고.”
개정된 노동법으로 인해 공장에서 간단한 교육이나마 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농민들과는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들이었다.
도시라는 공간의 특성상 농촌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었지만, 그들에게도 아직 정치는 높으신 분들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이다.
차르에 대한 높은 지지율 덕분에 그저 이번 일로 자신들의 삶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만 품을 뿐 이번 정책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와닿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공장에서 실시되는 교육 덕분에 문맹은 벗어났다고 하지만, 글이라는 물건은 읽을 수 있다고 해서 이해가 되는 건 아니었으니까.
“드디어 폐하께서 지난번에 약속하신 두마 설립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시겠다고 공언하셨소!”
“자자, 다들 너무 호들갑 떨지 맙시다. 이건 당연한 수순이었으니까요. 폐하께서 선제 시절 만들어졌던 ‘임시 법규’를 계속해서 약화시키시고 지방에 대한 자치권을 확대해 주신 것만 기억하더라도 이는 언젠가 올 일 아니었습니까? 다들 체통을 지키시길 바랍니다.”
“그런 것치고는 자네야말로 지금 짓고 있는 표정이나 좀 풀지 그러나. 내 자네가 그런 얼굴을 하는 건 아들이 태어났다고 말했을 때 이후로 처음 보는군.”
“아하하하하!”
이와는 대조적으로 젬스트보에 속해있는 드미트리 시포프를 위시한 온건 자유주의자들을 비롯해 개혁에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던 이들은 차르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차르의 선언은 그들이 지금껏 꿈꿔왔던 일이 실현되고 있다는 걸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조금은 아쉽다는 감정을 숨길 수는 없군요. 지금까지 폐하께서 보여주신 모습 때문인지는 몰라도 좀 더 진전된 두마가 설립될 거라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알렉산드르 2세 폐하 때 만들어진 법안에 기초한 두마 소집이라니.”
그들 가운데서는 이번 발표에 대해 불만족스러움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었다.
지금껏 존재하지도 않던 국가 두마가 만들어진다는 게 큰 의미를 가진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니콜라이 2세인 만큼 무언가 이전의 로리스 멜리코프 법안에서 더 나아간 정책을 시행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의원이 어떤 부분에서 아쉬움을 가지는 건지는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서두르다가 ‘포템킨 마을’과 같은 상황에 빠지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거기에 의원이 말했다시피 현재 차르가 니콜라이 2세이신 만큼 차츰 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겠지요.”
아쉬움을 토로하는 젬스트보 의원에게 동료 의원은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가 말한 대로 급하게 추진하는 일은 오히려 지금까지 이룩한 성과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도 있었다.
마치 예카테리나 2세 여제가 지방을 순방하겠다고 하자 급하게 겉보기만 그럴싸한 마을을 만들어 여제의 눈을 속였던 포템킨처럼 말이다.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은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겉으로 보기에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하는 것보다는 속도는 느리지만 당면한 문제의 해답을 하나씩 차근차근 찾아나가는 게 낫지 않겠는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들이 생각하기에 니콜라이 2세는 매우 신뢰가 가는 군주라는 점이었다.
황태자 시절부터 보여왔던 모습만 보더라도 그는 러시아의 프리드리히 대제가, 아니, 그 이상으로 개혁 군주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었으니까.
“자, 그러면 폐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보낼 추천인 목록부터 작성해 보도록 합시다. 우리 모스크바 젬스트보에서 첫 두마 의원에 선정되는 인물이 나올 수 있도록 말입니다. 어디, 누가 좋겠습니까?”
이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고 판단한 시포프 의장이 두마 선정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장내는 다시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흠흠, 이런 말을 하기에는 조금 쑥스럽지만, 나는 이번 추천목록을 작성함에 있어 본인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아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자기가 자기 자신을 추천하다니.”
“그럼 의원님은 누구를 추천하실 생각이십니까?”
“크흠, 이번 일의 엄중함을 고려해 고민에 고민을 해봤습니다. 여기에서 멀리 떨어진 수도까지 가서 일하겠다는 각오, 수없이 쏟아질 개혁과제들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 진정으로 러시아의 신민들을 생각하고 차르께 충성을 바칠 수 있는 인물이 누가 있을지. 아무리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도 단 한 사람밖에 떠오르지 않더군요. 저, 저도 저 자신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처음으로 소집되는 두마의 의원이라는 상징성은 젬스트보 의원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본인을 추천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본인을 추천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하더니 그게 뭡니까?”
“어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라니까!”
만약 이 자리에 니콜라이가 있었다면 만면에 미소를 띄웠을 정도의 광경이었다.
러시아 제국에는 이렇게 애국자가 많았다.
* * *
여태까지 본인들이 살고 있는 땅 만큼이나 얼어붙어서 변화의 물결을 거부해온 러시아 제국에서 의회가 설립된다더라!
유럽 내에서는 호사가들 사이에서 잠깐 돌고 말았던 이 소식은 오히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 대학가에서 떠도는 말이 뭐라고?”
“예, 그것이 최근 노서아 제국의 차르가 의회를 설립한다는 얘기를 들은 지식인들 사이에서 군주가 저런 식으로 솔선수범해서 본인이 가진 권력을 나누는 데 우리는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어도 되냐는 말이 떠돌고 있습니다. 메이지 유신이다 탈아입구다 말만 거창하게 하고 사실상 막부가 가지고 있던 권력을 천황이 그대로 움켜쥐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한다고 합니다. 우려되는 사항은 이런 말에 하급 장교를 비롯한 군 내부에서도 동조하는 여론이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목줄을 쥐고 있는 게 러시아이니 그런 러시아의 모습을 배워야 하지 않겠냐는…….”
쾅!
“멍청한 소리!”
보좌관의 말은 책상을 내려치며 노호성을 내지른 이토에 의해 끊어졌다.
지난 전쟁이라 하기도 뭐했던 청일 전쟁 이후로 이토가 자리를 보존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독이 든 성배, 아니, 성배라고 할 순 있는지 의문이 가는 자리에 앉기를 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또한 총리대신이라는 자리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오쿠마 시게노부나 가쓰라 다로와 같은 인물들에게 총리 자리를 넘기려 노력했지만, 그럴 때마다 다이쇼 천황이 보낸 서신으로 인해 시도가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짐은 경 이외의 다른 총리 대신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당시 러시아 황태자였던 니콜라이와의 대담 이후로 칩거에 들어갔던 천황은 이제는 다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되었지만, 오랜 칩거 생활의 부작용인지 본인의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변하는 것에 대해 극도로 거부감을 가지게 되었다.
“뭐? 노서아 제국을 본받아? 넓디넓은 땅에서 뿜어져 나오는 잠재력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그저 덩치에서 나오는 힘만 믿고 까부는 저놈들을 말인가? 거기에 우리 일본 제국만도 못한 독해율이나 아니면 어중이떠중이들을 끌어모아 크기만 불려놓은 군대를 본받자는 말인가? 본인들의 군인들에게 들려줄 총도 제대로 생산 못 해서 다른 나라에 생산을 맡기는 나라를 따라 하자니! 대학생이라는 놈들이 이렇게 세상을 몰라서야!”
“하, 하지만 총리 대신 각하……”
보좌관은 마른침을 한 번 삼키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일본 제국이 바로 그런 노서아에게 목줄이 잡혀 있는 건 맞지 않습니까.”
이토의 분노를 바로 앞에서 보고 있으면서도 보좌관은 하고 싶은 말을 끝마쳤다.
보좌관의 반항을 마주한 이토는 일순간 할 말을 잊어버렸다.
그가 말한 내용들이 사실이듯이, 보좌관이 말한 내용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나가게.”
“총리 대신 각하.”
“나가! 당장!”
이내 굳은 얼굴을 한 보좌관이 방에서 나가자 방금까지 노호성을 내지르던 분노한 총리대신은 방안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시간과 본인을 짓누르는 무거운 짐을 감당하기에 힘들어하는 한 노인만이 있을 뿐이었다.
사실 그도 최근 들어 군 내부에서 감도는 이상기류를 느끼고 있었다.
본래라면 청일 전쟁에서 승리다운 승리를 거두지 못한 황군이 발언권을 가지는 게 이상했지만, 지금 목소리를 내려 하고 있는 것은 육군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자랑스러운 황군의 육군들은 지난 전쟁에서 우리가 가지고 힘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 왜냐! 저 사쓰마 번 출신의 해군들이 무능했으며 관료들이 무능했기 때문이다! 형제들이여! 언제까지 국민들로부터 하는 것도 없이 돈만 축내는 쓸모없는 놈들이라는 시선을 받아야만 하는가! 우리가 가진 능력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전쟁에서 육군은 나설 기회도 얻지 못했으며 사실상의 패배로 인한 지금 일본이 처한 상황의 원인은 해군과 관료들 때문이라는 논리였다.
이토는 마른세수를 했다.
그는 지금 본인이 앉아 있는 총리대신이라는 자리를 처음부터 탐냈으면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오쓰 사건이 일어났을 때 마쓰타카와 함께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면 지금과 같은 일은 남이 처리해야 할 일이 아니었겠는가?
‘어떻게든 활로를 찾아야만 한다. 어떻게든!’
이토는 차츰차츰 한계에 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