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68)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68화
1900년의 청나라는 마치 두꺼운 뚜껑이 덮여 있는 무쇠솥과도 같았다.
속에서는 부글부글 무언가가 끓어오르고 있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김만 약간 나고 있을 뿐 별일이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외부에서 봤을 때의 얘기였고 내부에서 청나라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선교 등의 목적으로 이 땅에 발을 내디디고 정착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조계지와 같은 외국인 거주구역에 사는 이들은 그나마 덜했지만, 조계지를 벗어나 청나라인들과 같은 거주지에서 얼굴을 맞대며 살아가는 외국인들은 그들의 변화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최근 들어 성당을 쳐다보는 주민들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다. 예전에는 못마땅하다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면, 요즘은 살기 어린 시선이 느껴지는 듯하다.] [얼마 전에는 밤에 성당 주변을 도는데 성상 근처에서 무슨 소리가 나서 가봤더니 의문의 사내 몇 명이 망치로 성상을 훼손하려고 하는 걸 발견했다.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외치자 달아나긴 했지만, 이런 경우까지는 없었는데 최근 들어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있는 게 피부에 와닿을 정도다.]하지만 그런 이들조차 이 이상으로 무슨 일이 생기겠냐는 낙관론에 빠져 있었다.
설마 정말로 그렇다고 해서 저들이 무기를 들고 와 본인들을 죽이기라도 하겠냐는 생각 말이다.
사실 이들의 생각에는 근거가 있었다.
지난 시절부터 청나라에 대해 서양 열강들이 보여준 모습으로 인해 본인들이 지방 정부에 압박을 가하면 어지간해선 자신들이 바라는 대로 일이 진행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 또한 지방 정부에 성당이나 교회와 같은 종교 시설이나 본인들이 세운 학교와 같은 시설들에 경비 인력을 늘려달라는 식으로 요청을 하면 해결될 거라 생각한 게 첫 번째였고.
본인들의 뒤에 서 있는 게 누구인데 설마 자신들을 건들겠냐는 식의 사고방식이 두 번째였다.
만약 그들의 신상에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지금도 청나라에서 무언가를 뽑아먹으려는 명분만 찾고 있는 본국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 청나라인들이 우리를 건드리게 청나라 정부에서 수수방관하겠냐는 식의 생각이었다.
최근 들어 본국의 상태가 썩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영국인들 같은 경우에는 다른 국적의 서양인들보다 불안감을 좀 더 느끼기는 했지만, 그들조차도 불의의 린치가 벌어지는 등의 불상사를 우려해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거처를 옮길지언정 이후로 지금보다 더 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이 간과한 게 있다면 청나라인들 사이에서 자신들을 향해 쌓인 증오와 불만의 크기가 본인들의 예상보다 훨씬 거대하고 심연처럼 깊었다는 점이었다.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을 수천 년 동안 마치 태양은 동쪽에서 뜬다는 진리처럼 받아들여 온 청나라인, 아니, 중국인 특유의 사고방식을 그들은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것이었다.
중국은 더 이상 세상의 중심이 아니며 세상의 변두리로 전락했고 지금껏 본인들이 서양 오랑캐라고 깔보아왔던 이들에게 한낱 먹잇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대다수 중국인들에게 해가 서쪽에서 뜬 것과도 같은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중국인들에게 날이 갈수록 숫자가 늘어가는 성당이나 교회와 같은 서양 오랑캐들의 건물들은 불쾌를 넘어 마치 기독교를 통해 자신들을 완전한 식민지로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의 대상이었다.
본인들의 문화와 종교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종의 정신적인 면으로부터의 침략으로 여겨진 것이다.
거기에 지난 청일 전쟁에서 뜬금없이 끼어들어 또다시 본인들의 권리와 땅을 빼앗아 가는 모습을 보여주자 중국인들의 사이에서는 승리를 빼앗겼다는 여론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황해 해전에서 북양함대가 전력을 모조리 잃었다고는 해도 아직 그들에게는 남양함대가 남아 있었으며-실질적인 전력은 거의 없었지만- 일본군이 중국에 발 하나 내딛지도 않았는데 서양 열강의 간섭으로 인해 강제적으로 조약을 체결했다는 논리였다.
거기에 일본 또한 조약으로 인해 서양 열강의 수탈이 더 심해졌다는 소식을 들은 중국인들은 일본도 서양 제국주의로 인한 희생자라는 시각을 가지기 시작했다.
비록 일본이 탈아입구를 외치며 본인들이 빼앗기기 전에 먼저 다른 나라를 쳐서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말을 외치기는 했어도 지금은 자신들과 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사람은 본인과 같은 비극에 빠진 사람에게 쉽게 몰입하는 법이었으니까.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사건들이 겹치자 힘을 얻는 건 사이비 종교였다.
중원이 혼란스러워질 때마다 민중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는 사이비 종교가 세력을 키우는 건 일종의 전통과도 같았다. 과거 황건적이 그랬으며 최근에는 태평천국이 그랬듯이 말이다.
[저 서양 오랑캐 놈들이 하는 짓거리를 봐라! 놈들은 우리의 땅을 침탈한 것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우리의 머릿속마저도 짓밟으려 하고 있다! 저들이 짓는 사원은 서양의 군대를 위한 휴식처이자 교두보가 될 것이며, 저들이 주는 지원 물품이라는 탈을 쓴 물건들은 사실상 우리의 곳간에서 가져간 것을 다시금 돌려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게 남의 집을 차지한 무뢰배가 집주인에게 자신이 먹다 남은 걸 던져주는 행위와 무엇이 다른가? 아니, 어쩌면 이보다 더 질이 안 좋은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최소한 본인들이 자비를 베풀고 있다는 식의 생색은 내지 않을 테니 말이다.]이외에도 최근 교회 근처에서 놀던 아이들이 실종되었다더라, 엄마와 함께 길을 가던 아이를 다짜고짜 납치해서 데려가 버렸다더라, 교회 지하에 아이들을 가둬놓고 잡아 먹는다더라와 같은 근거 없는 소문들은 민심의 불을 지피는 역할을 했다.
상황이 점점 악화되어 가자 처음에는 항상 있던 서양에 대한 적개심으로 인한 일시적인 해프닝 정도로 여기던 각 열강들은 점점 생각을 달리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도 눈과 귀가 있는 이상 현장에서 들려오는 구호를 모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이제는 ‘서양 오랑캐를 몰아내자’가 아니라 ‘서양 오랑캐를 죽이자’라는 구호까지 나온다고 하더군요. 거기에 산발적인 폭력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오고 있는 판국입니다. 아무래도 청나라 정부가 무언가 행동을 취하도록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우리도 이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직접 나서는 건 지금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 수도 있을 테니까요. 다 같이 서태후에게 사태가 진정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달라고 요청하도록 합시다.]청나라 정부에 대해 의화단이 보이는 과도한 서양에 대한 적개심을 우려해 무언가 대책을 요구했지만, 현재 청나라의 실권을 장악한 서태후는 무언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대들이 우려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들 말라. 청나라의 기본 기조는 사이비 종교를 묵과하지 않는다는 것이니.]열강 대사들의 앞에서 말한 것과는 달리 이홍장을 위시한 한족 관료들이 더 늦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의화단에 대한 행동을 취해야만 한다고 할 때마다 서태후는 미온적인 반응만을 보였다.
[그들이 외치는 구호가 거칠다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 하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앞장서서 저들에게 총과 칼을 들이밀어야 하는가? 서양 오랑캐들을 지키고자 나의 백성들로부터 피를 흘리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냐? 경들은 저들을 달래 평화적으로 해산시킬 방법을 찾아보라.]서태후가 한 말을 들은 한족 관료들은 언제부터 이리 백성들을 어여삐 여겼는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할 수 없이 그때마다 명을 받들겠다는 말과 함께 물러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들도 의화단이 싫고 서양 열강이 좋아서 무슨 수를 쓰자고 말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의화단이 폭주해 무슨 짓을 벌이기라도 한다면 그 후에 찾아올 후폭풍이 걱정되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으라는 서태후의 요구는 답이 없는 수학 문제를 풀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별다른 대책도 없이 흐지부지 시간만 흐르자 의화단의 기세는 점점 높아졌다.
정부로부터 제재도 받지 않는 것을 보고 청나라가 이 운동을 사실상 용인했다고 민중들이 받아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운명의 그 날. 농민들은 저마다 농기구를 들고 집을 나섰다.
원래라면 수확을 위해 밭으로 논으로 나가야 할 그들은 잘 갈린 낫이며 쇠스랑 등을 들고 엉뚱한 장소로 모여들고 있었다.
[이제는 일어나라 동포들이여! 저들이 자랑하는 총과 대포는 우리 의화단의 신묘한 주술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우리가 알려주는 주문을 외면 오랑캐가 쏘는 총알은 그대들의 몸에 해를 끼치지 못하며 우리가 사용하는 무술을 배우면 오랑캐가 100명이든 1,000명이든 거뜬히 물리칠 수 있다! 의화단에 합류하라! 오랑캐를 물리치자! 오랑캐를 죽여라! 서양 남성 한 명을 죽인 자에게는 은화 50냥, 서양 여성을 한 명 죽인 자에게는 은화 40냥, 서양 아이를 죽인 자에게는 은화 30냥을 주겠다!]의화단의 근거지인 산둥지역은 물론이고 청나라 곳곳에 붙은 이 벽보를 계기로 중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인 서양인들에 대한 공격행위가 시작되었다.
“모조리 죽여라! 어떤 사정도 봐주지 마라!”
“제발, 제발 아이만은 살려주세요! 저는 죽여도 좋으니 아이만은 제발!”
“이 배신자 년이 뭐라는 거야? 야! 내가 하는 거 잘 봐라!”
“아아악! 안 돼에!”
처음에는 서양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지 않은 지방의 교회나 성당이 타겟이 되었다.
선교사나 수녀는 물론이고 평상시 교회에 다니던 중국인들마저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벽보에 적힌 내용대로 그들은 충실하게 서양인들을 죽여 나가기 시작했다.
“공사님! 큰일입니다! 지방에서……!”
“지방뿐만 아닙니다! 현재 저희가 있는 공사관 밀집 지역으로 들어오기 위해 시민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청나라 정부는 자신들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말뿐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광기는 이내 수도 베이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베이징에 위치한 외국인 지구에는 물론 기본적인 경비를 위한 군 병력들이 머무르고 있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그들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본국으로부터는? 무슨 말이 없던가?”
“그, 그게 현재 최대한 빨리 병력을 보내보겠지만,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이상 우선은 경비병력으로 최대한 대비를 해보라고…….”
“그런 말은 내 막내아들도 할 수 있겠군. 세상에, 정말로 저 폭도들을 수십 명의 병력만으로 막아내야 한다는 말인가?”
“우선은 총기를 사용할 줄 아는 성인 남성들의 지원을 받아 최대한 숫자를 늘리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여성들의 힘도 빌려야 할 테고요.”
음울한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대책을 마련해 나가던 그들에게 유일하게 좋은 소식 하나가 들려왔다.
“지원 병력입니다! 지원 병력이 도착했습니다!”
“뭐? 벌써 말인가? 아니, 본국에서는 시일이 걸릴 거라고 하지 않았나?”
“러시아입니다! 러시아에서 지원 병력을 보내왔습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바로 러시아였다.
“이런 젠장, 지금이라면 차르의 엉덩이에 키스까지 할 수 있겠군.”
모처럼 들려온 희소식에 미소를 지은 건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조선 반도에서 청나라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고종 또한 왜인지는 몰라도 미소를 짓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