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72)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72화
광기에 찬 파괴와 살육이 이어지던 중국 대륙은 이제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폐하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으로 신료들과 백성들에게 명한다! 의화단을 진압하지 말도록 하여라! 그리고 서양 열강들에 선언한다! 의화단 또한 우리 청조의 백성들인 만큼 그대들이 우리의 허락 없이 이들을 공격한다면 이는 즉 청조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도록 하겠다!]이미 각지에서 서양 민간인들은 물론이고 공사관과 같은 기관에도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서태후의 이러한 선언은 열강들에 이렇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의화단이 비록 온갖 잔혹 행위를 저질렀지만, 이들을 공격한다면 앞으로 있을 건 전쟁뿐이다! 자신 있으면 해보시든지.]그리고 열강들은 서태후의 이러한 엄포에 아주 정중하게 대답하였다.
총과 대포로 말이다.
“이번 전쟁은 식민지를 늘리겠다거나 아니면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아닙니다! 이는 문명과 비문명, 이성과 야만, 정의와 불의에 관한 전쟁입니다! 과거 신앙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본인들이 가진 것을 떨치고 일어나 성공할지 실패할지도 모르면서 기약 없는 원정을 나섰던 선조들처럼 우리도 현대의 십자군 원정을 나서야 합니다!”
의화단 운동이 분명히 도를 넘은 부분도 존재하긴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외세의 수탈로 인한 반식민주의 성향을 가진 만큼 본인들에게도 책임 소지가 있다는 건 외면한 명연설들이 유럽 각국에서 이어졌다.
하지만 누가 더 비도덕적인가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도 현재 누가 더 강력한 물리력을 보유하고 있는가에 대한 우열은 가리기 쉬웠다.
의화단원들이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니던 축문만 외우면 총알이 저절로 비껴 나가거나 총에 맞더라도 다치거나 죽지 않는다는 말이 허무맹랑했다는 걸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9세기의 마지막 해가 얼마 남지도 않은 11월 겨울바람이 매서웠지만, 톈진 항을 앞에 둔 각 열강 병사들의 눈빛은 뜨거웠다.
의화단이 어떤 명목으로 일어났든지 간에 그들이 한 행동이 선을 넘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신문들이 서로서로 경쟁적으로 판매량을 늘리고자 써내려간 자극적인 표현과 소식들은 이 젊은이들이 단순히 명령을 수행한다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개자식들, 인간이라고도 할 수 없는 놈들, 모조리 죽여 버릴 테다.”
이름 모를 병사가 중얼거린 말은 그들의 감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이들이 톈진 항에 상륙해 도시를 점령한다면 거기에 있는 청나라인들은 그다지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할 거라는 암시와도 같았다.
“제독님, 시간입니다.”
“청나라로부터의 연락은?”
“없었습니다.”
“좋아, 그럼 어쩔 수 없지. 전 함대는 현 시간부로 자유롭게 포격을 시작하라. 포격이 끝난 뒤에는 우리 친구들이 상륙할 수 있도록 해주고.”
“알겠습니다! 현 시간부로 자유 사격 실시!”
쾅! 콰쾅!
톈진 항을 수비하고자 나오려 했던 청나라의 해군은 항구를 채 벗어나지도 못했다.
지난 청일 전쟁 당시 수장되었던 정원과 진원 함이라도 있었다면 이리 무기력하지는 않았겠지만, 본인들이 가지고 있던 가장 큰 전력의 공백은 여전히 채워지지 못한 상태였다.
“상륙하라! 상륙하라!”
“놈들에게 자비를 보이지 마라! 저들은 인간이 아닌 그 이하의 존재다!”
얼마 되지도 않는 청나라 해군 병력의 소멸은 즉 열강들이 상륙하는 데 그 어떠한 장애물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의화단원들이 학살을 저지르며 외쳤던 말과 비슷한 말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잔존 의화단원들과 청나라군의 산발적인 저항이 이어졌지만, 이미 복수심에 눈이 뒤집힌 연합군에 맞서기는 역부족이었다.
“물러서지 마라! 아까 지급된 부적을 몸에 지니고 있는다면 놈들의 총은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 못한…… 컥!”
병력을 독려하던 지휘관이 자신이 말한 것도 무색하게 쓰러지자 의화단 사이로 동요가 퍼져 나갔다.
“아, 아니. 축문만 외우면 된다면서! 이, 이러다가 모두 죽는 거 아닌가?”
“부적도 소용없다니, 그럼 축문도 소용없는 것 아닌가!”
미신과 군중심리로 쌓아 올린 용기는 쌓는 속도가 빨랐던 만큼 무너지는 속도도 빨랐다.
사상자가 발생하기 무섭게 무기를 버리고 등을 돌려 도망가는 의화단을 쫓는 연합군의 모습은 마치 전쟁이 아닌 사냥을 연상케 했다.
그 와중에도 시선이 제한되는 사각지대에서 도(刀)를 들고 덤벼드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이 마주한 것은 차가운 총구였다.
항구에서의 저항을 분쇄하고 연합군은 시내로 나아갔지만, 거기서도 조직적인 저항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성의 소변이나 분비물을 바른 옷가지만 있으면 서양놈들의 포탄이나 총알을 막아낼 수 있다고 말하던 의화단을 비롯한 청나라 군대는 이미 달아나고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별다른 저항도 없이 시내로 진입한 연합군이 보여준 모습은 지금도 이곳이 아닌 중국 곳곳에서 의화단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풍경과 놀랍도록 흡사했다.
곳곳에서 약탈로 인한 불길이 솟아올랐으며 골목마다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파죽지세로 톈진을 점령한 연합군은 이제는 베이징으로 진군을 개시할 예정이었다.
원래라면 어떤 나라가 지휘권을 잡느냐라는 문제를 두고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의외로 이는 쉽게 해결되었다.
영국은 연합군에 참여하긴 했어도 아직도 런던에 러시아군이 주둔해 치안유지에 도움을 주고 있는 형편상 큰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으며 가장 강하게 지휘권을 주장하리라 예상되었던 러시아는 예상외로 한발 물러나는 자세를 보였다.
일이 이렇게 되자 지휘권 문제는 나머지 국가 중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독일이 맡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톈진을 쉽게 점령하긴 했어도 지금의 병력은 청나라 인근에서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을 말 그대로 박박 긁어모은 것에 지나지 않았기에 수가 부족했고, 각 국가의 지휘관들은 조만간 올 추가보급과 병력충원이 이루어진 뒤 베이징으로 진군하기로 합의했다.
그렇게 연합군이 베이징으로의 원정을 준비하는 사이 북쪽에서도 한 무리의 군대가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10만 명에 달하는 러시아군이 의화단으로 인해 만주 지방에 있는 본인들의 자산과 국민들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만주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본인들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 * *
“도대체 언제쯤이면 답장을 받아볼 수 있다는 말인가!”
고종은 분통이 터졌다.
아니, 일국의 왕인 자신이 서신을 보냈음에도 이리 답장이 더디다니.
사실 미국이 고종의 요청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할지라도 병력 파병과 관련된 문제는 대통령 혼자서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하원은 물론이고 상원까지 통과하는 과정이 짧게 끝날 리가 없었음에도 고종이 이리 화를 내는 것은 간단한 이유였다.
그는 미국의 정치체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조선의 지식인들도 바보가 아닌 만큼 자신들과 열강들은 다른 정치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대통령은 동양의 왕과는 다른 직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고종에게 이는 그리 와닿는 문제가 아니었다.
중요한 건 본인이 생각하기에 응답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었으니까.
“한시라도 빨리 만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건만! 청나라가 버티고 있는 시간만이 대업을 이룩할 수 있는 시간이거늘!”
“전하! 전하!”
“오! 드디어 소식이 들어온 것인가?”
그렇게 분통을 터뜨리던 고종의 귀에 다급하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는 여태까지 본인이 기다려 왔던 것이었다. 어전임에도 감히 소리를 지르며 달려온 민영환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줄 만큼 말이다.
고종은 표정을 가다듬고 한껏 목소리에 위엄을 담으려 애쓰며 입을 열었다.
“그래, 미국 공사가 뭐라고 소식을 전해왔느냐?”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고종의 기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아니, 반대되는 것이었다.
“큰일 났사옵니다, 전하! 속히 몸을 피하셔야 하옵니다!”
“큰일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그 질문은 제가 답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사옵니다, 전하.”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방금까지 달려와 숨이 찬 민영환이 아니라 다른 인물로부터 들려왔다.
고종이 말이 들려온 곳을 바라보자 그는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번에 그가 계획한 일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다른 장애물은 이번 의화단 운동으로 인해 청나라로 가게 되어 한시름 덜었다고 생각했건만, 어전임에도 최소한의 예의만을 보여주고 있는 사내의 이름은 바로, 최재형이었으니까.
‘최재형과 민영환이 함께 오다니.’
고종의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무언가 일이 꼬인 게 틀림없었다.
‘혹시라도 들켰다면 민영환이 독단적으로 한 일이며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해야겠군.’
일개 대신이 하기에는 너무나도 규모가 큰일이었지만, 옥새가 찍힌 문서와 같은 공식적으로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은 남겨놓지 않았기에 고종은 가차 없이 오리발을 내밀 생각이었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끝낸 고종은 태연한 얼굴로 최재형에게 말했다.
“그래, 자네가 대답할 수 있다니 어디 한번 대답해 보게. 하지만 아무리 그대가 러시아 제국의 신민이라 해도 이번 무례는 가볍게 넘어가리라 생각하지 말게. 내 이번 일은 엄중히 항의할 것이야.”
왕과 신하 사이에서 이어지던 대화를 끊었으며 지금도 가벼운 목례만 하고 예의를 갖추지 않는 모습을 보며 고종은 불쾌감을 느꼈다.
“전하께 예를 다해야 하겠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급박한 상황이기에 이런 무례를 저지르게 되어 송구스럽습니다, 전하.”
최재형이 그의 말에 대해 사죄를 표명했지만, 여전히 고종이 느끼기에는 무례한 태도였다.
고종은 다시금 입을 열어 그를 질책하려고 했으나 최재형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듣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다섯 시간 전, 부산 앞바다에 일본군으로 추정되는 함대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전하의 군대는 용감하게 이에 맞섰지만, 지금까지도 추가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부산이 일본에 의해 함락된 모양입니다.”
일본? 일본이라니. 그놈들이 갑자기 여기서 왜 나온다는 말인가?
고종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만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이가 어떻게 행동하냐에 따라 이번 일이 임진왜란의 재림이 될지, 아니면 일본군이 삼남은커녕 경상도도 벗어나지 못하고 내쫓기느냐가 결정된다는 것 말이다.
“물론 러시아 제국의 차르께서는 이번 일본의 선전포고도 없는 비열한 기습행위에 대해 분노를 나타내셨습니다. 제공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전하께 드리겠다는 의사도 표명하셨고 말입니다.”
“그 말이 정말이오?”
자신도 부산이 공격당했다는 소식을 듣기 전임에도 저 멀리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차르가 이 사실을 먼저 알았다는 점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러시아 제국이 이번 일에서 조선을 도와준다는 것에 대한 기쁨에 묻혔다.
거기에 이런 일이라면 민영환이 헐레벌떡 뛰어와 몸을 피해야 한다고 말할 것까지는 아니라는 것도.
“제가 어찌 이런 일에 대해 전하께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크, 크흠. 방금 이자가 말한 게 사실인가?”
“……그렇사옵니다, 전하.”
민영환에게 이번 일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한 고종은 미국에 자신이 했던 제안은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지웠다.
“전하, 상황이 급박한 만큼 우선 저희가 전하를 모시겠습니다. 정확한 대응방안은 그곳에서 논의하도록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흠, 그러도록 하는 게 좋겠군.”
최재형의 말이 끝나자 민영환이 무언가 고종에게 말하려고 했으나, 그의 입은 최재형이 시선을 보내자 열리기만 할 뿐 침묵을 지켰다.
“걱정 마십시오, 전하. 저희가 아주 안전하고 편안한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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