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76)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76화
62장 마지막 준비
[중국인 폭도들로 인해 일어난 폭동에 대한 토벌과 이를 방치한 청나라 정부에 대한 응징은 올해 크리스마스가 되기도 전에 끝이 날 것이다.]연합군의 지휘권을 맡게 된 독일 원수 알프레드 폰 발더제의 자신만만한 말처럼 베이징은 1900년 크리스마스가 되기도 전에 함락되었다.
연합군은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행군 속도를 보여주었고 베이징 방어전을 지휘해야 할-최소한 그러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서태후는 연합군이 베이징 근교에 나타났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광서제를 데리고 베이징을 떠난 후였지만 말이다.
자신이 내린 전략적 오판에 대한 책임도 회피한 채 의무를 방기하고 떠난 서태후에 대한 배신감을 느낄 새도 없이 베이징 시민들은 또 다른 재앙을 마주해야만 했다.
“의화단으로 의심되는 자라는 신고를 받고 왔다! 순순히 따라오도록!”
“我不是!没有!(나는 의화단이 아닙니다! 아니에요!)”
“이 원숭이 새끼가 뭐라고 하는 거야? 따라와!”
“父亲!没关系,进去!(아버지! 저는 괜찮을 거니까 들어가 계세요!)”
베이징에 입성한 연합군은 의화단의 잔당을 찾아낸다는 명목으로 무분별한 체포와 약탈을 일삼았다.
사령관인 발더제가 약탈을 하는 병력은 군법으로 다스리겠다는 명령을 내렸음에도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사실 그도 말이 사령관이지, 실제로 지휘권을 행사하기보다는 사실상 각 국가 사이의 의견 차이를 조율하는 조정자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이 은화며 비단이며, 이히히히. 이번 원정이 끝나면 그냥 전역해 버려도 되겠는데?”
“야! 그건 내가 먼저 본 거라고! 그 자리에 그대로 내려놓고 꺼지지 못해?”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허! 먼저 잡는 게 임자지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냐, 엉?”
아무리 쇠락했어도 거대한 중원 구석구석에서부터 보내져 온 재화가 쌓여 있는 청나라의 수도 베이징은 병사들의 눈이 돌아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베이징에 설치된 연합군정청의 헌병본부에는 병사들 사이에서 벌어진 다툼에 대한 보고가 쏟아졌다.
중국인들에 대한 폭행과 약탈은 다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헌병대의 업무에 마비가 올 정도였다.
특히나 이런 경향은 독일 제국군일수록 더 심했는데, 그 이유는 현 독일 제국의 군주인 빌헬름 2세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의화단 운동 초기에 청나라 정부는 공사관에 대한 보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각 공사관은 자체적으로 폭도들로부터 안전을 챙기라는 말을 했었다.
그러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서태후를 만나러 가던 독일 공사 케틸러 남작이 살해당하자 빌헬름 2세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일본이 날개를 펼치려다 불의의 일격을 맞고 날개가 부러지다 못해 잘려 버린 관계로, 빌헬름 2세가 공개적으로 ‘황화론’(동양인들이 세계 패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이론)을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머릿속에서 ‘동양인=기회가 될 때마다 밟아줘야 하는 인종’이라는 인식은 변하지 않았다.
[본인은 독일 제국의 자랑스러운 군인인 그대들이 저 간악하고 야만적인 폭도들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 살해되고만 케틸러 남작의 죽음을 잊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누구보다도 자신의 직분에 충실했으며 대독일의 외교관이었던 그를 이리 무참히 살해한 야만인들이 응분의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해주기를 기대한다. 저들은 문명인이 아닌 그 이하의 존재, 야만인이며 그대들은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다.]‘훈족연설’이라 이름 붙은 빌헬름 2세의 연설을 들은 독일 병사들은 거리낌이 없었다.
그들의 군주께서도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이들은 문명인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러한 와중에도 서태후가 도망가면서 전권을 맡기고 간 이홍장이 주축이 된 한족 관료들은 어떻게든 연합군과 화의를 해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약탈과 폭행들을 줄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각국의 고의적인 외면과 거부로 인해 앞으로도 당분간 베이징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그치지 않을 것 같았다.
어쩌면 이 전쟁 같지도 않았던 전쟁이 진행된 시간보다 전쟁을 끝내고 서로 간에 합의를 하는 시간이 더 길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베이징에 주둔한 열강들 모두 각자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내용이 달랐기 때문이다.
거기에 베이징은 함락되었어도 각지에 잔존 중인 의화단원의 숫자는 여전히 제법 많았다. 연합군이 중국의 각 지방을 순회하며 의화단을 때려잡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작전 목표는 베이징 내의 공사관에 머무르고 있는 이들을 구출함과 동시에 청나라 정부와 의화단 사이의 관계를 끊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불가피한 현상이었다.
베이징을 비롯한 화북지역이 열강과 잔존 의화단 세력으로 인해 신음하고 있었지만, 만주는 상대적으로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철도가 피해를 입을 것을 염려한다는 핑계로 러시아가 진출시킨 병력이 치안을 유지하고 있는 덕분이었다.
초반에는 정규군이 아닌 코사크 출신 사냥꾼들이나 밀렵꾼들이 주축이 된 민병대에 가까웠지만, 개통된 시베리아 횡단 철도 덕분에 빠른 속도로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 정규군이 만주 지역에 전개될 수 있었다.
[비록 만주 지역이 외국의 땅이라고는 하나 그곳에서 벌어지는 대민 관련 범죄는 자국에서 행해진 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처벌하도록.]만주 지역에 파병을 결정하면서 차르가 한 말에는 이후 만주가 어느 나라에 귀속될지에 대한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남하는 만주 지역에서 멈추지 않았다.
의화단 운동이 끝난 뒤 청나라에서 떨어져나올 콩고물에 대한 지분을 양보하는 대가로 조선에 대한 개입을 묵시적으로 인정받은 러시아는 거침이 없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청나라로 쏠린 틈을 타 조선에 대해 선전포고나 어떠한 명분도 없이 불법적인 침략을 자행한 일본은 즉시 조선 반도에서 모든 군사를 철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침략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보상과 함께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한 응분의 조치 또한 병행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세자의 친구이자 러시아 제국의 군주인 나는 앞서 말한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행동을 하는 데 필요한 그 어떠한 일이라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한양을 버리고 도망간 조선왕 대신 차르의 친서를 들고 돌아온 세자의 곁에는 자신과 함께 몰래 한양을 빠져나갔던 대소신료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3만이 넘는 러시아의 정규군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처음에는 왕과 같이 도망친 세자에 대한 민심도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가 이렇게 눈에 보이는 성과와 함께 귀환하자 한양의 백성들도 인식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세자 저하가 한양을 빠져나가셨던 것은 사실 도망치신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조선을 구하고자 하신 일이라고 하더라. 봐라. 실제로 노서아 제국군을 불러오지 않았느냐. 거기에 차르와의 독대를 통해 독립은 물론이고 앞으로 어떤 나라가 조선을 침략하려고 할 경우 노서아가 이를 막아내 줄 것이라는 약속까지 받아냈다고 하시더라.]세자가 경복궁에 다시 입궐한 이후 한양 시내에서는 또다시 어디서 시작했는지 모를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이런 말들이 오고 가는 와중에 먼저 한양을 떠나 북방으로 도망친-이라고 알려진-왕의 행방은 어디에 있냐는 얘기도 조금씩 나왔지만, 이런 말들은 금세 들어가고 말았다.
“선왕께서 노서아에 머무시는 동안 발견된 여태까지 몰랐던 큰 병으로 인해 그곳에서 와병 중이시니 피치 못하게 내가 부족하지만, 대리청정을 하게 되었으니 만백성은 동요하지 말고 각자 생업에 힘쓰라.”
세자가 처음으로 주최한 어전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발언함과 동시에, 국새가 찍힌 고종의 교지를 꺼내 들자 조금씩 흘러나오던 고종에 대한 이야기도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소식을 전해 들은 일본에서는 러시아가 고종을 감금하고 있으며 협박을 통해 위조한 서류로 조선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으니 자신들을 도와 러시아를 몰아내자는 등의 말들을 꺼냈지만, 조선 내부에서의 반응은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저 미친놈들이 뭐라고 하는 거지?”
일본의 말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의 핵심이었으며 사실이었지만, 먼저 조선을 침략한 입장인 일본이 이런 말을 하는 것에 동조하는 조선인들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일본이 발악적으로 꺼낸 얘기마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묻히자 그들도 이제는 최후의 싸움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쥐어 짜낸 병력과 물자가 아직 일본이 점령하고 있는 부산항을 통해 속속들이 들어왔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러시아군에 최대한의 피해를 입힘으로써 우리가 만만하지 않은 상대라는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우리가 오늘 이곳에서 러시아 군인을 한 명 죽일 때마다 저들이 본토에 상륙하는 것에 대해 가질 부담감이 커질 것이며 우리가 하루 더 버틸 때마다 저들과 맺게 될 강화 조약에 들어갈 항목에 적힐 문장이 바뀔 것이다. 본관은 제군들에게 미안하게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 자리에 있는 우리 중 살아서 고향 땅을 밟을 수 있는 행운아는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의미 없는 죽음이 아니다. 그대들의 죽음을 통해 조국의 내일과 미래에 대한 불씨를 남기어다오. 부탁한다.”
일본의 결사항전을 위한 준비를 지켜본 러시아 또한 속속들이 병력을 증파했지만, 두 국가 사이에서의 충돌은 육지가 아닌 다른 곳에서 시작되었다.
쾅!
“수, 수송선이…….”
지난 청일전쟁과 그 이후로 끊긴 자금줄로 인해 해군 재건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일본제국의 수송 선단은 변변찮은 호위함도 없이 위험한 항해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런 약점은 러시아 제국 극동함대에 의해 사정없이 물어뜯기고 있었다.
“좌측 거리 5,000! 놈들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함장님! 추격할까요?”
“……여기서 우리가 자리를 비우면 그 빈틈을 노리고 다른 놈들이 몰려들 거다. 어쩔 수 없다. 현재 항로를 유지하도록.”
그나마 어떻게든 새로 건조한 몇 안 되는 군함들도 멀리서 나타나 수송선에 대한 공격만을 실시하고 도망치는 러시아 극동 함대에 대한 추격 및 섬멸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보급선이 길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이조차도 방어하는 데 버거워하고 있는 것이 현 일본제국해군의 실태였기 때문이다.
해상에서는 보급선이 위협받고 육지에서는 러시아 제국군이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는 이 상황은 일본 본토에도 전해졌다.
이토는 끝이 왔음을 직감했다.
처음에는 앞서 말한 사명감에 휩싸여 결사항전을 다짐한 일본군이었지만, 앞선 한양을 향한 행군 도중 이루어진 약탈로 인해 적대적인 주변 환경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나날이 이어지자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러시아 제국군이 포위망을 유지하는 것에서 벗어나 공세로 전환하자 일본군의 방어선은 빠른 속도로 무너져내렸다.
경남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이 모두 러시아 제국군의 손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져 온 날, 이토는 조용히 집을 나섰다.
그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황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