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81)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81화
“앞으로는 전쟁성이 아니라 선동성이라고 불러야겠는걸. 그 정도의 피해를 감쪽같이 숨길 정도라니.”
주가슈빌리가 짐짓 태연한 척하며 농담을 건넸지만, 그도 속으로는 놀라고 있었다.
이 시기의 사람들 중 기관총의 위력을 제대로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무릇 전쟁이라 함은 양 국가 사이에서 품위와 암묵적인 룰을 지키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시대였다.
물론 이런 식으로 신사인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하는 전쟁은 그들과 같은 백인에 기독교를 믿는 ‘문명국’ 사이의 전쟁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 시기의 유럽은 아직은 기사도라는 단어가 채 생명력을 잃지 않은, 낭만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책에 기록된 옛날 전설들에서만 살아 있지 않은 낭만주의의 황혼기라 할 수 있었다.
이런 낭만주의적 사고방식은 ‘전진한 땅의 넓이가 전사한 사람들의 시신을 묻기에도 적다’라는 문장으로 대표되는 1차 세계 대전을 거치며 산산조각이 났지만.
물론 조지아 청년은 그들만큼 낭만적이지는 않았지만, 신성종무원으로 자신의 진로를 정한 이상 군사적인 지식은 브론시테인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괜히 폐하께서 황태자 시절부터 화력의 중요성을 말씀하신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니까. 본인께서는 자신은 군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며 어디까지나 전쟁성과 군부의 장성들을 믿는다고 하시지만, 과거 황태자이시던 때 중앙아시아에서 일어났던 일도 조기 진압하시는 데 성공하셨던 걸 생각하면. 흠, 과연 말씀하시는 것만큼 군사적인 지식이 떨어지는 건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야……. 마지막 말은 못들은 걸로 해주게.”
브론시테인은 아차 싶었다.
아무리 상대가 예전부터 알던 친구와도 같은 사이라고는 하지만, 전제군주정인 나라에서 방금 한 말은 충분히 불충죄에 해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언론에 대한 검열을 완화하는 등 자유주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차르이긴 해도 아직 러시아 제국은 자유주의 국가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니까.
사실 그가 한 푸념은 차르가 본인은 군사적인 면에는 무지하니 관련 업무 처리는 전쟁장관을 중심으로 하라면서 일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투정에 가까웠지만, 혹시라는 단어가 괜히 있는 게 아니지 않겠는가?
“으음, 기관총이 그 정도의 위력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최근 들어 산탄총을 다수 확보하라는 명령도 단순히 캄차카 반도를 개척하는 데 사용하려는 게 아닌 다른 목적이 있는 건가?”
브론시테인에게는 다행히도 그의 친우는 아까 들은 기관총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후 다른 생각에 빠져있느라 자신이 한 불경한 말을 미처 못들은 모양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주가슈빌리가 중얼거리는 말은 그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산탄총?”
“아, 요즘 극동을 통해 미국에서 산탄총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데 우리 신성종무원의 예산이 사용되고 있거든. 그것도 종무원장께서 직접 담당하고 계시다고 하니 꽤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지.”
산탄총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작업을 전쟁성이 아닌 신성종무원에서 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 시대의 산탄총이란 군용병기가 아닌 사냥용 도구로만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전쟁성에서 산탄총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면 그것이 더 희한한 일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신성종무원이 아닌 영토 개척과 관련된 다른 부서에서 이를 맡아 진행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문이 남았겠지만, 이는 현재 러시아 제국 정부 내의 권력 구도와 관련이 있는 얘기였다.
신성종무원장인 포베도노스체프가 과거 당시 황태자였던 니콜라이와의 파워 게임에서 밀려 극동으로 좌천되었다고는 하지만, 연해주 지방의 부패 관료들을 뽑아내고 다시금 극동 지방의 행정적 기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옛날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위세를 되찾은 이후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현재 캄차카 반도에서 개척을 빙자한 형벌을 받고 있는 이들의 죄목이 극동에서의 소란이었던 걸 생각해 보면 연해주 지방의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종무원장이 그들과 관련된 업무를 도맡아 하는 것도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전쟁성이 본인들의 업무를 어째서 신성종무원에서 하느냐고 따진다면 골치가 좀 아팠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 시대 유럽인들에게 산탄총이란 군용무기로 쓰기엔 너무나도 천박한 무기였으니까.
“아, 캄차카 반도 개척 사업을 위해서라면 이해가 가는군. 그곳은 사람보다 곰의 숫자가 더 많다고 하던데. 그러고 보니 그 망나니 친구들은 아직 용케 살아 있나 보군?”
“내가 알기로는 처음에는 개척다운 개척도 하지 못하고 하루하루 살아남는 정도였다고 하던데. 사실 여태까지 귀하게 자라온 데다 별다른 훈련도 받지 않은 놈들이 그 땅에서 뭘 할 수 있었겠나. 오죽했으면 캄차카 반도를 개척한다는 명목으로 폐하가 사실상의 사형 선고를 내린 거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돌았겠나? 뭐 그것도 종무원장님의 제자라는 사람이 파견 가기 전까지의 이야기지만.”
“종무원장의 제자?”
“그래, 듣기로는 시베리아 횡단 시절에 만난 죄수 출신이라고 하던데. 자세한 건 나도 잘 모르네.”
두 사람의 대화 주제는 금세 산탄총에서 다른 것으로 넘어갔다.
이들이 스쳐 지나가듯 언급한 산탄총이 어떤 논란을 불러올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 * *
“폐하, 이쪽을 봐주십시오. 예. 좋습니다. 잠시만 자세를 유지해 주시겠습니까? 예! 환상적이군요. 그럼 찍겠습니다. 하나, 둘, 셋!”
펑!
“좋습니다, 좋아요. 그럼 이번에는 좀 더 날카로운 표정으로 옆쪽을 바라보는 식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자, 시선은 조금 위를 향해주시고요. 입은 단호한 의지가 나타날 수 있게끔.”
“이, 이렇게 말인가?”
“오오, 예! 맞습니다! 그리고 팔은 자연스럽게 늘어뜨리는 식으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한 번 더 찍겠습니다. 자, 하나, 둘, 셋!”
펑!
“최곱니다! 자, 그러면 한 장만 더…….”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벌써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세 시간이 지났는데 말입니다. 폐하께서도 많이 피곤해 보이시는데 얼마나 더 찍어야 하는 겁니까?”
옆에서 내가 사진을 찍는 것을 함께 지켜보고 있던 스톨리핀이 사진사에게 불만스럽다는 듯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그가 여기에 같이 있는 관료진들을 대표해서 나선 모양이었다.
다른 이들의 얼굴에도 별로 달갑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방금까지만 해도 신나게 사진을 찍고 있던 사진사는 자연스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하긴, 외국의 황궁에서 높으신 분들이 대놓고 불편하다는 기색을 내비치는데 저러는 게 당연하겠지.
지금까지는 사진을 찍는 데 취해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모양이었지만 말이다.
“아니네, 나는 괜찮네. 걱정해줘서 고맙네만, 거래는 거래이니만큼 나도 신의를 지켜야겠지. 그럼, 다음 자세는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그런 그를 구원해 준 건 바로 나였다.
물론 나 또한 3시간이 넘는 촬영에 피곤한 건 마찬가지였으므로 이 정도면 알아들었겠지라는 기색을 팍팍 넣었다.
“오, 정말이십니까? 그럼, 폐하께서 괜찮으시다면 다음 자세는…….”
“아하하. 그러면 이번 한 장만 더 찍는 것으로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폐하. 이 정도로 애써주시다니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내 말을 들은 사진사는 아직도 못 찍은 자세가 많다는 듯 신이 나서 다시금 입을 열 기세였지만, 그를 제지 시킨 것은 그와 동행한 윈체스터 사의 영업이사였다.
아무래도 그는 내 말에 숨겨져 있는 의미를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그렇게 촬영이 끝나고 아쉬운 기색이 역력한 사진기사를 먼저 보낸 뒤 나는 그와 잠시 동안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까지 해주실 줄은 몰랐는데. 정말 감사드립니다, 폐하. 저희 윈체스터 사는 폐하께서 보여주신 신의를 절대로 잊지 않을 겁니다.”
“고작해야 이미 팔릴 대로 팔린 내 얼굴을 좀 더 파는 것뿐인데 그렇게까지 감사할 건 없소. 다만 사전에 우리가 협의한 내용만 제대로 이행해주면 좋겠군.”
“물론입니다. 현지에 생산공장 설립 및 기술자 육성은 계약서에 쓰인 그대로 이행될 겁니다.”
윈체스터 라이플로 유명한 윈체스터 사와 내가 맺은 계약은 간단했다.
그들은 러시아 제국 현지에 총기를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하고 현지에서 노동자들을 고용해 생산하면서 총기들을 납품하고 나는 나 자신을 그들이 ‘러시아 차르도 애용하는 윈체스터 사의 총기!, 거친 러시아의 환경 속에서도 고장이 나지 않는 명품 총!’이라는 식으로 광고할 수 있게끔 해주었다.
사실 이런 식의 문구를 내 사진과 함께 삽입한다는 건 금지한다는 조항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아마 몇 년이 지나면 지켜지지 않겠지.
이에 어찌 러시아 제국의 황제가 그런 천박한 광고에 이용될 수 있냐며 불만을 나타낸 관료들도 있었지만, 그들에게 내가 한 번 광고에 나옴으로써 절약할 수 있는 비용을 수치로 보여주자 이내 잠잠해졌다.
귀족들의 경우에는 아직도 내가 외삼촌을 시베리아로 ‘파견’ 보낸 것에 대한 기억이 생생했으니 오히려 더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모신나강과 최근 개발된 맥심 기관총의 개량형인 맥심-툴라 기관총을 보더라도 러시아 제국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총기 설계능력이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하게 부족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다만 부족한 것은 다름 아닌 뒤떨어지는 공업력으로 인한 총기 생산 능력이었다.
다가오는 세계 대전을 대비해 어떻게든 군대의 질을 끌어올려야 하는 내 입장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어딘가에는 반드시 해답이 있는 법.
자체적으로 생산력을 확보하는 게 어렵다면 다른 곳에서 끌어오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처음에는 미국에서 생산된 총기를 수입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았다.
거기에 수입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았고.
그런 내게 윈체스터 사에서 먼저 제안한 현지 공장 설립과 관련된 계약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그들이 내게 먼저 접촉한 계기는 다름 아닌 지난번 경제 공황이 미국을 휩쓸고 있을 때 미국 정부와 내가 맺은 계약이었다.
당시 무수히 많은 기업들이 나자빠질 때 러시아 제국과 계약을 맺은 상태였던 철도 회사들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공황을 잘 버텨내던 것에 윈체스터 사의 상층부가 관심을 가진 모양이었다.
[어떻게든 러시아 제국과의 계약을 맺어야만 한다!]사실 그들도 설립자인 올리버 윈체스터와 그의 아들인 윌리엄 윈체스터가 잇달아 사망했다는 악재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기업 소유권을 가지게 된 사라 윈체스터가 멀쩡한 저택을 몇 번이나 부수고 다시 짓는 등의 기행과 회사를 갑자기 코네티컷에서 캘리포니아로 옮긴 것의 반동으로 회사 재정이 어려워지고 있었기에 필사적이었다.
거기에 내가 자신을 광고에 사용해도 된다고 말한 데에는 러시아 내에서의 산탄총에 대한 인식 변화도 포함되어 있었다.
기관단총이라는 물건이 아직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에는 한참 남은 데다 러시아 제국의 부족한 공업력으로는 대량 생산이 힘든 만큼 참호전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대체재를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산탄총은 완벽하게 들어맞는 대체재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리 모신나강의 길이를 줄인다고 하더라도 단발 볼트액션이라는 태생적인 한계상 참호 내부에서의 전투에 활용하기엔 여러 애로사항들이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