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84)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84화
하지만 그 이야기는 비테와 논의할 주제라고 할 순 없었다.
그저 이 또한 중요도로 따지면 그리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어도 당면한 과제가 더 급했기에 미루고 미뤄왔던 만큼 어느 정도 숨을 돌릴 수 있는 지금이라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비리나 부정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하게 신경 써야 하네. 아무리 감사관이나 재무부가 감시를 하고 관련 범죄를 저지르다 걸린 친구들이 처벌받는 모습을 보더라도 어떻게든 구멍을 만들어내도록 하는 것이 바로 돈이라는 물건의 마력이니까.”
“세나트 의원인 반노프스키 경과 함께 의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음, 최근 들어 국가 주도의 사업이 많아지면서 필연적으로 이러한 단내가 풍기는 꿀물들에 꼬이는 벌레들의 숫자도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반노프스키는 은퇴하기 이전보다 요즘이 더 바쁠 수도 있겠는데.
누가 되었던 차르에게 일거리를 넘기고 도망가려고 한다면 좋은 꼴은 보지 못할 것이라고 알리는 광고판의 역할을 오늘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그리고 앞으로도 훌륭하게 수행해 낼-반노프스키를 떠올리자 아까 먹은 점심이 소화가 잘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비테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다만 그의 입장은 나와 가깝기보다는 반노프스키와 동일하다고 할 수 있었기에 장관의 얼굴은 유쾌함보다는 안쓰러움과 자신에게도 해방은 없겠구나와 같은 체념에 가까운 감정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그의 얼굴을 보는 내 마음속에서는 미안함과 안쓰러움의 감정…… 일어나지는 않았다.
아니, 차르인 나도 이렇게 일하는데 관료라는 사람들이 당연히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말하고 보니 완전 소설 속에 나오는 전형적인 악덕 상사와도 같은 말이었던 것 같은데.
“폐하?”
시덥지않은 생각을 하며 있자니 비테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부르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음, 아무래도 내가 너무나도 많은 일을 처리하다 보니 많이 지쳤던 모양인 것 같았다.
“아니, 아니네. 그럼 방금 말한 내용을 토대로 사업 계획을 구상한 뒤 구체화되는 대로 다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지. 완성되는 대로 가져오도록.”
“말씀하신 대로 시행하겠습니다.”
지금이야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걸로 자동차 산업 관련 업무가 끝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건 시작단계도 아니었다.
이제부터 계획 수립과 예산 확보, 각종 단계마다 취할 정책 방향 등을 정리해 작성하는 보고서와 그에 대한 수정 그리고 어쩌면 통째로 갈아엎는 수준으로 다시 해오라는 말도 심심찮게 나올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로 모든 게 뚝딱뚝딱 만들어지는 세계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 내게 상태창만 있었으면.
“그리고 이건 제가 폐하께 미리 말씀드리는 거긴 합니다만…….”
대화가 끝나고 방을 나서려던 비테는 몸을 돌리더니 차마 말하기 어렵다는 태도로 입을 열었다.
현실 도피적 생각을 하던 도중이었기에 재빨리 표정을 수습한 나는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기 위해 잠시 기다렸다.
내가 말해보라는 눈빛으로 비테를 재촉했음에도 그는 1분가량을 더 꾸물거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마 다음 장관 회의에서 해군 측 인사들이 그동안 자신들이 느껴왔던 감정에 대해 토로할 예정인듯합니다. 현 전쟁 장관과 반노프스키가 최대한 막아보려 했지만, 이제는 그들도 힘이 부치는 모양입니다.”
그의 말을 듣자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금까지 그들이 참아준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내가 실시한 정책들 가운데 해군과 관련된 것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나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군사적인 부분보다 농업이나 공업과 같은 분야에 몰두했기에 자신들만 소외받는 게 아니라는 생각으로 버텼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군사 분야와 관련된 정책들이 나옴에도 해군과 관련된 언급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그동안 느끼던 조바심과 불안감이 폭발한 모양이었다.
내가 별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자 비테는 불안감을 느낀 듯 조심스러운 태도로 다시금 말을 건넸다.
“물론 그들이 폐하께 반항을 한다거나 아니면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도전을 하겠다는 건 아닐 겁니다. 다만 다른 분야에 쓰는 투자나 관심에 절반가량이라도 본인들에게 보여달라는 감정의 표출이겠지요. 이번에 장관 회의에서 관련된 주제를 말할 이들은 해군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일 뿐 그들 개인의 욕심을 채우고자 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내가 그들에게 느끼는 감정이 괘씸하다거나 아니면 불쾌하다는 것이 아니었기에 비테가 왜 이렇게 조심스러워하는지 잠깐 의아함도 느꼈지다.
하지만 이내 이해가 갔다.
여태까지 내가 걸어온 길을 보면 자연스레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겠지.
나와 정치적인 부분에서 대립각을 세웠던 이들은 현재 땅속에 있거나 아니면 저 멀리 시베리아 벌판과 캄차카 반도 등으로 길을 떠나야 했었으니까.
“미리 말해줘서 고맙군. 그대가 우려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네.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비테는 내가 이번 일을 계기로 해군 측 인사들을 숙청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거겠지.
그럴 생각이 없는 나로서는 억울한 감정을 느낄 만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걸 생각하면 일종의 업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해군 장성들도 내가 그동안 해온 일들을 모를 리 없는데도 이렇게 나오는 걸 보면 각오를 다졌다는 얘기겠지.
“알겠습니다, 폐하. 그럼 전 이제 정말로 아까 말씀하신 내용을 처리하러 물러가 보겠습니다.”
“그래, 부탁하지.”
재무장관을 안심시키고 집무실에서 내보낸 뒤 나는 생각에 잠겼다.
해군과 관련되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그동안 대략적으로나마 생각해 놓은 것들은 있어도 다음 회의에서 그들을 납득시킬 정도로 구체화 된 생각은 아직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시대의 해군은, 아니, 꼭 이 시대가 아니더라도 현대까지도 해군은 곧 세계패권을 누가 쥐고 있는가를 결정짓는 전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장 대영제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리게 된 것도 압도적인 해군을 통해 바다를 지배하면서 시작되었다.
2위부터 5위까지의 전력을 합한 것보다도 월등한 해군력을 통해 전 세계의 바다를 제집처럼 드나드는 영국을 견제하기 위해 해군력 격차를 메꾸려는 독일의 움직임이 1차 세계 대전의 시발점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독일이 어떻게든 따라잡으려 애를 썼어도 영국이 보유한 해군의 절반도 못 따라갔다는 게 현실이지만.’
영국이 원래 역사와는 달리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쳤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1위의 해군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돌아오는 대답은 대영제국이라는 말이었다.
세계 2위와 3위의 전력을 합친 것의 2배의 전력을 유지한다는 기조가 최근 들어 1.5배로 낮아질 거라는 말이 나돌기는 했어도 여전히 대영제국의 해군은 굳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위치를 계승했다고 볼 수 있는 미국 또한 흔히들 어지간한 나라의 국방력과 비견될 정도의 항공모함 전단을 7개나 굴리는 해군력이 있었기에 세계 초강대국이라는 위치를 유지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현재의 러시아에 해군력이 그 정도로까지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글쎄.’
그런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있으면 좋지만 그렇게까지? 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시기의 열강들이 해군력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식민지의 확보와 유지라는 이유가 컸다.
다른 대륙에 있는 식민지들을 보호하고 거기서 나오는 자원들을 본국으로 실어나르기 위해서는 해군력이 필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지.’
지금의 러시아에 있어 자원을 운반하는 데 해군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볼 수 있는 지역은 알래스카 정도밖에 없었다.
그 외의 지역은 육로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해군력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는 이유는 더 있었다.
주력이 유럽과 가까운 서부에 몰려있는 현재 러시아 제국의 특성상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러일 전쟁과 같은 극동에서의 전쟁을 대비해 해군력을 확충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극동 방면이 정리된 이상 주 전장은 어디까지나 프로이센 방면에서의 지상전이 될 것디아.
이때 해군력에 대한 투자까지 시행하기에는 재정이 모자랐다.
‘해군은 인력으로 메꿀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순수하게 돈을 때려 박아야 하는 분야라는 걸 생각한다면 더더욱.’
괜히 영국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프랑스가 자신들도 영국처럼 해군력을 확충하지 않고 청년학파와 같은 편법을 사용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다.
프랑스 정도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에게도 해군력의 확충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우리도 프랑스처럼 청년학파로 대충 해군력의 차이를 메꾸자는 것도 말이 안 됐다.
청년학파는 소위 말하자면 ‘죽창 메타’라고도 할 수 있었다.
전함을 찍어내서 차이를 메꾸자니 이미 상대방은 저 멀리에 있는 데다가 비용도 만만찮게 들어갈 게 분명했다.
그러니 한 방이라도 제대로 맞추면 전함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어뢰를 사용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어뢰정을 다수 찍어내 전력의 차이를 메꾸자는 것이 청년학파의 주장이었다.
사실 청년학파의 주장에 대한 러시아 해군 내의 인식은 그다지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당장 러시아 제국 최대의 군사적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제12차 러시아-튀르크 전쟁에서 어뢰정은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입증했었기 때문이다.
비록 발칸반도와 콘스탄티노플까지 수복할 수 있었던 기회를 비스마르크와 당시 3제 동맹이었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배신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시의 성공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지금 어뢰정에 대한 이미지는 좋다고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청년학파의 주장이 합리적이라고도 볼 수 있었지만, 그들의 주장에는 문제가 너무나도 많았다.
먼저 어뢰정은 건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저렴한 만큼 그 크기가 작았다.
그리고 배의 크기가 작다는 말은 육지와의 거리가 가까운 연안 항해만 가능하다는 얘기와 똑같았다.
게다가 죽창이라 할 수 있는 어뢰를 통해 대형함을 공격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었다.
상대방도 바보가 아닌 이상 대형함들을 덜렁 혼자 돌아다니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뢰정들은 파도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조그마한 배로 호위함들을 끌고 다니는 대형 함에 어뢰를 꽂아 넣는다는 임무를 수행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굳이 입 아프게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이미 영국이 어뢰정의 상위 호환이라 할 수 있는 구축함을 찍어낸 데다 청년학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프랑스도 연안 해군의 기조를 버렸겠지만.’
영국이 내부 문제로 멈춰있는 동안 해군력의 확충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기에 아직도 프랑스 내의 청년학파는 그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미 실패가 예정된 길을 따라 걸을 필요는 없겠지만.
따라서 지금의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다음과 같았다.
청년학파적 해결 방법도 아니고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대형함 건조도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해군을 달래줘야 하는가?